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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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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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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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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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화 실리를 챙긴 후에는 외견을 살핀다

DUMMY

673화 실리를 챙긴 후에는 외견을 살핀다


“공주님, 통친왕 전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숙부님이?”


이번 안부사로 숙부에 해당하는 통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도가 와 있다는 것은 고륜영안공주 아이신기오로 비양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안부사라는 명칭이며 그녀가 전에 일본으로 오기 전에 청한 바를 고려하면 그가 한번은 보러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정하여 날을 잡았고, 비양고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잡은 날은 조금 더 뒤였다.


“쇼군과 면대한 후에 찾아오셨습니다.”

“흐응.”


비양고의 생각을 안다고 하듯 시녀 한명화가 말을 덧붙였다.


이에 그녀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소리를 흘리더니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했다.


“멀리서 오신 분을 기다리게 하면 예의가 아니지. 하물며 그게 가족이라면 정없고 섭섭한 일이 아니겠어? 안으로 어서 뫼시거라.”

“예, 공주님.”



***



“활?”


한명화의 안내에 따라서 안으로 들어선 도도는 방 안쪽에 걸려 보란 듯이 장식되어 있는 활을 보며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도도를 본 비양고는 모르는 척 물었다.


“만주족이 활을 가지고 있는 게 뭐가 그리 특별하죠?”

“그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저렇게 보란 듯이 거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특히나 심양에 제대로 자리한 이래는 더욱 그렇지.”


비양고는 물론이고 청나라 사정 좀 살폈다면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를 입에 담은 도도는 이어서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너는 그런 쪽에 크게 흥미가 없던 걸로 기억한다만.”

“후후, 그랬죠.”


도도 역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양고에 비하면 충분히 많고, 그 시대가 차이가 난다고 할 정도는 된다.


일례로 도도는 형인 아이신기오로 홍타이지가 자신은 관온인성황제라 칭하는 것을 직접 보았으나 비양고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비양고는 어리며 전통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고 거추장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여성 특유의 성장으로 인해 몸은 성인이나 여전히 정신은 어린아이에 가깝다고 여긴 비양고가 이제는 어른스럽게 전통을 존중한다니, 도도는 그 사실을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어진 비양고의 대답에 그는 생각하던 것과 방향은 다를지언정 비양고가 그와 같은 어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쇼군께서 좋아하시거든요.”

“허.”


짧은 말로 많은 것을 설명하니 도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도도는 그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비양고가 상담하기에 적당함을 깨닫고 준비한 말을 입에 담았다.


“오늘 쇼군에게 왕으로서 산둥 회합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승낙하셨나요?”

“승낙했다.”


도도가 승낙했다고 하자 비양고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결정이 빠르시네. 하긴,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지.’


비양고가 보기에 산둥 회합의 구성이나 흐름은 어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한 이야기까지 고려하기에는 그녀가 아무리 총명하다고 한들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알았다.


지금 천하는 산둥 회합에 속한 쪽과 속하지 않은 쪽으로 구분 지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에는 중화이고 아니고를 따졌다면 이제는 산둥 회합에 속하고 아니고를 따질 터였다.


특히나 자신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여 다른 곳에 손을 벌릴 생각으로 보낸 이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하다.


하물며 그 생김새가 다른 이들이 있다면 이는 더욱 확실한 사실이자 미래가 될 터였다.


청나라를 보고 조선을 보고 일본을 본 그녀는 이를 확신했다.


그러니 일본은 가능한 빨리 산둥 회합에 참여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먼저 자리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내세울 장점이 되니 말이다.


“싫으냐?”


그런 비양고의 속내까지는 아직 모르는 듯 도도가 물으니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요. 사실상 왕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나 역시 장군의 아내보다는 국왕의 아내가 좋은걸요. 아무리 실속이 중하다고 하나 그걸 챙겼다면 겉모습도 챙기려고 하는 게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맞는 말이야.”


비양고의 말을 긍정한 도도는 이어서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을 이었다.


“쇼군은 곧 정식으로 왕을 칭할 것이니 그걸 축하하는 사절을 새해에 맞추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니 안부사 역시 그때에 맞추어서 올 것이다.”

