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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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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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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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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12. 아니.. 너는...?!

DUMMY

“ 미야. 이제 교대하자. “

“ 아. 괜찮아요 아리나님! 조금 더 쉬고 계세요! “

네이렌이 받을 세 가지 임무 중 가장 안전한 임무를 받은 아리나와 카린, 미야는 지금 함선을 타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 또한 레베른과 관련이 있는 일이며 아디나가 표시해준 좌표에 레베른이 어딘가에 주둔하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임무다.

다만...

그 좌표 자체가 우주의 한 공간을 뜻하며

그 공간 안에는 수백 개의 행성이 있다는 것은 함선을 몰고 좌표에 도착하고 나서야 눈치챘다.

“ 다음 들러야 할 행성은 조금 거리가 있으니까 무리하면 안 돼 미야. “

“ 에.. 하지만 아직은 괜찮은걸요? “

“ 그러지 말고 아리나 말 들어 미야! 너가 전위에서 싸워줘야 하는데 싸우다 지치면 안 되잖아! “

물론 카린은 미야의 안전보다 자신의 안전을 훨씬 더 신경 써서 한 말이겠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전투가 벌어질 일이 낮은 임무라고 하더라도 앨리스가 없는 지금 레베른을 만나 다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아.. 그럼.. 네. 아리나님 부탁드려요. “

이제는 익숙해진 키를 옮겨줄 때 느껴지는 짧은 진동이 온몸에 느껴지고 이미 수백 번 키를 잡아본 아리나였기에 금방 안정화되자 카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이렇게 지루한 임무일 줄 상상도 못 했어.. “

“ 그럼 싸우는 편이 좋았어? 난 아디나가 널 배려해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

“ ...에이.. 설마.. 신의 대리인이 맡는 임무들이 전부 전투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애들도 편한 일 하겠지.. “

음... 모르겠다.

원래 자신이 하는 일은 조금 더 힘들게 느껴지는 법 아니겠는가.

카린은 자기가 제일 힘든 곳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날개를 퍼덕인다.

“ 걱정 마세요 카린님!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요! “

예전 같았으면 다른 가족들에 비하면 참.. 듬직하네.. 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정말 듬직하다고 느껴지는 미야가 고맙게 느껴진다.

“ 그래그래.. 고마워. 이대로 쭉 야생동물들만 만났으면 좋겠네. “

이들이 수행하는 임무가 다른 가족들에 비해 가장 안전한 임무라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생태계는 구성된 행성들을 중점으로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 음? 아리나님. 저 행성도 우리가 가야 할 곳 중 하나 아닌가요? “

행성이라 불러야 할지 혜성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이 근방의 항성 여덟 개를 거쳐 가는 공전 주기를 가진 특이한 행성이다.

지금 이곳으로 지나갈 줄 몰랐는데..

“ 어~.. 그러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저기 먼저 들렀다가 갈까? “

살짝 고민하며 주위의 의견을 고하자 카린은 망설이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한다.

“ 뭘 망설여! 지금 놓치면 더 멀리 가버릴 거 아냐! 귀찮은 녀석은 미리 해치워야 나중에 편하다구!! “









우주선이 착륙하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행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기층이 존재한다.

물론 거의 없어서 새까만 우주가 훤히 보이는 곳도 많지만 마나와 기술만 있다면 공기를 지상에 잡아두어 얼마든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

지금 아리나와 카린, 미야가 가는 저 행성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어서 그런지 대기층이 굉장히 두꺼웠으며 그것을 예상하지 못해 우주선 자체가 조금 흔들리면서 억지로 내려앉았다.

-쿵...!!!

“ 꺅..! “

“ 으악..! “

“ 미.. 미안..! 저항이 거세서..! 둘 다 괜찮아?! “

뭐 다행히 무너지거나 어디 걸려서 뒤집히거나 하지는 않았고..

두 사람 다 주저앉는 선에서 그친 듯하다.

“ 아니.. 안 괜찮아..! 내 함선...! “

...음.. 바닥은 조금 찌그러졌겠네.

“ 같이 나가보시죠. 아리나님. 저도 주위를 둘러보고 올게요. “

“ 어.. 그래. “

착실한 미야가 있으니 지금은 카린을 자유롭게 내버려 둬도 괜찮겠지.

아리나도 함선의 마나를 안정화한 뒤 키를 정리하고 갑판으로 나선다.


울창한 숲.

하지만 숨쉬기가 조금 불편한 만큼 잎사귀가 많지 않은 건조한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나무면.. 함선 밑부분도 조금 많이 긁혔을 것 같다.

