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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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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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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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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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보스 스킬

DUMMY

퓨퓩!


화살은 두 사람이 쐈건만 소리는 마치 한 발을 쏜 것처럼 들려왔다. 귀신 같은 합이었다.


“기습이다!”


붉은 기수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연하다는 듯 칼을 뽑아들며 날아드는 화살을 막을 준비를 했다.

길바닥 무지렁이들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게 하루이틀 일이던가.


명예라고는 모르는 산도적들은 신성한 결투를 앞두고도 더러운 짓을 일삼곤 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수없이 도살한 게 붉은 기수였다.


섬전 같은 기습이었지만 감히 기사들을 해할 수는,


푸히히힝! 꽤엑!


화살은 기사들을 전혀 노리지 않았다.


다만 매섭게 날아가 그들의 말을 노렸다.


몇 대의 화살이 더 날아들어 말들을 죽였다. 죽이지 못하더라도 눈과 목을 찔러 거동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애당초 자신들을 노릴 줄 알고 말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한 기사들은 눈 뜨고 말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퓽! 퓽!


티팅! 챙!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단연 알망이었다.


그는 칼 한 번 휘두름으로 두 발의 화살을 쳐냈고 버럭 노호했다.


“이런 비겁한!”


반다르는 알망의 대응을 보고 빠르게 지시했다.


“뛰어!”


동부의 수해지대에서 반다르와 애스톨이 군생활을 할 적에 기사들을 만난 적이 한둘이었겠나. 아군의 기사도 있었으며 당연히 적 기사도 있었다.


반다르와 애스톨이 속한 레인져 부대에서는 기사를 상대하는 대처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사들의 말을 노리는 것이었다.


기사의 말은 탈 것 이상의 존재였다.


말은 기사의 발이며 무기며 명예이자 자존심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기사에게 중요한 건 좋은 무기보다 좋은 말일지도 몰랐다.


심하게 말하는 호사가들은 기사란 말의 부속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기사를 상대할 때 말을 노리는 건 그들의 심장을 노리는 것과 같았다.


말이 없는 한 기사의 세상이라는 평야에서도 기사는 뚱뚱한 철뭉텅이일 뿐이었다.

몸을 보호하는 갑옷은 오히려 빠른 움직임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고 두꺼운 근육은 피격 범위를 늘리는 넓은 과녁이 될 뿐이었다.


대부분의 어중간한 기사들은 이 방법에 당하면 무척이나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까.


한가지 불운한 점은 바로 알망의 실력이 예상한 것보다 월등하다는 점이었다.


붉은 갑옷을 입고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양 가볍게 움직이는 모양새는 상식을 뛰어넘는 움직임이었다.


부우우웅!


콰과광!


알망 경은 붉은 빛살이 되어 도약하더니 단숨에 일행의 뒤까지 쇄도하여 등을 노리고 칼을 휘둘렀다.

그의 기이한 움직임은 동훈으로 하여금 그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마치 무언가가 그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느낌이었다.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도 나는 새처럼 움직여 기어코 칼을 내는 알망.


가장 뒤에서 따라가는 동훈의 등에 알망의 일격이 작렬하기 직전,


콰곽!


동훈의 칼이 알망의 대검을 막아냈다.


등에 걸려 있을 때부터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나타내던 알망의 대검은 과연 손바닥 두 개는 들어갈만큼 넓은 날을 가진 칼이었고 무게 역시 대단했다.


동훈의 얄상한 신블레이드와 비교하면 더 두꺼워보였다.


동훈은 상대적으로 꼬챙이 같은 신블레이드로 알망의 대검을 받아내며 속으로 신음을 삼켜야 했다.


‘힘이, 힘에서 밀린다!’


동훈이 처음으로 느끼는 STR의 차이였다.


지금껏 압도하기만 했지 압도당한 적은 없지 않던가. 오늘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인지 알망의 내리누르는 대검의 힘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치키기기긱!


물론 동훈은 기교가 있고 다른 능력치들이 알망을 앞섰다.

이곳에서 유연성으로 발현되는 DEX, 지구력과 끈기로 발현되는 CON 등 다양한 능력치에서 알망을 앞섰으니 오로지 힘으로 칼을 휘두르는 알망의 칼을 막아낼 수 있었다.


칼을 막아내며 동훈은 마지막 결제를 했다.


동훈은 줄곧 띄우고 있던 결제창에서 다이아 구매를 눌렀다.


치킹!


