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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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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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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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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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DUMMY

“음식을 테이블째로 가져오라는 거야 뭐야? 다섯 명이나 차출할 것까지 있나?”


몸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제리온은 걸어가면서도 연방 투덜거렸다. 곁에 있던 마리네가 웃으며 그를 달랬다.


“그래도 오랜만이잖아? 우리끼리 이렇게 걷는 것도. 어차피 후버 아저씨네 식당까진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까, 산책 겸 갖다 오면 되겠네.”


“쳇, 네 녀석은 참 세상 살기 편하겠다. 매사에 낙관적이니까.”


마리네는 어깨를 벌리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상쾌한 바람에 하루 간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봄이 어느새 부쩍 다가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알록달록 물들었던 꽃나무들도 언제부턴가 그 빛을 점차 초록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때늦게 봄꽃들이 그 망울을 틔우긴 했지만, 얼마 안 가 시들어 버리거나, 맥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어차피 썩어 흩어질 것이건만 루도는 떨어진 꽃잎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걸었다.

잠자코 있던 이칼롯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여기 온 지도 어느덧 5년이군. 그래도 완전히 인정받기엔 무리라는 건가...”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람카디스가 굳이 다섯을 골라 심부름을 시킨 이유. 그들이 들어선 곤란한 아주 중요한 얘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심부름에 나선 다섯은 그 중요한 주제에 낄 만큼 신뢰받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라도 눈치 빠른 이칼롯은 예전부터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로샤단은 평범한 레인저 길드가 아니라는 것과,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그와 제리온이 의구심을 품은 채 지내는 부류라면, 루도와 마리네, 디리터는 아예 그에 대해 체념한 쪽이었다.


“뭐, 노땅들끼리 할 얘기가 있나 보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이칼롯의 시선이 루도를 향했다. 그는 의아한 눈초리를 한 채 물었다.


“넌 나보다 훨씬 전부터 로샤단에 있었지. 그런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군. 솔직히, 여긴 일개 레인저 집단이라고 하기엔 다들 너무 솜씨가 좋아. 람카디스 대장만 해도 그렇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자지. 그런 고수는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야.”


디리터는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제리온은 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들보다 먼저 들어온 마리네가 람카디스를 변호했다.


“아하하...그렇게 심각하게 나올 필요 없잖아. 음, 이칼롯이 호기심을 가지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전에 람이 말했던 적이 있어. 그냥 자기를 믿어 달라고. 나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의미 없는 의심은 그만둘래. 난 람을 믿으니까.”


마리네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루도를 바라보았다. 루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냥 걷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조금 전 마리네가 한 말은 루도가 해야 했을 대사였다. 람카디스가 비밀로 하는 일이 루도와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10년이나 흘렀음에도, 그는 그 키워드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가린워드의 생존자, 펠아람의 아이, 베릴의 아이.


마리네는 말을 꺼내고도 루도가 불쾌해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루도는 전혀 동요한 얼굴이 아니었다. 람카디스에 대한 루도의 믿음은 친가족보다 더 확고했다.

오히려 루도는 피식 웃으며 마리네를 거들었다.


“람이 이런 말도 했었지. 자기보다 세지면 알고 싶은 걸 모조리 알려준다고. 이칼롯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가장 손쉬운 방법이야.”


“...간단하고도 험난한 방법이군.”


이칼롯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였지만, 마리네와 루도의 재치 있는 답변 덕에 분위기는 밝게 흘러갔다.

막 앞으로 먹을 진수성찬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때였다. 눈이 밝은 디리터가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했다. 그는 턱으로 그 무리를 가리켰다.


“뭐냐? 저거.”


다른 이들도 뒤늦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했다. 일련의 무리가 자신들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양새나 색깔은 제각각이었으나, 모두 온몸을 가리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 치렁거리는 옷자락은 여행자가 입는 것하고는 분명히 거리가 있었다.

제리온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차림새는 마법사 같은데? 근데 뭐 저리 많아?”


그들은 모두 30여 명에 달했다. 물론 그런 옷차림을 하고 있다고 모두 마법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제리온의 추측이 맞다고 치면 그건 범상치 않은 일이었다.

