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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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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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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392. 미지의 탐구자

DUMMY

“ 미야!! “

“ 네! “

라티안이 붉은 눈에게 달려들고, 힘을 겨루는 그 짧은 틈을 타 미야가 날아와 붉은 눈의 목을 베어버린다.

그렇게 빛과 번개가 화려하게 부딪치며 붉은 눈을 빠른 속도로 제거해나가고

춘향 또한 앨리스와 합을 맞춰가며 붉은 눈을 부숴버린다.

꽤 많은 수의 붉은 눈이지만..

춘향의 생각대로였는지 레이브가 부서지고 나자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준은 아니기는 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공포의 존재겠지만..

인도자들과 네이렌은 붉은 눈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어딘가.





그렇게 이 근방의 붉은 눈은 전부 제거하는 데 성공하고 함선으로 돌아온 미야와 라티안은 다음 지역을 지시받기 위해 조타실에서 소리쳐본다.

“ 다들 어딨어?! 나 왔는데?! 나 이제 어디로 가?! “

음.. 다들 뭐 숨어있는 건 당연할 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조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전투가 벌어지고 비전투 인원은 여기에 숨어있는 게 아닌가..?

설마 모두가 피난 유도를 하고 있는데 둘이서만 복귀해버린 건가...?!

“ 스승님 잠시 이쪽으로.. “

“ 응? “

미야가 아주 조금은 난감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라티안의 팔을 이끈다.

“ 사실... 카린님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

그러면서 미야는 카린의 방으로.

카린의 방에서도 바닥과 일체형인 침대가 있는 벽으로 향해 손을 집어넣고 낑낑대며 무언가를 찾는다.

“ 사실 이곳에 카린님께서 숨어계시는 곳이 있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할 때 숨는다는데..! 사실..! 춘향님을 피하려고 만든 곳인데..! 저에게만 알려주신..! 아! 찾았다! “

-삑. 삑. 삑. 삑. 삑 삑삒삒삒.

“ 어어.. 이거 터지는 거 아니야..?! “

“ 괜찮아요. 이렇게 해야 버튼을 찾더라도 도망치지 않을까 싶으셔서 이렇게 하셨대요. “

마치

폭탄이라도 터질 것처럼 시간 초가 흐르고

아주 위협적으로 울리기 시작하더니

소리가 멈춘다.

그리고 침대가 내려가고 통로가 만들어진다.

“ ...미.. 미야..? “

통로에서 사람의 소리가.. 아니 카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에 모습이 안 보일 때는 이러고 있던 건가..

이 함선에서 숨어봤자 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춘향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 카린님 저에요. 괜찮으세요? 스승님도 오셨어요. “

“ 어.. 라.. 라티안..!!! 급해! 빨리 가자..! “

라티안과 미야의 얼굴을 확인한 카린이 손을 내뻗어 두 사람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한다.

날개까지 펄럭이는 바람에 깃털이 얼굴을 간지럽혀 라티안과 미야는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자 카린의 몸도 같이 뒤로 당겨져 넘어질 뻔했지만.. 그런 건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얼른 가자고 재촉한다.

“ 빨리..! 빨리! 알비스가 위험하단 말이야..! “

....?

알비스가...?

“ 자세히 설명해. 가자 미야. “

라티안이 빛을 두르고 미야가 속도를 올린다.

그리고 카린의 손을 각각 붙잡고

달려나간다.

“ 으아아아아아! 너무 빨라!! 내가 날아갈 테니까 너희가 속도를 맞춰어어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잖아!!!! “


다행히도 카린의 절규가 들렸는지 갑판 위에서 멈춰선 라티안과 미야는 카린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카린이 손목이 아픈지 계속 만지작거리면서도 짜증 한번 안내고 상황을 최대한 설명해준다.

우선.

수많은 붉은 눈들이 우주에 퍼졌을 때

이 행성으로 떨어지던 붉은 눈 중 다수가 함선을 둘러싸고 내려왔다고 한다.

그때 카린은 모두와 함께 숨어들었지만 붉은 눈은 어떻게 된 건지 숨어있는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카린과 윌리를 분명 봤음에도 불구하고 알비스만을 데리고 우주로 가버렸다고 한다.

“ 그러니까.. 붉은 눈들이 함선으로 쳐들어와서 알비스를 데리고 갔다고? “

“ 응응! “

하필 함선에 전투 전력이 없는 타이밍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아리나와 피렌은 사람들을 피난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을 테고

그나마 빠르게 함선으로 복귀해서 지키고 있던 사람은...

아.

딱 한사람 있는데?

“ ...아디나는? “

“ 먼저 갔지!! 윌리는 아까 있던 내 은신처에 숨어있어! 거기에 장비를 만들어서 지금 온갖 정보들을 모으고,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어! “

으음..

데려간 것은 레이브가 아닌 붉은 눈이라고 한다면..

아디나가 간 것이면 확실한 전력인데 말이지.

차라리 여기 있는 카린이랑 윌리를 다른 붉은 눈들에게서 지키는 것이 인원 배분에 맞지 않을까 싶다.

라티안이 이렇게까지 생각했기에 미야도 당연히 생각하는 부분이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를 멈추고 카린을 바라본다.

“ 어~..그럼 스승님께서 여기 계실래요? 제가 갔다 올게요! “

현명하게도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을 지키는 것과 카린의 마음을 달래는 최고의 선택지를.