다이아가 충전되고 빠르게 떠오르는 느낌표.


!


새로운 패키지가 떴음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동훈은 패키지를 확인했다. 자신이 바라던 그 패키지가 맞는지.


===

부유한 페이 린의 패키지

무작위 보스 스킬 1개

1,150,000캐시(보유 캐시 : 142,534,800캐시)

남은 시각 : 15일

===


그렇지!


이 패키지가 안 나오면 섭섭하지.


더 벨룸에서 보스는 엄연히 전략물자에 속했다.

각 서버의 라인은 보스몬스터를 통제하고 그들만 독식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노력했다.


‘중립들에게 풀어주는 보스도 있었지만 진짜 중요한 보스들은 통제를 절대 풀지 않았지. 그런 보스가 진짜 전략물자였어. 그게 뚫리면 서버의 라인이라고 불리기도 힘들었고.’


보스가 드랍하는 좋은 아이템도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녔고, 보스만이 드랍하는 특별한 재료와 그것으로 만드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들은 게임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 강력했다.


이렇게 보스가 주는 아주 희귀한 아이템은 라인들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며 보스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


모든 라인이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보스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바로 보스 스킬.


‘보스 스킬은 보스를 잡고 보스 스킬 조각을 모아 유료재화와 합쳐 확률적으로 뽑을 수 있는, 아주 괴랄한 획득 방식을 자랑했지. 그 강력한 보스를 잡는 것도 잡는 건데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보스 스킬 조각이란 걸 여러 개 모아 또 확률적으로 합쳐 확률적으로 뽑는 확률에 확률에 확률을 더하는 미친 획득 난이도.’


더 벨룸에서 획득 난이도가 어렵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아이템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보스 스킬의 진가는 공성전에서 드러났다.


보스 스킬은 공성전에서 무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승패를 판가름내는 핵심 피쓰였다.


보스 스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얼마나 전략적으로 알맞은 보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공성전의 승패를 가르기도 했으니.


괜히 더 벨룸의 모든 라인이 그거 하나 얻으려고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보스 리젠 언제 되나,’ 보고 있다가 때맞춰 보스 때려잡고 ‘아이템 뭐 나왔지,’ 하고 들여다보는 게 아니었다.


공성하는 라인 유저들은 군주 형님이 좋은 보스 스킬을 하나라도 더 가지길 바라는 염원


‘그런 보스 스킬을 확정적으로 하나 얻을 수 있는 패키지. 이거 만들었던 직원은 분명 짤렸을 거야.’


게임 초창기 때 딱 한 번 풀렸다고 한다.


페이 린의 패키지.


11만원짜리 패키지인 그것은 내용물이 아주 간단했다. 딱 하나. 랜덤으로 보스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룰렛이 하나 들어있었다.


스킬 하나에 무슨 11만원이나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동훈이 사는 가격인 110만원을 내라고 해도 아마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걸?


이 패키지만큼은 T사 BM의 오점이라고 불렸으니.


‘보스 스킬을 고작 11만원짜리 패키지로 붙여 팔았으니 이 패키지를 고안해낸 직원은 잘렸을 거야. 돈에 미친 티에이징에서 처음으로 손해 본 장사를 했다는 말까지 나왔었잖아. 티에이징사에서 돈 안 되는 직원은 가차 없이 자르기로 유명하기까지 하니. 아무튼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차캉!


패키지를 구매하자 결제되는 청량한 소리가 동훈의 귓가에만 들려왔다.


띠리리리리리리-


룰렛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공간이 늘어나듯 룰렛이 돌아감과 동시에 세상의 시간은 점점 늘어졌다. 쏜살같던 알망의 칼은 거북이 기어가듯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진짜로 시공간이 늘어난 건 아닐 것이다. 그저 동훈의 의식이 가속화된 것일 뿐.


랜덤으로 뽑힐 보스 스킬은 무엇이 될까.


‘가장 좋은 추방 스킬은 바라지도 않아. 적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거나 쇠약하게 하는 것. 아니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기만 해도.’


동훈은 천천히 멈춰 서는 룰렛을 확인했다.


동훈의 눈에 노란색 다섯 손가락이 쫙 펼쳐진 스킬 아이콘을 포착하고 놀라움으로 동공이 늘어났다 조여들었다.


‘거인왕 고르기아스 : 지엄한 추방’


추방! 추방이다!


가장 첫 번째로 바랐던 추방! 어떻게 내게 이런 행운이?


