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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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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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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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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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DUMMY

사령술사들이 준비한 비기(秘技).


바로 아뜨리 카포 상위 지부에서 내려준 고위 아티팩트를 이용한 2차전이었다.


강력한 사령술 아티펙트는 사악하고 부정한 흑마력을 가득 머금었다. 표면에 넘실대는 흑마력의 패턴은 이 자리에 있는 사령술사들도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움직임을 그렸다.

사령술사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데도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이 아티펙트를 사용하는 데에 특별히 이를 이해하는 고등의 사령술 이해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으니.


동훈은 과연 저것이 20레벨대에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임 아이템 중에 저것과 비슷한 아이템을 동훈은 떠올렸다.


죽은 자를 속박하는 데드아이(H)


그게 아니라면 동훈에게 이런 위협적인 기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사령술사는 뒤집힌 눈을 닮은 아티펙트를 가슴 앞으로 내밀며 크게 소리쳤다. 그에 맞춰 사령술사 주변의 흑마력이 요동쳤다.


“일어나라! 죽은 육신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으리! 죽고 죽어도 너희의 육신에는 증오가 깃들어 영구토록 움직일 것이다!”


우두둑! 우둑!


좀비와 스켈레톤의 부서진 잔해들이 빛나는 아티팩트의 인도에 따라 주요 목적지로 이동했다.


우둑! 우둑! 콰가각!


그아아아아아아!


얼기설기 엉망으로 조합된 썩은 시신의 입이 끔찍하게 열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아니, 오히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 입에서 울리는 파장은 가히 지옥 밑바닥에서 올라온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음험하고 오싹한 기세를 가졌다.


일반적인 좀비가 내지르는 피어 따위가 아니었다. 그보다 묵직하고 영혼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피어였다.


동훈은 일부만 완성되었지만 저것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누더기 골렘. 한 기당 25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이었다.


‘그렇지. 등급 영웅이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20레벨 중반 몬스터를 소환하는 걸 보면 적어도 착용 제한 30쯤 되겠네. 저것도 금술인가 뭔가 하는 걸로 쓰고 있는 건가? 여긴 무슨 개나소나 레벨 제한을 씹네.’


동훈의 예상대로 아티펙트는 금술을 기반으로 흑마력을 활활 태우고 있었다.

사령술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신공양의 술로 착용 제한과 소모 MP를 낮춰놓은 상태였다. 이 귀한 아티펙트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들이 몇 개의 마을을 불태웠던가.


누더기 골렘 역시 언데드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는 이곳에서 생길 수 없는 몬스터의 종류였다.

그런데도 짙은 안개에 진득하게 배어나는 언데드의 악취는 배경과 찰떡이었다. 언데드가 이곳에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느낌.


우두두둑! 쿠웅!


흩어졌던 언데드들의 부속이 총 두 군데로 모였다. 두 군데로 집약된 언데드들의 살점은 기어코 거대한 육신을 이루고야 말았다.


여섯 살 어린애가 찰흙으로 괴물을 만드는 것처럼 언데드들의 썩은 살점과 뼛조각이 엉망으로 한데 뭉쳐 완전한 언데드의 몸을 이뤘다. 팔과 다리가 비대칭적이고 몸 곳곳에 뼈가 무기처럼 돌출되어 있는 건 녀석의 움직임에 그다지 어려움을 주지 못하는 듯했다.


체고 2미터, 뭉쳐진 살점이 공에 가까운 체형으로 이뤄졌다. 구르는 것만으로도 궤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뭉갤 듯 위협적인 몸체는 흉측했다.


구심점을 잃은 위세프의 기사들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괴물, 괴물이다. 저런 걸 어떻게 죽여. 위세프 경, 제발.”


위세프는 여전히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들은 그런 위세프를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위세프가 치료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었다.


기사들은 누더기 골렘의 등장에 전의를 잃었다.


위세프의 부관이 위세프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듯 당당히 버티고 서있었지만 그는 위세가 부족했다.

그저 칼을 잡은 손이 떨리는 걸 간신히 억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반왕의 기사들의 전의를 잃게 한 사령술사들 역시 당황했다.

분명 누더기 골렘을 소환하고 반왕의 기사들을 무력화시키는 그들의 계획이 다 이루어졌는데 어디에 당황할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는 누더기 골렘의 숫자에 있었다.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누더기 골렘이 다섯 기는 생길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티펙트로 소환한 것은 지금까지 소환된 언데드들의 잔여물로 재소환하는 누더기 골렘이었다.


그를 이곳에 파견한 아뜨리 카포 간부에 따르면 다섯 기의 누더기 골렘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면 위세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무수한 언데드들의 파상공세에 지친 기사들과 위세프에게 쐐기를 박을 정예 몬스터라고 이야기했었다.


근데 이게 뭔가.


다섯 기는커녕 두 기뿐이었다.


그가 어르신이라 부르는 간부가 잘못 계산해냈을 리가 없었다. 아뜨리 카포의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받는 어르신은 중앙지대에서도 꿀리지 않는 석학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사령술사의 눈이 정처 없이 전장을 떠돌았다.


