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태어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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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깨비
작품등록일 :
2022.10.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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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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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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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두억시니와의 재회

DUMMY

21. 두억시니와의 재회




현무는 미호와 함께 산을 달려 육지의 끝 남해 앞바다에 도착해서 햇살에 반짝거리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무는 미호에게 노구화호에 대해 좀 더 물어보았다.



"네 할머니... 언제부터 공주에 살고 있었던 거야?"


"글쎄요. 하도 오래되서... 어머니가 그러셨는데 원래 저희도 한곳에 모여 무리지어 살았데요. 제가 태어날 때쯤 저희 일족끼리 서로 다른 의견으로 다툼이 있었다는데 그때 뿔뿔히 흩어졌고 할머니는 공주로 와서 정착했데요."


"내가 볼때 네 할머니... 신선과 같은 도력을 쌓았던데 왜 등선도 안하시고 이 세상에 살고 계시는 거야?"


"호호... 등선보다 사람사는 세상에 섞여 사는걸 더 좋아해요. 그러니 사람들이 노구화호라 부르죠."


"특이하신 분이네... 그런데 아까 네게 준 빨간 알약들은 뭐야?"



그 말을 듣자 미호는 품에 들어 있는 약통을 조심스럽게 만져 확인하더니 웃으며 얼버무렸다.



"비밀이예요. 비밀~ 단지 할머니가 요력이 아주 높아서 좋은 약을 잘 만들어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팔기도 한다는데 효과가 좋은지 인기가 아주 좋데요."



현무가 알약에 대해 더 물을까봐 미호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오빠. 이젠 배만 타면 되는데 왜 이런 절벽으로 온 거예요?



미호 말대로 저 멀리 수평선에 별처럼 반짝이는 어선만 몇 척 보일 뿐 주변엔 인적도 없는 절벽 위였다.



"배를 탈거면 출발 할때 서울에서 비행기를 탔지. 뭐하러 여기까지 왔겠어."


"네?... 그럼 여기서 배 타고 제주도 가는게 아니였어요?"


"내가 몰래 제주도로 들어가는 건 비밀이거든. 그러니 대중교통은 절대 안되지"


"그럼 설마 헤엄이라도 쳐서 가려구요?"


"너... 잠시 본체로 좀 변해야 겠다. 괜찮겠지?"



현무의 대답은 미호를 더욱 궁금하게 했다.



"왜요? 난 지금 이 모습이 좋은데..."


"바다 건널 때까지만 참아. 내가 널 안고 가려면 사람보다는 여우가 안기도 편하고 좋잖아."


"뭐라고요? 바다를 절 안고 건넌다고요? 미쳤어요?"


"바다 건너는게 처음도 아닌데 뭘. 걱정말고 어서 둔갑술이나 풀어."



미호는 설마 현무의 능력으로 바다까지 건널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마산 앞 바다 한가운데 허공에 멈춰 떠 있는 현무를 보지 못했으니 의심할 만도 했다.


미호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백여우로 돌아가 현무의 품속으로 안겨 몸을 묻었다.



"헤헤...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현무는 미호의 장난끼 넘치는 말을 못들었다는 듯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현무는 몰래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전국 곳곳에 설치 된 CCTV가 너무 신경쓰이고 짜능나는걸 느꼈다.


산 속에서는 자유로웠지만 번거롭고 불편했다.



'이거 완전 보이지 않는 감옥이 따로 없네...'



공존을 위해 요괴들을 감시했지만 막상 자신이 같은 입장이 되자 현무는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자 마자 본체로 돌아온 미호는 만장굴에 가까워 질때 쯤에야 궁금한듯 물었다.



"그런데 여긴 왜 온거예요. 오빠가 저처럼 요괴도 아닌데 이렇게 비밀스럽게?"


"누굴 좀 만나서 확인 할께 있거든. 얼마전 만났을 땐 시간도 없고 보는 눈이 있어서 못했어."


"치... 제주도는 나도 처음 와봤는데... 도둑놈처럼 숨어서 이게 뭐야."