“조선인들을 통한 연락이면 비상한 일에는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으니 오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어요.”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대답한 그녀는 이내에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사절이 오는 일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급히 찾아오신 건가요?”

“그럴 리가.”


아니라고 한 도도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대체 히노모토가 어디냐?”

“예?”

“쇼군이 이르길, 히노모토라는 곳에 천황이 있어 그 역시 황제로서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천황은 저기 유명무실한 놈인데, 히노모토의 천황이라고 하니 혹여 잘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도도가 한 말에 당황하기도 잠시, 머릿속에서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는지 확인한 비양고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호호, 이거 쇼군께서도 정이 참 넘치시네요. 하긴, 그쪽도 혈연으로 이어져있다고 하였으니 아주 무시하긴 어려웠겠지요.”

“무슨 말이냐? 너만 알지 말고 나도 알게 좀 말해보거라.”


저만 아는 이야기로 즐겁게 웃는 비양고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 도도가 채근하자 그녀는 웃음을 그치고 이곳에서 살면서 알고 기억한 것들을 일러주었다.


“히노모토는 이 나라 일본의 다른 명칭이랍니다. 그렇네요, 아이신구룬과 다이칭구룬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실 거에요.”

“아이신구룬과 다이칭구룬이라고?”

“예. 대신 그 간극이 우리처럼 짧지 않고 적게 잡아도 수백년은 된 이야기지만요.”


비양고가 해준 말을 가만히 곱씹은 도도는 이내에 쇼군이 자신에게 상당히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여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거 당했는걸.”

“약조라도 하셨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불확실한 대상을 두고 무어라 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여겨서 자세히 캐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물러 나왔다.”


따지고 보면 큰 실책은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그답지 않게 너무 신중하여 지레짐작하고 물러난 셈이니 속에서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리 알았다면 적당히 말을 나누어 달리 기회 삼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은근하게 돌려 말했다는 건 상대가 바라는 게 있으며 이쪽에 제시할 이득도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치를 떠올린 도도는 제 실수로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내에 아직 놓친 기회가 아님도 떠올렸으니, 그는 눈을 빛내며 말을 덧붙였다.


“다음은 다를 것이다.”


아직 그가 일본을 떠나려면 시일이 남았으며, 오늘 일은 미루었을 뿐 단정하여 거절하거나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다시금 논할 날이 올 터, 도도는 그날이 오면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 하나 그 다짐은 사근한 목소리에 흔들리게 되었다.


“이득을 챙기려는 것은 잠시 미루시지요.”

“호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마주 앉은 제 조카, 비양고였으니 그녀는 당당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소소한 이득은 당장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람 하나, 양곡 한 줌을 더 얻는다고 당장 남경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는 제 집이다, 이거로구나?”

“그런 점도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빙긋 웃으며 긍정한 비양고는 이어서 조금 더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제게 있어서 가장 중한 것은 자신이니 그다음은 이 나라와 쇼군 그리고 대청과 가족들이랍니다.”

“가장 중한 것은 너 자신이라고?”

“저를 시작으로 세상이 시작되니 당연한 일이지요.”


당당하게 대답한 비양고는 이내에 애교 어린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조카의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일단 들어보마. 네 말대로 고작 병사 몇에 양곡 얼마로 형세가 크게 바뀌긴 어려우니 말이다.”


도도가 하는 말을 들은 비양고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제 체면을 좀 크게 세워주세요.”



***



“명화야, 밖에 있니? 있으면 들어오렴.”

“예.”


도도가 돌아간 후에 홀로 앉아서 생각하던 비양고는 한명화를 찾았다.


부르는 소리에 바로 바깥에서 대답이 돌아오는 것과 함께 문이 조용히 열리니 한명화가 얼굴을 비추었다.


“마주 앉아줄래? 그러고 싶은 기분이거든.”


한명화에게 자리를 권한 그녀는 걱정을 담아서 물었다.


“이게 통할까?”

“······.”


비양고가 묻는 말에 한명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묻는 게 무엇인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도도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곁에 있는 다른 방에서 귀를 기울였으니 한명화 역시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 역시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둥 회합의 규칙은 사실 간단하지. 황제들이 제시하고 왕들이 의결한다. 실로 단순해. 어린 나라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어리다고 하여 어리석은 것은 아니지요. 특히나 제 눈앞에 계신 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호호, 그건 그렇네.”