아리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겸 자신의 마나를 공중으로 펼쳐 영역을 생성해본다.

“ 음... 마나는 충분한 듯하네..? “

다행히도 살짝 숨쉬기만 불편할 뿐 마나를 활용하는 부분에서는 문제될 게 없는 모양이다.

-츠즛...

아니.. 번개도 살짝 불안한가.

손에서부터 전류를 모아본 아리나는 살짝 눈을 찌푸린다.

뭐.. 그래도 상대가 레베른이라면 그들도 제대로 된 마나를 활용할 수 없을 테니 서로 마찬가지인 상황이겠지.

“ 휴우.. 끝났... .. 에.. “

함선의 바닥을 수리하고 올라온 카린이 아리나와 마주하자마자 굉장히 당황한 얼굴로 살짝 뒤로 물러난다.

손에 모아놓은 번개.

살짝 찡그린 얼굴.

분명.. 분명 아리나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이다.

“ 아. 카린. 수고했.. “

” 왜..? 나.. 나한테 쏘는 거 아니지..? 미.. 미안해 아리나..! 다음부터는 허락 맡고 움직일게...! “


“ 그게 아니라..! 그냥 마나 확인해본 거야 확인..! 오해하지 마..! “

“ 그.. 그그.. 그런 거지..? 진짜지..?! 앨리스도 없는 거 명심하라구...!! “

어어.. 진짜 놀랐나 보다.

하긴 평소에 춘향이 말을 듣지 않으면 따끔한 전류로 혼내주기는 했었으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카린한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 아니 진짜로! 내가 왜 너한테 번개를 쏴?! 춘향도 아니고! “

“ 흐익..! 미안해! 나.. 나 주위 정찰하고 올게..!! “

“ 아니 그..! ... .. 진짜 아닌데..! “

정말..

저렇게까지 겁이 많아서야 제대로 임무를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 ..내가 그렇게 많이 혼냈나..? “

번개를 보기만 해도 무서워할 정도면 본인이 잘못된 건가 싶은 생각에 아리나는 볼을 긁적이며 자기 혼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카린을 바라본다.




정말...

하마터면 그대로 통구이가 될 뻔했다.

“ 우으으... 나 대신에 피렌이 같이 있었다면 더 잘했을 텐데..! “

하필 아리나와 미야, 카린 이 세 명 중에서 탐색에 능한 사람이라고는 카린밖에 없었던지라 카린이 혼자 공중에 날아서 주위의 상황을 지켜보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 말은

가장 먼저 주위를 둘러보고 감시하는 사람이었던지라

만약 적이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발견되는 사람 또한 카린이 되어버린 것이다.

“ 으으... 무서운데....! 뭐가 튀어나오지는 않겠지..?! “

사실 카린은 함선을 생각보다 더 단단하게 만들어둔 덕분에 조금도 찌그러지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황급하게 날아간 이유는...

당연하게도 위험한 일은 하기 싫어서였다.

함선의 바닥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미야가 전부 확인하고 와줄 줄 알았는데..

이거 참...

몰래 놀고 있던 것을 어떻게 알고 벌을 주려고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사람이 꼼꼼한지...!

“ 그렇게 빡빡하게 살면 인생 피곤할 텐데 말이야...! “

자기가 그렇게 투덜대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리나가 있는지 확인한다.

...함선에서 벗어나 공중에 날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 휴우... 맞지.. 아리나가 하늘까지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억..! “

여기는 공중이다.

아리나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나마 있어도.. 새 정도랄까...?

그렇기에 공중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마치 덫을 놓은 것처럼 가느다란 실에 다리가 걸린 카린은 그대로 자세가 무너져 공중에서 떨어지고

어떻게든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는 순간

교묘하게 날개 끝자락이 다시 한번 가느다란 실에 걸려 제대로 날지 못하고 또 떨어진다.

“ 우왁..! 욱..! 이거 무슨..! 악!! 아파!! 익..! “

그렇게 교묘하게 만들어진 함정에 걸린 카린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지면에 처박히자마자 거대한 그물이 카린의 몸 위에 덮어진다.

“ 꺅..! 이게 뭐야..! “

-딱..!

손을 휘적이며 벗어나려다 급하게 손을 튕겨 단검을 만들고 어떻게든 그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끊어내 보지만 당황한 탓일까 생각한 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 이게 뭐야...! 뭔데...!! 아리나..! 미야..! 도와줘..!! “

-부스럭.

그때.

뒤쪽 숲에서 마른 잎들을 밟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카린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 뒤를 천천히 바라본다.

순간적인 공포와 함께 카린의 시야에 보인 것은..

