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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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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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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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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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육책

DUMMY

“마존, 이제야 절 찾아오신 거예요?

천계에는 아는 이도 없고 해서, 마존 이라도 만났으면 하고 얼마나 바랬는데요1"


자운이 뽀로통하게 말을 건넸지만, 마존도 심드렁한 투로 대답하였다.


“보러 갔었다.”


“언제요? 보지 못했었는데요?"


“둘쨋 날, 싸우고 있더라”


“마존, 틀렸어요. 대련을 하던 중이었겠죠!"


“어쨌든, 항상 싸우고 있더라. 좀 전에도,”


“마존, 대련이잖아요. 싸우는 거랑은 달라요!"


자운이 이제는 조금 심술이 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나무위에서 드러눕듯이 걸쳐 있는 마존을 향해 소리쳤다.


“그럼 대전에서는 왜 아는 척 안하셨어요?”


“그때도 보고 있었다.”


“아니에요, 술만 열심히 드시던걸요?”


마존이 나뭇가지에 걸쳐, 반쯤 누운 자세로 팔베개를 하며 대답하였다


“백옥 술병에 비춰지는 모습이 훨씬 더 예뻐 보이긴 하더군 !”


' 아... '


자운이 대련 때문 이었는지,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마존, 당당은 함께 오지 않았나요?”


마존이 말없이 두 눈을 감은 채, 꼬아 누운 발만 연신 통통 튕기고 있었다.


약하게 번지는 미소를 애써 누르며, 잠시 후 자운을 향해 덤덤하게 대꾸 하였다.


“당당이가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좀 쉬어야지, 며칠 있으면 인간계의 새해이니, 그때는 너와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운심전'에서 머문다고 하던데, 그날 당당이와 데리러 가지”


마존의 말을 들은 자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그리고 무어라고 옴짝거리던 입술을 열기도 전에, 마침 저 만치서 기다림에 지친 성운이 그녀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게 들렸다.


“자운, 빨리 연습해야지 !”


서로를 마주한 채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잠시 후 운이 먼저 성운 태자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이제 친구가 생기니, 갑자기 분주해 져서 참 좋아요. 마존도 저를 보러오고 성운 제군도 저를 부르네요."


하지만 운이 말하는 이 다른 친구가, 그에게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인간이나 신선이나 남자와 여자 사이엔, 친구 되기가 어려운 법이다...! "


"네...? 뭐라구요. 마존...?"


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 같았다.


이내 먼 하늘 쪽을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었다,


“노을이 멀리서부터 밀려오고 있구나! 아무리 천궁 안이지만 너무 늦게까지 연습하지 말고 얼른 침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겉모양은 순한 신선이어도, 어두워지면 다 짐승으로 변할 수 있어."


오늘따라 도통 알아듣지도 못할 말만 하는 그를 가만히 올려보는 사이, 또다시 성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겠다는 짧은 대답을 마친 자운이 손을 흔들며 뒤돌아섰다.


저녁바람에 흩어지는 여인의 모습에서 눈길을 걷어 여전히 나무 위에 누운 채 먼 하늘 쪽을 향하니, 저절로 싱긋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



요 마계의 부소궁 에서는 궁소검을 두 손위로 받쳐 든 귀왕의 웃음소리가 날카로운 울림으로, 또다시 박쥐 떼를 일으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구만, 중천의 상제라는 녀석이, 중천의 보검을 적에게 맡기다니!”


그의 앞에 서서, 가만히 생각을 하던 아녕이 두 손을 조아리며 그의 왕에게 말을 건넸다.