시원스레 한명화의 말을 인정한 것도 잠시, 비양고는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누군가는 황제가 강하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왕이 강하다고 하겠지. 하지만 산둥 회합으로 한정하면 당장은 각각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

“정말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한명화가 확인하듯 묻는 말에 비양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후후, 넌 알고 있구나?”


웃음과 함께 물었으나 대답은 딱히 들을 생각이 없던 것인지 비양고는 저 혼자 말을 이어갔다.


“아니. 절대 균형적이지 않아. 나중은 몰라도 결국 이걸로 가장 이득을 보고 가장 위세가 높아진 건 한 곳뿐이야.”


어린아이 여럿이 모여서 논할 때 누군가 주도적으로 일을 정했다면 다음에도 그러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비양고가 보기에 지금 상황이 딱 그것과 닮아있었다.


“조선만이 승할 거야. 나중은 몰라도 당장은, 아니 조금 후에 반드시 그러할 거야.”

“예. 그리고 조선은 영리하게도 반드시 통과될 수 있는 추천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아마도 일본은 이번에 바로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


일본이 자리한다면 누구 편을 들지는 명백하다.


그러니 산둥 회합에 일본이 새로 자리하여 들이는 일은 반드시 한 번은 부결될 터였다.


“조선에 기대야 할 거야. 그러니 인내하며 참고 기다려야 해. 그리고 그 인내함이 마땅하고 그럴듯한 구실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다들 마음이 상하지 않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쇼군, 아니 전하께서 하신 일은 실로 좋아.”


비양고는 그리 말한 후에 활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 이제 아내 된 도리를 하러 가볼까.”

“아내 된 도리요?”


한명화가 당황하여 묻는 말에 비양고는 웃음을 유지하며 말을 덧붙였다.


“쓴소리하러 가야지.”


작가의말

[첨언 아이신구룬, 다이칭구룬]

 

아이신구룬과 다이칭구룬은 모두 만주어로 한자로는 각각 금국, 청국이라고 표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후금이라는 말은 전에 있었던 완안씨의 금나라와 구분하기 위한 명칭으로 실제로 누르하치가 제창한 국명은 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선을 건국하며 옛 조선을 고조선으로 구분 지은 것과 같은 맥락인 셈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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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4.08.31 22:50
    No. 1

    하기사 류큐보다 일본이 먼저 들어가면 균형이 청에게 기울테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3 li****
    작성일
    24.08.31 22:51
    No. 2

    흠 뭐 조선이 승했다해도 결국 뒤가 보장이 안될거 아니 처음은 유구국을 추천하는거로 간보기로 시작한거겠죠 인조도 내참 정치란 놈 골아프다니깐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4.09.01 00:12
    No. 3

    단순한듯 어려운듯한 산둥회합이군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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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 682화 세월은 면피하기 위한 구실이 아니다 +3 24.09.09 71 12 13쪽
682 681화 강요된 고결함 +2 24.09.08 63 11 15쪽
681 680화 남는 것은 무엇인가 +2 24.09.07 79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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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675화 오명을 견디는 것은 어렵다 +1 24.09.02 71 12 12쪽
675 674화 선택과 강요 +1 24.09.01 69 13 12쪽
» 673화 실리를 챙긴 후에는 외견을 살핀다 +3 24.08.31 69 14 11쪽
673 672화 영화롭지 않은 영전 +5 24.08.30 81 12 13쪽
672 671화 닿아있다고 하여 같은 땅이 아니다 +5 24.08.29 75 13 11쪽
671 670화 갈망은 세월을 먹고 자란다 +6 24.08.28 77 11 12쪽
670 669화 세 가지 자격 +6 24.08.27 67 14 14쪽
669 668화 저마다의 확신 +1 24.08.26 70 10 12쪽
668 667화 오래된 문제 +3 24.08.25 67 12 13쪽
667 666화 오십보백보 +4 24.08.24 72 11 12쪽
666 665화 바라는 것은 변한다 +2 24.08.23 72 12 14쪽
665 664화 먼저 초대할 나라 +3 24.08.22 68 13 15쪽
664 663화 내어주고 얻기 +2 24.08.21 7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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