"그러게 내가 놀러가는 거 아니니까 할머니랑 같이 기다리라고 했잖아."


"그런 뜻으로 한말 아니거든요."



미호는 현무와 같이 다니는게 너무 좋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현무랑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즐겁고 일단 안전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현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조용히 눈을 감고 주변을 탐색했다.


두억시니가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이 여기 온 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니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감시자를 확인해야 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신하자 혹시나 해서 미호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만나러 가는 자가 좀 포악하고 성질도 더러운데 여기서 기다릴래?"


"그래봤자 오빠한테는 껌이겠죠. 같이 갈래요. 그렇게 겁주니까 누군지 더 궁금하잖아요."



현무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



"두억시니가 껌딱지 소리를 들었다면 볼만 하겠는데... 하하"


"뭐라고요? 지금 만나러 가는 자가 두억시니란 말이예요?"


"왜 껌이라며?"


"헤헤... 껌은 껌인데 전 못 씹는 껌이니까 그러죠."


"하하하..."



현무는 백호가 파괴한 동굴을 미호까지 데리고 너무도 쉽게 파고 들어갔다.


마치 연기처럼 틈과 틈사이를 스며들듯 앞으로 나아가는 현무의 모습은 형체 없는 귀신을 보는 듯 했다.





두억시니는 현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았는데도 그 힘을 뚫어 버리고 심장에 올려진 손바닥을 보는 순간 더 이상 반항을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렸다.


바로 그 순간 상대에게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당신의 말을 믿겠습니다. 일단 아무 말도 하지말고 지금부터 제가 하자는 대로 하고 기다려 주세요. 며칠 후에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그땐 이렇게 우리를 바보로 만든 존재들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비밀스런 그 말을 듣자 마자 두억시니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뻣뻣히 굳은 채로 죽은 듯 쓰러져 버렸다.


그러더니 도깨비들을 일방적을 쥐어 패던 무식하게 강한 놈도 갑자기 나가버리더니 동굴 입구 결계를 부셔 버리고 사라졌다.


한동안 쓰러져서 멍청이 누워있던 두억시니와 도깨비들은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되자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했고 어떤 결론이 내려지자 각자상처를 치료하며 그들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랜만이네요."



자신을 손 쉽게 제압했던 이 젊은 인간은 며칠 전 같이 왔던 무식한 놈이 아닌 사람으로 둔갑한 백여우 한마리와 같이 나타났다.


두억시니는 자신도 어쩌지 못했던 괴물 같은 남자가 구미호와 함께 나타나자 또 다시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서 대답하는 것도 잊어 버렸다.



'이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자신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능력을 가진 놈이 분명한데 오늘은 둔갑한 백여우와 같이 나타나다니. 그것도 둘이 상당히 친해 보이는게 아닌가.


그것보다 같이 온 구미호가 요괴인 자신이 두려운지 인간 뒤에 바짝 붙어 숨어 경계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어쨋든 이 자는 자신들을 죽이려 들지 않을 거라는 게 중요했다.


두억시니는 현무에게 앞에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자신 역시 마주 앉았다.



"도대체 네 놈 정체가 무엇이냐?"


"하하... 얼마 전엔 서로 인사 할 겨를도 없었네요... 현무라고 합니다."


"현무? 내가 언제 네 놈 이름 따위를 알고 싶다 했느냐?"



그러자 현무 뒤에 서 있던 미호가 낼름 한마디 쏘아 붙였다.



"이봐요~ 여기 이 오빠가 사신무 중 현무라고요? 그리 오래 살았으면서 사신무의 전설도 몰라요?"


"사신무?... 사신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그딴 전설 따위를 나보고 믿으라고?"



현무는 말 없이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두억시니의 눈을 쳐다 보았다.


두억시니는 이 놈이나 저 여우년이나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천년도 더 된 전설 속의 이야기였다.


두억시니 자신도 그 당시 전쟁에 참여 했었다.


이젠 기억도 까마득했지만 천계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방신이 전쟁을 멈춘 것도 알고 있었다.


