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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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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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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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 만 남

DUMMY

수인은 신중하게 천천히 옥호의 가슴 앞을 한 바퀴 돌고, 뻗혀지는 손가락 하나하나에 강한 힘의 기운이 고이기 시작했다.


두모 선인의 굽은 허리춤 뒤에서 숨은 듯 지켜보던 현연은, 상제의 이 모습이 너무 우아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준다고 생각하며, 지켜보는 내내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걷혀지지 않고 있었다.


부모마저도 알 수 없는 현연에게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부러움 이었지만, 그렇기에 부모처럼 지금껏 자신을 돌봐 준 상제와 두모선인은 현연이 세상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순위로 뽑은, 가장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멋진 아버지를 가진 운 좋고 사랑스러운 아기씨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잘 돌봐드릴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또한, 이제 이 아기씨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의 순서로 세 번째와 네 번째가 될 거라는 셈까지 마친 후였다.





****




매달 그믐달이 뜨는 인간계의 늦은 새벽녘에는 유독 귀신들이 많이 설치고 다녔다.


삭이 되어 세상이 어둠에 감겨 버리기 직전의 순간은, 길을 잃고 숨어 다니던 영혼들마저도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이 좀 더 많은 것 같았다.


어둡고 조용하게 기울어가는 기운이 충만한 이때가, 혼들에게는 조금 더 세상이 평안하게 느껴지는 때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 귀신들은, 전생에 그들이 살았던 세상과 너무 달라진 환경 속에서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다니기 일쑤였고, 이날에 맞추어 배부르게 원기를 채울 수 있는 소귀들에게는 마치 벼르던 잔칫날과 같은 날 이기도 했다.


인간계에서 길을 잃었거나 이전의 세상에 미련을 떨치지 못한 혼령들을 거둬 가기위해, 규령선관들도 이날은 평소보다 더 많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을 시간쯤, 몇몇의 인간들의 영혼은 이미 심술궂은 혼령들에게 잡혀서 그들이 깨고 나면, 사나운 꿈이라고 얘기할 시간 속에 갇혀 수모를 겪고 있었다.



대숲 어귀에서 바람이 일자, 마치 살아 있는 듯이 꿈틀거리는 숲 사이로 푸른빛의 검광이 짧게 번뜩이더니, 귀신들과 선관 사이에 뒤섞인 비명소리와 욕설 섞인 웅성거림이 분주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니면서, 멋있는 척은...! 원아, 소혼낭을 펼치거라. 귀신 다섯 마리 한꺼번에 들어간다!”


대숲 아래에 서서 위를 쳐다보던 앳된 소년이 신선다운 자태를 풍기며, 즐거워 보이지만 고상함이 가득 묻어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높다란 대숲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맞추어, 소년은 두 손위로 하얀색의 주머니를 불러내어 선기를 이용해 작은 주머니 입구를 크게 부풀렸다.


이내 빨려드는 듯이 검은색의 기운이 주머니 안으로 무리지어 들어간 후, 저절로 닫혀 지는 주머니를 보고 흡족한 듯 소년이 다시 두 손에서 주머니를 사라지게 하였다.


“누님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오늘만 귀신 오백위 쯤은 잡은 것 같아요. 해가 곧 뜰 것 같은데, 아바마마께서 해뜨기 전에는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


다그치는 순간에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동생을 향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운이 한 손으로는 동생의 어깨를 사랑스럽게 다독이며 다른 한손으로는 장난삼아 월령 끝에 달린 술을 뱅뱅 돌리며 동생의 눈앞을 어지럽게 하였다.


“그믐날의 귀신들은 모두 너무 약해서 이 월령만으로도 수백 마리쯤 잡는 건 일도 아니야. 피리 소리 만으로 혼들을 멍 하게 만들어 놓고, 소혼낭 안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하는 건 너무 재미없잖아.

이 선요검으로 한 마리씩 상대해서 잡는 쾌감이 얼마나 신나는데 ... 오늘에서야 이 선요검을 쓰는 걸 허락 받았는데, 우리 조금만 더 잡고 가자. 응...?


