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태어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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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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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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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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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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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두억시니와 도깨비들

DUMMY

16. 두억시니와 도깨비들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깊은 용암동굴이 존재했다.


바닥 땅 속으로 출입구가 있었고 입구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어 발견하기도 어렵고 굴이 깊고 위험해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그 길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고도 깊은 만장굴의 입구는 지금까지 총 3개가 발견되었고 그중 하나의 입구는 일반관광객을 위해 개방되었지만 그 개방된 길이도 얼마 되지 않아 천장에서 흘러 내려 쌓인 용암기둥에 의해 막혀 더 이상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고 있었다.


만장굴 깊고 깊은 동굴속에는 한무리의 요괴들이 천년도 전부터 자리잡고 살고 있었다.


땅 속으로 빛 한점 들어오지 않고 기온아 낮아 서늘한 음기까지 가득한 한 없이 깊숙한 곳.


오직 어둠만이 존재할 꺼 같은 공간에 수백개의 시퍼렇게 빛을 내는 동그란 빛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너무 강해 주변을 비출 정도의 빛덩어리 두 개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호랑이처럼 날렵한 거대한 푸른색의 몸뚱이에 용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한쪽 구석엔 재질을 알수 없는 가시가 박힌 방망이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한쪽 콧구멍에 송곳같은 손톱을 푹 쑤셔 넣으며 후벼파는 두억시니는 뻔뜩이는 살광을 발하고 있었다.


도깨비들은 그 눈빛을 접하자 슬금 슬금 몸을 피하고 있었다.


저 성질 지랄같은 놈은 마음에 안든다고 갑자기 패 죽이는 미친놈이니 언제 몽둥이를 휘두르며 지랄발광을 할 지 몰라 항상 불안했다.


두억시니는 주변 도깨비들을 한심한듯 흘겨보며 얼마전 일어난 일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두억시니는 제주도에서 만장굴처럼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 없다고 항상 자신했었다.


그런 자신감은 몇달 전 갑자기 나타난 한 놈 때문에 깨져버렸다.


그놈이 나타난 이후에는 다른 존재가 접근하지 못하게 동굴 끝 자락에 막힌 암벽처럼 보이게 하는 결계까지 쳐 놓았다.


그런데 이틀 전 그런 결계를 뚫고 갑자기 또 다른 한 놈이 들어와서 전한 말 한마디가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그놈은 결계를 통해 들어왔다.


결계를 부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문 열듯이 열고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서 어떤 놈인지 몰라 가시방망이로 때로 죽이려고 했지만 놈은 자신도 감히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화룡이었다.


놈이 인간의 육신으로 둔갑해서 들어왔지만 놈의 본체는 천년을 넘게 산 강철이 중 화룡이 분명했다.


그런 반선지경에 든 놈이 영문을 알수 없는 한마디 말만 하고 알아서 하라는듯 대꾸도 듣지 않고 바로 돌아가버렸다.


'뭐? 곧 어떤 놈들이 여길 쳐들어 올꺼니 결계를 더 강화하고 단단히 준비해 두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여긴 인간들이 발견하지도 못했고 혹시 몰라 결계가지 쳐놓아 입구를 찾기도 불가능한 험하고 추운 곳인데 어찌 인간놈들이 갑자기 이곳에 들어 온 단 말인가. 거기다 우린 지난 수 백년간 이곳에서 거의 나가지도 않았는데.'


차갑고 서늘한 기온과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자신과 도깨비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온 그놈은 분명 몇달 전에 나타난 독룡과 같은 패거리가 분명했다.


독룡은 그때 자신에게 새세상이 열릴 것이니 자신들을 따르라 했지만 미친놈의 헛소리로 무시했고 절대 여길 나갈 생각도 없어서 단호히 거절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어차피 이곳도 지내보니 나름 살만 했다.


아주 가끔 새벽에 수하 도깨비들과 공동묘지에 나가 놀다 들어오는 것도 나름 즐거움 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앞으로 조용히 백년정도만 수행하면 자신 또한 등선의 기회가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 뭔 새세상이 열린다고 번잡한 세상에 나가 난리를 친단 말인가.

다 쓸데 없는 짓이었다.


다행히 독룡은 거절의사를 확실히 하자 너무도 쉽게 조용히 물러갔다.


혹시라도 놈이 힘으로 몰아 붙였더라도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은신처가 파괴되 버리면 곤란했기에 내심 불안했었다.


