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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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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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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00. 벗어날 수 없다면

DUMMY

“ 말도 안 돼.. “

[XXI. 세계(The World)]의 힘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아디나가 만들어낸 거짓된 세상 위에 새로운 거짓을 덮어 썼다.

불가능하다.

가능할 리가 없다.

어떻게 최초의 신이 만든 아르카나의 힘을.

다른 아르카나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르카나 중에 은하 전체를 상징하는 아르카나인 [XXI. 세계(The World)]의 마법을 복제할 수 있는 건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저 에이아라는 은하 그 자체.

최초의 신과 같은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 그럼 마저 이어서 말을 해도 되겠나? 나는 인간을 무시한 적은 없다네. 그러니 진화라고 말했잖은가? 자네들 역시 무시한 적이 없다네. 언제나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지. “

“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

과연 지금 있는 이곳은 현실일까

아니면 또 한 겹의 거짓일까

“ 그래서. 다시 이야기해볼 생각이 있는가? “

레이브의 그 말이 왠지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 제안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 은하의 사람들을 전부 붉은 눈으로 만든다는 것.

아니. 그 전에 지금 당장 네이렌을 붉은 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뜻이다.

“ 미안한데. 난 치킨 없으면 못사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

“ 후후후.. 신인류는 그런 것 없이도 살 수 있는데 말이지. “

춘향은 레이브에게서 눈을 떼고 갑판 위에 모아두었던 거대한 철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춘향이 들었는데도 꽤 무거운 상자는 그대로 난간 위에 올려지고

춘향은 평소와 같이 웃으며 모두를 바라본다.

“ 킥..! 후라이드의 바삭함도, 양념의 달달함도 모르는 신인류 따위 망해버리라지!!! “

“ 카린!! 시작해!! “

-촤르르르륵

한순간 춘향이 상자의 뚜껑을 열고 함선에서 밖으로 밀어버린다.

그런 춘향의 움직임에 맞춰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앨리스도, 미야도, 아디나도 똑같이 함선 내에, 혹은 함선 바깥으로 상자의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든 온갖 무기들을 쏟아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카린이 손가락을 튕겨 이 새하얀 영역에 온갖 무기들

특히나 한 손 검, 거대한 낫과 한 손 낫, 평범한 화살은 물론이고 레이피어와 양손 검까지 창조해 이 세상에 흩뿌렸다.

이것은 카린과 미야의 연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전으로

고작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놓은 것이지만 이로써 네이렌은 붉은 눈을 상대로 마나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철제 무기들을 언제든 주워서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될 것이다.

“ 놀랍군... 아무런 자원도 없이 한순간에 이만한 것들을 만들어 내다니... 직접 손에 넣기 전까지는 학습도 할 수 없고... 저 힘은 꼭 신인류에 필요하겠어. “

레이브는 웃으면서 손을 들어 패널을 생성한다.

그리고 눈앞에서 레이브를 공격하려는 라티안과 미야, 춘향, 앨리스를 바라본다.

각자의 무기들.

양손 검과 한 손 검. 낫과 레이피어.

다양한 무기들을 휘두르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다.

레이브는 한 명씩 천천히 눈을 맞추고 웃는다.

패널을 누른다.


“ 그런 수를 준비했다니. 확실히.. 자네들의 마나를 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군. “

“ 우와.. 아까 세계도 가짜였다고? “

레이브가 만들어낸 거짓된 세계는 한 겹 더 존재했다.

모두가 분명 생생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던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함선 위.

춘향은 철제 상자 앞에서 짜증 나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 괜찮아. 이것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니까. 다시 쏟아! 카린!! “

아리나의 지시에 맞춰 다시 한번 수많은 무기가 이 새하얀 세상 속에 던져지고 다시 한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레이브를 향해 달려간다.

레이브는..

다시 한번 패널을 누른다.

“ 흐음.. 자네들의 마나라는 힘을 쓰지 않고 그렇게 느리게 다가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

라티안은 분명 뛰어올라 검을 휘두르기 직전이었는데 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으며

함선 위에서 철제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 뭐 저런 게 다 있어..! “

“ 괜찮아.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던 아디나가 자신의 손 위에서 두 장의 아르카나를 꺼내 자신만의 스프레드를 만들어 정렬시킨다.

“ ..여기도 거짓된 세상 속이야. 한 번만. 한 번만 더 달려. 이번엔 거짓이 파괴되기 전에 이곳을 현실로 만들게. “

아디나의 말에 라티안은 망설임 없이 달려나간다.

그런 라티안이 달려나가는 순간 모두가 다시 한번 더 똑같이 작전을 실행한다.