상제는, 이전 자영이 사용하던 이 옥빛의 검 날이 맑게 빛나는 선요검과 월령을, 그녀의 용맹함을 닮아 규령선관을 자처하는 그들의 딸을 위해 아이들이 태어난 지 오만 번째의 생일날 기념으로 전해주었다.


"아버지께는 이 누님이 잘 말씀 드릴게. 우리 아버진 이 누님의 찡긋하는 미소 한번이면 모두 다 허락하시게 되어있어!"


그 말에는 자원도 부정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누이가 서로를 마주보고 웃고 있는 사이, 새벽이 다가오는 탓인지 불현듯 차갑고 맑은 기운이 감돌며, 익숙하지 않은 달콤한 향이 주변에서부터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설레는 듯하지만, 날카롭게 정신을 긴장시키는 묘한 느낌에 빠져들 때 쯤. 순식간에 어두운 형체가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둘을 향해 가까이 다가섰다.


우뚝 드러난 모양새가, 인간의 수족은 닮은듯하지만 박쥐의 퀘퀘한 어둠과 큰 눈을 닮은 것이, 언뜻 보기에도 자연스러운 피조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그들을 향해 덮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신이 아니야. 요괴다!‘


귀신은 내공이 없어 인간이나 선관을 크게 다치게 하는 일이 없었다.

육신을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 속에 오래 갇혀 있다 보니 생각 이라는 걸 잘 하지 못하고 성격만 포악해 지는 게 대부분 이어서, 가벼운 싸움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괴는 포악함은 물론이고 술수에도 능해서, 초입 규령선관 들에게는 임무에도 주어지지 않고 상급 선관들에게 위치를 알려준 후에, 그냥 피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전까지의 상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감지한 자운이 동생을 가볍게 밀쳐내며 소리 쳤다.


“원아 조심해! 저리 가서 소혼낭을 펼치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 움직이지 말고!”


소혼낭을 펼치면 주변의 영들이 주머니 안으로 빨려드는 기운으로 인해, 스스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용을 써야하는 근처의 악귀나 마귀들로부터 잠시 동안은 안전해 질수 있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혼이 없으면 잠시 후 소혼낭의 입구는 스스로 닫히게 되어,

빨려드는 기운을 버텨낸 거센 요괴는, 소혼낭이 닫히고 다시 열리는 순간동안 큰일을 저지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혼낭을 펼친 채 빛 속에 웅크린 동생을 확인하면서, 자운은 어머니의 선요검에서 나오는 검광과 함께 요괴와 엉키기 시작했다.


요괴의 야릇한 울부짖음과 뒤엉켜 현란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한 번씩 드세게 내뱉는 자운의 욕설과 함께, 그들이 맞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빛이 오히려 자유롭고 유쾌하게 어둠속을 휘젓고 다녔다.


잠시 후, 또다시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윤곽을 흐릿하게 뿜으며 나타난 검은 그림자 둘이, 검광과 욕설이 난무하는 이곳을 향한 채로 지그시 바라보며 서있었다.


“ 저 아이는 머리가 나쁜 건가, 배움이 짧은 건가 ? 아직 초입 규령선관인 것 같은데, 삼살목을 상대 한다고...?

다행히 이마위의 눈을 아직 뜨지는 않은 것이, 삼살목도 저 아이와 노는 게 지금까지는 꽤나 재미가 솔솔한가 보군.

하지만 저러다가 삼살목이 저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세 번째 눈을 뜨게 되면 저 아이는 심연의 어둠으로 떨어져 삼살목의 양분이 되고 말 텐데, 안타깝구만... 요괴의 식사가 되어 버리기엔, 아직 어려 보이는데. 쯧쯧 !"


