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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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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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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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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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당당이의 전생 .1

DUMMY

거침없이 마존의 앞으로 다가 선 보연이, 그녀의 손에 들려진 검 자주빛이 감도는 호리병을 그의 주군을 향해서 거칠고 예의있게 받쳐들고 있었다.


염라옥에서도 소멸 되어야 할 거친 요마괴의 혼이 담겨있는 병이었다.


아무리 소멸되어야 할 혼이지만, 더 이상 보연의 손에만 맡기는 게 안심이 되지 않은 마존이, 지난번 보연에게 이 일을 맡긴 후 부터는

소멸할 혼들을 처리하기 전에, 반드시 그에게 먼저 가져와서 확인을 받게 하도록 하였다.


호리병 위로 운기한 손을 올리며 혼들의 상태를 확인한 마존이 다시 보연에게 돌려주며, 용마천으로 모두 흘려버리기를 명하였다.


혼들이 모두 버려지는 것이 아까운 당당이 호리병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원기가 부족한 표정을 지으며 마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존은 언제나 매정하게, 당당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보연을 향해 물러가라는 손짓을 할 뿐이었다.


그날 이후, 마존은 당당이 혼을 섭취하는 것에 아주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인사를 마친 보연이 뒤를 돌아 내려가면서, 보이지 않을 만큼의 곁 눈길로 차갑게 자운을 쏘아 보았다.


하지만 또다시 당당이 그녀에게 머리를 부비 대는 통에, 까르륵 거리며 몸부림을 치던 운은 보연의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녀의 뒷모습에 웃음기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 마존, 왜 하필이면 염라옥의 커다란 문을 지키는 분이, 노쇠한 할머니 이신 거죠?.”


보연이 다녀가는 모습을 본 후 생각난 듯, 손으로는 여전히 당당을 쓰다듬으며 자운이 물었다.


“그녀는 원래 천계 신선의 몸이지, 승겁을 겪는 과정에서 인간계에서 맺은 아들의 인연을 차마 놓지 못하고, 많은 곳을 뒤져서 겨우 이곳에 있는 아들을 찾아낸 거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운의 눈빛은 마존의 입술을 부담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운의 표정을 읽은 마존이 조금 더 자세하게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마기의 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생에서 저지른 죄업의 대가를 겪고 있는 동안, 그의 곁을 지키게 해달라고 애원하는걸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아들과 가장 가까운 그 곳에서라도 머물도록 허락한 것이지."


그의 이야기에 눈빛이 촉촉해진 자운이 다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 찹쌀 경단은 왜 그렇게 많이 빚고 있는 건가요. 마존?”


금방 눈매가 촉촉해지는 운을 보던 그가, 운의 귀가 참 얇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또한 조금 더 찬찬히 대답을 이어갔다.


“아들이 전생에서 꿀에 절인 경단 떡을 많이 좋아해서, 백년마다 직접 빚은 경단으로 떡을 만들어 염라옥의 모든 혼들에게 나누어 먹이지.

물론 그녀의 아들도 먹게 되는 거고,

짧은 인연이었지만, 매번 어미의 정성이 담겨진 깊은 마음을 느끼는 게 있는지, 그녀의 아들의 수행도 이제 조금씩 진전이 보이니, 나중에는 함께 염라옥 주변을 벗어나게 될 날이 오겠지!"


다시 혼잣말을 하듯 운이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윤회하는 삶이라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인간들의 마음만큼 강하고 진실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가끔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궁금하고 부럽기도 해요.”


그녀의 말을 솔깃하게 듣던 마존이, 넌지시 그녀와의 또 한 번의 만남을 생각하며 입 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인간들이 축복하는 새해의 시작을, 함께 구경하러 갈 텐가... 자운 공주?”


뜻밖의 말에 놀란 자운이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대답대신 흥분한 눈빛으로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 위를 더듬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 이지만, 그렇게 말한 그의 입술을 찾아서 확인 해야지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돼요... 마존? 우리가 인간계에 내려가면 인간들의 눈엔 우리가 보이지 않을 텐데. 새해의 기분을 인간들과 함께 나눌 수가 있나요?”


그녀의 눈빛을 받으며 달아오른 감정을 애써 눌렀지만, 더듬거리며 나오는 말소리를 헛기침으로 메우며 그가 대답했다..


“본존과 함께 가면.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얼마든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마존 ! 너무 좋아요 !! 그들의 새해가 언제인가요? 이제 곧 다가오는 건가요?"


그녀의 맑고 더 높은 외침소리에 잔잔히 흘러가던 혼들의 움직임이 거칠어지자. 마존이 나무라듯 마계의 수장다운 엄한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의 그의 표정은 자운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그가 남들이 무서워하는 마존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감정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그녀의 환호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지자, 얌전히 앉아 있던 당당마저도 꼬리를 치켜들고 그녀의 맑은 소리를 따라 누각 위를 뛰어 돌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따라, 망천강물 위를 뉘적뉘적 타고 내려가던 혼들도 달밤을 타고 흐르는 반딧불이의 무리처럼, 어둠을 타고 경쾌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혼들의 흐름에 당황해 하는 마존의 마음을 알아차린 진소가, 그들 가까이로 다가오더니 자운을 향해 말을 건넸다.