전쟁이 멈춘 후 사방신의 힘을 가진 사신무가 존재한다는 소문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 존재한다고 믿지도 않았다.


자그마치 천 이백년동난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 말 없이 앉아 조용히 미소 짓던 현무의 주변에 서서히 어둠이 일렁 거리기 시작했다.


어둠이라는 존재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사방으로 확산되더니 순식간에 동굴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삼켜버리기 시작했다.


두억시니는 자신의 손가락 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서운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엔 광폭하고 거대한 존재가 두 눈에서 시퍼런 귀화를 뿜으며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용이었다.


그것도 승천도 못한 이무기가 아닌 거대한 뿔이 양쪽 머리에 돋아 있는 진짜 용이었다.


칼날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벌린 입 안에서는 으스스한 냉기가 흘러나왔고 동굴같이 큰 두 콧구멍에서는 뭉클거리는 검은 독기가 숨을 쉴 때마다 뿜어 나와 주변의 어둠 속으로 흩어 졌다.


쇠기둥 같은 긴 목엔 철판같은 비늘이 촘촘히 둘러 쌓여 온 몸통으로 이어졌는데 산처럼 거대했으며 등에는 거북이의 등껍질과 같은 갑옷을 덮고 있었다.


거기다 묵빛 기운까지 뿜어내는 날카로운 네다리의 발톱과 강철 같은 긴 꼬리는 분명 천계에 존재하는 사방신 중 현무가 분명했다.


천계의 현무가 현신하여 두억시니를 내려 보며 복종을 강요하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복종하는 자세를 취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 땀이 흘렀고 머리속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천이백년 전에 하늘에 떠 있던 현무의 모습 그대로였다.


현무는 순간이었지만 두억시니의 머리 속에 자신의 모습을 각인 시킨 후 서서히 흩어져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윽고 동굴을 집어 삼켰던 어둠은 서서히 영역을 축소하더니 현무의 몸 속으로 숨어 들었다.


그것도 모르고 두억시니는 다시 인간의 모습을 한 현무의 앞에 절대적인 복종의 자세로 엎드려 고개를 땅에 쳐박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도깨비들도 역시 같은 자세로 엎드려 있었기에 그 모습을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미호는 현무의 등에서 뭔지 모를 위엄과 감동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제가 현무라는 걸 보여 드린 거 뿐입니다. 어서 일어들 나세요."



두억시니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앉았지만 이전과 달리 눈빛엔 공포와 경외감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자... 이거 그냥 의심받기 싫어서 보여드렸는데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았네요. 시간이 없으니 먼저 제가 여기 온 이유부터 말할께요.?"



그러자 두억시니가 전과는 다르게 너무도 공경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말씀하십시요."



미호는 괴물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두억시니가 멀쩡하게 생긴 현무에게 어쩔줄 모르며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킥..."


"쩝...더 어색하네요... 제가 동료인 백호와 같이 당신의 은신처로 들어 온 이유는 이미 알고 있겠지요?"


"헉!... 백호! 그럼 그 무식한... 아니 그 분 역시 사신무 중 백호님이였습니까?"


"하하... 그놈 무식하게 힘만 쎈거 맞아요. 저와 같은 사신무 중 하나인 백호가 맞습니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도깨비들은 무자비하게 자신들의 머리통만 폭행한 존재가 백호라는 말을 듣고는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안 죽은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 전설대로 현세에 사신무 전부가 존재하고 있단 말입니까?"


"뭐... 아직 청룡은 못 만나 봤지만... 맞습니다. 우리는 천이백년 전부터 항상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제가 이 곳에 은신처를 만들고 수 백년을 저놈들과 함께 지냈지만 세상 돌아가는 건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평화로운 세상에 어찌 사신무님들 모두가 그 존재를 드러낸 것입니까?"


"제가 묻고 싶은게 그거에요. 저흰 세상이 조용하면 죽을 때 까지도 나설 일이 없는 존재들이 맞습니다. 문제는 지금 세상이 겉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백호와 며칠 전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것도 그 일 중 하나 입니다.

자... 이제 좀 묻겠습니다. 요 근래 당신을 찾아 온 자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십시요."



