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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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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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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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정치와 고립

DUMMY

소년의 단정적인 말투는 설득력 있었다. 대뜸 꺼낸 말이지만 동훈이 걱정하던 바를 깨끗이 해결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더 벨룸이 전쟁 게임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많은 조건이 수반되어야 할 터였다. 많은 무기, 많은 병사, 끊이지 않는 보급, 뛰어난 지휘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정치였다.


‘더 벨룸에서 정치가 빠지면 섭하지. 이게 전쟁겜이냐, 정치겜이지! 하고 욕하는 사람도 많았으니.’


언제나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이었다. 단합되지 못한 상태라면 내부의 적은 우후죽순으로 솟아나겠지.

하지만 정치로 단합된 내부는 그보다 탄탄한 것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내부의 적을 갈무리하는 훌륭한 정치술은 전쟁의 기반을 닦는 수단이었다.


‘정치는 곧 방어나 다름없지. 내부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방어. 전쟁은 공격과 방어가 다야. 정치가 방어라면, 온갖 술수는 공격이 되지.’


더 벨룸에서는 정말 수많은 전략과 방법을 썼다.


공성에 앞서 거짓 정보 뿌리기부터 시작해서 용병 사서 꼬장 부리기, 사냥 방해하기, 상대 혈에 대한 흑색선전하기 등등. 비열한 방법도 사용되었고 걸린다면 지탄받을 행동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 모든 전략 중 대부분의 라인이 한 번씩은 꼭 시도하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간질하기였다.


“알망 경은 요새 내의 유력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세요. 알망 경께서는 요새에서 누가 자신을 모함하고 다닌다고 입에 달고 사셨죠. 요새의 고위층들은 알망 경이 피해망상에 시달린다고 여기시지만요.”


이렇게 이간질로 상대 혈을 고립시키고 말려 죽이는 전법은 성공할 수만 있다면 효과가 아주 좋은 전법이었다.


알망의 경우 이간질 전략에 당한 거고.


‘게이머들은 저런 상황을 공사 당했다고들 하지. 저럴 때는 상황을 반전시킬 떡밥을 굴리던가 적들을 오히려 몰아쳐서 공격하던가 해야 하는데. 적이 누군지도 특정 못 할 정도면....’


이런 면에서 알망은 분명 강한 전투력을 가졌지만 정치 쪽에서 약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무장형 캐릭터. 적대 혈에서 노리기 가장 좋은 인물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템에 좋고 레벨이 높으면 뭐하나. 혈 내에서 발언이 약하고 정치적 기반이 모자라면, 그러니까 친구가 적으면 저렇게 공사를 당하고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였다면, 저런 상황이 오지 않게 막았겠지. 어쩔 수 없이 당했다면 우선 순순히 당하는 척하면서 야금야금 혈원들을 포섭하고 역공의 기회를 노릴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요새 안에서 살 듯이 붙어있는 게 중요하겠지.’


소년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알망 경은 그런 요새 상황이 싫으셔서 자꾸 외부 임무를 받으려고 하시지만 요새의 주인이신 자넷싱 장군께서는 알망 경을 요새에 붙들어놓으려고 하세요. 이번 기회는 자넷싱 장군께서 알망 경을 요새에 붙들어놓을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알망 경은 한동안 요새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으실 거란 뜻이죠.”


알망은 정치적 고립에 빠지기까지 많은 실책을 저질렀지만 그중 치명적인 것은 문제를 수습하려 들지 않고 도망가려 했다는 점이었다.


내부의 문제가 꼴 보기 싫으니 바깥으로 나돌겠다는 것인데 홀로 청렴결백하고 한 마리의 학처럼 고고하게 살 수 있는 건 깨달음이 경지에 이른 성인뿐이리라.


알망이 정말 고고하게 굴고 싶었다면 반왕의 휘하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했을 것이다.


알망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요새 내에서 평판을 회복하고 자신의 사람을 포섭해야 했다.

요새의 지배자라는 자넷싱 장군은 그걸 아는 것 같았고.


‘자넷싱 장군, 알망을 돕는 건가? 요새에 붙들어두려 한다는 건 그런 뜻이야. 적이라면 밖으로 도는 알망을 가만히 두고 싶지 안으로 데려오고 싶지 않을 테니. 저 꼬맹이는 지금 저런 정치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건가?’


자신이 어린 나이에 뭘 아느냐고 윽박지르는 꼰대는 아니지만 어린애는 어린애의 시선이 있고 어른은 어른의 시선이 있었다.

어린애에게 어린애의 시선이 있는 이유는 어린애에게는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당연히 어른은 어른의 시선이 필요했다.


