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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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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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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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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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와 만난 아이들

DUMMY

사다리 끝에 발을 딛고 선 채로, 깊숙하게 나무 안으로 머리를 밀어놓고 새 집을 놓아줄 마땅한 자리를 찾느라, 이 가지 저 가지 위를 흩어보며 꾹꾹 눌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아들의 기척을 느끼고 있던 그녀가 나무위에서 큰소리로 마존을 부르고 있었다.


“인이 왔니? 녀석, 동굴 속에라도 숨어 든 줄 알았더니만, 온전히 돌아다니기는 하네.

어미가 있는 줄도 몰랐지...? 나도 아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동안 뭐, 많이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게야? ... 어미도 잊고 살만큼?"


여전히 머리는 나무가지 사이로 밀어 넣은 채, 엉덩이만 들썩거리며 쏟아내는 투정이었다.


깜짝 놀란 마존이, 순식간에 어머니가 올라간 나무 아래로 달려가 사다리를 잡으며 위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위험하게 위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마침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새집을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익숙한 듯, 성큼 성큼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속바지 안으로 구겨 넣은 치맛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어 툭툭 털며, 아들보다 진소를 향해 먼저 찡긋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얼마 전 부용조가 새끼를 낳았는데 작은집에 다섯 알이나 낳았잖니. 아빠 새는 집안에 발도 한번 들여놓지 못하는 것 같더구나... 집이 너무 작았던 게지. 그래서 오늘 이 어미가 큰집을 들여놓고 알들을 모두 이사 시켜주고 오는 길이니까,

... 이제 온 가족이 한곳에 들어앉아 같이 잠들 수 있을 거야!”


뿌듯함과 즐거움이 가득한 그녀의 발그레해진 얼굴에는 잔잔한 아침햇살이 풍성하게 깃들어 있었다.

아픔이라고는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햇살은 그녀의 모든 것이 밝게 빛나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행복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존의 마음에도 한결 가벼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에는 별 관심이 없이, 어머니는 마존의 옆에 선 당당을 더 격하게 반기고 있었다.


“ 아유... 당당이는 항상 씩씩해 보이네. 우리 인이 보다 더 믿음직해!”


마존이 여느 아들들처럼 어머니를 향해 뽀루퉁한 얼굴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어머니, 아들도 좀 봐주세요! 그리고 힘드신 일은 선력으로 하시면 되실 걸, 왜 몸소 위험한 일을 다 하세요!"


마존의 말에 자청비군이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하였다.


“네가 어릴 때 어미가 힘 든다고 널 씻기고 입히는 일을, 선력으로 해결한 적이 있겠느냐?”


옆에 다가와 앉는 당당을 다정히 쓰다듬으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 진심이 담긴 일은,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따위는 느낄 틈이 없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과정이 그냥 좋은 것이지.”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 보이는 아들의 마음을 느낀 자청비군이 마존의 표정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이 담긴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마존, 비밀이 있군요!. 이 멍한 표정은 어릴 적부터 어미에게 들키지 않은 적이 없답니다.”


멈칫하던 모습에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의 단아하게 빗어 올린 머리위로 어울리지 않게 내려앉은 갖가지 풀잎들을 떼어주며, 남 말을 하듯이 건성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정심검이 택한 이가 나타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녀는 아직 정심검을 잡을 수도 없어요!"


자청비군이 곁눈을 치켜 올리며 웃음을 짓는 모양새가, 아들의 이야기에 무척이나 호기심이 가는 듯하였다.


“정심검도 나이가 들었나? 잡지도 못할 상대를 어떻게 선택할 생각을 했지?”


아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어머니가 항상 던지는 말은, 날카롭게 아들의 마음을 헤집었다가 다시 흔들림없이 그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큰 힘이 되어왔다.


“미인, 그녀가 정심검의 주인이 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구나!”


어머니의 말에 잠시 당황한 마존이, 마른 기침소리를 내뱉으며 진소를 흘깃 쳐다보기까지 하였다.


