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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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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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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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가족을 지키는 일 (시즌2-38)

DUMMY

"어이구! 다들 퇴근들 안 하십니까?"


외주구매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노총과장은 퇴근시간 종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칼퇴근을 한다.

해외영업팀 자리를 지나가며 한 마디 던진다.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혈색이 좋아졌다.

그는 거의 매일 칼퇴근을 실천하고 있다.

퇴근 때마다 영업부 앞을 지나가며 영업맨들의 약을 올린다.

팀만 옮겼을 뿐인데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 듯 보인다.

반면 이노총 과장의 업무까지 떠안은 봉래씨의 얼굴은 이전의 이노총 과장의 얼굴로 변해가는 듯 보인다.

그런 그를 야속함과 부러움이 섞인 얼굴로 쳐다본다.



"전대리님 저 이러다 죽을 거 같아요"


"봉래씨 요즘 일 많지?"


"인도 업무에 브라질까지... 주차장은 팀장 되더니 이제 완전히 업무 손 뗏어요"


"어? 브라질 업무는 주팀장님이 가져간 거 아녔어요?"


"가져가긴요, 제가 다하고 있는데요"


“헐”



얼마 전 이노총과장의 업무까지 다 떠맡은 봉래 씨는 연일 죽을상을 하며 나와 같이 최장 야근 근무자 대열에 합류했다.

저녁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 한 끼로 그를 위로하려 한다.

그 전엔 서로 반대의 역할이었다.

지금은 난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고 그는 내가 겪던 상황을 뒤늦게 겪고 있다.

이제는 내가 그를 위로해 줄 차례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만든다는 말보다 변하게 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주차장은 정식 팀장으로 발령나더니 실무업무는 이제 손을 뗀 듯 보인다.

팀원은 줄고 업무는 늘어나고 팀원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그러나 팀장의 리더십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팀장이 되고 나서 영업본부장과 영업 총괄이사의 눈치를 살피고 비유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차장팀장에서 부장팀장으로 발판을 다질려는 모양이다.

사실 회사에서의 성공 여부는 윗사람이 어떻게 끌어주는가가 관건이다.

수직 하향식 인사평가는 직원들의 맹목적인 복종과 충성을 조장한다.

회사의 발전과 미래가 아닌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 정말 회사 그만둘까 봐요"


"좀 만 참아봐 인원 충원해 준다고 했잖아"


"그것도 당분간은 힘들듯 하네요"


“왜?”



인사팀에서는 해외영업팀 인도 영업 담당으로 인도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김과장을 소환했다.

그런데 5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하고 얼마 전 귀국한 그는 병원에서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부부가 다 같이 암에 걸렸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현지의 열악한 환경과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일단 암 치료를 위해 무기한의 병가를 신청해 언제 해외영업팀으로 복귀할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김 과장님 참 현지에서 고생 많이 하셨는데... 결국은 몸이 망가지셨네요"


“아 그랬구나, 그럼 김과장님 회복되기 전까진 인원 충원이 힘든건가”


“그렇죠 뭐”



일반적으로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 관리자로 가기 때문에 많은 일을 수행해야 한다.

국내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실무부터 현지 인력들까지 관리 및 육성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

물론 그만큼의 급여의 인상이 있지만 그것은 몸과 정신의 피폐해짐에 대한 피해보상금인 것이다. 당장 더 많은 돈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써야 할 돈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나저나 요즘 여자 친구랑은 잘 돼가?”


"여자 친구도 힘들어 죽을라 그러네요, 그래서 그냥 때려치우고 대구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이제는 내가 때려치우게 생겼네요"



봉래씨는 대학 때부터 교제해온 오랜 여자 친구가 있다.

그녀는 서울의 한 케이블 방송사의 작가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방송사 스케줄과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거의 매일 늦은 밤 그녀와의 통화는 그녀의 하소연으로 시작해서 하소연으로 끝난다고 한다.

입사 초 그가 회사 일에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런 하소연도 들어주며 그녀를 달래주곤 했다.

이제는 가중되는 고객사의 압박과 쌓여가는 업무로 매일 야근에 시달린다.