궁금한건 독룡과 화룡을 수하로 부리고 있는 그가 누구인가 였다.


자신이 모시는 분은 신이며 자신은 단지 그분의 말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미친놈들이었다.... 독룡, 화룡 그 놈들도 세상일에 지나치게 관여하여 승천도 못하고 지상에 악룡으로 남아 살아가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모시는 놈이 정말 입신했다면 어찌 세상일에 관여하고 지랄을 한 단 말인가...


그렇다는 건 아직 신은 절대 아니라는 거였다.



'아니야...그놈이 정말 흑룡과 독룡 둘을 거느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최소한 반신은 뛰어 넘었다는 건데... 그나저나 대체 어떤 놈들이 날 찾아 온다고 조심하라는 거지?'





"다녀왔습니다."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명상에 잠겼던 그의 뒤에 적좌가 공손히 서 있었다.



"두억시니 그놈은 만나고 왔느냐?"


"네. 일단 전하시라는 말씀대로 조심하라 일러두었습니다."


"그슨대는?"


"못찾았습니다. 아무래도 놈이 제주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챘는지 깊숙히 숨어 버린거 같습니다. 어차피 놈은 은신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놈이라 표적은 두억시니가 맞는거 같습니다."


"흠...어쩔수 없이 두억시니 그놈은 우리편이 될 수 없어 사신무의 능력을 확인해 줄 희생양이 되버렸지만 절대 만만한 놈은 아니다."


"말씀하신대로 결계를 더 강화하고 무리들을 이용하라 했습니다."



두억시니는 모를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힘을 가늠해 보는 시험대상이 된 것을 말이다.


그들의 진정한 힘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만 버텨주면 좋고 기대도 안하지만 한 놈이라도 죽여 준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그놈도 비장의 패 정도는 숨겨 놓았을테니까.



"누가 지켜보고 있느냐?"


"육안귀 중 우두머리 한 놈을 놓고 왔습니다. 은밀히 따라 다니다 사신무와의 대결을 끝까지 눈에 담아 올라 오라 전했습니다."


"육안귀의 눈이라면 믿을 수 있지."


"저...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청? 말하거라."


"금돼지 말입니다. 현재 북한산으로 호송중이랍니다."


"그런데?"


"놈이 북한산에서 귀멸회쪽으로 넘어가면 그놈들 방식대로 오장육부에 가죽까지 모조리 태워 환생도 못하게 할겁니다. 놈이 아무리 잡귀라 해도 인간들에게 그리 당하게 두고 싶지 않습니다. 해서 제가 조용히 처리하고 싶습니다."


"음...무슨 말인지 알겠다. 고통없이 보내주거라."


"감사합니다."





현무와 백호는 춘천에서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부지런히 달려 불암산 근처에 와서야 천천히 걸어서 시내로 들어섰다.


백호가 집까지 못 달리는게 아쉽다는 듯 말했다.



"여기서 부터는 택시 타고 집에 가자."


"그러자. 나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



둘이 택시를 잡으려고 두리번 거리며 찻길로 걷고 있을때 동시에 각자 휴대폰에 긴급메세지가 울렸다.



긴급작전명령서

작전자 : 현무, 백호

명령자 : 작전팀장 최신욱

출발일 : 즉시 출발

작전지 :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지시사항 : 두억시니 제거

주의사항 : D1등급

현장 특무팀과 합류 후 추후 지시 기다릴 것



백호가 투덜거렸다.



"이것들이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마산에서 뭐 빠지게 뛰어 올라 왔더니!"



현무도 집이 코 앞인데 다시 작전에 투입되는게 짜증났다.



'뭐야. 나 지금 미호가 보고 싶은데 못 가서 짜증난거야? 참나. 그나저나 집에 가면 미호 휴대폰부터 하나 사줘야 겠네. 휴대폰도 없으니 연락도 안되고 영 불편하네. 이녀석 밥은 잘 먹고 있겠지.'



둘은 집이 아니라 김포공항으로 목적지가 바뀌었지만 택시를 잡아 탔다.


공항엔 이미 현장요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원의 안내에 따라 수속을 마치고 향한 곳엔 날렵하면서도 작은 전용기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백호가 전용기에 탑승하며 말했다.



"오~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전용기라니 이거 나쁘지는 않는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지. 제주도 일이 전용기를 띄울 만큼 급하다는 거니까."