“자운 공주님, 중천의 여장들이 마계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맞아요! 저, 그런데요... 마존!"


한껏 흥이 오른 감정을 다잡으며, 운이 마존을 향해 천천히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당당이가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나은 곳이 있어서 다시 아파지면 안 되니까, 당당이도 다시 한 번 볼겸, 또...사실 전, 이곳이 너무 흥미로워요. 나중에 마계에 다시 한 번 더 들러도 될까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마터면, ‘나도 좋아!' 라는 말을 바로 내뱉을 뻔한 입술을 마존이 꽉 다물어 버리자,

자운이 부풀린 볼 살 사이로 삐죽이 나온 입술을 내밀어 보였다.


“당당의 은인이니, 언제든 당당이가 보고 싶을 때는 현빙화의 꽃잎을 띄워 전음부를 보내면, 진소를 보내도록 하겠다.”


기대하던 답이 나오자,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실린 운이 기분좋게 소리를 질렀다.


“... 네, 마존 ! 그렇게 할게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


자운의 대답은 휑하도록 짧게 지나갔다.


마치 다른 말은 더 듣지 않으려는 듯. 다급하게 인사를 건넨 후 날듯이 가볍게 누각의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 정심검의 선택 이라고...?”




*****




뜨겁게 내리쬐던 오후의 태양빛이, 어느 날 부터인가 따스한 온기로 느껴지는 계절로 접어들자.

갓 태어난 여덟 마리의 아기 강아지들은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줄곧 드러누워 잠이든 어미의 더 깊은 품속으로 약속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어미의 향기로운 젖가슴 사이에 묻혀 잠이 드는 순간이 참 평안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잠시. 머리와 목이 눌리고 잠들기 전 어미의 젖으로 빵빵하게 채워진 배는 토할 것처럼 무엇인가에 무겁게 눌려지는 느낌이었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귀신들의 무게에 눌리는 악몽에 시달린 탓에, 신경질적으로 잠이 깬 작은 강아지가 형제들의 엉켜진 몸 사이에서 엉거주춤 앉은 채 뒷걸음질로 삐죽삐죽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냄새나는 궁둥이를 어디다 얹고 잠든 거야!’


어미의 품 안에서, 어미를 닮아 하얗고 뽀얀 일곱 마리의 강아지들이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서로 엉겨 붙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검은 털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이 녀석은, 유달리 힘도 세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 언제나 가장 많은 양의 젖을 흡입한 후 어미의 젖꼭지 하나는 입에 문채로 잠이 들기가 일쑤였다.


어미의 늘어진 품 사이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형제들의 팔과 다리를 제쳐가며 온전히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나오자, 늦여름 햇살에 달궈진 마당의 흙 내음이 온몸을 흩어 내리듯이 평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평안함도 잠시, 낮고 거친 바람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검붉은 벼슬을 매섭게 펄럭이며 달려드는 뚱뚱한 새의 공격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공포에 질린 아기 강아지가 짧은 다리로 몇 걸음을 내 달렸지만,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모르는 어린 강아지의 몽실한 궁둥이는 금방 땅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거세게 따라붙던 뚱뚱한 새도, 한동안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이 작은 강아지에게 이제 흥미가 떨어졌는지,

잠시 후 ‘꼬끼오-' 하는 일갈의 외침과 함께, 우아하지 않은 날개를 크게 한두 번 퍼득거린 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안개같은 하얀 덮개가 아직 눈동자에서 걷혀지지 상태에서 맞닥뜨린 세상은, 바로 앞만 조금 보일뿐 더 넓은 공간은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는 무채색으로 휑하니 넓기만 하였다.


뚱뚱한 새에게 쫓겨진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작은 강아지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난관을 극복해야 하였고,

지금 이 강아지에게 길의 의미는 빨리 어미의 품속으로 향할 수 있는 냄새를 찾아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분명 멀지 않은 곳일 텐데...


바람에 실려 묻혀오는 어미의 달콤한 젖가슴의 향기와 형제들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발을 옮기며 다가갈 때마다, 오히려 그들과 조금씩 더 멀어지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얼마 후, 여지없이 사실이 되어버린 이 상황을 깨달은 어린 강아지는 이제 자리에 멈춰 서서, 스쳐 지나온 걸음을 되뇌이며 작은 머리로 열심히 계산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를 완전히 더 혼돈스럽게 하는 자극적인 향기가 코끝을 묶어 끌 듯이, 그를 완전히 잡아 이끌기 시작하였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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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24 23:05
    No. 1

    해품글님. 진짜 강아지에 빙의되어 쓰신 듯. 꼬물이들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듯해요. :)
    아기 당당이. 넘 귀엽고 안쓰럽고..

    크리스마스 이브라 일이 많았는데 오늘도 한 편 즐겁게 읽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3.12.25 13:26
    No. 2

    메리크스마스예요. 별님~~^^
    강아지에 빙의까지..ㅋㅋ
    극찬에, 감사합니다~~
    당당이의 두 얼굴은 제가 좋아하는 개와 강아지의 모습이에요.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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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8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5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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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1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9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6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1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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