피폐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여자친구의 하소연도 들어줄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여자 친구는 그와의 결혼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로 내려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혼하는 게 두려워지네요"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낫지 않겠어?"


"둘이 합치면 더 무거워 지는 거 아닙니까?"



과학적으로 틀리지 않는 말이다.

둘이 합치면 질량과 중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과학적인 이치보다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인문학적인 견해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결혼으로 둘이 하나 되는 삶이 행복보다 부담으로 느껴진다.

어른들은 얘기한다.

‘상투를 틀고 자식을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그 말이 예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런 책임감을 먼저 느껴본 자들은 못 느껴본 자들에게 그 경험을 강조한다.

그 책임이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문제는 노동의 고단함 뿐만이 아니라 불의와 억압에도 버티는 힘을 준다는 것이다.



'가족이 있기에 더러워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가족이 볼모가 되어 불합리한 일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심심찮게 이런 비슷한 류의 대사가 흘러나오곤 했다.

그런 장면은 어김없이 정의로 불타는 주인공이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세상이 그토록 변하지 않는 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을 외면하는 가장은 어쩌다 영웅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상에서는 대부분 쓰레기로 치부될 뿐이다.



‘안에서 세는 바가지 밖에서도 센다고 했다.’



자신의 가정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어찌 밖에서 세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역사 속에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지 못한 성공한 영웅들이 많다.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영웅을 추앙한다.

왜냐면 그 일이 지금에 우리를 존재하게 했다고 믿기 때문이며,

자신들은 감히 하기 힘들었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과거 성인들은 안에서 셀 일 조차 만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홀로 고단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자들이다.



타인과 사회가 어찌되건 내 가족을 잘 먹이고 풍족하게 만들 이유가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첫 번째 사명이다.

가장은 성인보다는 사회와 타인의 지탄을 받더라도 가족에게 좋은 아버지였다는 역사를 남기고 싶다.

그래서 국가와 기업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일까?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가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인가?



“송대리님 퇴근 안하십니까?”


“아~하~ 낼 또 유럽 출장이잖아”


“또요? 송대리님은 출장갔다 온지 이제 일주일도 안되지 않았어요?”


“EC차종 네고가 쉽지가 않네, 최부장님 계실 때는 그마나 괜찮았는데···”


“주차장님 있잖아요”


“말도 마! 주차장은 팀원 일에 일도 관심 없어”


“송대리님 이러다 정말 최부장님처럼 되시는 거 아녜요?”


“야~ 악담을 해라. 안 그래도 요즘 집에 애들하고도 멀어지는 거 같아서 걱정인데···”


“참 송대리님도 작년에 이과장님처럼 작년에 보직 변경 신청 하시지 않았어요?”


“했지. 주차장이 대체 인력없다고 기각했잖아”


“그때 보직 변경 안되면, 사직서 낸다고 주차장님 협박하다시피 해서 주차장님이 책임지고 보직 변경해준다고 일년만 버티라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내가 당했지 그 여우한테 또 휴우~”


“그게 무슨 말인지···”


“얼마 전에 아내가 셋째를 임신했어”


“오~ 정말요? 축하해요”


“축하? 음···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네,


“예?!”


“주차장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못나갈 꺼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전대리는 결혼을 안 해봐서 몰라"



오늘은 유럽담당 송중건대리와 둘이 사무실에 남아 야근 중이다.

그는 최근 부쩍 잦아진 유럽출장으로 한국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안 본 사이 머리털이 더 빠진 듯 하다.

아직 삼십대 초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적은 머리숱과 푸석해진 얼굴이 안쓰럽다.

한번 출장 가면 기본 한 달씩은 있다고 오기에 그의 자리는 항상 비어있다.

자리에 먼지가 쌓여갈 쯤이면 나타나서 먼지만 쓸고 다시 사라지곤 했다.


가끔 회사에서 기혼자들과 얘기하다 부당함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얘기하면 갑자기 결혼 얘기가 튀어나온다.

결혼을 하지 않아 부모의 마음과 가족의 사랑을 모르는 건 안타깝다.

그렇다고 해서 옳은 것을 옳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도 싫다.


가족을 위해 진실을 숨기고 불의에 굴복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내가 더러워지는 길이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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