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질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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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청수사
작품등록일 :
2023.01.09 22:31
최근연재일 :
2023.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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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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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 02 - 34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6

DUMMY

S01_Chapter 02. [ Elong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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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34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6




천유리는 찌른 자세에서 천천히 기본자세로 돌아와 납검했다.


그녀의 눈빛은 자동차 LED 전조등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호구를 벗고,


캑캑거리는 나에게 다가와 내 호구를 벗겨냈다.


그리고 어느새 찬 물수건을 가져와서 내 목에 대 주었다.


좀 지나니까 통증도, 호흡도 괜찮아져서,


그녀를 보면서 정말 무서운 여자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렸더니, 그녀도 내가 정말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거울에 비춰서,


그녀가 찌른 내 목 부위를 살펴보았다.


아프긴 정말 아팠다.




한혁은 언제 나타나서 내 등을 팡팡 때리면서,


언제 그렇게 늘었냐며, 허허롭게 웃어댔다.


오히려 옆에 선 한인철이나 남윤호는 상기된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는데,


나중에야 그들의 눈빛과 기세가 ‘호승심(好勝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야 아프고, 숨쉬기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한혁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한인철과 남윤호를 가리키며, 저놈들 보라고,


저놈들은 천유리와 나처럼 맞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억눌린 목소리 톤으로 씻고 좀 쉬겠다며 자리는 떴다.


씻고 나온 연습실은 다들 환복 하고 검을 들고 서로에게 맞서며,


기세를 뿜어내는 기이한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련 열풍이 불었다.






한혁의 검은······. 뭐랄까?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뉘앙스가 ‘허허(虛虛)롭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왜소한 체구에 백발인 노인이 목검을 들고 서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가 그렇게 서 있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그냥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 자리에 서서 그렇게 목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분명히 한혁과 그의 검을 보고 있었는데, 검 끝이 내 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언제?


어떻게?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생각난 것은 한혁과 그의 움직임,


그의 검은 그가 나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의 모든 것을 동원해도 알아챌 수 없는, 한참 더 위의 경지.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한혁의 검은 내 몸 어디든,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


자석에 쇠붙이가 달라붙듯, 검 끝이 달라붙어 있었고, 나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납검하고 몸을 돌리려다가, 우연히 한인철과 남윤호를 보았는데,


그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한혁한테서 떼지 못하는 시선과 입은 턱 벌어져 있었고,


땀을 얼굴 전체에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내가 경지가 미천해서 한혁의 수준을 못 따라가니까,


그리고 저들이 보는 것을 못 보고 있으니까,


나는 별일 아니라고, 그저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혁을 보았는데,


한혁은 호구를 벗고 웃으면서 나에게 아주 제법이라고 했다.


초보 주제에 기세를 받아넘기는 것이 능숙하다고.


한혁의 말에 한인철과 남윤호가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들의 눈빛은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아주 가볍게 그들의 눈빛과 기세를 무시해 주고, 한혁에게 말했다.


내가 물어서 한혁이 대답해줘도, 나는 모를 내용일 것이라고.


한혁은 크게 웃으면서, 나더러 정말 초보 맞느냐고 물었다.




“어르신.”


“어이쿠, 신동께서 오셨네. 검계(劍界)의 신동!”


“하하! 유리 씨에게 저희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대충 들었네. 죽을 뻔한 거 자네가 구했다고, 어찌나 호들갑을 떨던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확신이 없어서 걱정했었는데, 잘 회복되어서 저도 기뻤습니다.”


“참, 자네 피는 보물이야, 보물! 나도 그거 쬐금씩 혀에 축이면, 하루가 상쾌해!”


“말씀에 감사하다 해야 할지, 기괴하다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고맙지. 자네, 하나만 명심하게.


자네가 인간과 종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허나 우리와 함께할 때,


자네가 취해야 할 스텐스(stance)는 확실해야 해.


앞으로 자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많은 것이 바뀔 것이고,


자네를 이용하거나, 부정하려는 자들은 분명히 꼬투리를 잡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게야.”