가까운 제주도라 비행은 짧았다.


전용기에서 내리는 순간 목표물의 동향에 대한 현장요원의 간략한 보고가 있었고 보고를 듣고 난 현무와 백호는 바로 만장굴로 향했다.


현무와 백호는 만장굴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에 진을 치고 있는 특무팀을 발견했다.


현무가 특무팀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백호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쟤들 기운이 일반인과 다르지?>


<그러네. 기도 꽤 쌓여있는데...>


<그지. 쟤들 저 기운이 군 특수부대에서 익힌 호신술로 보이냐? 우리가 보기엔 우습지만 분명 고대무예를 체계적으로 익혀 생긴 기가 몸속에 흐르고 있는데.>


<본부에 특별히 고대 무예를 익힌 교관이라도 있나 보지 뭐.>



현무가 보기에 백호는 정말 생각이란 걸 하기 싫은 거 같았다.



'뭔가 이상해. 아무리 특출난 자들을 뽑아 훈련 시켰어도 특별한 기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저 정도 기운을 가질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이번 작전 마치면 스승님을 한번 찾아 뵈야 겠어.'





짙은 어둠속 두억시니의 소굴로 향하는 현무와 백호는 무엇가를 발견한듯 서로 눈빛을 마주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히 앞으로 나아갔다.



<저놈... 뭐지?>


<자료에는 D8등급 육안귀로 기록되있어.


<육안귀? 아니 도대체 저놈은 우리가 오는 걸 어찌알고 저리 숨어있는거지?>



백호의 전음에 현무가 대답했다.



<그보다 저놈은 전투귀가 아냐. 정찰에나 특출난 잡귀지. 일단 모른 척하고 들어가자.>


<그냥 잡아 놓고 들어가는게 어때? 우리가 들어간 사이에 튀면 어쩌려구?>


<뭔가 목적이 있으니 저리 은밀히 숨어있겠지. 두억시니부터 끝내고 잡아도 늦지 않아.

어차피 발각된 이상 저놈 능력으로 우리 손을 벗어나진 못해.>


<그건 그렇지만...너 이자식 무슨 꿍꿍이가 있구나?>


<준비해, 두억시니가 먼저다.>



현무와 백호는 육안귀의 은밀한 시선을 모른척 하고 만장굴 깊이 들어갔다.


동굴은 높은 천정부터 통로 바닥까지 용암이 녹아 흐른 흔적이 선명했고 동굴 안에서 흘러나오는 어둡고 차가운 공기는 폐부를 서늘하게 했다.


천정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은 갈라진 동굴 바닥에 고여 넘쳐 빗길을 걷는 듯 축축했다.


백호는 높은 천장과 광장같이 넓은 통로를 걸으며 감탄했다.



"우와 여기 정말 엄청난데."


"그렇군. 정말 습하고 서늘해서 음한 기운의 요괴가 살기 딱 좋은 환경이야. 더군다나 동굴이 너무 험하고 어두워서 사람이 드나 들기도 어려워. 이 놈 아주 좋은 곳을 은신처로 골랐네."



그러던 어느 순간 앞이 꽉 막힌 막다른 곳에 도착했다.


현무가 한발 앞으로 나서 벽을 쓰다듬어 보더니 백호를 돌아 보며 말했다.



"여기서 부턴 결계까지 쳐서 벽을 막아 놨네."


"그냥 부수고 들어가지 뭐"


"야야... 내가 열테니까 무식하게 힘 쓰지 말고 좀 아껴두고 이따 실컷 써."



백호가 주먹을 뿌드득 거리면 중얼거렸다.



"간단히 주먹 한 방이면 뚫릴 껄. 골치 아프게 머리는 왜 써."



백호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양 손을 들어 인을 맺고 입으로 알수 없는 진언을 외우기 시작하자 현무의 몸 주위에서 어둠이 퍼져나가며 그 속에 뭔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알수 없는 어둠속의 존재는 인을 맺고 있던 손이 동굴 벽을 가르키자 앞에 보이는 벽을 향해 나아가 벽 속으로 스며들더니 점차 벽이 흐릿해지며 반대편 벽너머 통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츠'



잠시후 현무가 백호에게 눈짓을 한 후 벽을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 갔다.


백호도 현무가 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져도 놀라지도 않고 같이 벽속으로 스며들었다.



