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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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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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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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리더와 보스 (시즌2-39)

DUMMY

"전대리님 XX중학교 출신이에요?"


"공도리 씨도?"



얼마 전 글로벌 영업팀에 경력직 사원이 한 명 입사했다.

우연치 않게 그는 나와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의 한 해 후배이다.

그는 경기도의 중소 자동차 시트 업체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 이곳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곳에서 매일 박봉에 주말도 없이 근무하는 중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도 고향 집이 부산이라 대구로 내려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듯 보인다.


그의 얇게 찢어진 눈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마치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체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적개심을 무너뜨리는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동향(同鄕)과 학연을 무시할 수 없다.

회사에서 쉬는 시간이면 그와 사내 정원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말도 마세요, 원가 계산하려면 머리가 터질 거 같다니깐요 사양도 어찌나 많은지 직물에 가죽에 열선에 통풍에 전동 조절 시스템까지 이제 시트가 완전 전장품이라니까요, 고급차에는 안마기능까지 있다니까요 안마는 안마방 가서 받을 일이지 참!"


"와! 시트도 만만치 않는구나"



그도 자동차 업계에서 나름 적잖은 고초를 겪은 듯하다.

그는 2년간의 자동차 원가 영업의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제품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력을 다 인정받지 못했다.



"1년만 인정해주더라고요"


"대부분 조금씩 경력을 깎는 모양이네"


나랑 같이 영업팀에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적게는 1년에서 2년 정도의 다른 회사 경력이 있었지만 다들 신입 공채로 입사했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3년 반 정도의 조선업 경력을 거의 다 인정받았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리 진급까지 확정하고 들어왔다.

다른 동료 경력직들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입사한 것이다.



"야! 이 새끼야! 이거 또라이 아니야? 이걸 견적이라고 작성한 거야? 대가리는 왜 달고 다니냐? 다시 해!"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3번째 퇴짜를 맞고 있다.

강고문 부장,

깡마른 체형에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모습이 뼈에 가죽만 씌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답게 글로벌 영업팀에서 까칠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밑에 있던 직원들은 다들 버텨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거나 다른 부서로 보직을 변경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얼마 전에 그의 직속 부하 직원인 경력직 과장 한 명이 결국 퇴사를 했다.

들어온 지 일 년도 안돼서 사표를 던졌다.

그 대체 인력으로 그가 충원된 것이다.

공도리는 별 생각 없이 이력서 특기란에 적은 '인내심’이라고 적었다로 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그게 채용에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된다.


글로벌 영업팀에는 두 명의 부장이 있다.

글로벌 영업은 말 그대로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개척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수주로 까지 연결시키는 진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팀이다.

그런데 강고문 부장은 그런 글로벌 영업과는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글로벌 영업팀의 수장이 아니다.


일전에 얘기했듯이 제임스리이라는 이름도 글로벌한 미국 시민권자인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사장의 같은 아이비리그 출신의 대학 후배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반면 이제 나이가 쉰을 넘긴 강고문 부장은 그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같은 부장이지만 레벨이 다르다.


강고문부장은 DG 오토모티브의 초창기 멤버이다.

지금은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과거 회장이 회사를 이끌던 시절 그를 도와 국내 영업을 이끌던 선봉장 같은 존재였다.

현재의 국내 고객사 영업의 기틀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의 그런 폐쇄적인 영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듯 보인다.

자신의 영업력과 인맥만을 믿고 리더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그의 밑에 있던 부하직원들은 독불장군 같은 그의 모습에 질려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과거 그는 접대와 로비로 고객사의 구매담당자들을 구워삶았다.

그런 방식은 사회와 기업문화의 변화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실력으로 영업해야 한다.

인맥과 로비는 기본적으로 그 실력이 밑바탕이 된 가운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실력이란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가격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데이터와 영업맨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포함된다.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더욱이 부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리더의 능력 또한 갖추지 못했다.