마법사는 알테야 제국의 붕괴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그 수가 적어졌다. 거기에는 오랫동안 마법을 전수해주던 드래곤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마법을 제한하는 각국의 마법억제 정책 또한 한몫을 했다. 그나마 최근에야 왕실에서 실용마법을 장려하기 시작해, 맥이 끊어지려 하던 마법학을 간신히 되살려 놓은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법사 수십 명이 한곳에 모인다는 일은 그 자체로도 큰 화젯거리였다. 그것도 이런 촌도시에서라니, 놀랍다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

제리온의 말을 듣자 다른 사람들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학자였지만, 그 힘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강력한 살육자로 탈바꿈할 수도 있었다. 디리터는 돌크를 흉내 내려는 듯 길게 가래를 끓었다.


“내가 아는 머저리 마법사들이랑은 좀 달랐으면 좋겠는데. 아니, 원래 그런 성격만 마법사가 되는 건가?”


그의 비아냥에 제리온은 곧바로 대꾸했다.


“마법사 중에 너보다 저능한 이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어느새 그 로브 입은 일당들이 접근해 왔다. 루도 일행은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 가장자리로 비켜주었다. 몇몇은 감사의 표시로 살짝 고개를 숙였지만, 대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들을 지나쳤다.

루도는 그들이 스쳐갈 때 매캐한 목탄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그 범상치 않은 기운 때문인지, 일행은 지나쳐간 그들을 슬쩍 돌아보았다. 루도는 느릿하면서도 절도 있는 그들의 움직임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루도가 멀어져가는 그들에게 시선을 향한 채 말했다.


“뭔가 기분 나쁜 사람들이네. 가장무도회라면 모를까, 저런 복장을 한 무리를 또 보게 될 줄이야.”


그 말대로, 일행이 느낀 위화감엔 그들의 차림새도 한몫 했다. 일부러 통일이라도 한 듯한 로브(Robe)차림. 예전에 루도를 습격했던 광휘의 결사나, 그를 납치했던 나젠크루거 일행도 모두 로브를 빼입고 있었다. 물론 카토르나 제리온도 로브를 애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루도의 기억 속에 로브를 입은 사람은 무언가 음험하고 교활하다는 이미지였다.

그들은 개울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신경 쓰였지만 일행은 이내 관심을 돌렸다. 즐거운 날에 쓸데없는 고민 할 필요는 없었다.

걸음을 빨리 한 덕분에 30분도 지나지 않아 음식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가게에 들어서자 가게 주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음식을 내주었다. 맥주통은 미리 지게에 얹혀 있는 상태였고, 갓 구운 새끼돼지 통구이에서 노릇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먹음직스런 냄새에 다들 군침을 흘렸다. 어서 빨리 돌아가 연회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디리터가 지게를 지고 루도가 돼지요리를 품에 들었다. 뜨끈뜨끈한 기운에 하마터면 바구니를 놓쳐버릴 뻔했다. 그는 요리가 담긴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받쳐 들었다. 나물 더미는 마리네가 들었다. 제리온이 돼지구이에서 나는 냄새를 맡더니 입맛을 다셨다.


“우왓, 이거 정말 맛있겠네. 자아, 어서들 돌아가자고.”


“배고파 배고파! 빨리 돌아가자. 후버 아저씨, 잘 먹을게요!”


배웅하는 주인장을 뒤로 한 채 일행은 서둘러 가게를 나서려 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슬며시 문을 막아섰다. 붉은 머리에 키가 훤칠한 그는 루도와 마리네도 아는 얼굴이었다.


“알룬도?”


마리네가 반가운 마음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웬일인지 알룬도는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전날 보여주던 넉살 좋고 웃음기 많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어딘가 침울한 표정을 한 채, 말없이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 유달리 그늘진 얼굴에 루도는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 그는 알룬도에게 말했다.


“알룬도도 이 근처에서 묵었었군요. 음, 그건 그렇고 길 좀 비켜주겠어요? 우리가 좀 바빠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군...”