레이브는 잠깐의 시간 동안 수많은 계산을 거쳐 지금 다시 한번 세상을 깨뜨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일부러 상대의 수에 걸려들어 이 거짓된 세상을 어떻게 파훼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패널을 누른다.

“ [X.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 [XXI. 세계(The World)] [운명을 걷는 단 하나의 세계] “

한순간 아디나를 중심으로 보랏빛 파동이 퍼져나가고

덮어씌워진 거짓된 세계가 한 겹 벗겨져 나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짓된 세계가 사라지고 다시 함선으로 돌아가야 했을 라티안은, 춘향은, 미야는 여전히 달려나가고 있었다.

-카가가가가가각...!!!!!!!!!!

“ 닿았다..! “

드디어 금속으로 만든 무기들이 레이브의 보호막에 닿아 갉아먹기 시작한다.

레이브의 보호막에 붙어 보호막을 갉아먹고 있는 사람들의 눈이 보랏빛으로 빛난다.

“ 훌륭하군... 모두에게 단 하나의 운명만을 부여해 거짓된 세상 속에 빠져들지 않게끔 만들다니... 이 세계를 전부 깨뜨릴 줄 알고 한 겹 더 씌웠는데 말이야. “

보호막에 계속 충격을 가한다.

그러나 아무런 피해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있는 모습에 춘향은 혀를 찬다.

“ 칫..! 일단 다들 물러나! “

이대로 앨리스의 마법을 학습했던 레이브가 공간을 압축해서 폭발시킬 가능성이 있었기에 모두를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손에 든 무기를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집어 든다.

“ 재밌군. “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스스로 혼자 착각에 빠져 이동하는 꼴이라니..

역시 인간은 이래서 안 된다.


레이브는

천천히 공중에 떠오르며 지상을 바라본다.

“ 자네들에게 한가지 빼먹고 소개하지 않은 것이 있다네. “

-쿵..! 쿵...!! 쿵....!! 쿵....!!!

그리고 하나의 패널을 생성해 누르자 이 새하얀 세상에 붉은 점을 수놓듯이 함선을 둘러싸고 지상에 내려앉는다.

아니..

지상을 시작으로 공중을 전부 뒤덮어버린다.

“ ..진화의 인도자들인가... 좀.. 많네? “

수백은 기본으로 넘고..

수천..

아니.. 조금 과장해서 수억까지도 가지 않을까 싶은 수의 붉은 눈이 끝없이 높게 솟아있었으며

그중에는 이미 한번 부숴버렸었던 케이지 인도자와 디엔 인도자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들은.. 다른 진화의 인도자들과는 다르게 이미 붉은 눈을 받아들였으며 레이브와 함께 하는 신인류 중 하나였던 거겠지.

“ 후후.. 진화의 인도자..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우리는 진화의 인도자를 버린 지 오래일세. “

레이브는 마음을 다잡는다.

결국, 저 다른 은하와의 협상은 실패다.

하지만 상관없지. 전부 죽이고 마나를 얻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마나에 대한 학습만 늦어질 뿐 아무런 타격이 없다.


레이브는 공중에 떠올라 자신이 가진 모든 패널을 활성화한다.

수백 개의 패널이 레이브를 중심으로 사방에 떠오르고 모든 패널이 이 은하를 움직이는 에이아 프로그램에 접속한다.

“ 다시 소개하도록 하지. 나는 ‘ 미래의 설계자 ‘ 레이브다. “

그 순간

모든 붉은 눈이 달려 나와 네이렌을 덮친다.


수많은 붉은 눈의 공격에 라티안은 손에 든 검을 버리고 일곱 개의 검을 만들 수밖에 없었으며

피렌도 바람을, 아리나도 번개를 사용하고

춘향도 검은 낫을 들고 미야와 호흡을 맞춰가며 속도를 최대로 올려 붉은 눈을 부순다.

아디나도 아르카나를 활용해가며 모든 붉은 눈들을 공격하며 앨리스도 주위에 자신의 영역을 전개해 꽃잎에서부터 튀어나오는 가시로 붉은 눈의 움직임을 막는다.

“ 으으 이런..! 붉은 눈은 다른 인도자들이 맡아주기로 했는데..! 걔네 안 온대냐..?! “

-까드드드득..!

춘향의 낫이 붉은 에너지와 부딪쳐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고 있는 동안 미야가 붉은 눈의 뒤로 다가가 목을 부숴버린다.

