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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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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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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너희들의 적은 내가 아니야

DUMMY

“ 나를 죽이는 건 마음대로지만 과연 괜찮을지 모르겠네? “

한순간이었다.

벨라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춘향이 검은 낫을 만들어내 벨라의 목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 큭큭... 그래.. 쉽게 죽일 순 없지.. 이렇게까지 공들였으면 분명 다른 수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너의 목을 ‘ 아직 ‘ 떨어뜨리지 않은 거고 말이야. “

벨라는 손가락에 아주 밝은 빛을 만들어내 춘향의 낫을 손가락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춘향을 무시하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간다.

“ 아아..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렸어.. 일단 소감을 듣고 싶은데.. 어때? 너희의 고향이 이제 너희들의 편이 아니게 된 기분이? “

피렌의 앞에서 참을 수 없는 듯 히죽대고 있는 벨라가 소감을 묻는다.

“ ..나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건가? “

“ 당연하지. 아니? 너뿐만이 아니라 너희 모두에게 복수하려고 이날만을 기다려왔어. “

벨라는 정말 복수를 하려는 눈빛이라기보다 즐거워서 미칠 것 같은, 웃음을 참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 크람을 부숴버린 네 녀석들이 우주로 갔다면 언젠가 지구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왜? 너희들은 우주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까. ‘ 시간 ‘ 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구에만 머물러있는 멍청이들이니까. “

벨라가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며 깔보자 춘향 역시 만만치 않게 대꾸한다.

“ 그래서 세운 게 이딴 한심한 전략이야? 지구를 점령해서, 지구인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죽이겠다는? 하! 멍청한 게 딱 크람 인간 맞네! “

“ 음? 내 계획의 극히 일부만 보고도 전부 파악했다고 말하는 거야? “

당연히 파악했지. 지구인이 지구인을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지구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겠지.

그렇게 지구인들이 라티안 일행을 공격하게 하려는 것이 목표겠지..!!

“ 거대한 착각을 하나 본데.. 난 지구인이 어떻게 되든 별로 관심 없거든. 여차하면 다 죽여버리고 다시 세상을 만들면 돼. “

남이 들으면 말도 안 되는 말이었지만 이미 멸망한 세상을 한번 일으켜본 춘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그 자신감이, 그 가능한 이야기가 춘향의 눈빛과 입꼬리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벨라 역시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유지한 채로 춘향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아직..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고작 그 정도 이유로 날 죽여도 된다고 말하는 거야? “

“ 못 죽일 건 없지? “

“ 풉... 절대 죽이지 못할걸? 나는 이 지구를 지키는 파멸의 마녀니까 말이야. 후후후.. “

벨라는 코웃음을 치고 천천히 걸어가다 아무것도 없는 빈 벽 앞에 섰다.

그리고 손가락에 빛을 만들어 벽을 향해 휘두르니, 마치 벽이 한 꺼풀 껍질을 벗는 것처럼 내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저건.. “

벨라가 밝혀낸 벽 안쪽에는 수많은 책이 끝도 없이 펼쳐진 도서관이 있었다.

아니.. 도서관이 맞나..?

“ 너희들이 없던 2800년간 지구에서의 모든 기록이지. 음... 아 이거다. 한번 봐볼래? 아니. 보는 게 좋을 거야. “

벨라의 손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간 책 한 권을 라티안이 붙잡았다.

굳이 저 녀석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애초에 4대1 상황이다.

심지어 한 명은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는 춘향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벨라를 죽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상대의 의도 정도는 알아봐서 나쁠 건 없겠지.

라티안은 책을 펴본다.

“ 이건.. “

“ 지구의 망령들이 지상으로 튀어나온 빈도수와 그에 대한 피해를 적어놓은 거야. 물론 지금 준 게 가장 최근 것일 뿐 이 책장 전체가 다 그런 기록들이지. 궁금하면 열어봐도 좋아. “

벨라가 끝도 없이 늘어선 책장을 두드리며 말한다.

한장 한장 넘겨보던 라티안이 얼굴을 찌푸린다.