알룬도는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루도는 슬슬 그의 달라진 모습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전날과 달리 그는 몰라보게 가라앉아있었다. 그는 하룻밤 만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디리터와 이칼롯은 다른 이유로 눈을 가늘게 떴다. 문을 막고 선 것도 불만이었지만, 알룬도의 손 위치가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는 왼손을 뒤로 가린 채였다. 아마 만돌린을 들고 있는 거겠지만, 둘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알룬도는 마치 무기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영 비켜서지 않자 제리온이 앞으로 나섰다.


“이보쇼, 왜 사람 다니는 길을 막아서 있어? 움직이는 데 방해되잖아. 좀 비켜 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알룬도의 어깨를 밀쳤다. 그 순간, 알룬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 살기에 이칼롯은 하마터면 뛰쳐나갈 뻔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알룬도는 팔을 멈칫거리더니, 순순히 문에서 물러났다.


“...미안하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는 가게에서 나오는 일행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응시하는 이칼롯이나 디리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덤덤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안타까워 보이는 그 눈빛이 일행의 발을 붙잡았다. 루도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할 말 있으세요? 아, 혹시 식사 못 하셨어요? 잠깐만요, 제가 돈 가지고 나온 게 없어서, 일단 외상으로 하고 유버 아저씨한테...”


“아니, 아니다.”


알룬도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감추고 있던 왼손을 꺼냈다. 예상대로 그의 손엔 예의 만돌린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잠시 악기를 조율하더니, 가볍게 손을 튕기기 시작했다. 연주라고 하기도 조잡한 화음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기적이지만, 기적이 아니로다. 우연이지만, 우연이 아니로다.”


“....?”


그 노래 같지도 않은 가락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두 손뼉을 쳐야 할지, 아니면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망설이는 가운데, 알룬도는 싫증 난 듯 만돌린을 집어넣었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걸 하려니 쉽지가 않군.”


아마 노래를 한 것 같다. 일행은 어이가 없어 그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알룬도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 떠나기 직전 그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말해봤자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충고는 해주마. 길드로는 돌아가지 마라.”


“예? 그게 무슨...”


“....유감을 표하마.”


루도가 영문을 몰라 다시 그를 불렀으나, 그는 그대로 건물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뜻 모를 소리만 지껄인 채 그렇게 가버렸다. 일행은 벙찐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골목길을 바라보았다.

디리터가 먼저 적막을 깼다.


“뭐냐? 저 사람. 아는 사이냐?”


마리네가 대답했다.


“안다고 하기엔 좀 뭐하고...그냥 어제 순찰로에서 만난 사람이야. 자기 말로는 음유시인이라고 했었는데.”


“음유시인? 아까 그게 노래면 내 요리도 궁중스페셜이다. 좀 살짝 맛이 간 거 아냐?”


“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제는 괜찮아 보였는데...”


마리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루도와 이칼롯은 굳은 얼굴로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그의 심각한 눈빛과 창백한 표정이 떠올랐다. 도저히 농담을 건네는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이칼롯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른 이들도 그에게 맞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빨리 로샤단으로 돌아가 봐야겠어.”


“어어? 같이 가!”


무거운 짐을 든 디리터와 루도는 점점 속도가 뒤처졌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훨씬 빠른 수준이었지만, 이칼롯의 걸음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결국 이칼롯이 다른 이들과 거리를 맞춰 주었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건대도, 길은 평소보다 무척 을씨년스러웠다. 태양은 아직 하늘에 떠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사위는 어두웠다. 발걸음을 빨리했기 때문인지 모두 땀으로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다.

결국 제리온이 숨을 몰아쉬며 불평을 했다.


“아 좀 천천히 가! 빨리 돌아가서 나쁠 건 없지만, 이게 웬 뜬금없는 행군이야? 설마 아까 그 이상한 남자가 했던 말을 마음에 두는 거야?”


이칼롯이 자리에 멈추더니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말대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일행은 알룬도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건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칼롯은 그에게서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건 그뿐만 아니라 루도와 마리네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좀...신경이 쓰인다. 그럼 나 먼저 가 있을 테니 너희는 천천히 오도록 해.”