“명심하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보다······. 여쭤볼 게 있습니다.”


“뭘? 정치적인 상황 말고는, 이제 자네도 다 알 텐데?”


“최근에 몇 번이나 환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환각? 후후후······. 좋았나? 흐흐······.”


“목이 떨어졌습니다. 두 번이나. 그리고 몸에서 피를 전부 뽑혔습니다.”


“헐! 그런 환각은 정신 건강에 안 좋아. 자네, 약 먹나? 마약 같은 거?”


“아닙니다. 왜······. 안가에서 보시질 않으셨습니까? 제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거.”


“하하하! 그때 정말 웃겼네. 자네를 다시 봤지 뭔가.


자네, 그쪽으로 소질이 있어 보여. 하핫!”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제 환각에서 저는 어르신을 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유리 씨가 저의 목을 쳤습니다. 그 모든 상황을 다 느꼈습니다.


계단에서 일어나서 목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는 저 자신을


제가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흠······.”


“어제 대련 후, 피로했는지 곯아떨어졌는데,


그전에 어르신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의 피가 필요하다고.


그때의 환각은 제가 마취약물에 취해 있었고,


제 피가 혈액 팩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전 그 환각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혹시라도 싸우는 도중에 그러면, 죽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흠······. 심각하긴 하군. 쓸데없는 의심도 마구 생겨날 테고. 머리가 아프겠어.


허나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네. 사실 자네가 하는 말이 뭔지도 잘 모르겠어.


일단 좀 보세나. 그리고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말해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유리가 요상한 말을 하던데?”


“요상한 말이라 하시면······?”


“이능의 맹점이네, 한계네······. 그런 대화를 자네랑 했다고?”


“예. 너무 답답해서 유리 씨에게 물었다가 혼만 났습니다.


어디 가서 그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위험할 수 있다고.”


“역시 우리 손녀. 잘했군. 일단 자네가 직접 말해보게. 맹점, 한계 그런 거 말이야.”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예지’에 집중하면, 공격 루트가 보입니다.


그럼 시각에 의존하게 됩니다. 만약 시각이 차단당하면,


예지도 소용없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각의 제한이 ‘예지’의 한계입니다.


그런데 만약 액티브 스킬에도 경지가 있다면,


그래서 수련을 통해 그 경지가 오를 수 있다면,


‘예지’라는 액티브 스킬이 시각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 저만의 이론을 얘기했습니다.”


“허허. 자네 천재인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겠어.


자네는 어쩌면 인간 시절의 삶을 통해 일가(一家)를 이뤘다고 봐야 해.


그렇다면 이미 자네는 이능을 보는 관점 역시


아주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고.


그러니 뭐든 보통 이상은 항상 해온 거야. 이미 사고 영역이 확장된 상태거든.”


“그게 무슨······?”


“자네 표현처럼, 단순하다네. 자네는 이미 멀리까지 가봤던 거야.


그 대상이, 목적물이 달랐을 뿐이야.


그래서 뭔가를 보는 시각도, 뭔가를 다루는 감각도,


뭔가를 접하는 몸짓도 다 달랐던 거지.


이제 이해가 되는군. 자네가 특별해 보이면서도,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던 이유를.”


“정말······.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몰라도 되네. 그게 자네니까. 허허허.


암튼 이능에 관한 것이라면, 자네 생각이 맞아.


이능도 경지가 있고, 단계가 있지.


어떻게 수련해서,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지는 완전히 각자의 문제이고.”


“유리 씨에게 들었습니다. 결국 오롯이 혼자만 갈 수 있다고.”


“맞아. 생각해 보게. 내 깨달음을 자네에게 전해준다고 해서,


자네가 내가 가진 이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혼자 가야 하네.”


“고민해 보겠습니다.”


“참, 그런데 자네, 유리랑 대련할 때, 유리한테 배운 건가? 그런 움직임?”


“아니요. 예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니요. 예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집중해도, 공격 루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리 씨 발의 움직임, 어깨에서 손목까지의 움직임,


검 끝의 움직임을 한 번에 알았습니다. 아니, 저의 머릿속에 한 번에 떠올랐습니다.”