짧은 머리가 높게 치솟아 있는 키가 큰 남자와

마치 거대한 실수라도 한 듯이, 혹은 카린을 두려워하듯이 녹색 머리카락을 예쁘게 땋은 여자아이가 남자의 뒤에서 벌벌 떨며 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이 함정의 주인이겠지.

..이 행성에는 아무도 없다고 들었는데...

“ ...전혀 이상한 게 잡혔는데..? 이게 어찌 된 거냐. “

“ 에.. 에에.. 그.. 그러게...?! 사.. 사람 아냐...?! “

그러나 불길한 생각으로 한가득했던 카린의 예상과는 달리 상대는 공격할 생각은 없는지 남자도, 여자아이도 머리를 긁적이기만 한다.

“ 그.. 그.. 왜.. 이러시는.. 거에요... “

카린이 조심스레 묻자 남자는 카린이 겁먹은 것이라 확신하고 조심스레 손을 들어 아무것도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아아.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조류가 있다면 잡으려고 놓은 덫이었는데.. 사람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

“ 조.. 조류.. 큭.. 네.. 그.. 풀어주실 수 있나요..? “

순간 상처받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 아 네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게 그.. 너무 움직이시는 바람에 꼬여서.. “

“ 죄.. 죄.. 죄.. 죄송해욥..! 금방..! 금방 풀어 드릴게요..!! “

-파지직...!!! 콰과과과!!!!!!!!!!

남자와 여자아이가 카린에게 다가오는 그 순간

한줄기 번개가 남자를, 여자아이를 덮쳐버린다.

너무나도 익숙한 마나.

아리나의 번개다.

“ 아리나?! “

카린이 공중에서 당하자마자 바로 달려와 주는 너무나도 고마운 가족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공격하는 건 좋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아이는 그저 새를 잡기 위해서 놓은 덫이었을 뿐이고 거기에 카린이 걸린 것이며, 지금 이렇게 구해주러 와주는 것이었는데..

그들을 공격해버리면...!

“ 카린!! “

“ 카린님!! 괜찮으세요?! “

“ 그 얘들아..! 저 저분들은..! “

미야가 한 손 검을 꺼내 들고 상대와 마주 보며

아리나는 급하게 달려와 번개를 날카롭게 깎아 그물을 잘라낸다.

아리나의 기습 공격을 회피한.. 아니..

직통으로 맞고도 아무런 충격이 없는 상대다.

분명 평범한 녀석이 아닐 거라 생각한 미야는 긴장한 채로 아리나를 부른다.

“ 아리나님. 심상치 않은 상대에요. 준비해주세요. “

물론 아리나도 알고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그물을 해체하고 혼자서 탈출할 수 있을 만큼 잘라낸 뒤 번개를 손에 쥔 채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 당신들은 누구.. .. .. 세.. .. ..에..? “




남자는 온몸으로 여자아이를 감싸며 생각한다.

이 번개.

분명 낯설지 않다.

분명 어디선가 마주한 느낌이다.

심지어 자신이 사용하는 마나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분명... 들어봤다.

아리나.. 아리나.. 어디서 들어봤더라...?

고개를 들고 상대를 본다.

노란 금발 머리의 여자.

꽤 까칠해 보이는 눈매만큼이나 주변에 튀고 있는 스파크가 참 인상적인 그 여자.

네이렌 아리나다.

“ 아니.. 너는...?! “

“ 에..?! 베.. 베리엔 레베른...?! “

물론 뭐.. 아디나가 준 세 가지 의뢰 전부 레베른과 만날 수 있는 임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만날 확률이 적은.

그냥 비어있는 행성들의 순찰만 다니면 되는 간단한 임무 중에서

가려던 행성이 아닌 우연히 지나가는 행성을 먼저 들러 수색하던 도중

우연히 마주한 사람이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이 우연한 만남에 아리나는 공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

“ 그.. 그.. 아.. 안녕....?? “


작가의말

새 잡히긴 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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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404. 사고만 치지 말자 23.12.23 226 0 14쪽
412 403. 새로운 문제 23.12.22 229 0 13쪽
411 402. 최악과 최선의 선택 23.12.22 228 0 13쪽
410 401. 결국 와버린 한계 23.12.21 231 0 15쪽
409 400. 벗어날 수 없다면 23.12.20 229 0 13쪽
408 399. 끔찍한 제안 23.12.20 231 0 15쪽
407 398.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23.12.19 235 0 13쪽
406 397. 살아도 되는 이유 23.12.18 2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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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388. 제3자의 시선 23.12.13 2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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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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