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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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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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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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5)

DUMMY

에메랄드 섬은 그 지형적 단절성과 적은 인구 때문에 리크나이츠령임에도 불구하고 자치권을 획득하고 있었다. 왕실은 이 거둘 것 없는 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하물며 항구로 사용하기 위한 입지도 없었다. 에메랄드 섬은 수백 년간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섬 출신인 안트로서 아망초가 300년 만에 9클래스에 도달한 최초의 마법사가 된 것이다. 마법협회는 즉각 이를 왕실에 보고했고, 왕실은 그를 포섭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정치판에 끌어들이거나 전쟁에 활용할 생각은 아니었다. 왕실은 얼마 남지 않은 ‘신의 아이 재림’을 넘기기 위해 안트로서를 끌어들였다. 그는 못마땅해했지만, 다른 마법사들이 그렇듯 신의 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그는 비밀리에 왕실과 손을 잡았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왕실 국고가 바닥나 있었고, 별동대를 차출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사용하는 탐지 마법은 아루의 수정을 찾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비밀을 전제로 하는 만큼 수정에 대한 수색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안트로서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그러던 와중 어느 날, 한 남자가 섬을 방문했다. 그의 이름은 세르딕 로샤단, 신의 아이를 찾고 다니는 늙은 레인저였다. 그는 안트로서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는 윈프레드와 오랜 친구사이였고, 뚜렷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닌 사내였다. 때문에 처음에는 안트로서도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당시 15세, 말 그대로 꽃다운 나이였던 데루루피아가 세르딕의 사상에 심취해 그를 따라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금지옥엽 키운 손녀가 섬을 떠난다는 소리에 그는 길길이 날뛰었다. 아버지인 윈프레드조차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르딕을 죽여버리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그에겐 세상물정 모르는 손녀가 더러운 무뢰배에 홀린 거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데루루피아 또한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그는 세르딕을 보좌하는 게 아닌 육지로 유학하는 것에 한해서만 출가를 허락하며, 절대 위험한 일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며,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할 것을 조건으로 손녀의 청을 수락했다. 하지만 이 일로 안트로서는 세르딕을 철천지원수처럼 여기게 되었다.

섬을 떠난 뒤 데루루피아는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으며, 안트로서가 준 스크롤을 통해 달마다 한 번씩 편지를 보냈다. 여기서 또 한 번 문제가 터졌다. 안트로서가 편지에 요구한 건 손녀의 근황이라든지, 학업 성취도, 건강 상태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편지는 온통 세르딕과, 어느 젊은 기사에 대한 이야기로 꽉 차 있었다. 기사의 이름은 람카디스 클로람,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청년이었다. 안트로서는 머리에 섹스만 들어찬 근육마초가 순진한 손녀를 홀린 거라며 분노했다.

편지의 내용이 점점 러브레터로 변해가자 그는 세르딕과 람카디스를 죽이러 갈 거라고 출항준비까지 했다. 만약 그때 윈프레드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는 암살을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 두 사람의 이름은 안트로서의 기억 속에 「반드시 죽여야 할 놈들」로 각인되어있는 것이다.


“...진짜 꼴사납네. 고작 그런 이유로? 참나, 웃기지도 않아서...”


“자네들도 봤다시피 아버지 성격이 좀...게다가 루루를 각별히 아끼셨거든.”


“손녀 가지고 그 정도면 아저씨 결혼할 땐 완전 난장판이었겠네요.”


“아니, 전혀. 결혼은커녕 내가 무사수행을 떠날 때도 나와보지도 않으셨지. 내가 태어났을 때 딸이 아니어서 충격을 받으셨거든.”


“...아, 아저씨도 참 힘드셨겠네요.”


이야기를 마치고 나자 윈프레드는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은 지금껏 몰랐던 길드명의 유래와, 데루루피아의 어렸을 적 에피소드를 듣곤 감회에 젖었다. 숲의 저녁은 일찍 찾아와서, 이야기를 듣는 사이 사위는 금세 어두워져 있었다. 디리터가 안트로서의 집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시 한 번 가봐? 화 풀렸을지도 모르는데.”