“ ..망령의 수가 너무 많은데. 신빙성이 있는 거 맞아? “

라티안의 시선에 41억이라는 숫자가 아무리 봐도 거짓말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 내가 기록한 게 아니야. 지금 목숨 걸고 나가 있는 모험가들이 기록한 수치지. 방금 너희가 만난 크레인도 보고서를 주고 갔는데. 이것도 볼래? “

벨라가 품에서 서류를 꺼내 아까와 똑같이 빠른 속도로 날려 보낸다.

이번엔 그것을 아리나가 받아들고 꺼내 보았다.

“ ..45억? “

“ 오.. 이건 나도 몰랐는데.. 그새 4억이 더 늘었네? 이거이거~ 조금만 더 있으면 지구는 망령들한테 잡아 먹히겠어~ 마치.. 크람이 행성이었을 때처럼 말이지..“

벨라가 신나게 뛰어와서 아리나가 읽고 있는 서류와 라티안의 책을 다시 빼앗는다.

“ 내가.. 지구인들을 이용해서 너희를 죽인다고 했냐? 착각도 적당히 해야지. “

그리고 한 명씩 눈을 맞춰가며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 지금 이 순간에도 4시 지구에는 지구의 최대 전력인 2등급 전력이 파견되어 싸우고 있어. 최대한 막아낼 수는 있겠지만 7년 뒤에는 부서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지. 뿐만 아니라 2시 지구, 7시 지구, 9시 지구, 11시 지구는 물론이고 휴전에 들어간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망령과 전쟁 중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곳은 내 지휘하에 움직이고 있어. 너희들은 적을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

처음에 벨라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했을 때는 단순히 라티안 일행을 죽이기 위해 지구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줄 알았다.

점점 이야기를 들을수록 뭔가 느낌이 다른 기분이 들었다.

“ 지금 지구의 수준으로는 망령들을 절. 대. 막지 못해. 이미 한번 멸망해봤고, 수많은 우주의 지식을 알고 있는 내가 보증해! 무조건 멸망할 거야. 심지어 땅이 변하면서 다시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겠지. 이걸 막으려면 아주 강한 전력이 필요한데. 어라..? 마침 우주에서 강한 전력이 지구로 돌아왔네? “

춘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춘향도 알고 있다.

지구의 지하에 있는 수많은 망령이 지상으로 올라올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봤었다.

그리고 하필 지금은 그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렇게 망령들이 덮어버린 오염된 땅은.. 회생 불가능한 땅이 되어버린다.

일부러 지구인들을 조종해서 조금씩 망령들에게 잡아먹히게 한 것인지 혹은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인지는 모른다.

아니.. 둘 다 정답이겠지..

그동안에 대책을 마련해 지하세계를 끝장냈어야 했는데...

벨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한 번도 지운 적이 없다.

“ 자. 골라. 나를 죽이고, 오합지졸이 된 모든 땅이 한순간에 망령들에게 잡아먹혀 지구를 더이상 쓸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릴지, 아니면 내 밑에서 망령들을 사냥해 인류를 존속시킬지 말이야. “

춘향은 낫을 꺼내 들고 벨라의 목을 향해 내려친다.

피렌이 그 모습을 보고 바람으로 가속해 춘향을 막아선다.

“ 춘향. 멈춰. 이 자식을 죽이는 건 나중에 해도 돼. 지금은 사람들이 우선이야. “

“ 나도 알아.. 아는데... 열 받네 진짜....!!!!!!! “

“ 큭큭큭... 아하하하!!! 넌 화내는 게 가장 예쁘네~! ‘ 내 밑에서 ‘ 열심히 일하라고? 아 맞다! 태양이 뜨는 방향이 12시 지구, 반대편이 6시 지구야! 그럼 나머지는 예상할 수 있지? 너희는 지금 당장 위험한 9시 지구로 달리는 게 좋아! 아하하!!! 어때어때? 죽이고 싶은 상대의 밑에 들어가서 명령받는 기분이? 아 너무 신나~!!! “

방법이 없다.

2800년간 벨라가 만들어놓은 지구라는 세상은 라티안 일행에게, 특히 춘향에게 목줄이 되어버렸다.

