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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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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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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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갑을관계는 바뀔수도 있다 (시즌2-21)

DUMMY

"다들 이곳 중국 상해까지 CF차종 원가절감 TF(Task Force) 활동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일부터 모레까지 3일간 이곳 상해 한국자동차 중국 글로벌 소싱 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 자동차의 중국 전략 SUV 차종의 양산 전 원가 절감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전 협력사 워크숍에 참석했다.

수많은 1차 협력사의 영업 및 설계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자동차의 신차종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가 회의장 앞에서 PPT 화면을 띄워놓고 앞으로의 일정과 계획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원가절감 워크숍이 시작된다.



"다들 보셨겠지만 회의장 밖에는 티어 타운(Tear Down: 자동차를 각 부품별로 분해 및 해체)된 차량 두 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각 차종은 동급 SUV 차량이며 현재 중국에서 년간 판매량이 가장 높은 일본 차종과 중국 로컬 자체브랜드 차종입니다. 여기 참석 담당자들께서는 자사의 CF차종과 두 경쟁사 차종의 담당 파트 부품을 비교해서 3개 차종 비교원가 계산서를 작성하시고 경쟁차종 참고 하셔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도 도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가 절감 아이디어는 최소 10개 이상 *원단위로는 각 품목별로 목표 금액이 있으니 파트별 담당자들에게 확인하시어 목표 금액이상 도출해 주셔야 합니다. 모든 제출 자료는 3일간의 일정 안에 제출하셔야 합니다. 아울러 관련 제출 자료는 대외비로 절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아놔~ X발! 요구사항이 갈수록 많아지는구먼'



고객사는 협력사를 이용해서 경쟁사의 자동차의 원가를 분석한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협력사 직원들에게 아웃 소싱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협력사는 부품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협력사 직원은 고객사의 각종 조사 및 페이퍼 워크 용역업무까지 제공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협력사의 고객 접점에 있는 부서 직원들의 업무의 반 이상은 대부분 고객 내부 자료를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대기업은 그렇게 부족한 내부 맨파워(Man-power)를 협력사 직원들을 통해 해소한다.

대기업은 굳이 비싼 정직원을 많이 채용할 필요가 없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제품이든 사람이든 아웃소싱은 비용 감소뿐 아니라 위험까지 분산시킨다.



“자! 그럼 3일간 협력사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원가절감행사 진행 담당자의 설명이 끝나고 협력사 직원들은 회의장 옆에 경쟁차종이 분해된 강당으로 움직인다.

회의장 밖에 놓인 자동차는 마치 부위별로 해체된 고기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분해되어 있다.



"와~ 정말 처참하게 분해됐네요"


“아마 분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볼트나 나사로 조립된 건 풀면되지만 접착이나 융착 혹은 용접등으로 붙은 건 다 톱으로 썰어내고 뜯어내야니 적잖은 시간이 걸렸을꺼야”



젊은 나이임에도 속알머리가 비칠 정도로 숱이 적다.

속알머리를 감추려는 듯 흘러내린 앞머리를 위로 걷어올린다.

공수준과장,

그는 우리회사의 CF 차종의 양산 설계 담당이다.

CF차종 개발이 시작되면서 그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연락을 한다.

그의 성격은 여간 까칠하지 않다.

그 예민한 성격 때문에 머리가 빠진게 아닐까하는게 내 추측이다.

그는 알고 보니 나의 고등학교 한 해 선배였다.

그 사실을 알고 서로가 알고 난 후부터 그와 나는 피곤한 관계로 변해 버렸다.

어차피 회사 내에서 부서가 다르기에 직급이나 나이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이상 존칭을 쓰며 서로 존중하며 업무를 하기 마련이지만 내가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그런 격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격식이 없어지면 장단점이 있지만 장점이라면 편하게 일할 수 있고 인정을 이용한 개인적인 업무부탁도 서슴없이 할 수 있지만 피곤한 건 내가 아래이기에 일단 선배대접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희택아~ 저기 헤드램프랑 리어램프 좀 들고 와라!”


“옙! 선배님!”



그와 나는 학연과 지연으로 인해 둘만있는 자리에선 대리, 과장이 아닌 선후배의 호칭으로 불려지곤 했다. 같은 부산 출신에 모교가 같은 선후배라는 연결고리는 서로에게 근거 없는 믿음을 주는 것 같다. 그냥 형,동생 사이처럼 되어버렸다.



“근데 이 많은 램프를 3일 안에 다 분석할 수 있겠냐?”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튼 이노무 자동차 녀석들은 사람 쪼는거 하나는 알아줘야한다니까요”


“나도 이제 지친다. 이노무 자동차 녀석들한테 치이는게··· 자동차 바닥을 뜨고 싶다 정말”


“뜨면 어디 갈데라도 있습니까?”


“갈데야 없겠냐? 가면 놓아야 할게 많으니 미련 때문에 못가는 것 뿐이지”


“선배님은 가족들 생각해야죠 하하”


“그래! 그래서 난 니가 부럽다, 넌 결혼하지 마라!”


“그건 조언입니까 아님 악답입니까?”


“그건 뭐 니가 알아서 생각하고 큭큭”


“어서 합시다. 뭐 어쩌겠어요 까라면 까야죠 저놈을 일정 내에 못하면 안보내 줄지도 몰라요”


“그래 해야지 한다 해!”