“ 벌써 제 움직임에도 익숙해지고 있어요..! 위험해요..!! “

점점 상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나가 목을 부숴버리던 미야도 공격보다는 방어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춘향은 주위의 상황을 지켜보다 뒤에서 다가오는 붉은 눈의 살기를 느끼고 눈을 찌푸린 채 낫을 휘두른다.

-카가가가가가각..!!!!

“ 그때 뒈져버리지 왜 아직도 살아있대? “

손에서 뽑아낸 에너지로 장봉을 만들어 자신의 무기에 어울리지 않은 기습 공격을 한 디엔이 태연한 표정으로 장봉을 돌려가며 춘향을 압박한다.

“ 그것이 신인류 아니겠나? “

“ 킥.. 나한테 쫄아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던 주제에? “

“ 공포는 겪을수록 무뎌지는 법이지. “

“ 아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것도 모르나? “

“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

춘향의 말을 끝으로 디엔과 춘향은 서로가 서로의 뒤를 잡아가며 장봉과 대낫을 휘두른다.




“ 읏...! “

라티안이 겁 세 개를 뭉쳐서 바체트의 발을 막아낸다.

“ 일전의 복수입니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당하지 않겠죠. “

그때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바체트가 라티안을 모든 방향에서 압박해온다.

그런 바체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라티안은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진다.

본인은 일곱 개의 검을 가지고 있는데

빛과도 같은 속도로 달려나갈 수도 있는데

어째서 이 속도에는 반격할 틈이 보이지 않는 걸까.

“ 젠장..! “

라티안은 결국 자신의 마나를 폭발시켜 바체트를 접근조차도 못할 푸른 불꽃을 쏟아낸다.

“ ...놀랍군요. 자칫 잘못하면 제 다리가 녹아내리겠어요. “

그렇게 바체트는 뒤로 잠깐 물러났지만

라티안은 멈출 수 없다.

계속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러 달려오는 붉은 눈들을 파괴한다.

다행인 점은 푸른 불꽃으로 인해 점점 녹아 내려가 붉은 눈들이 라티안의 검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일까.

...가능하면 바체트를 제거할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이런 상황 속에서는 그마저도 힘들겠지.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XXI. 세계(The World)]를 사용한 것부터가 잘못된 걸까.

하지만 알비스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 순간부터 혼자서 레이브를 상대하려면 아르카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었다.

그렇다면 [XXI. 세계(The World)]와 [X.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를 활용해 거짓된 세상을 저항해버린 것이 잘못이었을까.

하지만 아르카나의 구조와는 다르게 이 에이아라는 은하의 힘을 빌려 손가락 하나만으로 거짓된 세상을 만들어버리는 레이브를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미래의 설계자.

정말 이름 그대로 네이렌이 이곳에 온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완벽하게 설계를 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앞으로도 얼마나 설계를 해둔 걸까.

아디나는 거대한 칼날을 휘두르며, 꺼지지 않는 불꽃의 수호자를 활용해 다가오는 붉은 눈들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쳐낸다.

물론 상대는 기계이기 때문에 그런 불꽃쯤은 가볍게 뚫고 와버리지만, 기계였기에 불에 달궈져 훨씬 더 쉽게 파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에이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전투는 오직 레이브와 붉은 눈과의 전투다.

저 에이아는

저 은하 그 자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아디나는 최초의 신과 같은 존재인 에이아를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까?

...


“ 다들 돌아와!! 함선을 지켜내!!! “

격렬한 전투 속에서도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피렌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함선.

그 안에는 비전투 인원들이 숨어있다.

분명 함선에는 아리나가 번개를 뭉쳐 만들어낸 티아트와 함께 지키고 있을 텐데도 부족했던 걸까.

피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아디나는 급하게 달려나가 함선 근처의 붉은 눈들을 전부 제거하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바보들 팽이 굴려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는데 ㅋ

참고로 영화는 본적없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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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404. 사고만 치지 말자 23.12.23 226 0 14쪽
412 403. 새로운 문제 23.12.22 227 0 13쪽
411 402. 최악과 최선의 선택 23.12.22 228 0 13쪽
410 401. 결국 와버린 한계 23.12.21 229 0 15쪽
» 400. 벗어날 수 없다면 23.12.20 229 0 13쪽
408 399. 끔찍한 제안 23.12.20 231 0 15쪽
407 398.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23.12.19 233 0 13쪽
406 397. 살아도 되는 이유 23.12.18 233 0 14쪽
405 396. 글자에 담긴 힘 23.12.18 235 0 16쪽
404 395. 짓밟힌 꽃은 23.12.17 236 0 13쪽
403 394. 아무것도 남지 않은 23.12.16 2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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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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