본인만 열심히 돌아다니면 된다는 착한 생각을 한다.

심지어 미야는 붉은 눈을 상대로 하는 전투에 특화되어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 그래. 그렇게 하자. 카린. 아디나는 어디로 갔어? “

“ 저기!! 저기 우주!! “

...

에?

“ 그걸 어떻게 따라가라고. “

“ 그걸 어떻게 따라가요..? “










“ [VII. 전차(The Chariot) - 지옥행 열차] “

아르카나가 아르카나를 내질러 별자리를 수놓아 행성을 반 바퀴는 둘러버릴 만한 거대한 열차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열차를 조종해 먼 과거 은하 쓰레기들을 쓸어버리던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우주선을 하나씩 잡아먹듯이 부숴버린다.

우주였기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화려하게 부서져 버리고 있지만 아디나에게는 익숙하다.

이것으로 붉은 눈들을 전부 파괴할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이미 신의 언어에 붙잡힌 진화의 인도자들은 붉은 눈이 되어 우주에 떠다니며 아디나를 보고 있었고

아디나는 결국 신의 언어에 붙잡히지 않은 평범한 진화의 인도자들이 붉은 눈이 되기 전에 죽여버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저들은 레이브에게 속고 있던 걸까.

아니면 레이브의 본심을 알고도 따르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걸 물어보기도 전에 죽여버려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자서 저 수많은 적을 돌파하고 나아갈 수 없었다.

‘ 친구. 저건 아니야. ‘

마치 혼자가 아니라는 듯이 마음속에서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아디나에게 말한다.

“ 알고 있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

아디나는 아르카나를 회전시키며 열차의 움직임을 멈춘다.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말을 듣고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들어 아디나는 미소지었다.

‘ 언제든 도와줄게. ‘

너무나도 고맙지만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메이저 아르카나이기에 붉은 눈이 학습하면 너무나도 곤란해진다.

마이너 아르카나라면 복제해도.. 까다롭기는 하지만 상대할 수는 있을 텐데 말이지..

아디나는 손에서 아르카나를 거둬들이며 만들었던 열차를 다시 별자리로 되돌려 붉은 눈이 관심을 가지기 전에 없애버린다.

그리고 붉은 눈이 제대로 분석하기도 전에 부숴버릴 수 있는 무기를 꺼낸다.

“ [XIV. 절제(Temperance) - 세상을 가르는 칼날] “

두 개의 칼날을 들고 별자리를 수놓아 만든 마차 위에 올라선 아디나는 그대로 알비스를 끌고 간 우주선을 향해 마차를 몰고 나간다.











“ 읏...! “

머리를 얻어맞은 걸까.

언제 기절한 것인지도 모르게 쓰러져있던 알비스는 천천히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만 뜬 채로 이리저리 굴려 주위를 바라본다.

...일단 몸에서 느껴지는 미묘하게 다른 이 느낌으로 보면... 이곳은 우주다.

그렇다는 건 이곳은 우주선.. 그것도 익숙한 진화의 인도자들이 타는 평범한 우주선이다.

알비스는 천천히 납치당하기 전까지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분명...

레이브가 자신이 붉은 눈과 연관이 있다고 선언하고..

거대한 에너지가 우주로 치솟더니..

붉은 눈들이 진화의 인도자 옷을 입고 내려와서..

붉은 눈들이 함선에 들이닥치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납치해갔다.

어떻게든 대응해보려 했지만..

가지고 있는 보급형 아티팩트는 전투용이 아닌 길잡이용이었기에 큰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잡혀갔다.

그러던 중.... 어... 대기권을 지나는 순간부터의 기억이 없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알비스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

“ 이제야 일어났구나 알비스. “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곧바로 뒤를 돌아볼 뻔했지만

알비스는 그러지 못했다.

이 목소리는..

레이브다.

“ ...레이브 인도자님. “

“ 그렇게 딱딱하게 굴 것 없다.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 말이야. “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말투.

너무나도 편안한 이 공기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질 뻔했다.

알비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바라보았다.

“ 스승님. “

“ 그래. 알비스. “

“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배신감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이 편안한 분위기에 휩쓸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거짓이길 바랐다.

다르시 인도자가 자신이 몰리는 상황이 되자 당황해서 하는 소리라고

그런 다르시 인도자를 가엾이 여겨 도와준.. 거라고.

“ 다르시 인도자의 말은 전부 사실이란다. “

그러길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레이브의 입에서는 알비스가 원하지 않았던 말이 나온다.

“ 왜.. 왜.... .. 어째서.. 붉은.. 눈과..? “

“ 우리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란다. “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위해..?

“ 알비스. 네가 보고 온 미지는 어떤 느낌이었나? “

“ ...미지.. 말씀입니까..? “

미지.

아직 알지 못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레이브가 말하는 미지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마나.

그 미지의 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알비스는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자연스레 입이 열렸다.

“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

“ 놀라움이라.. “

“ 동시에.. 별다를 것 없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

“ 음? “

“ 그들은 그냥 조금 다른 사람일 뿐. 미지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한 것, 특별한 것, 놀라운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닌... 평범한 것이 가장 큰 미지였습니다. “


작가의말

왜 저는 이번화의 제목을 미지의 탐구자라고 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었더라구요.

너무 미래를 생각했나?

왜그랬지?

바꾸기엔 늦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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