“정심검은 마존이 보천귀장을 무사히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큰 힘으로 도와주는 검이지!

마존이 시간을 돌리는 깊이에 따라 정심검도 그 만큼의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마존을 진심으로 믿고 위하는 마음이 생겨야 그 큰 힘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이지."


건성으로 듣는 척 하는 표정 속에, 관심을 놓치지 않는 아들의 마음을 넌지시 즐기던 자청비군이 거침없이 마존의 마음을 부추기고 있었다.


“마존이 먼저 여인의 마음을 잡아야지 ... 여인의 마음이 그냥 얻어지나?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다른 이의 진실된 마음을 얻는 것인데,

더군다나 정심검이 없는 이명검은 너무 위험하니, 자신과 세상을 위해서라도 둘의 만남은 꼭 이루어져야 할 일인 것 같은데 ... 노력하시게 마존! ”


둘의 대화를 더 재미있게 듣던 진소의 짓궂은 눈길을 느낀 마존이, 소맷자락을 툭 털며 일어나 마당의 누각쪽으로 향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마도... 이번의 정심검의 주인은 희생 같은 건 생각지도 않을걸요. 이명검보다 더 앞서 싸움에 나설 텐데... 아마도 먼저 뛰쳐나간 정심검을 이명검이 희생해서 뒤치닥거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흠."



***



태선궁의 연회실에서는 넓은 장소가 무색하게, 삼계에서 참석한 몇몇의 손님들만 천제의 생일 연회를 축하하기 위해, 잔치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로 모여 있었다.


온통 하얀색으로 들어찬 상신들과 천제의 후광의 위엄 속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검은빛의 도포자락에 먼저 눈길이 간 운이,

아직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은 마존을 향해 연신 눈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각자가 앉아있는 자리 앞에는 작고 정갈한 반상만이, 조금은 잔치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양새로 열을 지어 놓여 있었다.


반상위에는 천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새벽이슬로만 빚은 천로주가 백옥의 작은 술병에 담겨 같은 백옥잔과 함께 나란히 놓여 있었고, 탐스럽게 영글은 천계의 복숭아와 갖가지 떡과 천과가 소담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천제가 권하는 술을 모두 함께 따라 마시고, 천제의 홍복을 기원하며 각자가 마련한 선물을 천제의 사관에게 전달하였다.


“또 한 번 본존의 탄생일을 축하해 주기위해, 이렇게 함께 자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오!"


상석에 앉아 천로주의 잔을 내려놓으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천제의 음성이 크고 웅장하게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성의 별이 다가옴으로, 인간계에도 요 마귀의 힘이 많이 커지고 점점 더 무질서해지고 있다고 하오!

요 마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으니, 미리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 대비를 해야 할 것이오.

바쁜 상제를 대신해서 고맙게도 중천의 공주와 태자가 참석했다고 하는데, 어느 곳에 있는가?”


손님이 얼마 없는 연회장 아래쪽을 서서히 흩어보던 천제의 시선은, 벌써 자운과 원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그들의 모습을 세심하게 흩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영선강의 지류인 해명연에서... 옥호의 선기를 응집시켜 탄생한 아이라고...?'


자운과 원이 제법 어른스럽고 정중한 자태로 천제의 중앙 상석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모아 올리며 예를 갖추었다.


“중천의 태자 자원과 자운이 천제를 뵙습니다. 탄생일을 진심으로 경하 드리며, 구중천의 안녕에 미흡한 힘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중천도 한마음으로 천계를 보우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상시와 사뭇 다른 자운의 모습에, 천제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마존이 무심한척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굳은 얼굴 사이로 살며시 미소를 드러내고 있었다.


‘풋, 며칠 만에 자랐군...’