하고 생각하던 동훈은 인상을 구기며 품 안에 있을 저주의 정수를 확인했다. 아니, 이젠 그럴 필요도 없이 아이템을 떠올리니 그에 관련한 창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정수에 담긴 행운이 절반 가까이 소모되어 있었다.


‘젠장, 절반이나 소모되다니. 하기야 추방 정도면 전설 등급에 버금가지 않겠어? 행운이야 또 모으면 돼.’


모아둔 행운 절반으로 추방을 뽑았으면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사실 그 가치로 따지자면 행운을 모두 소모했어도 동훈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불평은 크게 했겠지만.


이거면 됐다.


저 30레벨을 넘어가기 시작하는 기사 알망을 처리하기에.


“추방!”


동훈이 시동어를 외치는 순간 동훈의 주변 모든 소리가 꺼졌다. 마치 음량이 바닥난 것처럼.


아주 잠깐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까지 멎었으니 곧 일어날 평지풍파를 두려워하듯 어디선가 사시나무 떨리는 소리가 났다.


파스스스스!


쏴아아아아!


동훈의 몸 안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MP.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자 몸 안에서 벌어지는 생체의 소리는 천둥처럼 들려왔다.


MP는 스킬이 원하는 만큼 빠져나갔고 그 흐름은 아주 찰나간 이어졌다.


곧이어,


동훈의 뒤에 거대한 허상이 등장했다.


사람의 다섯 배 크기, 마치 불교에서 모시는 법상과 모습이 비슷한 거인의 허상은 홀연히 나타나 세상을 굽어보았다.


머리에는 투박한 관이 씌워져 있었으며 온몸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예식용 갑옷이 입혀져 있었다.

모든 복색과 모습은 반투명하며 또렷했으나 얼굴만큼은 더 짙은 허상으로 뭉개져 안에 어린 무궁무진한 위엄만이 발산되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단지 허상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거인왕.


옛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생생하면서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멀어 보였다.


거인왕의 허상이 그의 거대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쳤다.


쿠웅! 푸화아아아아아! 휘이이이이이-


세상이 울부짖는다. 소리가 아닌 다른 차원의 비명이 현세까지 영향을 미치고 만다.


저 너머에서부터 오는 거센 폭풍이 기어코 아무 일 없는 이곳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식을 뛰어넘는 광경.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분명 허상이 땅을 내리치는 진동을 느꼈다. 잘게 떨리는 진동은 지진과 같았고 신이 노해 땅이 떨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휘이익! 하는 휘파람 소리가 나며 바람이 불어왔다.


현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 세계 이면에서 불어오는,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으스스한 바람이.


거인왕의 허상이 나타났다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한숨을 들이키는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나타났다 사라진 거인왕의 허상은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남겼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붉은 갑주를 입은 붉은 기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입만 벌린 채 참상을 지켜만 보았다.


외마디 바람만이 사라져버린 이들의 행방을 찾는 듯했다. 초원을 스치는 바람이 스산하게 풀을 흔들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기사님! 기사님!”

“알망 경! 케니언 경! 어디 가신 겁니까! 사특한 마법사! 기사님들을 어찌 한 거냐!”


뒤에서 말들을 붙잡고 있던 종자 둘만 남아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다. 말들 또한 고삐를 잡은 사람의 혼란을 느낀 건지 난장을 피웠다.


푸히힝!


범위 바깥에 있어 횡액을 피한 두 종자는 패닉에 빠져 덜덜 떨었다.


일순 드러났던 거인왕의 허상은 그 존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했으니 기사 알망마저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동훈이 정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이가 하나도 없었지.


어디에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들이 서 있던 곳에 그들의 발자국만이 흔적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온 발자국은 남았으되 간 발자국은 남아 있지 않을 뿐.


외마디 바람만이 사라져버린 이들의 행방을 찾는 듯했다. 초원을 스치는 바람이 스산하게 풀을 흔들었다.


“저들은, 다 죽은 건가?”


“아니요.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그들의 거점, 뭔 요새에서 왔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요새로 돌아갔겠죠.”


동훈은 아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신의 일행에게 현 상황의 위험을 되새겼다.


“붉은 기수들이 다시 쫓아오기 시작하기 전에 여길 떠야 해요. 알망에게는 분명 수가 있었을 겁니다. 아직은 제가 힘이 모자라 그들을 돌려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동훈의 말에 반다르와 애스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내쫓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 일이란 말인가.