어둠속의 사내가 철없는 선관의 운명에 혀끝을 차고 있는 사이, 그 주인의 옆에서 위용 있는 자태로 묵직하게 앉아있던 지옥의 신수인 삼두견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격하게 꼬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것만으로는 부족 했는지 '끄응' 하고 앓는 소리와 함께, 이제는 앞발로 땅을 튕겨가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옆에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며 신수를 바라보던 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영수인 삼두견에게 나무라는 소리를 하였다.


“당당아, 네가 여자아이를 유독 좋아하는 건 알지만, 저 아이는 지금 아주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중이야. 그런데 네가 혀를 뽑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고 저 아이가 너를 돌아봐 줄 짬이나 나겠느냐!

마계인은 쓸데없이 이 목숨 저 목숨 구해주며 다니진 않는다. 그러니 그냥 측은하게만 여기고 가만히 있거라!”


하지만 옆에서 하는 말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 듯, 주인의 이야기가 아직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마계의 신수는 어느새 웅장한 위용을 뿜으며 번뜩이는 검광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검은색의 짧고 매끈한 털로 덮여진 몸뚱이는, 날렵하게 움직이는 근육질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며 균형감 있게 뻗은 사지로 이어졌다.


지옥의 문을 지키던 삼두견의 형상으로, 세 개로 나뉘어진 머리는 뻗뻗하게 허공에서 허느적 거리며, 터럭하나 남기지 않고 물어뜯을 기세로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눈빛을 부라리며 삼살목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세 개로 뻗은 목 부분을 둘러싼 검은색의 풍성하게 윤기 나는 갈기가, 겨울밤 달빛을 머금은 얼음보다 더 차갑고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망설임 없이 요괴를 향해 뛰어든 신수였지만, 무슨 일인지 검광 속으로 뛰어들었던 거대한 몸집이 갑작스럽게 그들이 싸우고 있는 허공위에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삼두견은 형상이 작아진 채 허공에서 떨어진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되어 자운의 품안으로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바라보던 삼두견의 주인이자 마계의 수장인 그도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작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한 탓에 능력도 함께 줄어든 상태로 저 험한 싸움터 속으로 뛰어 든 자신의 영수를 따라, 결국은 그 자신도 잠시도 망설일 틈이 없이 분주한 검광 속으로 함께 뛰어들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지켜 주는지 모르겠구나! 아무리 취향이 한결 같다지만 이 순간에도 소당으로 변한다는 건, 영수로서의 책임보다 사심이 더 크다는 말이잖아. 마계의 신수라는 녀석이... 혼이 좀 나야겠어!”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그의 두 눈은 어둠속에서 작아진 삼두견을 찾아 걱정이 가득 담긴 눈길로 매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순간, 삼살목과 대치하고 있던 자운이 이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잠시 움찔하는 사이,

이제 허공위로 날아오른 삼살목이 이마 위의 세 번째 눈을 꿈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자세를 고쳐 잡기 시작했다.


마치 먹이를 향해 큰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야수처럼, 음흉하게 만족스러운 웃음기마저 띠며 붉은 살기가 가득한 눈을 치켜 뜨자,

눈에서 나오는 요기가 서서히 그녀의 움직임을 제압하기 시작하였다.


세 번째 눈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강한 마취의 독에 당한 듯, 몸의 감각이 사라지며 그 기운이 이끄는 대로 어디로든 그대로 딸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자운이 당황해 하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귀엽고 작은 검은 강아지가 촉촉한 눈망울을 빛내며 그녀의 품을 지나 가냘픈 어깨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어깨위로 올라가는 작은 강아지의 눈에도 삼살목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한 살기와 마기가 뻗쳐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못 마땅한듯한 표정으로 나타난 검의 옷의 사내가 그녀의 앞을 스치며 날아오르더니, 재빨리 수인을 맺은 후 강한 기운이 담긴 빛을 삼살목의 눈을 향해 날려 보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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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1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3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8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7 6 12쪽
29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2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7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4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2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40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8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1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8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5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7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6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2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7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1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9 9 14쪽
» 9화 .. 만 남 22.07.15 76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1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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