“귀 왕, 중천에서 궁소검을 저희에게 보냈다는 건, 상제 스스로가 검을 제압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며, 인간들의 혼을 구하기 위한 중천의 고육책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궁소검의 쓰임을 그의 생각 이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도리어 탈이 날것이 분명하니, 당분간은 상제와의 약속된 범위 내에서만 사용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궁소검의 위용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아녕의 말에도 관심이 없는 듯이 귀왕이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분명이 약점이 있을 거야! 상제에게도...,

궁소검과 맞바꿀만한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거란 말이지. 중천의 이 검이 내 손에 들어와야지만, 마귀뿐만 아니라 모든 혼령을 다스릴 수 있는 진정한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니까!”


그가 짙은 눈썹을 두껍게 모으자, 미간 사이에 어두운 고집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나체귀. 상제가, 천기성이 인간계의 정북에 머무르는 날이라고 하였나?”


나체귀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였다.


“네, 귀왕! 천제가 그 시간 즈음에 인간계와 선계의 경계선인 만수산 으로 갈 것이니, 후일 선력을 사용하기에 힘들 정도만큼만 해를 끼치라고 하였습니다! ”


나체귀의 말에 잠시 입맛을 다시던 귀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녕을 바라보았다.


“아녕,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망설임 없이 아녕이 바로 대답하였다.


“처음 약속부터 상제와 어긋난다면 앞일이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천제를 해한 존재가 귀왕 이란 것이 밝혀지는 날에는, 구중천의 모든 무리들과 더 큰 적대관계를 면치 못할 것이니, 지금은 상제와의 약속을 순순히 지키며 더 나은 기회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내키지 않는 듯,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 귀왕을 향해 아녕이 말을 이었다.


" 귀왕... 아직 자성의 별이 구중천을 혼란으로 뒤집기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천제를 먼저 해치게 된다면, 아직 여유가 있는 모든 계에서는 천제에 대한 복수를 하기위해 혈안이 될 테고, 우리는 마계와 격전을 치르기도 전에, 구중천의 다른 계들과 먼저 전쟁을 치뤄야 할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러니 후일 귀왕께서 마계를 점령하는 날에 맞추어, 자신들의 앞가림이 급한 모든 계가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쓸 만한 여지가 없을 때, 마계와 함께 어쩌면 천계까지도 온전하게 취해야 할 것입니다."


아녕의 말을 귀담아 듣던 귀왕이 조금씩 머리를 끄덕이기 시작하였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럼, 상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아녕을 바라보던 나체귀가 이어서 말을 꺼내었다.


“ 천계의 힘을 잠시 꺽어 두고 싶은 것 같습니다. 빌려준 궁소검으로 혼령들을 다스려, 마계를 침범할 군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 침략의 범위를 넓혀 천계의 기운도 함께 흐트려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궁소검으로 욕심을 부리는 날이면, 요 마계의 모든 것을 파괴 시키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궁소검이 요 마계를 파괴한다는 나체귀의 말에, 분노한 귀왕이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아녕의 말을 듣는 동안 조금씩 머리를 끄덕이기 시작하던 귀왕이, 결정을 내린 듯 단호하게 나체귀와 마귀들에게 명령하였다.


“까짓 중천 놈들이 나를 부리겠다고 ? ... 상제, 감히 제가 뭐라고 망말을 지껄여 !

회마곡 일대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숨어있는 소귀들을 찾아내서 모조리 없애 버리고, 인간들의 혼은 일단 돌려보내라.

그리고 상제 제 입으로 상선들의 선기를 귀진검에 담아 천상염환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제 눈을 후벼파는 일이 되도록 해주겠다.

앞으로 인간계에 섞여 내려온 상선들의 존재를 찾아내는 일에 더욱 전념하도록 하라.!”




***



신비하고 두려운 이야기로 가득한 만수산의 기운은, 평범한 인간들은 아예 이곳의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불미스러우면서도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간혹 호기심으로 찾는 인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며칠을 산에서 헤매이다가 겨우 나갈 길을 찾거나,

아니면 아예 이곳으로 들어간 사람들 중 몇몇은 몇 년이나 지난 후에서야, 지난 기억을 잃고 나타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즐비하게 이어지기도 했다.