"뭐 먼지 안 뒤집어 쓰고 편하긴 하네...."





조만간 결계를 좀 더 강화하고 입구에 보초라도 세울 생각을 하던 두억시니는 갑자기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위화감을 느끼며 동굴 출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냐? 이 기운은? 한 놈인데 엄청난 기를 발산하고 있다. 인간은 아닌듯 한데?'



동굴 출구를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한 손의 철가시방망이를 굳게 쥐고 있던 두억시니는 깜짝 놀랐다.



'뭐야! 정말 놈의 말대로 인간이 여기까지 쳐들어왔단 말인가? 인간이 어찌 결계를.... 그것도 두 놈이잖아!'




길고 구불구불한 용암동굴 통로를 막 빠져나와 이런 지하에 존재한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지하광장으로 걸어 들어오던 현무와 백호도 깜짝 놀라고 있었다.


현무와 백호의 눈에 어둠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이런 크기의 광장이 나오자 너무 의외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둘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두억시니와 도깨비무리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두억시니는 나타난 놈들이 정말 인간, 그것도 두명뿐인 걸 확인하자 화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긴장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느슨해졌다.


기껏해야 백년도 못사는 인간따위가 강해 봤자 자신의 상대가 당연히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네놈들은 도대체 누구지?"



두억시니가 둘 중 위압적인 모습의 백호를 쳐다 보며 말했지만 의외로 옆에 있던 검은색 옷차림의 호리호리한 사내가 나서며 말했다.



"그것보다 당신이 두억시니 맞나요?"


"허..이놈 지금 내 말을 무시하네....감히 인간 따위가.."


"무시라니요. 확인이 필요 했을뿐인데. 먼저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백호 옆에 나란히 서 있던 현무가 밝은 얼굴에 미소까지 띄며 대답하자 두억시니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현무와 백호는 들어가기전에 대충 계획을 세워 놓았다.


물론 두억시니는 백호가 상대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현무가 죽이지 않고 생포 하려한다는 말에 양보해 주었다.


백호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도깨비놈들을 대충 세어보았다.


두억시니 보다는 못했지만 한놈 한놈이 무시 못할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백호는 생각보다 숫자가 많자 권기로 한방에 날려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곧 포기하기로 했다.



'아서라...그러다 다 죽고 동굴까지 무너질라...'



백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손이 번잡스러운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본부에선 싹 다 죽이라고 했는데 현무는 왜 저놈들을 제압만 하라는 거야. 귀찮게스리.'



백호는 일단 가장 가까이 서 있는 놈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부터 챙겼다.



덩치가 산만한 자가 순식간에 자신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뺏어 들고 있자, 몽둥이를 뺏긴 도깨비는 어떻게 된 영문이지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되고 있었다.


저 둔해보이는 큰 덩치가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고속이동이 가능한 건지 불가사의 했다.



'딱' '꾸엑'


'딱' '꾸엑'


'딱' '꾸엑'...



규칙적인 몽둥이 찜질에 대갈통을 한대씩 얻어 맞은 도깨비들이 비명소리와 함께 푹푹 쓰러지기 시작했다.


머리통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맞은 곳은 기절할 만큼 아팠다.



"하하.. 이놈들 대갈통이 단단해서 제법 타격감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아프긴 하지?"



주춤거리며 일어서려던 도깨비들은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휘둘러 내려 치는 백호의 몽둥이에 다시 한번 별을 보며 차례대로 기절하고 있었다.



'퉁~' '꿱'


'퉁~' '꿱'


'퉁~' '꿱'...



정확히 한 번에 한놈씩 기절해 쓰러지자 일어서려던 도깨비들은 더 이상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누워서 머리에 솟은 혹을 감싸쥐고 끙끙 거리고 있었다.


사방으로 도망가는 도깨비들도 있었지만 백호에게 소용이 없었다.


마치 백호 혼자 수십의 도깨비들을 포위 한 것 마냥 주변을 휘돌아 다니며 가둬놓고 패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억시니는 백호가 도깨비들을 무식하게 패고 있었지만 쳐다보지도 못했다.


현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의 바로 앞에 나타났고 그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잡으려 하자 기겁을 하고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섰다.



"그냥 잡혀주시지..."



'어찌 인간의 움직임이 이럴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네 놈들 정체가 무엇이냐? 왜 조용히 살고 있는 이곳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난리를 치는 것이냐?"



