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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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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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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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DUMMY

“어머나, 버튼을 현과장이 누르고 있네?”


갓패치의 말에 동공이 커진 현과장. 그는 재빠르게 손을 뗐지만, 이미 가차 머신은 깔딱깔딱 굉음을 일으키며 무지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갓패치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의 시커먼 속내가 현과장을 에워싸는 것만 같았다. 완전히 악마의 덫에 걸려버린 현과장. 그는 이미 벌어진 일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머리를 싸매고 결과를 지켜볼 뿐.


이윽고 거대한 상품 출구로부터 데굴데굴 굴러 나오는 농구공 크기의 구슬. 반쿠명한 그 구슬을 보더니, 갓패채는 더욱 크게 웃으며, 현과장을 구슬 쪽으로 떠밀었다.


“현과장! 당신 거야! 당신이 뽑은 거라고!”

“정말 난 아무 짓도 안 했거든!”


현과장은 손사래 치며 극구 부정했지만, 갓패치는 달랐다.

직접 구슬을 잡아 현과장에게 내미는 갓패치. 그의 표정 속에는 미소뿐만 아니라 무언의 압박도 함께 숨어 있었다.


“지금 제정신이야? 버튼을 누른 건 현과장이야.”

“코인을 넣은 건 내가 아니야. 갓패치지.”


하지만 현과장고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들이려는 자와 물들지 않으려는 자. 이 두 사람의 신경전은 도대체 끝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와! 저쪽에서 5등이 터졌다는데?!”


웅성웅성 대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은 입구 근처의 가챠 머신을 향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덩달아 시선을 빼앗긴 현과장과 갓패치.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온 사방으로 붉은 빛을 내뿜으며 돌아가는 가챠 머신이 있었다. 그런데 잠깐, 5등이라고? 5등이란 주변 이야기에 현과장의 귀가 쫑긋이 섰다.


“그런데, 5등이면 뭘 주는 거야?”

“제정신이야? 입구 쪽은 당연히 싼 가챠 머신뿐이잖아. 기껏해야, 천만 당근 코인 정도의 물건이겠지.”


5등 상품이 천만 당근 코인이라고? 순간 현과장의 마음이 흔들렸다. 도박을 하지 않겠다던 현과장의 마음이.


“여기는 뭐가 나오는데.”

“1등이 금화. 뭐, 1등 이외에는 그냥 그저 그런 상품이지.”


금화라는 말에, 또 한 번 혹해버린 현과장. 그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만약에 1등이 나온다면? 그럼 바로 금화를 팔고 시민권을 사서 이 지긋지긋한 원더랜드를 탈출할 수 있다. 현실로 돌아가 귀환용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뭐,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먼저. 시민권을 사고

다음에. 내성출입증을 얻어

마지막으로. 여왕을 알연해서 여왕의 힘으로 돌아가는 거지만.

어차피 안 나올 거니까, 현과장이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끔 내버려 두자. 망상하는 걸 말릴 도리는 없으니까.


“금화가 10억 당근 코인이 넘는 물건이지?”

“제정신이야? 0하나 더 붙여도 사기 힘들지.”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마음을 굳혔다. 단번에 1등을 뽑아 보기로. 왜냐면 그에게는 전설급 능력 「개행운과 초불행」이 있으니까.


“이건 내 거 아니야! 그렇게 내가 가챠 돌리는 게 보고 싶으면 코인하나 줘봐. 직접 돌려 줄 테니까.”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래야지, 그래야 내가 인정한 또라이 현과장이지.”


순순히 현과장에게 회색 코인을 건네는 갓패치. 현과장은 코인을 받아 들더니 온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불문율일 도박에 대한 신념도 굽히고, 가챠 머신에 코인을 넣는 현과장. 그의 얼굴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한번이다. 이번 한번 만이다. 이번 한번으로 모든 것을 끝낸다.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현과장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만하게도 말이다.


“간다!”


이윽고 힘차게 버튼을 누르는 현과장의 손. 그의 손이 버튼 위에서 떨어지자, 가챠 머신은 반짝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박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현과장... 응?”


현과장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갓패치. 그런데, 그의 시선에 살짝 걸친 가챠 머신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딸그락딸그락 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구슬이 돌아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기계에서 뿜어내던 무지개 빛도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돌아가고 있는 걸까. 기계가 망가진 것일까?


“설마? 아니지? 아닐 거야? 제정신이면 그런 일은...”