윈프레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아버지는 내가 천천히 설득시키겠네. 그동안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지내게나.”


루도는 꽁한 얼굴이었지만 별다른 반론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섬에서 장기간 체류하기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또 성급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보다는, 람카디스의 스승인 세르딕에게 더 호기심이 갔다. 들은 대로라면 그가 람카디스와 데루루피아를 신의 아이를 찾는 일에 끌어들인 장본인이었다. 그는 살아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섬 반대편에서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구애를 위해 지저귀는 노래가 아닌, 잡아먹힐 때 내는 비명이었다. 낯선 섬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 일행은 윈프레드로부터 기별이 있길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그냥 눌러앉아 식량만 축내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섬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일행은 각자 특기를 살려 밥값을 했다.

에레이시아는 뛰어난 약초지식을 살려 병자에게 처방을 내려주거나 섬 약사들과 지식을 공유했다. 디리터는 프로는 아니었지만 그림실력을 살려 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그가 가진 펜이며 붓은 섬에는 없는 종류여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딱히 싸우는 것 외엔 재주가 없는 넷은 자경단원과 대련하거나 근무를 보조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이방인의 접근에 경계하는 모습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안트로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디리터, 에레이시아, 제리온과 이칼롯은 늦은 아침을 먹은 뒤 잡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주간이어서, 그들은 나무그늘 아래 앉아 바람을 쐤다. 루도, 마리네는 아르유와 함께 나물을 캐러 아침 일찍 숲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디리터는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부녀자들은 차치하더라도, 남자들은 심지어 농사를 지으러 가는 사람마저도 무기를 들고 있었다. 자그마한 손도끼는 표준이고, 쟁기보다 큰 폴암(Polearm)을 지게에 짊어진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디리터 나이 또래, 20~30대 연령의 청년들은 거의 대다수가 갑옷을 걸치고 다녔다. 그들은 모두 자경단 소속이었다.


“300 조금 넘는 마을에 병사가 60이야. 이러니 발전이 없을 수밖에. 여기 사는 사람도 참 힘들겠어.”


디리터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그는 은근슬쩍 에레이시아의 어깨에 턱을 괴고는, 알게 모르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연방 디리터의 손목을 쳐냈다.


“그거 말인데, 혹시 모르니 너희도 봐두는 게 좋을 거야.”


이칼롯이 묵직한 책자를 건넸다. 책은 자경단에서 사용하는 순찰일지였는데, 디리터의 동물도감에 필적하는 두께였다. 거기엔 순찰 중 일어난 애로사항이나 경위, 교전수칙 등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제리온이 책을 몇 장 넘기다 이내 덮었다.


“이 많은 걸 어느 새에 다 읽어?”


“그럼 그림이라도 봐둬. 꽤 충격적인 게 있거든.”


파라라락 책갈피가 넘어갔다. 제리온은 심드렁한 얼굴로 책을 넘기다가, 이내 어느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 그는 턱을 괸 채 검지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디리터, 이거 어떻게 생각하냐?”


제리온은 책을 디리터에게 넘겼다. 그가 본 것은 기묘한 ‘생물’의 그림이었다.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에 팔은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온몸엔 털이 수북하게 돋은 생물이었다. 코가 상당히 길고 양 입술엔 송곳니가 비죽이 튀어나와 있었는데, 사람인지 원숭이 종류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옆에는 비교하기 쉽게 성인 남성을 그려 놓았는데 대충 비교해도 신장이 2미터는 되어보였다.


“...뭐야 이게? 사람?”


이칼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맹수로 분류되어 있다. 육식인데, 특히 사람고기를 즐긴다더군.”


“기분 나쁜 녀석이네...곰도 아니고.”


섬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이곳은 육지와는 그 생태부터가 전혀 달랐다. 바다에서 만난 시 서펜트야 말할 것도 없고, 아르유가 타고 다니는 그리폰도 책에서조차 접하지 못한 동물이었다. 디리터는 유년기를 아버지와 함께 보내며 카잘 산맥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이런 신기한 생명체는 본 적도 없었다. 그의 도감에 그려진 건 기껏해야 푸른 지빠귀, 황토 멧돼지 따위였고 위험한 동물이라 해도 대부분 델키아에서 접하는 것들이었다.