저 아이가 지금 그저 어디선가 들은 말로 설득을 시도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저 애가 운이 좋은 거지 도움이 될 녀석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요 꼬맹이가 자신이 뭘 말하고 있는지나 아느냐가 문제야. 저 꼬맹이가 제대로 안다면 녀석은 꼭 필요한 꼬맹이가 되지만, 아니라면 짐이 되는 거야. 운 좋게 찍은 문제 하나로는 서울대에 갈 수 없는 노릇이니.’


동훈은 빠르게 소년의 속셈을 눈치챘다. 녀석은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는 중이었다.


물어보지 않은 것을 자진해서 답변해주는 모습은 배신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모습 아니겠는가.


그 사실에서 동훈은 어렴풋이 잔비어 요새에 있을 NPC들의 리스트를 쫙 떠올렸다.


배신자. 그런 본격적인 배신행위가 아니더라도 요새를 혼란에 빠뜨릴 NPC 같은 건 누가 있지?

곧장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요새를 뒤흔드는 그런 이벤트는 없던 것 아니겠나.


잔비어 요새 또한 원래는 플레이어가 장악할 수 없는 도시 같은 곳이니 에피소드의 일부가 드러날 수 있는 곳인데도 그곳은 언제나 평화로웠지.


동훈이 잔비어 요새 같은 자잘한 지역에 주목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였다.


전쟁 게임에서 평화로운 곳. 튜토리얼 지역과 가까워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란 말이지.


아무튼,


‘단순히 포로로 잡혀서 협조하겠다는 태도 이상이야. 녀석에게도 뭔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나 본데. 녀석이 우릴 이용하겠다면 우리도 녀석을 이용하면 그만이야.’


그때 당당한 소년 뒤에서 소심하게 쭈뼛거리던 나머지 종자 하나가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하나 또한 종자들이 입는 옷인 갈색 천옷을 입고 있었다.

갈색의 천옷은 손목과 발목 부분에서 꽉 조여 활동성을 보장했고, 꼭 맞게 만들어진 옷은 기사의 종자라는 신분을 그럴듯하게 드러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엔솔, 요새의 비밀을 외부인에게 알리는 건 배신행위라고! 배신자 처벌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소심한 종자 녀석은 당당한 종자 엔솔보다 키가 한 뼘은 컸으나 덩칫값을 전혀 못 했다. 목소리도 벌벌 떨렸고 말도 더듬었다.


하긴,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칼을 맞대던 적이었는데 동료들은 사라지고 졸지에 포로가 된 신분이었다.


그런 마당에 같은 종자 신분의 친구가 앞장서서 배신하겠다고 온갖 정보를 줄줄이 내뱉고 있으니 황당한 상황 아니겠나.


키 큰 종자의 떨리는 목소리를 당당한 엔솔은 단번에 제압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제법 살벌한 내용으로.


“알아. 손목과 발목이 잘리고 지하감옥 최하층에 던져지지. 시궁쥐가 들끓고 왕의 미움을 받는 범죄자들이 잘린 팔다리를 치료하지 못해 썩어가는 최하층 말이야.”


종자 엔솔은 배신행위에 대한 처벌을 건조하게 늘어놓았다.


그의 묘사는 사실적이어서 자연히 머릿속에서 처벌 장면이 떠올랐다. 집행인이 녹슬고 무딘 칼로 손목과 발목을 잘라....


상상을 이어가려는데 키 큰 종자가 버럭 소리쳤다.


“그래! 알면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냐고!”


“알지. 아니까 이러지. 넌 지금 상황에 대해선 모르겠니? 저 자비로운 신사분들이, 붉은 기수들을 모조리 요새로 날려버린 신사분들이 우리의 목을 뎅강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당당한 소년은 오히려 뻔뻔하게 종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 죽을래, 나중에 죽을래? 하면 나중에 죽겠다는 선택지가 당연했으니.


하지만 키 큰 종자 녀석은 들어먹지 않은 채 고개를 저으며 제법 바른 소리를 했다. 충신이로고.


“저, 저자들이? 아니, 아니야. 우릴 죽이면 왕께서 기사들을 파견하실 거고, 여긴 붉은 왕의 영토인데, 그러면 반드시 잡히고 말 텐데, 그럼 우리의 왕이 보복해주실 거라고!”

“붉은 기수들을 요새로 날린 건? 그건 왕이 기사들을 파견할 일이 아니고? 그건 보복할 거리가 아니야?”

“그것도 맞지.”

“그럼 넌 저분들의 인내심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거야?”

“그건,”


둘의 대담은 일종의 콩트 같았다.


키 큰 종자가 말하면 엔솔이 반박한다. 키 큰 종자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수긍하고 말았다. 키 큰 종자는 애초에 지는 말다툼을 시작한 셈이었다. 엔솔은 키 큰 종자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 듯 막힘없이 대답했으니까.