“뭐! 벌써 한 꺼풀 벗고 있구먼!


아니, 아니. 자네가 환각을 경험할 때, 죽는다고 했던가?”


“예. 벌써 세 번이나 죽었습니다. 두 번은 목이 떨어졌고, 한 번은 피가 다 빨렸고.”


“그렇다면, 이건 내 생각이네만,


자네의 환상은 아마도 자네가 가진 이능의 경지가 오르는 것과


관계가 있을 수 있어.”


“예? 그게 어떻게 연관이 되는 겁니까?”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내 이능 중 하나는 자네도 알고 있네만, 기억 전이 말이야.


그게 처음에는 고작 몇 초에 불과했다고.”


“흡혈한 자의 기억 말씀입니까?”


“그래. 그러다가······. 언제였더라, 조선 말인가......... 그때 즈음인데,


오르도스에서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어.


정말 소 떼같이 달려들던 놈들인데, 뭐라나? 지들이 흉노의 후손이라나?


고작 마적단이었던 주제에.


암튼 그놈들과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면서 3일을 싸웠어.


대충 다 죽이고 몇 놈 안 남으니까, 남은 놈들은 도망가더라고.


그 자리에 누워서 얼마나 잤는지 몰라.


실은 며칠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까, 옆에 말 두 마리가 죽어있더라고.”


“블랙아웃이군요.”


“맞아. 그런데 그다음에 흡혈해 봤더니,


적어도 그때부터 하루 이상의 기억이 보였어.”


“개연성을 못 찾겠습니다.”


“들어보게. 단순화 시키면 간단한 얘기일세. 죽을 뻔했더니, 경지가 상승하더라.”


“그렇다면······. 제가 죽는 환각은······.”


“아마도 이능의 경지가 오르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냥 내 생각이니까.


편하게 듣게나.”


“그게 그런 겁니까?”


“앞으로 이능의 수발이 자연스러워지도록 부단히 수련해야 하네.


허나 그 수련은 자네 혼자만의 것이지. 잘 해보게. 에잇!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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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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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12.02 12:44
    No. 1

    미쳤어요.... 정말..... 글이 착착 붙는군요..
    훌륭합니다.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브라보....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청수사
    작성일
    23.12.02 13:05
    No. 2

    윌라님, 감사합니다~!

    몰라보시다니요? 저는 그저 평범한 욕심쟁이 아재라니까요~~

    그래도 정말 진짜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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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02 - 36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8 +2 23.02.18 7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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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02 - 31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3 +2 23.02.11 83 1 12쪽
42 [ 02 - 30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2 +4 23.02.10 87 2 12쪽
41 [ 02 - 29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01 +2 23.02.09 94 3 8쪽
40 [ 02 - 28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5 +2 23.02.08 96 2 13쪽
39 [ 02 - 27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4 +2 23.02.07 95 2 12쪽
38 [ 02 - 26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3 +4 23.02.06 128 1 11쪽
37 [ 02 - 25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2 +2 23.02.05 103 2 8쪽
36 [ 02 - 24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1 +4 23.02.04 108 2 14쪽
35 [ 02 – 23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12 +2 23.02.03 97 2 10쪽
34 [ 02 – 22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11 +2 23.02.02 106 2 11쪽
33 [ 02 – 21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10 +2 23.02.01 101 2 11쪽
32 [ 02 – 20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9 +4 23.01.31 114 2 14쪽
31 [ 02 – 19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8 +4 23.01.29 121 1 12쪽
30 [ 02 – 18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7 +2 23.01.28 105 2 10쪽
29 [ 02 – 17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6 +4 23.01.27 116 4 14쪽
28 [ 02 – 16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5 +2 23.01.26 110 3 13쪽
27 [ 02 – 15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4 +2 23.01.25 106 4 14쪽
26 [ 02 – 14 ] Amplification of Particularity 특수성의 증폭 - 03 +2 23.01.24 10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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