그는 이제 철 지난 퇴물이 되어버렸다.

사장은 그를 내치고 싶지만 회장의 만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본사의 글로벌 영업팀에 남아 홀로 북미 섀시 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 실무 영업 멤버들이 포진해 있고 국내에는 그와 이제 갓 들어온 공도리 사원이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죽을 맛이네요 정말!"


"힘내! 그 인간도 얼마 못 갈 거야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희택형, 구과장도 만만치 않은 거 같은데요, 아까 보니 구 과장한테 크게 한 소리 들으시는 것 같던데... 괜찮아요?"


"다 들렸어?"


"구과장 목소리가 작진 않죠 하하, 1층 사무실 직원들은 다 들릴 껄요"


"이젠 그냥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고 들어, 그가 원하는 표정만 지어주며 필요한 것만 듣고 흘려버리면 돼, 그렇게 한참을 들어주면 기분이 풀리나 봐,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 편안해진다. 왜냐하면 구 과장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갈구진 않거든, 뭐 한번 지랄할 때 좀 길고 치밀하게 해서 그렇지 하하하"


"전대리님은 이제 내공이 많이 쌓이신 듯하네요, 아까 화장실 가는 척하며 지나가는데 표정 연기가 장난 아니던데요"


"나 배우 할걸 그랬나 봐 하하하"


"그렇게 몇 십분 동안 치밀하게 난도질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강 부장처럼 욕을 하더라도 짧고 굵게 끝나는 게 나은 거 같네요"



강부장이나 구과장은 둘 다 부하직원 육성에는 꽝이다.

공도리의 말처럼 차라리 굵고 짧게 끝나는 것이 더 나은 듯싶다.

그러면 차라리 잘못된 업무를 수정 혹은 다시 할 시간이라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비난과 질책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아무런 실익이 없다.

물론 그의 스트레스는 해소될지 모르겠지만

난 시간과 에너지를 뺏긴다.



"어이! 전대리 들었지? 난 그래도 양반이야, 저 봐! 강부장은 쌍욕도 하잖아!"



'차라리 욕을 해라!'


구과장은 자신이 저질스러워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욕을 하면 자신만 깎아내린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나를 비난할 때 실수 하나하나 끄집어내며 나를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신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내비치는 방식을 사용한다.

욕 대신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모욕감을 준다.

그 비유나 묘사가 참 기가 막히게 절묘해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한 공감을 일으킨다.


구과장은 영업부 내에서 실력 뿐만 아니라 상하 대인관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엘리트이다.

영업본부장인 이부사장은 중화권 영업 관련해서는 팀장들을 제쳐두고 구과장을 직접 불러 물어볼 정도이다.

또한 그는 최근 영업총괄이사인 견이사와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그의 신임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 현지 법인장도 구과장의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주재원으로 데려오려 틈틈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영업팀장인 주차장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그는 업무를 장악하고 라인까지 휘어 잡았다.

앞으로 꽃 길만 걸으면 되는 상황이다.


강부장과 구과장,

리더십이 없기는 둘 다 매한가지이지만 한 명은 회사의 퇴물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신임받는 인재처럼 비친다.

둘 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 바쁘다.


회사는 리더(Leader)를 키우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보스(Boss)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종들을 양산해 내는 곳으로 전락해간다.

그런 보스 밑에서 자란 직원은 자신도 보스가 될 날을 꿈꾸며 참고 견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과 맹목적인 충성심이 승진과 출세를 보장한다.

회사의 영속 가능한 발전보다 내가 머물고 있는 동안만 잘 나가면 그만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똑똑하진 못해도 충성을 맹세하는 자보다, 충성을 맹세하진 않아도 현명한 자를 선택하는 게 훨씬 낫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중에서 -



얼마 전 사내 도서관에서 읽은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현명한 부하를 두려워할 뿐이다.

자신의 우둔함은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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