엔솔은 이제 키 큰 종자를 달랠 시간이라는 듯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러나 섬뜩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하감옥에서 썩어가는 건 훗날의 일이지만 우린 지금 죽을 수도 있어. 게다가 넌 그 말도 안 들어봤어? 붉은 왕께서 그의 대적 신성왕에게 포로로 사로잡힌 기사들에게 한 말 말이야.”


“뭐라고 하셨는데?”


“그대들의 명예를 위해 죽으라. 왕은 그대들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와, 왕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그래! 기사들에게도 그러셨는데 우리 같은 종자들에게는? 말없이 혀 깨물고 죽는 게 최선이라 하시겠지! 넌 정말 그러고 싶어?”


“왕을 위해서라면, 아니야. 나, 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내게 협조하라고.”


키 큰 종자는 결국 고개를 수그리고 소년 엔솔의 말에 승복했다. 반왕의 무시무시한 일화를 듣고도 겁먹지 않는 어린애는 없었다. 엔솔 같은 담 큰 애가 아니라면.


확실히 더 똘똘하기는 키가 작은 엔솔 쪽이었다.


둘의 대담을 듣고 있던 동훈이 엔솔을 향해 물었다.


동훈은 마치 알망의 움직임을 세상이 돕는 듯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그의 그런 움직임에는 비밀이 있을 터. 내부 첩자가 생겼다면 그를 활용하는 게 당연했다.


“기사 알망은 분명 비밀의 무기를 숨기고 있을 테지. 그의 움직임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 그에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지?”


엔솔이 감히 동훈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동훈이 보여준 신들린 위용, 지금 알망 경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듯한 물음은 자연히 동훈을 두려운 대상으로 보이게 했다.


“지금은 붉은 기수의 부단장이 되신 로디어 경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분도 알망 경에게는 숨겨둔 이빨이 있다고 말씀하셨죠. 비밀 무기의 정체는, 아무도 몰라요. 다만 부단장급의 기사들 사이에서 알망이 바람을 다스릴 줄 안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엔솔은 어지간한 기사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알망 경의 숨겨진 한 수를 눈치챈 위대한 기사의 안목에 소름이 돋았다.

알망 경의 숨겨둔 이빨은 그가 부단장의 자리에 도전하면서 넌지시 그 존재가 암시되었을 뿐이었다. 그 말은 그 전까지 누구도 알망 경의 숨겨둔 이빨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뜻했다.


비밀스러운 한 수란 밝혀진 순간 위력은 반 토막 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엔솔은 방금 보았던 전설 속의 거인 형상을 떠올리며 알망 경과 디오르라는 이름의 기사가 맞붙는 장면을 상상했다.


알망 경이 지는 것을 상상하긴 어려웠지만 디오르라는 기사가 지는 것 또한 상상하기 어려웠다.

엔솔은 결국 알망 경과 디오르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분이 부단장급의 기사라니.’


동훈은 짧게 되물었다.


“바람?”


“예. 알망 경과 칼을 맞대보면 바람이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말하죠.”


그 외에 엔솔이 알망의 비밀 무기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동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람을 다룰 수 있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에 관해 생각에 잠겼다. 아니면 영성이라도.


가만히 소년 엔솔을 지켜보던 반다르가 물었다. 담담하고 침착한 말씨였지만 그 안에는 예리한 칼이 들어있었다.


“넌 왜 우리 쪽에 붙으려는 거지? 네 목적이 뭐냐.”


“붙어요? 뭘요?”


“태세 전환이 빠르던데. 기사의 종자까지 할 정도면 촉망받는 인재였을 텐데. 모든 걸 버리고 배신자의 길을 걸으려는 이유가 뭐지?”


엔솔의 거짓말은 훌륭했지만 동훈과 반다르는 만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엔솔이 아무리 뛰어도 동훈과 반다르 손바닥 안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았다.


‘선생님 앞에서 거짓말하는 학생과 비슷하지. 어른들은 경험의 총량부터 다르니 여간해서는 거짓말에 속지 않는단 말이야. 그냥 속아주면 몰라도.’


엔솔은 뻔뻔하게도 거짓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렸잖아요. 전 죽고 싶지 않다고.”


“변명을 짧게 하는군. 거짓말에 익숙해. 그래, 말이 길어지면 틈이 많아지지. 좋은 버릇이야. 하지만 아직 미숙해. 거짓말을 할 때 눈썹을 들어 올리는 거, 알고 있나?”


소년은 무심코 눈썹으로 손이 갔고 그것을 보고 있는 반다르의 눈길까지 눈치챘다. 떠보는 거였다. 소년은 함정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침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눈썹이 정말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손을 움직이는 순간 자신은 지금까지 거짓말을 했노라고 실토한 셈이었다.