이윽고 사령술사는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 너희로구나! 어, 어떻게!”


황금의 기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동훈 주변. 그곳에는 언데드가 부서진 흔적 따위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경악한 사령술사를 향해 칼을 까딱이고 있는 동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뭐가 잘 안 되세요?”


사령술사는 동훈과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 동훈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듣기보다는 입술을 읽어낸 것이지만.


동훈이 친절하게도 입을 크게 벌리고 말을 해주는 덕에 사령술사는 그 말을 보아야 했다.


태양수호자들은 태양의 힘을 가져 언데드들에게 상극이었다. 이미 죽은 부정한 자들이 어떻게 태양 아래 당당하게 존재하겠는가. 태양빛은 언제나 부정한 자들을 발가벗기고 마는 교도관이었으니.


그렇기에 태양수호자들이 죽이는 언데드들은 마치 태양 앞의 눈처럼 사르르 녹아서 파편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태양수호자 쪽으로 간 언데드들은 흔적도 남기지 못했으니 사령술사가 아티펙트로 누더기 골렘을 소환했을 때 잔여물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두 기라도, 두 기라도 너희는 감당할 수 없을 터! 이것은 우리 아뜨리 카포의 자랑, 위대한 어르신께서 직접 하사하신 보물로 빚어낸 괴수다!”


우두머리 사령술사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섯 기면 어떻게 두 기면 어떤가. 누더기 골렘은 한 마리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예한 몬스터였다. 자신 역시 일대일 대결에 있어 승산을 점치기 어려운 상대 아니던가.


사령술사가 부정한 은의 장신구를 문지르자 그와 연결된 누더기 골렘들이 공격성을 드러냈다.


구아아아아!


쿵! 쿵! 쿵!


누더기 골렘의 육중한 체구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은 거센 진동을 일으켰다. 아주 거대한 바위가 구르는 듯한 파괴력이었다.


우두머리 사령술사는 누더기 골렘이 육중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날래게 달려들었을 때, 적들이 압도적인 질량에 짓눌려 으깨져 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건 사령술사의 바람일 뿐이었지만.


스아악! 삭!


동훈의 칼이 딱 두 번 움직였다.


20레벨 중반대의 몬스터는 절대 동훈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30레벨에 달하는 유저의 캐릭터도 동훈에게 패하는 판에 몬스터가 버티겠는가.


푸더덕!


한 기의 누더기 골렘은 치명적인 공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다시금 언데드 파편으로 돌아가 버렸다.


남은 것은 덩그러니 놓인 누더기 골렘 한 기.


기껏 휘황찬란한 아티펙트까지 동원한 것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결과물이었다. 동훈의 손에 스러진 누더기 골렘 한 기의 허무한 결말만큼이나.


골렘 하나가 부서지고 남은 하나는 더 손쉬웠다.


동훈이 칼을 한 번 휘둘러 양념을 해놓자 옆에 있던 태양수호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언데드 조각도 남기지 않고 해체를 해버린 것이다.


비장의 수가 막힌 우두머리 사령술사는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다. 그제야 동훈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까지 더듬어가며 물었다.


“무, 무슨! 넌, 넌 누구냐! 너 또한 거짓된 왕을 섬기는 기사더냐! 어느 왕의 기사냐!”


“아뜨리 카포의 조무래기들. 여기까지 와서 분탕질을 치다니. 내가 누구의 기사인 것 같으냐?”


동훈은 20레벨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스펙에서 비롯한 기세를 마음껏 내뿜으며 혀를 찼다. 폴트란 근처에 이런 기세를 가진 이가 어떻게 남의 밑에서 기사로 구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동훈은 적들을 교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구의 기사인지 되물으면 꼭 누구의 기사인 것 같잖아.

의미 없이 던지는 단서들은 동훈의 정체를 유추하는 데에 큰 난관을 겪게 할 테니.


동훈의 가벼운 칼질은 사령술사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가공할 위력의 칼질하며 자신만만한 어조는 비밀에 싸인 자신들의 조직을 잘 아는 듯했다.


우두머리 사령술사는 조직의 명을 받아 이곳에 왔지만 정작 조직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저게 허세인지, 정말 무얼 아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그 부분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사령술사도 감당하기 어려운 누더기 골렘을 저렇게나 쉽게 써는 기사는 대체 어느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어쩌면 중앙지대에서 크게 이름 날리는 대기사의 경지에 도달한 걸지도 몰랐다.


아니면 누더기 골렘과 극한의 상하관계에 있는 기술을 익히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어찌 되었든 우두머리 사령술사 자신으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는가.


누더기 골렘이야말로 사령술사들이 믿던 마지막 보루이자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밑천 다 털리고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대담한 상인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두머리 사령술사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젠장, 통제할 수 없는 엘리트 좀비를 방생해! 위에서 내려보낸 거 있잖아! 어르신께서 남기고 간 놈!”


