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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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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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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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선택과 집중의 오류 (시즌2-25)

DUMMY

"괜찮으십니까? 부장님?"


"어 왔어?"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 별거 아냐. 왜 이렇게 떼로 몰려왔어. 회사일도 바쁠텐데... 주차장! 해외영업팀 사업계획 준비는 잘 되가요 있어?”


“예···”


“참! 부장님도~ 병원에서까지 회사일 걱정하십니까”


“근데 부장님 수술은 잘 되신거예요?”


“뭐 잘 됐겠지, 아직 한 쪽 팔이 잘 안 움직여지긴 한데... 괜찮아지겠지, 이봐! 뭐하고 섰어? 손님들 왔는데? 거기 냉장고에서 음료랑 과일 좀 내와!"


“···”


"사모님 저흰 괜찮습니다"



해외영업팀 전원이 퇴근 후 병원을 찾았다.

최부장은 우리들을 향해 미소짓던 표정이 굳어지며 아내에게 다그치듯 얘기한다.

그의 아내는 한 숨을 내쉬며 말없이 병상 옆에 있는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낸다.

최부장은 거의 한 달 동안을 미국을 거쳐 유럽까지 순회하는 해외출장을 강행하던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현지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며칠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의사의 말로는 현지에서 응급치료가 그나마 빨리 이뤄져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는 왼쪽 팔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DB오토모티브의 해외영업팀의 수장을 맡은 뒤로 수년간 해외를 누비며 해외사업을 책임져왔다.

팀원들은 그런 그를 존경하고 따라왔다.

팀원들을 항상 가족처럼 챙겨주는 그의 성품과 해외에서 SOS를 치면 날아와서 팀원들을 문제를 해결해주고 지도하던 야전 사령관 같은 존재였다.

해외사업이 계속 확장되가면서 그는 해외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갔다.

일 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는 유랑민 같은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활약 덕분인지 회사의 해외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뛰어넘은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영업부서의 직원들은 그가 이사(임원)로 진급해 현재의 영업본부장인 이 부사장의 뒤를 이어받아 영업총괄 책임자가 될 거라 생각했다.

재무팀 출신의 견이사가 그 자리로 발령 나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고 연이어 발생한 그의 사고는 뒤엎은 예상을 다시 뒤엎긴 힘들겠다는 확신을 모두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



"와~ 정말 최부장님 어쩌냐?"


"좆같지 정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더니..."


"이제 몸까지 저렇게 되셨으니... 참..."


"굴러온 돌이 임원 다는 게 쉽지 않아, 부사장님이야 처음부터 완성차에서 임원으로 모셔온 케이스지만 부장님은 과장으로 시작해서 올라온 케이스라 임원은 쉽지 않을거야, 박힌돌들이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지, 글고 알다시피 부장님이 또 사바사바를 잘 못하잖아”



병문안이 끝나고 팀원들은 근처 술집에 모여 앉았다. 주차장과 유과장은 집으로 가고 나머지 팀원들만 따로 모였다. 어차피 주차장이 남았다면 다들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최부장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울때면 항상 팀내 2인자인 주차장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부재한 리더쉽과 눈치만 살피며 책임을 회피한 권한만 가지려는 성향이 팀원들로 하여금 그와의 거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팀원들의 고충이나 문제를 해결보다는 최부장이 없는 사이 항상 그 윗선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첨과 아부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었다.

팀내 중요업무에는 관심이 없고 쓸데없는 윗사람 의전 잡무들을 팀내로 가져와 만만한 대리나 사원급 팀원들에게 부담을 얹혀주곤 했다.

나 또한 최부장이 부재할 때마다 주차장의 지시로 업무시간에 이부사장과 견이사의 차를 몰고 나가서 손세차와 오일교환등의 잡일들을 하고 오는 경우가 심심잖게 있었다.

안 그래도 모자란 업무시간에 다른 잡일을 하고 있으니 제 시간에 퇴근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과장은 주차장과는 또 다른 이유로 팀원들과 거리가 있었다.

그는 일본 영업 담당이지만 말이 일본 영업이지 실질적인 영업팀의 고유업무(견적, 입찰, 원가등)보다는 행정적인 혹은 마케팅적인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팀내 업무보다는 기획실과 마케팅팀의 프로젝트성 업무에 TF로 활동하며 서포트하는 업무가 많았다.

일본 쪽은 실질적인 완성차 고객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말은 일본 쪽 매출도 전무하다는 말이다.

회사 초창기 램프 제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의 선진 램프 부품사들과 체결한 기술제휴협약 때문에 로열티 관련 혹은 기술적인 교류가 있을 뿐이었다.

일본의 기술제휴 협약사와의 로열티 계약 갱신이나 메신저 역할만 하고 있었다.

그의 그런 업무는 고객사(완성차)에게 밤낮없이 시달리며 끌려다니는 노예 같은 다른 팀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홀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자는 어울리기 쉽지 않다.

좋게 말하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이고 나쁜게 말하면 왕따이다.

더군다나 그는 한 번 회사를 나갔다가 컴백한 인물이었다.

그는 3년전 돌연 자신의 장사를 하겠다며 회사를 나가 빵집을 차렸다.