“알망 경의 정치적 상황이나 비밀 무기 같은 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엔솔은 방향을 바꿨다.

더 거짓말을 하고 시치미를 떼는 건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차라리 순순히 실토하는 쪽을 택했다.


이것만으로도 엔솔이라는 종자가 상황 판단에 능하고 영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연 반다르의 목소리가 더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의 신문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거짓말은 다른 이유가 없다는 쪽인가?”


“예.”


“그러면 이제 거짓말이 아닌 이유가 나와야 할 때 아닌가?”


반다르의 추궁에 엔솔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소년의 유창한 말솜씨로 물 흐르듯 이어지던 대화가 처음으로 끊겼다.


침묵이 끝나고 엔솔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얘기 안 할래요.”


당돌한 엔솔의 발언. 대답하지 않겠다니. 상상도 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엔솔은 정말 절박해 보였으니까.


“허?”


반다르의 어이없다는 듯한 바람 빠지는 소리에 엔솔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 이 거래 자체를 깨고 싶어서 그리 말하는 게 아니라는 듯.


“잔비어 요새에 대해선 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단언컨대 저는 최고의 길잡이일 거예요. 저를 길잡이로 삼으신다면 잔비어 요새까지 제가 모실게요. 믿어도 좋아요. 우리 아버지께서는 대단한 길잡이 용병이셨어요.”


잔비어 요새 관련자만이 알 수 있는 내부자 정보와 길잡이 역할은 유혹적인 조건이었다.

앞으로 가야 할 잔비어 요새의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길잡이 역할은 모험에 필수적이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이 셰르파를 괜히 고용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반다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며 물었다.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졌고 그의 눈빛은 대견한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이유는 알려줄 수 없지만 쓸모가 있으니 데려가 달라는 건가?”


그때 키 큰 종자가 끼어들었다. 녀석은 엔솔의 더한 배신행위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를 손가락질하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야, 엔솔! 지금 뭐 하는 거야?”


때맞춰 엔솔이 키 큰 종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신 저 애는 놔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예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거고 신사분들에 관한 이야기도 모른다고 할 거고요. 리옹, 그렇지?”


키 큰 종자, 리옹은 엔솔의 말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어, 어?”


“보세요. 원래 말을 잘 못 해요. 걱정하실 거 없어요.”


엔솔은 리옹이 말하는 걸 원치 않았는지 얼른 수습하며 리옹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엔솔의 수습에도 리옹이 발끈해서 나섰다. 소년 특유의 치기 어린 말투에는 으스대는 기색이 역력했다.


“야! 말을 못 하긴 누가! 알망 경을 누구 덕분에 따라올 수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알망 경의 임무에 끼워달라고 한 거야! 너, 너는 요새 밖으로도 잘 못 나오니까, 구경이라도 하라고 데려와 준 걸 고마운 줄 모르고!”


저 녀석, 똥볼을 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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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위세프의 영성 강림 23.01.28 195 2 13쪽
88 아뜨리 카포(2) 23.01.27 212 4 16쪽
87 아뜨리 카포 +1 23.01.25 190 4 13쪽
86 붉바리(2) 23.01.22 197 3 19쪽
85 붉바리 23.01.21 216 3 21쪽
84 폴트란 북문 전투 23.01.18 193 4 13쪽
83 북문으로(2) 23.01.15 207 4 17쪽
82 북문으로 23.01.14 216 4 20쪽
81 기별 없이 온 손님 23.01.13 205 4 19쪽
80 이웃 23.01.10 244 5 12쪽
79 잔비어 요새 대회의 23.01.08 216 5 13쪽
78 충성 맹세 23.01.07 227 5 15쪽
77 복수자들 23.01.05 271 8 16쪽
76 마성의 남자 23.01.03 234 9 18쪽
75 니아 아가씨 23.01.01 255 7 21쪽
74 움직이는 세계 22.12.31 249 8 15쪽
73 안개 도시 폴트란 22.12.29 255 8 14쪽
72 당신의 가격은 22.12.27 268 9 18쪽
71 신을 위한 코드 22.12.25 276 7 16쪽
70 초능력과 친구 22.12.24 279 6 15쪽
69 디올 +1 22.12.21 277 7 13쪽
» 정치와 고립 22.12.18 308 8 16쪽
67 보스 스킬 22.12.17 291 11 16쪽
66 결투 재판(3) 22.12.14 294 7 21쪽
65 결투 재판(2) 22.12.12 283 9 16쪽
64 결투 재판 22.12.10 298 9 20쪽
63 반왕의 붉은 기수 22.12.07 30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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