두억시니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몇 년 전부터였습니다. 갑자기 흑룡이라는 놈이 찾아오더니 자신이 모시는 분이 있다며 곧 우리들의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동참하라고 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과연 반선지경을 이룬 흑룡을 부리는 자가 있다는게요.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저놈들과 놀고만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다행이라면 놈이 힘으로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년에 한 두번 찾아와 설득을 해도 제가 꿈쩍도 안하니 더 이상은 포기했는지 나타나지 않더군요. 그러다 며칠 전 적룡이라는 놈이 나타나 이곳이 곧 인간들에게 공격 당할 꺼라고 알려 줬습니다. 당현히 전 무시했습니다. 감히 인간들 따위가 이곳을 침입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믿는 구석도 있었고 저 또한 인간들은 수천 수만이 쳐들어 와도 무시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에 두 분이 이곳에 방문 하셨지요."



현무는 모든 정황을 듣고 나자 두억시니에게 며칠 전 왜 그리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 짓고 동굴 입구까지 무너트렸는지 말해주었다.



"그날 육안귀가 우리의 싸움을 몰래 지켜보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놈을 미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좀 서둘렀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두 분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저희를 공격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혹시 우리들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미끼가 된게 아닌가 의심이 가더군요."



현무는 두억시니가 생긴거와는 다르게 눈치가 빠르다 생각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전 이 일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존재들이 관여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당신이 말한 흑룡와 적룡을 보낸 자. 또 하나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꾸며내서 우리에게 이곳을 공격하라고 한 자."



두억시니는 문득 다른 하나의 세력이 궁금했다.



"저 역시 하나는 그 두놈들의 배후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사신무인 두 분이 다른 자의 말을 듣고 우리를..."


"그건 좀 사정이 있습니다. 이 세상이 평화롭다 하더라도 중간에서 지켜보는 곳이 존재하지요. 그 곳은 초대 사신무님들이 만들었다 합니다.

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세상 모든 걸 알 수는 없으니 그곳에서 일종의 감시와 정보, 작전을 실행하고 미지의 위험한 존재가 나타날 땐 우리가 나서기로 준비 되어 있었죠. 그 곳은 지금도 존재하고 저희 사신무는 그 곳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어찌 감히 거짓을 꾸며 사신무님들을 이용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게요. 아무래도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그곳 역시 어느 정도 변질 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전 오늘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당신을 다시 만나고자 했던 겁니다."



두억시니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무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여러가지 정황들이 두억시니를 만나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혹시 흑룡과 적룡이 모시는 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습니까?"



두억시니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동참하길 거부해서 그런듯 합니다."


"쩝... 아쉽군요. 그게 사실 제일 궁금했거든요... 하하."



두억시니가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생각난듯 현무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흑룡이 한 말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놈이 분명 그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흑룡이나 적룡도 반선지경을 넘어선 악룡들인데 그들을 부리려면 그정도 능력은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그 놈들의 말을 믿지 못한 이유는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자가 어찌 세상 일에 이리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가 였습니다. 저 또한 한때 등선을 꿈꾸었으나 실패한 이유가 지나치게 세상 일에 참견을 하여 정기가 오염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과 동등한 힘을 가진 자가 등선을 거부하고 세상에 남아 있다면 역천을 꿈꾸는 자이기에 그런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신과 동등한 능력. 역천을 꿈꾸는 자라...'



현무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말만 듣고 있자 두억시니가 가장 궁금할 걸 물었다.



"이제 저희는 어찌해야 합니까?"



현무는 밝게 웃었다.



"하하... 죽은자는 어떤 말도 못하고 존재하지도 않지요."


"그게 무슨..."


"지금 밖에선 공식적으로 당신들은 저와 백호에 의해 무참히 몰살 당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굴까지 무너트렸으니 확인도 안되지요."



두억시니는 백호가 동굴까지 무너트리며 사라진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렇군요. 어쩐지... 그럼 저희는 그냥 이곳에 계속 머물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현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싶었지만 보이는 건 시커먼 동굴 속 천장 뿐이었다.