나는 강당에 분해되어있는 일본차와 중국차의 헤드램프(Head Lamp)와 리어램프(Rear Lamp)들을 수거해서 우리 테이블로 가져온다. 공과장도 귀찮지만 미안한지 작은 포그램프(Fog Lamp)나 침슬(HMSL : High mounting Stop Lamp)를 들고 테이블로 나른다.



"엇! 안녕하세요! 부장님!”


"누구?"


“DG오토모티브 전희택입니다."


“어~ 어디서 뵌적이 있긴 한 거 같은데···”


"접때 북경에서 CG차종 입찰 때 뵈었는데요"


"아! 구과장 부사수, 경력이라고 했던?”


"네 맞습니다. 좀 늦으셨네요"


“빨리 와봐야 일만 많이 하지 흐흐, 이제 구 과장은 부사수 내보내고 안방에서 쉬나 봐 부럽네 큭큭"


"참! 저 이쪽은 저희 CF차종 설계 담당자 공수준 과장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자사의 경쟁사인 한국 오토모티브의 영업인 양부장도 참석했다.

그는 혼자 참석했다.

설계와 영업이 두 명씩 팀을 이뤄 참석하는 TF 활동에서 그는 고객사의 계열사 특권인지 혼자만 참석했다.

양부장과 우리는 두 차종의 램프 앗세이(Ass'y: Assembly 조립품)를 들고 회의장의 테이블로 간다.



"반갑습니다. 북경에서 온 독고사 과장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에 제가 전장파트 TF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뭐 저랑 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깔끔하게 일하는 걸 좋아해서요 일정 안에 잘 마무리해주시길 바랍니다. DG 오토모티브는 뭐 알아서 잘하겠죠? 양부장님이 문젠데... 이번에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또 왜 그러십니까 고객님~ 부담스럽게시리 하하"


“근데 양부장님 혼자 오셨습니까? 설계담당은요?”


“뭐 설계일도 내가 하면 되죠 큭큭”


“아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부장님!”



'앗~ 좆됐네 씨발 고 과장이 얘기했던 개새끼다'



구과장이 쌍욕을 퍼붓던 그 독사 과장이다.

공교롭게 이름도 비슷하다.

독고과장은 우리를 대할 때와는 달리 양부장의 눈치를 살피며 굽신거리듯 말한다.



한국 자동차와 한국 오토모티브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이지만 사실 그 이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국 자동차가 고객사이긴 하지만 한국 오토모티브는 한국 자동차의 최대주주이다.

두 회사의 직원은 거의 동등한 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급여 수준이나 복리후생도 비슷하다.

두 회사 간에 인사이동도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애매하고도 껄끄러운 사이이다.

양부장도 처음엔 한국자동차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한국 오토모티브로 옮겨왔다.

이 때문에 고객사 담당자라고 계열사 직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 상황이 뒤집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계열사의 직원의 직급이 높다면 더욱 그러하다.

언제 어떻게 자신 위에 얹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기 저희 회사는 내부 중요한 일정 때문에 내일 오전에 귀국해야 되는데요"



또 한 팀의 열외가 보인다.

회사 점퍼를 입고 앉은 다른 협력사와는 달리 검은 슈트를 아래위로 쫙 빼입은 두 남자가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한다.

그들 앞 테이블에는 회사에서 제공한 듯한 똑같은 최신형 맥북이 놓여있다.

그들은 자동차의 전장 시트 협력사이다.

당시 그 회사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현 정권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작 몇 백억도 되지 않던 매출의 작은 시트 업체에서 조 단위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몇 년 걸리지 않았다.

대기업 못지 않는 급여조건과 복리후생에 완성차의 협력사 직원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그런 회사였다.

그들은 정권의 힘을 등에 업고 고객사도 안중에 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고객사가 그들의 눈치는 보는 형국이랄까?

역시 권력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희가 사전에 일정을 공지했는데 이러면 어떡합니까?"


"뭐 저희라고 어쩌겠습니까? 회사에서 들어오라고 하는데요"


"그럼 절감안과 비교 원가 자료는 어떡합니까?"


"그건 저희가 귀국 후 작업해서 메일로 회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긴 왜 온 겁니까?”


“불참시 협력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무조건 참석하라는 공지가 있어서요”


"아~놔! 후~우"



다른 협력사 직원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을 예의 주시하며 지켜본다.

독고과장의 얼굴이 붉게 변해가고 있다.

그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한 숨을 크게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보인다.

그는 강단에 서 있는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와 눈을 맞춘다.

매니저의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의사를 전달한다.

그의 반응을 확인한 시트 협력사 두 직원은 맥북을 덮고 짐을 챙겨서 회의실을 나간다.

다른 협력사 직원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의 퇴장을 멀뚱히 바라본다.



"아유~ X발!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 지들이 고객이야 뭐야!"



독고과장은 분에 차오른 표정으로 씩씩거린다.

그들이 회의장을 벗어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바탕 욕을 내뱉는다.

뒤집힌 갑을 관계로 차오른 화가 백도 힘도 없는 우리에게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든다.


세상엔 영원한 갑을 관계는 없다. 갑을 관계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원단위 : 차량 한 대당 필요한 부품 원가, 자동차에는 오른쪽(RH), 왼쪽(LH) 양쪽에 두 세트로 장착되는 부품이 많다. 그렇기에 차량 한대당 제품마다 절감될 수 있는 금액에 차이가 있어 원단위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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