더구나 만수산 근처에서는 언제나 걷히지 않는 구름이 낮게 떠다니고 있었고, 현실적이지 않은 곳으로의 입구 인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인간들은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옥호는, 내가 대신 오기를 원한거야! 중천의 결계가 있다고 상제가 못 내려오는 건 아니지. 내게 한번은 위안이라도 주겠다는 건가?'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조금 올라가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맑게 걷힌 공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가까이 이르자, 공간의 한 중간에는 갖가지의 꽃잎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모양으로 원형의 기둥 을 만들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꽃잎의 소용돌이 앞에 선 천제가 그의 앞으로 튕겨져 나오는 연분홍빛 꽃잎 한 장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위로 받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소용돌이 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소용돌이 안으로 밝은 빛이 조금씩 움트는 듯 커지더니, 여인의 형상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흩날리던 꽃잎들은 여인의 형상을 받치듯 살포시 땅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영아!”


땅 아래로 내려온 여인은, 천제를 향해 이전처럼 밝고 고운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대사형, 오셨군요. 왜 옥호사형보다도 더 슬픈 눈빛을 하고 계세요? 전 괜찮아요. 유람하듯 세상 곳곳을 다니고 있는 중인걸요. ”


자영의 모습에 목이메인 천제가 잠시 후 꽃잎을 받았던 손을 내밀며,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한걸음을 그녀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녀의 몸은 흩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뎠을 뿐인데...?'


“대사형, 잘 지내세요... 사형의 슬픔이 엮일 필요는 없어요. 더 이상 마음에 담지 않아도 될 일은 남겨 두지 말고, 구중천의 천제로서 온전한 길을 걸으셔야 해요!"


“아니, 넌 답을 모르는 거야! 너를 내 맘에 담는 것이 무거울 지, 비우는 것이 무거울 지.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여전히 ... 난, 너에 관해서는 참을성이 아주 클 뿐이야!"


쉰 듯이 무겁게 내려앉는 천제의 목소리가, 자영의 흩어짐과 함께 허공 속으로 나지막하게 묻혀 지고 있었다.


“오늘 너의 이런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이 전의 내가... 네 선택을 참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만 가득하구나 !

아마도 옥호가 오늘 나를 이곳에 보낸 이유도, 자신이 겪던 슬픔을 느껴보라는 거겠지..."


천기성이 북극을 지나는 동안, 자영의 모습은 갖가지 꽃잎 조각으로 흩어지고 땅위로 남겨진 몇 장의 꽃잎마저도, 어디선가 날아오는 미풍에 의해 멀리로 흩어져 갔다.


그리고 또 다시 그녀는 아무 것으로도 남겨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허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순간, 살기를 담은 섬광이 그를 향해서 예리하게 뻗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뻗쳐오던 섬광은 여지없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고,


천제 또한 예리한 몸놀림으로 한손은 뒷짐을 진채, 다른 한 손 만으로 섬광을 휘어잡아 땅 아래로 흩어버렸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섬광을 날려 보낸 검은 그림자 쪽을 쳐다보았다.


형상은 그림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둡고 음침하게 어둠속에 보일 듯 말 듯, 서너 가지 요괴들의 모습으로 아직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어둠속에 숨어있듯이 서 있었다.


요 마귀의 형상들이 또다시 음산한 빛의 섬광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이자, 천제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여전히 힘들지 않게 밝은 빛의 선기를 한손으로 모으고 있었다.


잠시 후, 요 마귀들의 섬광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천제도 그들을 향해 선기를 쏘아 날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천제의 선기가 그의 손끝을 떠난 순간, 그들이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계의 시간과 공간속으로 선명하게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뿔사, 고육책 ... !’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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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역겁의 운명 22.08.10 36 5 15쪽
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0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3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 고육책 22.08.06 48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7 6 12쪽
29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2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7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4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2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8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1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8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5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7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6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2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7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1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9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5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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