“트롤...? 오랑우탄 종류인가?”


디리터는 호기심이 동해 다른 그림도 찾아봤다. 책자에는 트롤뿐 아니라 날개 달린 사자, 집채만 한 구렁이, 거대 구더기 등의 그림이 실려 있었고, 에레이시아가 희귀종이라며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바실리스크도 보였다.


“어머, 바실리스크? 여기 정말 야생인가 보네.”


디리터는 언짢은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책자에 기록된 동물들은 하나같이 사람보다 몸집이 큰 종류였다. 이런 것들이 상상이 아니라 실존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울타리 너머, 숲 어딘가에는 이런 괴물들이 살고 있다는 건가?


“이거 진짜야? 진짜라면 좀 무섭다...”


이칼롯이 멀리 보이는 외곽 울타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라고 처음부터 이런 허무맹랑한 정보를 믿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섬에서 지낸 일주일간, 그는 이러한 자료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어제 윈프레드씨에게 물어봤었다. 섬의 비정상적인 병역 비율에 대해서. 그랬더니 그 정도도 유지되지 않으면 마을이 초토화될 거라며 웃으시더군.”


“초토화? 짐승들에게 마을이 전멸할 수도 있단 말이야?”


“...너도 봤잖아. 자경단의 근무형태. 치안 유지보다는 외곽 방어에 훨씬 중점을 두고 있지. 순찰수칙이나 무장 상태도 레인저쪽에 훨씬 가까워.”


“으음...”


디리터는 불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마을을 보호하는 울타리는 늑대 따위의 들짐승을 방어하기엔 지나치게 높고, 또 두꺼운 구조였다. 아니, 말이 울타리지 성곽이라 칭해도 좋을 정도였다. 게다가 곳곳에 세워진 망루엔 수시로 자경단원이 배치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준전시체제라고 봐도 무방했다.

레인저의 고민을 알 리 없는 제리온은 풀밭에 드러누우며 조소했다.


“그냥 숲을 통째로 태워버리면 안 되냐? 그럼 다 뒈질 거 아냐.”


“니놈 새끼는 참 생각하는 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날은 더웠지만 적당히 건조했고, 새파란 하늘과 바다가 닿은 접점에선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시야가 탁 트이니 눈도 즐거웠다.

그러다가 돌연 망루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한가하게 누워 있던 그들은 고요를 찢는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순식간에 마을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지?”


“뭔가 일이 터진 모양인데...”


곧이어 비번이던 자경단원들이 갑옷을 걸치고 뛰쳐나왔다. 그들은 긴장된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 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결사대와도 같은 비장함이었다.

그때, 종소리가 난 쪽에서 근무 중이던 병사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병사가 다른 병사를 부축하고 있었다. 이칼롯은 그들이 걸어오는 자리에 피가 점점이 얼룩지는 것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에 공격당한 게 분명했다.


“디리터, 가보자.”


“응? 어어.”


둘은 재빨리 언덕을 내려갔다. 놀란 에레이시아가 그 뒤를 따랐고, 맨 끝에서는 제리온의 짜증 섞인 불평이 들려왔다. 다친 병사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으...으으...”


디리터는 부상병의 상태를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왼쪽 팔이 뜯겨져 있었는데, 늘어진 근육과 살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환부를 보며 이칼롯이 입술을 깨물었다.


“말도 안 돼...”


그것은 칼에 잘린 것도, 그렇다고 늑대에게 물어뜯긴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완력을 지닌 무언가가, 병사의 팔을 잡고 비틀어 뽑아낸 것이었다. 부축하던 병사가 울부짖음에 가까울 정도로 절박하게 외쳤다.


“의사! 의사를 불러줘요!!”


“다들 비켜요!! 무슨 일이기에...아...!!”