마존이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기 위해 천로주의 백옥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을 머금을 즈음. 잠시 말이 없던 천제도 비밀스러운 감정을 숨긴 채 자운과 원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 옥호의 아이들이라... !'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사이, 자운이 어색한 표정을 담아 볼 살을 살짝 부풀리며 입술을 뾰족이 내밀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태자 성운제군이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게 보였지만, 운은 천제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는 마존에게 먼저 반가운 눈인사를 건네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마존은 한 번도 자운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천로주를 음미하는 일에만 몰두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자운의 작은 행동을 눈여겨 지켜본 천제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눈자위에는 경련처럼 자잘한 떨림까지 일고 있었다.


볼 살을 살짝 부풀리며 입술을 뾰족이 내밀 때의 자영의 모습이, 지금 옥호의 아이라는 자운의 모습에서 그대로 되새겨 지고 있었다.


어떤 생각에 빠져들 때의 자영의 이런 모습은 언제나 아이처럼 귀엽고 천진난만 했었다...지금 그의 눈앞에 선 저 아이처럼!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천체가 운에게 말을 건넸다.


“상제가 이렇게 훌륭한 아이들을 길러냈다니, 정말 뿌듯하겠구나. 그럼 어머니는 뉘 시더냐?”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이번에는 자원이 천제를 향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버님께서 항상 말씀하시길, 영선강의 선기와 새벽하늘의 영기가 저희들을 품고 키웠기 때문에, 이를 어머니라고 여기고 스스로를 이처럼 크게 키우라고 하셨습니다!"


“음...”


천제의 떨림이 묻은 말소리가 나직이 입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다음순간, 어색한 정적을 뒤집어엎듯 자운의 여전히 맑은 목소리가 태선궁 안을 깨우기 시작했다.


“더불어, 이번 천기성이 인간계의 정북에 머무르는 날, 중천의 결계로 인해 아버님을 포함해서 중천의 어느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아버님께서 천제께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천기성이 정북에 머무는 날이라면... 자영이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아닌가!

굳이 내게 전해야 할 말인가...

그동안 한번도 내게 양보하지 않으려고 막아서던 날이었지.

이번엔 자네가 자영을 만나러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내게 전하려 함인가? 무슨 생각인거지 ... 옥호...!'


여전히 흔들리는 눈빛을 다잡으며, 주변을 의식한 천제가 조금 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이번에 얼마동안 중천에 결계를 보완하느라 혼들이 들어오는 문외에는 모든 문이 닫혀 진다고 하였지. 상제가 미리 부탁한 바가 있으니, 그동안 공주와 태자, 중천의 대신들은 이곳에서 불편함이 없이 잘 지내도록 하라!"


그리고 생각이 난 듯이, 천제가 전신쪽을 향해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 백현, 중천의 자운 공주는 평상시에도 항상 검술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하네.

어떻게 알았는지, 허허... 태자가 미리 부탁한 바가 있으니, 앞으로 공주가 천계에 머무는 동안 태자의 검술 연마 시에는 자운공주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네. 부탁하네!”


갑작스럽게 닥친 이런 행운에 자운의 눈과 입이 함께 벌어진 채, 태자를 향해 두 주먹을 가슴 앞으로 치켜 올리며 한껏 신이 난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대답이 이어지지 않는 전신에게, 주눅이든 운이 불안한 듯 그를 조심스럽게 올려보았다.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제...!"


드디어, 전신이... 천제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결국은...


자운의 얼굴에, 감출 수 없을 만큼 화색이 번지며 성운제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길을 받은 성운이 기분 좋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는 걸로 봐서 , 아마도 그도 굉장히 뿌듯해 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마침, 마존의 천로주가 술잔에 담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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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27 22:55
    No. 1

    아아 마존을 향한 마음이 생겨야 정심검을 잡을 수 있는 거군요. 노력하세요 마존! :)
    ㅎㅎ마존 귀여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3.12.28 01:35
    No. 2

    네~~ 인연이.. 쉽게 이루어 지나요.
    더우기, 사랑하게 될 인연이라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테지요~~^^
    전 별님이 넘 귀여운데용~~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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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0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3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7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6 6 12쪽
»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2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6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3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1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7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1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7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4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6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5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1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7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0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9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4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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