아직도 말을 잃고도 날래게 그들을 쫓아오던 알망을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마 동훈이 추방시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알망의 손에 다 죽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지금의 상황은 기회를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동훈의 경이로운 성장 속도라면 후에 만났을 때는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동훈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후에 만나면 3배에 달하는 성장 속도로 혼쭐내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닥사, 닥사가 필요해. 더 효율 좋은 사냥터를 찾아야 하는데. 일단 메인퀘 따라가는 게 가장 효율 좋으려나.’


반다르가 동훈이 결정하도록 의견을 첨언했다.


“어디로 가면 좋겠나? 남쪽 변방으로 내려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거든. 다크엘프들의 영역을 지나면 바다가 나오고 그 바다 바깥에는 통과할 수 없는 해역만이 존재해.”


확실히 동훈이 기억하기로 게임상의 지도도 남쪽으로는 없었다. 게임 시스템상으로 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현실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러면, 차라리 역으로 반왕의 영역을 통과해 중앙지대로 진입해야 할까요? 다만 제가 걱정하는 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을 때 붉은 기수를 다시 만나게 되는 거예요.”


동훈의 계획은 허를 찌른다는 점에서 그럴듯했지만 위험도가 높았다.

붉은 기수들도 오히려 그들이 도망치지 않고 그들의 영토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진 못할 것이다. 단지 운 나쁘면 그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게 문제지만.


고민에 빠진 동훈 일행.


반왕의 영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반왕을 상대하는 건 불리한 형세를 자처하는 꼴이었다.


그때 횡액을 피하고 패닉에 빠졌던, 수더분한 종자 중 하나가 갑자기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녀석은 아까까지만 해도 동훈의 공포스러운 위업을 확인하곤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진정하고는 자못 당당하게 나서서 동훈 일행을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손끝을 감추진 못했지만.


짧게 친 머리, 하얀 피부에 통이 큰 옷을 입은 종자는 그래도 포로답지 않게 당당한 태도로 자신을 어필했다.

기사의 종자들이 입는 갈색의 천옷은 촌스러웠지만 벙벙하게 차려입은 소년은 더욱 그 점이 부각되었다.


다만 눈에는 총기가 돌고 어린애 특유의 치기가 없는 태도가 눈에 띄었다. 동훈은 소년을 보며 어딘지 어색한 부분을 찾아냈지만 그것을 굳이 들추진 않았다. 그게 중요하진 않았으니.


“알망 경은 요새에서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계세요. 그분이 요새로 날아가신 거라면 한동안 그곳에서 나오시지 못할 겁니다.”


말끝이 떨리면서 나오는 소년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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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변질 23.02.11 180 2 19쪽
91 보스몬스터 +2 23.01.31 199 4 17쪽
90 매크로 +1 23.01.29 189 5 13쪽
89 위세프의 영성 강림 23.01.28 195 2 13쪽
88 아뜨리 카포(2) 23.01.27 212 4 16쪽
87 아뜨리 카포 +1 23.01.25 191 4 13쪽
86 붉바리(2) 23.01.22 197 3 19쪽
85 붉바리 23.01.21 216 3 21쪽
84 폴트란 북문 전투 23.01.18 193 4 13쪽
83 북문으로(2) 23.01.15 207 4 17쪽
82 북문으로 23.01.14 216 4 20쪽
81 기별 없이 온 손님 23.01.13 205 4 19쪽
80 이웃 23.01.10 244 5 12쪽
79 잔비어 요새 대회의 23.01.08 216 5 13쪽
78 충성 맹세 23.01.07 227 5 15쪽
77 복수자들 23.01.05 271 8 16쪽
76 마성의 남자 23.01.03 234 9 18쪽
75 니아 아가씨 23.01.01 255 7 21쪽
74 움직이는 세계 22.12.31 249 8 15쪽
73 안개 도시 폴트란 22.12.29 255 8 14쪽
72 당신의 가격은 22.12.27 268 9 18쪽
71 신을 위한 코드 22.12.25 276 7 16쪽
70 초능력과 친구 22.12.24 280 6 15쪽
69 디올 +1 22.12.21 277 7 13쪽
68 정치와 고립 22.12.18 308 8 16쪽
» 보스 스킬 22.12.17 292 11 16쪽
66 결투 재판(3) 22.12.14 294 7 21쪽
65 결투 재판(2) 22.12.12 283 9 16쪽
64 결투 재판 22.12.10 298 9 20쪽
63 반왕의 붉은 기수 22.12.07 30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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