남들 몰래 주말마다 제빵제과 기술을 배우며 야심차게 준비한 빵집이었다.

하지만 그가 빵집을 오픈하던 시기 프랜차이지 빵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그의 빵집이 있던 동네에도 얼마되지 않아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값싸고 종류도 많은 그리고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쿠폰과 포인트에 혹해 그 쪽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고 개업한지 1년만에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그리고 당시 팀장으로 승진한 최부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제 발로 나간 직원이 다시 돌아온 케이스는 그가 창사이래 처음이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고울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흔을 바라보는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가장으로 체면이나 자존심은 모두 버린 듯 보였다.

얼굴에 철판이라도 덮은 건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직원들에게 계속 다가갔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행동은 아니었다.

그는 알면서도 계속 그런 행동을 일삼았고 결국 팀원들과 타 부서 직원들도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건 그의 업무능력이나 대인관계의 기술의 결과라기 보단 순전히 그에 대한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1여년 간의 따가운 주변의 시선과 무관심을 이겨낸 데 대한 보상 혹은 가장의 위대함에 대한 동정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회사 내에서 내적 고민이나 비밀스런 사안까지 공유할 정도의 관계로 까진 발전할 수 없었다.

결국 그냥 회사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그런 인물로 비춰지고 있었다.



“그래도 부장님은 실무도 다 치고 올라온 사람인데... 그리고 지금의 해외영업팀을 만든 장본인인데··· 쩝"


"아까 봤지 사모님 표정? 부장님 가족들과도 사이가 안 좋은 거 같던데..."


"애들은 보이지도 않더만요"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가정에 불화가 심한가 보네요”


“야~ 그럼 남편 그리고 아버지가 허구언날 해외를 떠돌아 다니고 집엘 안 오는데 집안이 화목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



구과장의 마지막 말에 다들 표정이 굳어진다.

그의 말이 혹여 자신도 그렇게 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자숙의 시간을 가지는 듯 보인다.

최부장은 회사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하는 워커홀릭이다.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직원들의 역량도 끌어올리는 리더십도 겸비한 영업의 핵심 인력이다.

인생은 기회비용이라고 했던가?

그가 회사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으로 얻은 실력과 명성은 가정을 포기한 대가였던 것일까?

소문에 그는 가정의 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병원에서 봤던 그의 아내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붙어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가정에선 철저한 외톨이였다.

회사에서는 총망받는 인재였지만 가정에서는 쓸모없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더 회사와 일에 집착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본디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을 계속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회사도 그를 찾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회사는 일단 그를 무기한의 병가로 처리했지만 누구도 그가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



"다들 알겠지만 최부장 부재중이라 일단 주차장이 해외영업팀장 대행을 받아서 할 거예요, 팀원들은 최부장의 빈자리가 크겠지만 주차장을 잘 도와서 업무에 차질 없도록 해주길 바래요"


"..."


"팀원들은 앞으로 당분간 국가별 영업현황을 주차장한테 보고하도록 하세요"



월요일 아침 이웅재 부사장이 해외영업팀의 주간회의에 참석했다.

그도 병문안을 다녀 왔고 최부장의 빠른 복귀가 힘들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주차장은 가느다란 눈꺼풀에 덮인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부사장과 팀원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아놔~ 주차장님이랑 일할 생각을 하니 골이 아프구만"


"휴~ 그니까요"


"앞으로 담배가 더 늘겠구먼"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야죠"


"아까 봤지 주차장 회의 끝나고 쪼르르 부사장님 쫓아가는 거, 하여튼 그 양반 처세술은 알아줘야

해, 전대리! 이제 중국 파트 보고는 니가 직접 해라, 난 주차장님이랑은 근본적으로 대화가 잘 안되니까 알긋제?"


"예?!... 예"



점심시간 주차장이 부사장과 식사를 하러 간 사이 팀원들끼리 식당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다들 밥 한 숟갈과 한 숨을 번갈아 가며 먹고 내쉬고를 반복하고 있다.

다들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 같은 모습이다.

사실 나 또한 입사 이후 최부장 응원과 격려가 힘든 직장생활에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



----------------



"많이 힘들지?"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딱 봐도 죽을 상이구만"


"예?!"


"좀만 참아~ 구 과장이 싸가지가 없어도 배울 게 있는 놈이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세상엔 말이야 쓸모 없는 사람이란 없어, 다만 그 쓸모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데 신경을 쓴다고 인생을 허비한단 말이지"


"..."


"선택과 집중이란 말 알지?”


“예···”


“모든 걸 다 신경 쓰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버릴 건 버려버려, 난 네가 구과장보다 더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예..."


"남자가 왜 이리 자신감이 없어~ 힘내 짜식아! 주눅 들지 말고"


"근데 부장님은 뭘 버리셨어요?"


"나? 글쎄... 음..."



과거 팀 회식이 끝나고 최부장이 팀원들 몰래 나들 다독이려 마련한 둘만의 술자리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직장에서의 성공을 선택하고 일에 집중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내가 되물었던 질문에 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그 대답이 그 당시 나를 수긍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가 버린 것은 건강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회사와 가족 모두에게서 버림받았다.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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