이칼롯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리온이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어이구, 그놈의 예감 두 번 오면 아주 대륙 횡단이라도 하겠네.”


루도와 마리네, 디리터는 짐이 있어서 이칼롯처럼 달려가진 못했다. 결국 넷은 길에 나란히 늘어선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길도 오르막길이라 올 때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졌다.

마리네가 나물 더미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알룬도, 역시 람이랑 아는 사이인 건가? 애초에 할 얘기가 있어서 우리한테 심부름을 맡긴 거니까, 얘기가 길어져서 그런 말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흠, 네 말도 맞긴 하다만...”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냐? 이칼롯이 피해망상증인 거 하루 이틀이냐? 그냥 신경 꺼. 아, 젠장, 이거 더럽게 무겁네.”


디리터가 지게를 맨 채 낑낑거렸다. 그가 가장 힘이 좋아 짐을 맡긴 거였지만, 역시 술이 가득 든 오크통을 이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마리네와 제리온이 뒤에서 지게를 받쳐주었다. 이렇게 엉거주춤하게 움직이다 보니 속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어가자, 일행은 시야가 트이는 논밭으로 나오게 되었다. 멀리 길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절반 정도 앞서간 이칼롯의 모습도 보였다. 그 근방엔 민가가 거의 없었으므로, 2층으로 구성된 로샤단 건물은 유독 눈에 띄었다. 거기다 웬일인지 해가 지지 않았음에도 건물 안에서 불빛이 보였다. 램프 기름이라는 건 대단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이런 초저녁부터 사용할만한 것이 못 되었다.

디리터가 그 불빛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벌써 진탕 마시고 있는 거 아냐? 그렇지 않으면 저 비싼 램프를 초저녁부터 킬 리가 없는데.”


“어, 그런가? 그래도, 우리 빼놓고 벌써부터 시작했을라고.”


“아니, 람 아저씨 빼고는 모두 그렇게 할 만한 사람들이다.”


그의 신랄한 평가에 곁에 있던 셋이 키득거렸다. 가게에서 받은 돼지구이가 어느새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어서 가서 배불리 먹을 생각하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걸음이 빨라졌다.


“으아, 배고프다! 빨리 가자! 이칼롯이 저걸 노리고 있던 거였구나!”


“아하하, 그거 말 되네. 이칼롯도 식탐이 꽤 있단 말이야.”


일행은 앞서가는 이칼롯을 제물삼아 농담을 했다. 알룬도가 했던 요상한 말도 어느새 잊어버린 채였다. 그들은 즐겁게 떠들며 논두렁을 걸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길드 건물에서 기다란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


작가의말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옴마나 세상에...!

이런 거 처음 받아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런 게으른 아마추어 작가에게 후원이라니 ㅠㅠ

정말 황송할 따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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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대형고철
    작성일
    15.03.29 03:30
    No. 1

    스포 하기 싫어서 댓글 안 달았는데... 읽으신 분들은 다들 짐작하실것이기에 말합니다.
    따스한 봄은 지나고 이제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며.... 왜 계승자일까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사치
    작성일
    15.03.29 11:02
    No. 2

    오 작가님 후원금 정말 축하드려요!! 람의 계승자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지요..^^ 많이 알려지지않은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키티비
    작성일
    15.03.29 14:14
    No. 3

    제리온 이름을 보니 왜이리 반갑고 안습이 될까요. 넘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08 14:31
    No. 4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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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96 29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1,000 32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94 29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74 28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1,013 28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903 31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66 29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96 26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903 29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91 31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805 29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96 28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7 30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34 29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73 34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8 32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90 26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91 26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84 28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29 26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50 33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98 29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52 27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51 30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81 32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72 35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52 34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16 34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24 36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54 35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84 32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19 38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89 34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26 37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28 39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45 34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25 40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30 34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54 34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50 35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7 39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93 35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27 44 23쪽
»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8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6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5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3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1 36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80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2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4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4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3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3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60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4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4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30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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