현무가 들고 있던 손을 내리고 대답해 주었다.


"계속 조용히 살고 있었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요."


"그게 무슨 소리냐?"


"당신이 수하들과 이곳 제주도를 뒤집어 놓을 계획을 세우고 조만간 움직이려고 했다는 걸 알고 왔습니다."


"그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두억시니는 억울했다.


제주도를 뒤집어 놓다니.


무슨 소린가? 물론 옛날에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어찌 하다보니 시들해져서 그냥 만장굴 속에 쳐박혀서 수행이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쳐들어 온 무식한 놈들이 억지를 부리자 어이가 없었다.


현무는 두억시니가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 하며 강하게 부정하자 귀안을 펼쳐 마음 속을 꿰뚫어 보기로 했다.



'뭐지? 이자의 말은 분명 거짓이 아닌데... 그럼 본부가 실수 했다는 건가?'



본부에선 분명히 몇 달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들이 이곳 만장굴 주변에 출몰했고 동굴안으로 드나드는 것도 목격했다고 했다.


정보를 수집해보니 이곳에 두억시니와 도깨비들이 힘을 기르면서 정체 모를 놈들과 연계해서 이제 곧 제주시로 나와 엄청난 살육과 파괴를 계획하고 있다 했다.


현무가 대답도 없이 눈에 귀안을 띄우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두억시니는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 생각하고 온 몸의 흉폭한 기를 증폭시켰다.


더 이상 말이 안 통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놈들은 그냥 말도 안되는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조용히 숨어 살고 있는 자신과 무리들의 씨를 말리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


두억시니의 옴을 은은한 청색빛의 강기막이 둘러쌌다.



'뿌드득'



목을 한바퀴 풀어 본 두억시니의 몸이 현무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현무의 등 뒤였다.



부웅!



공기를 찟어 발기는 강력한 소리와 함께 두억시니의 쇠망망이가 현무의 정수리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현무는 뒤도 안돌아보고 팔을 들어 두억시니의 쇠방망이를 튕겨 냈다.



'깡!~'



팔과 쇠방망이가 부딪쳤는데 불꽃이 튀며 쇳소리가 나다니!


튕겨진 쇠방망이가 위로 올려쳐져 두억시니의 가슴이 훤이 빈 순간 현무의 몸이 뒤로 튕겨지며 두억시니의 몸뚱이에 몸통박치기로 부딪혀 갔다.



"헉!"



쾅!



"크윽!"



폭음과 함께 뒤로 물러서는 두억시니의 가슴이 움푹 함몰되어 들어갔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입가에는 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현무가 오른팔에 찬 묵빛팔찌를 기특한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아. 괜찮나요? 잠시 생각중이었는데 갑자기 기습을 하셔서."


"이놈 기습은 네놈들이 먼저 했다. 거기다 억울한 누명까지 붙이면서!"


"누명이라...그럼 한가지만 묻죠. 요 몇달 사이에 드나 들었던 자들이 누구인가요?"



두억시니는 분노했다.


인간 따위에게 이런 모멸감을 느끼다니.



우두두둑!



온몸에 서 울리는 뼛소리와 함께 눈에서 청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몸을 두른 강기막은 더욱 또렸해졌다.



우르르릉!



두억시니의 증폭된 기파로 인해 동굴이 무너질 듯 울렸다.


그가 잡은 쇠몽둥이에서 푸른 기운이 강렬해지며 몽둥이가 두배는 커진듯 보였다.


온몸의 기를 발산하는 두억시니는 지금에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



'젠장, 그 놈들이 들어와 새세상을 열자고 꼬실때 부터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

이렇게 멍청할 수가. 그놈들 내가 거절하니 일부러 눈에 띄게 움직여서 이놈들을 불러 들인거야. 신과 같은 놈이라고? 이 놈.. 내 이 놈을 쳐 죽이고 나가면 네 놈부터 찾아서 사생 결단을 내고 말테다."



두억시니는 독룡과 화룡이 저 놈들을 불러 들였다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네놈들도 결국 멍청하게 이용당한 놈들일 뿐이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서 그냥 끝장을 내자. 인간 따위에게 처음으로 내 진정한 힘을 보여주게되다니...죽어라!"



쇠몽둥이에 맺힌 봉강이 현무를 향해 팔방을 점하며 내려쳐 졌다.