"당분간은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다고 영원히 이곳에 머물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 지금 인간들과 요괴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 세상도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 볼테니 그때까지만 여기서 참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현무가 말하는 방법이 뭔지 몰랐지만 두억시니는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뜻에 따랐다.


현무는 두억시니와 은밀한 만남을 마친후 미호를 데리고 다시 제주도 인적 없는 바닷가로 향했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하늘엔 별들이 반짝 거렸고 바다는 어둠에 잠겨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만 들렸다.


현무는 백사장에 서서 한참을 말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옆에서 바라보는 미호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현무가 밝게 웃으면 미호에게 말했다.



"이제 집으로 가볼까?"


"저...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응? 뭔데?"


"아까 동굴에서 왜 있잖아요... 두억시니하고 도깨비들이 왜 갑자기 오빠에게 무릎까지 꿇고 엎드린 건지 궁금해서..."



미호에게 실제 현무의 현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미호는 그 이유를 몰랐다.


아직은 서로 이런 편한 관계가 그냥 좋았다.


미호까지 자신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몰랐어? 내가 좀 무게 잡으면 위엄이 넘치는거?"


"치... 됐네요. 무게는 무슨..."



미호가 더 이상 묻지 않고 쌜쭉한 표정을 짓자 현무는 다시 장난끼가 발동했다.



"뭐해? 집에 가야지."


"네?"


"그럼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안고 갈까?"


"난 또 뭐라고..."



미호는 입을 삐쭉였지만 속으로 잠시 갈등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안고 가라고 할까? 너무 속보이나... 치'



"오... 미호~ 그러고 싶어? 난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는데..."


"왜 남의 생각을 읽고 그래요! 됐네요. 김 팍 새버렸거든요!"



'펑~'



미호가 백여우로 변해 현무에게 폴짝 안기자 현무는 미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생각해보니 괜히 아쉽네. 하하... 배고프다. 빨리 올라가서 밥부터 먹으러 가자... 너 좋아하는 선지국..."



현무의 목소리가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나자 아무도 없는 백사장엔 조용한 파도소리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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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창신의 학살극 22.12.05 29 4 12쪽
36 36화. 어둠 속의 혈투 22.12.03 22 2 12쪽
35 35화. 주고 받은 사실들 22.12.02 26 2 11쪽
34 34화. 죽이려는 놈과 잡으려는 놈 22.12.01 30 2 12쪽
33 33화. 운전면허 없는 것들 22.11.30 33 2 12쪽
32 32화. 깊어가는 의심 22.11.29 37 3 12쪽
31 31화. 수상한 사람들 22.11.28 49 3 13쪽
30 30화. 하늘삼형제 +3 22.11.27 65 8 12쪽
29 29화. 반갑지 않은 손님 +3 22.11.26 75 5 14쪽
28 28화. 신을 죽이는 칼 +1 22.11.25 81 5 13쪽
27 27화. 현무와 주작의 대결 +4 22.11.24 102 7 13쪽
26 26화. 노구화호와 매구 +2 22.11.23 97 6 12쪽
25 25화. 어둠속의 대화 +3 22.11.23 109 7 13쪽
24 24화. 이사가는 날 +2 22.11.22 123 6 15쪽
23 23화. 단순한 백호와 화끈한 스승 +1 22.11.21 138 7 13쪽
22 22화. 전대사신무와 최신욱 22.11.20 151 11 15쪽
» 21화. 두억시니와의 재회 22.11.19 162 9 19쪽
20 20화. 노구화호를 만나다 +1 22.11.18 162 5 20쪽
19 19화. 나가고 숨고 움직이고 22.11.18 170 7 17쪽
18 18화. 과거의 기록 +1 22.11.18 180 11 15쪽
17 17화. 추적 그리고 드러나는 실체 +1 22.11.17 183 11 14쪽
16 16화. 두억시니와 도깨비들 +1 22.11.16 201 9 22쪽
15 15화. 용쟁호투 +1 22.11.15 204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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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금돼지 납치사건(3) +1 22.11.12 235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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