에레이시아가 병사들을 밀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도 부상병의 상태를 보곤 짧은 단말마를 질러야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 또한 이런 참혹한 상처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야무진 성격답게 그녀는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지혈제를 뿌렸죠? 생각보다 출혈이 많지 않아 다행이네요. 좀 더 피를 흘려야 할 테니까.”


“예? 무슨...”


동료 병사가 놀라서 물었다. 하지만 에레이시아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신경조직이 완전히 드러난 데다 뼈도 엉망이에요. 이래선 얼마 못 살아요. 팔을 좀 더 잘라내야겠어요. 칼...같은 걸로 예리하게.”


“말도 안 됩니다! 그랬다간 쇼크로 죽을지도 몰라요!”


“이미 의식이 없으니 괜찮아요. 이봐요! 누구 솜씨 좋은 병사 없어요?!”


그녀의 태도가 워낙 단호했기 때문에 병사는 뭐라 반박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팔을 잘라달라는 말에 사람들이 주저하자, 이칼롯이 검을 뽑았다.


“물러서.”


병사들이 즉시 몇 걸음 물러났다. 이칼롯은 병사가 들고 있던 방패에 잘린 팔을 올리더니, 방패를 도마 삼아 단숨에 칼을 내리쳤다.


“...!!”


명령을 내린 에레이시아마저도 그 순간에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병사가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지라 자지러지는 비명 같은 걸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부 절단이 끝나자 그녀는 신속하게 상처를 지혈하고 붕대로 묶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디리터가 다친 동료를 부축해온 병사에게 물었다.


“저거 어떻게 된 겁니까? 팔이 완전 뜯겨 나갔는데.”


“트롤...트롤이에요! 동쪽 감시탑에 트롤이 나타났어요!”


“트...롤?”


아직 일행에겐 생소한 단어였지만 소집된 병사들 사이에서 즉각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트롤? 제기랄!”


“이 시기에, 그것도 대낮에 나타났다고? 그런 미친...”


병사의 동요가 생각보다 컸다.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이토록 참혹한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처음 병사가 절박하게 외쳤다.


“도우러 가야 합니다! 망루에서 지키고 있긴 한데...숫자가 너무 많아요! 곧 있으면 울타리에 도착할 거예요. 막지 않으면 뚫릴 겁니다!”


이칼롯과 디리터의 시선이 동쪽 망루를 향했다.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 주민들이 퍼져 있는 상태, 울타리가 뚫리면 최악의 참살이 벌어질 것은 자명했다.


“안내 부탁합니다. 어서!”


디리터와 이칼롯, 제리온은 자경단원의 안내에 따라 동쪽 망루로 향했다. 뒤도 안 보고 달려가는데, 멀리서 에레이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디리터!!!!”


경악한 그녀의 외침에 셋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을 자르란 명령을 내렸을 때도 눈 하나 깜짝 않던 그녀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떨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루도랑 마리네, 동쪽 숲으로 들어갔단 말이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아르유와 함께 나물을 캐러 갔을 텐데, 셋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동쪽 숲에서 나타난 트롤은 어느새 울타리까지 도달해 있고...

그러나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셋은 다시 등을 돌려 망루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창백해진 그녀에게, 디리터는 이렇게 말했다.


“윈프레드 아저씨도 종소리를 들었을 거야! 가서 전해. 그분이라면 뭔가 좋은 수를 생각해낼 테니까!”


망루에 도착하자 열 명 남짓한 병사들이 기를 쓰며 게이트를 닫고 있었다. 그들 발치에 피투성이가 된 트롤의 시체가 보였다. 짙은 녹색 피부에 괴상하게 생긴 얼굴, 순찰일지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였다. 상황이 종료된 건가 싶어 안도하려는 찰나 망루 위에서 병사 하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온다! 하나, 둘...일곱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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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806 29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96 28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7 30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34 29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73 34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8 32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90 26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91 26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84 28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29 26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50 33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98 29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52 27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51 30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81 32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72 35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53 34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16 34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24 36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54 35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84 32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19 38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89 34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26 37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28 39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45 34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25 40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30 34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54 34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50 35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7 39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93 35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28 44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8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6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5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3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2 36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80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2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4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5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3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3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60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4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4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30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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