“스승님! 그 좀비는 반드시 왕의 파편을 강화시키는 데에,”


“왕의 파편은 아직 제련 중이야! 제련 중인 왕의 파편이 강림하길 기다렸다간 강화고 뭐고 없어! 아둔한 것, 그리도 상황 파악을 못 하다니! 뭣들 하느냐, 당장 움직이지 않고!”


사령술사의 성난 명령에 얼이 빠진 듯한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령술사 무리는 세 명의 사령술사만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아뜨리 카포는 이곳에 세 명의 사령술사를 파견하며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세뇌된 하인 수 명을 붙여놓았다.

하인들은 잡일을 하고 사령술사들의 명령에 따르기 위한 존재이기 때문에 전투력은 없었으므로 전력에 포함할 수 없는 존재였으므로 후방에서 좀비와 스켈레톤 소환진을 지키고 있었다.


쿠르르르!


어디서 저런 마차가 나왔는지. 말이 없는 마차는 쇠로 만들어진 듯했다. 마치 죄인을 후송할 때 쓸 것 같은 감옥차 같았는데 살벌하게 튀어나온 쇠못과 두껍게 덧대어진 쇠판들이 그렇게 보이게 했다.


퉁! 퉁! 퉁!


마차는 간헐적으로 흔들렸다. 안에 있는 무언가가 자꾸 마차에 몸을 부딪치는 것처럼 휘청거리며 괴기스러운 소리를 냈다.


벌컥!


“끄으에에에에엑!”


불쑥 튀어나온 좀비는 다른 좀비들보다 크기가 머리 하나는 컸으며 더욱 끔찍한 외형을 지녔다. 팔과 다리는 한참 썩었는데도 여전히 통나무처럼 두꺼웠다. 손에 쥔 검은 무기가 없던 좀비들의 손톱보다 날카로웠고 불길한 기운을 한껏 머금었다.


게다가 다른 좀비에는 없었던 방어구까지 걸치고 있지 않은가.


너덜거리고 헤졌을지언정 그것은 아직도 영롱한 기운이 맺혀있었다. 이리 낡을 때까지도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쓸만한 장비라는 뜻이었다.


반다르가 침음성을 흘릴 정도로 거대한 좀비가 내뿜는 기세는 남달랐다. 애스톨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위세프 역시 3단계의 경지에 이르러 날 선 기세를 일으켰지만 지금 거대한 좀비가 내뿜는 음습한 죽음의 기운은 산 자들에게 더욱 큰 공포와 압박감을 느끼게 했기에 반다르와 애스톨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위세프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세프의 부관만이 달달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제자리에 서있을 뿐 다른 기사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끄에에에에에엑!”


좀비가 한 번 더 괴성을 내지르고 그 입속에서 구더기며 오물이며 부정한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더러울 뿐만 아니라 강력한 흑마력을 품고 있었다.

살육과 훈련으로 단련된 기사 중 비위가 약한 이들은 없는 속을 게워낼 정도였다.


그 압도적으로 징그러운 광경 속에서 동훈만은 다른 것에 집중했다.


그 커다란 괴물 좀비의,


머리 위에 뜬 하얀색의 네임텍에.


[/상큼한/我每天玩捉怪] lv.30


중국산 매크로 계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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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변질 23.02.11 181 2 19쪽
91 보스몬스터 +2 23.01.31 199 4 17쪽
» 매크로 +1 23.01.29 190 5 13쪽
89 위세프의 영성 강림 23.01.28 197 2 13쪽
88 아뜨리 카포(2) 23.01.27 212 4 16쪽
87 아뜨리 카포 +1 23.01.25 191 4 13쪽
86 붉바리(2) 23.01.22 199 3 19쪽
85 붉바리 23.01.21 217 3 21쪽
84 폴트란 북문 전투 23.01.18 193 4 13쪽
83 북문으로(2) 23.01.15 207 4 17쪽
82 북문으로 23.01.14 216 4 20쪽
81 기별 없이 온 손님 23.01.13 205 4 19쪽
80 이웃 23.01.10 244 5 12쪽
79 잔비어 요새 대회의 23.01.08 216 5 13쪽
78 충성 맹세 23.01.07 228 5 15쪽
77 복수자들 23.01.05 271 8 16쪽
76 마성의 남자 23.01.03 236 9 18쪽
75 니아 아가씨 23.01.01 257 7 21쪽
74 움직이는 세계 22.12.31 251 8 15쪽
73 안개 도시 폴트란 22.12.29 255 8 14쪽
72 당신의 가격은 22.12.27 270 9 18쪽
71 신을 위한 코드 22.12.25 276 7 16쪽
70 초능력과 친구 22.12.24 280 6 15쪽
69 디올 +1 22.12.21 277 7 13쪽
68 정치와 고립 22.12.18 309 8 16쪽
67 보스 스킬 22.12.17 292 11 16쪽
66 결투 재판(3) 22.12.14 294 7 21쪽
65 결투 재판(2) 22.12.12 283 9 16쪽
64 결투 재판 22.12.10 298 9 20쪽
63 반왕의 붉은 기수 22.12.07 30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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