벨라를 죽이면 지구가 멸망하고, 그렇다고 망령을 쓸어버리려고 해도 수가 너무 많다.

어찌저찌 전부 쓸어버린다고 해도 벨라 스스로가 일을 안 해버린다거나, 일부러 망쳐버리기도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목숨줄은 벨라가 들고 있다.

마치 춘향이 2000년간 만들어낸 세상에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와 앨리스가 끼어들어 이리저리 움직이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 가자. 저 녀석이 건네준 자료가 거짓이라면 다시 와서 죽이면 돼. 만약 저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지구를 구하는 게 우선이야. “

춘향이 분했는지 입술을 깨물자 검은 피가 한줄기 흐른다.

“ 반드시 죽인다 저 자식...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와 춘향은 왔던 길을 통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 잘 갔다 와~ 갔다 오면 또 다른 곳으로 보내줄게~ 아하하하!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와 춘향이 정체 모를 하얀 옷들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린다.

하얀 옷들이 마치 크람에서 만났던 녀석들과 비슷해서 기분이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뭐.. 어차피 상대는 크람에서 살아남은 인간일 테니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 으음.. 날 두고 가도.. 괜찮을까..? “

케이크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계산할 때와 똑같이 10크람 동전으로 186000크람을 지불하고 가게에서 나왔을 때 동료들이 둘러싸인 걸 보자마자 마나를 모으며 난입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얀 옷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조준해서 공격하려는 그때 춘향이 뜬금없이 자신을 앨리스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앨리스는 계획을 전부 다시 쓰기 시작했다.

아마.. 춘향의 머릿속에는 앨리스의 존재를 일부러 숨겨 히든카드로 써먹을 생각인가 본데..

아직 적이 확실하게 누군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음.. 위치는 아리나가 보내주는 마나로 알 수 있으니..

모두의 장비나 챙겨서 갈까..

이곳의 소란이 상당히 큰 사건이었는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사라와 레일리도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이 근처에서 사고를 칠 외계인은 라티안 일행뿐이니까.. 음.. 조금 미안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앨리스는 방향을 바꿔 사라와 레일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 앨리스..! 너네 뭐한 거야..?! “

“ 왜 너만 여기 있는 거야? 다른 애들은? “

다행히도 상황이 거의 끝나고 난 뒤에 와준 덕분에 사라와 레일리가 중간에 난입해버리는 일은 없었다.

이건 우리만의 일인데 사라와 레일리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건 좀 미안하니까..

“ 아무 일도 아니야.. 장비를.. 받을 수 있을까? “

“ 아무 일이 아니라니 이미 소문 다 듣고 왔거든?! “

“ 사거리를 점령한다니.. 도로에 대한 개념이 없던 건가..! 억지로라도 같이 모험가 조합에 갈 걸 그랬어..! “

음.. 이런 자리에는 피렌이나 춘향이 있었어야 했는데..

말을 잘 못 하는 앨리스로서는 살짝 난감했다.

“ 정말 괜찮아. 너희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게. 그래서 장비는? “

“ 우리가 안 괜찮아.. “

“ 모험가 조합에서 너희들을 등록시킨 건 우리라고..? “

아.. 그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긴 하겠다만..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되려나..

“ 정말 괜찮아. 그래서 장비는 어디서 받으면 돼? “

사라와 레일리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애초에 이렇게 강한 녀석들을 말릴만한 힘이 사라와 레일리에게 있지도 않았으니까..

“ 하아.. 그래.. 따라와. 고급용품만을 취급하는 대공방이 따로 있어. 이미 제작에 들어갔을 거니까 여기서 걸어가면 받아갈 수 있을 거야. “

“ 으음.. 부디 문제가 될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

피해가 가지 않게끔 한다고 해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세상 무해한 웃음을 띄워준다.

“ 정말 괜찮아. 길을 알려줘. “

앨리스는 사라와 레일리를 따라가며 아리나의 마나를 찾는다.

음... 굉장히 높게 올라가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작가의말

오랜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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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 너희들의 적은 내가 아니야 23.05.01 263 1 12쪽
164 158. 오랜만이야.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어. 23.04.30 26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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