현무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수련을 하고 나서 이처럼 자신의 힘을 써 본적은 없었다.


저 자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 한 요괴였다.


두억시니도 상대의 정체가 사신무인 줄 알았다면 이처럼 무모하게 덤벼들지 못했을것이다.


현무는 이번 일에 자신도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억시니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본부의 명령은 제거 였지만 현무는 정말 세상에 필요없는 죽일놈이 아니면 가급적 살생은 피하고 싶었다.


먼 옛날부터 약속된 인간과 요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


그게 바로 사신무의 존재 이유였으니까.


두억시니도 감히 덤빌 생각조차 들지 않게 힘으로 조용히 굴복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밖에서 엿보고 있는 거북이새끼 한마리가 튀기 전에 빨리 끝내야 했다.



"퉁"



소리와 함께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현무의 몸이 두억시니의 푸른빛 강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푸른빛 강기는 소리 없이 소멸해버리고 두억시니의 심장 위엔 현무의 손바닥이 살짝 닿아 있었다.


손바닥을 심장위에 댄채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현무를 보자 두억시니는 상대의 무자비한 강함에 절망했다.



"이럴수가....이....게.....어찌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어찌 인간에게 이런...!"



두억시니는 경악한 표정을 짓다 차츰 의혹의 눈빛을 띄더니 서서히 그자리에 쓰러졌다.


죽은듯 쓰러진 두억시니를 바라보던 현무는 도깨비들을 일방적으로 구타하고 있는 백호를 보며 말했다.



<백호야! 난 지금 바로 육안귀를 쫓을 테니, 죄없는 도깨비들은 그만 패고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결계를 파괴하고 동굴 입구를 아무도 못들어가게 막아버려!>


<엥? 그게 뭔소리야 임마! 야! 같이가야지~~>



백호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현무는 이미 죽은 듯 쓰러진 두억시니 앞에서 사라지고 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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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으로 태어난 남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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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창신의 학살극 22.12.05 28 4 12쪽
36 36화. 어둠 속의 혈투 22.12.03 22 2 12쪽
35 35화. 주고 받은 사실들 22.12.02 25 2 11쪽
34 34화. 죽이려는 놈과 잡으려는 놈 22.12.01 28 2 12쪽
33 33화. 운전면허 없는 것들 22.11.30 32 2 12쪽
32 32화. 깊어가는 의심 22.11.29 37 3 12쪽
31 31화. 수상한 사람들 22.11.28 48 3 13쪽
30 30화. 하늘삼형제 +3 22.11.27 65 8 12쪽
29 29화. 반갑지 않은 손님 +3 22.11.26 74 5 14쪽
28 28화. 신을 죽이는 칼 +1 22.11.25 80 5 13쪽
27 27화. 현무와 주작의 대결 +4 22.11.24 102 7 13쪽
26 26화. 노구화호와 매구 +2 22.11.23 97 6 12쪽
25 25화. 어둠속의 대화 +3 22.11.23 108 7 13쪽
24 24화. 이사가는 날 +2 22.11.22 123 6 15쪽
23 23화. 단순한 백호와 화끈한 스승 +1 22.11.21 138 7 13쪽
22 22화. 전대사신무와 최신욱 22.11.20 150 11 15쪽
21 21화. 두억시니와의 재회 22.11.19 161 9 19쪽
20 20화. 노구화호를 만나다 +1 22.11.18 162 5 20쪽
19 19화. 나가고 숨고 움직이고 22.11.18 169 7 17쪽
18 18화. 과거의 기록 +1 22.11.18 178 11 15쪽
17 17화. 추적 그리고 드러나는 실체 +1 22.11.17 183 11 14쪽
» 16화. 두억시니와 도깨비들 +1 22.11.16 201 9 22쪽
15 15화. 용쟁호투 +1 22.11.15 203 9 14쪽
14 14화. 우연한 만남 22.11.14 216 6 16쪽
13 13화. 이무기와 강철이 +1 22.11.13 239 11 16쪽
12 12화. 금돼지 납치사건(3) +1 22.11.12 234 12 16쪽
11 11화. 금돼지 납치사건(2) +3 22.11.11 232 12 14쪽
10 10화. 금돼지 납치사건(1) 22.11.10 235 12 15쪽
9 9화. 움직이들 자들(2) +3 22.11.09 239 10 13쪽
8 8화. 움직이는 자들(1) 22.11.08 258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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