그러나, 제정신이 아닌 모양인지.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무지개 빛이 사라지자, 휘황찬란한 광채를 내뿜으며 돌아가기 시작한 가챠 머신. 여러 구슬이 부딪혀서 만드는 딸그락 소리가 아닌, 맑고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옥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젠장! 10등 안 이라고? 10등 안 쪽이라고?! 제정신이야? 이게 뭐야!”


갓패치는 역정을 내며 가챠 머신을 후려쳤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휘황찬란한 광채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 그 빛줄기를 본 순간, 갓패치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5등 안 쪽이라고? 제정신이야? 이거 짜고 치는 거지? 그런 거지?! 그치?”


갓패치는 더욱 분개했다. 그러나, 이거 미안한 걸. 아직 한 발 남았는데.

그 붉은 빛은 이내 검고 어두운 빛으로 바뀌었다. 마치, 갓패치의 낯빛처럼.


“2등 확정? 2등 확정이라고?! 제정신이 아니야! 모두 미쳤어! 모두 미쳤다고!!”


갓패치의 울부짖음에 5등이 터진 기계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모두 현과장 뒤로 모였다. 검고 음산한 빛을 내며 돌아가는 가차 머신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마치 태어나서 확정 2등의 불빛을 처음 보는 듯, 신기한 표정으로 검은 빛을 쬐고 있었다.


“뭘 봐! 저리 안 꺼져?! 제정신이야? 이런 거 누가 보래?! 이건 나만 볼 거야!”


가슴 속 응어리진 화를, 엄한 사람들에게 풀어버리는 갓패치. 그는 현과장 주변으로 몰려있는 사람들을 전부 밀어내 버렸다. 얼굴 가득 심술보를 머금은 채로.


“젠장! 이게 아니라고! 초심자의 행운도 이 정도까진 아니잖아!”


사람들을 물리치더니, 억울한 듯 울부짖는 갓패치.

그래, 이건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다. 그의 능력 「개행운」이지.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로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 온 것을 확인한 현과장. 그의 얼굴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넘처 흘렀다. 그런데 그때,


【처음 행운을 사용하셨군요! 축하합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글자들. 예전 「개행운과 초불행」을 뽑았을 때와 같은 메시지였다.

순간, 주변의 시간이 멈춰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천천히 매우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의 위기가 그를 덮쳤을 때처럼.


【「개행운」의 발동은 랜덤입니다. 몇 번이고 연속적으로 발동되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전혀 발동되지 않기도 합니다.】


능력의 설명을 지금 이야기해준다고? 이미 얻었을 때 해야 하지 않았나? 현과장의 심기가 살짝 불편해졌다.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다음 이야기를 들으면 더 화가 날 테니까.】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한 그 문구에, 버럭 화가 난 현과장.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상대는 그냥 메시지였고, 게다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초불행」은 행운이 사용된 숫자와 상관없이 무조건 하루에 한번 찾아옵니다. 다만, 사용된 행운이 많으면 불행의 크기가 제곱수로 불어나요. 현과장에게는 3번 사용됐으니까 세제곱이네요.】


정신이 아찔했다. 불행이 한번만 오는 건 좋은데, 뭐? 제곱수라고?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떠오른 한 숫자, 1. 그래 1이면 세제곱도 네제곱도 1이니까 상관없잖아? 현과장은 살짝 안도했다. 그러나, 이런 현과장의 꿍꿍이를 모를 내가 아니다.


【능력의 이름이 괜히 「개행운과 초불행」이 아니에요. 엄청난 행운이고, 무지막지한 불행입니다. 그럼 명심하세요.】


현과장의 일말의 희망도 완전히 부수어버린 메시지. 아니, 나 자신.

꼴좋다! 이게 작가고, 이게 스토리고, 이게 이야기야! 앞으로도 명심해, 나 삐지면 오래간다!


“제정신이야? 빨기 까봐! 뭐해 가만히 서서.”


내 경고에 충격이 큰 나머지, 메시지가 사라진 것도 모른 채, 그냥 멍하니 서 있던 현과장. 갓패치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그는 두 눈을 껌뻑이며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응? 뭐라고?”

“까보라고? 제정신이야? 겨우 2등에 넋이 나간 거야? 1등 뽑으면 심장마비로 완전히 죽는 거 아니야? 잠깐, 죽으면 안 되지. 내 붕어빵. 내 붕어빵!”


이야기 도중 갑자기 붕어빵을 외치며 길길이 날뛰는 갓패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 비단 현과장 뿜만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정신을 차린 현과장은 가챠 머신 앞으로 걸어가 검은 빛 구슬을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운 구슬에 고개를 기울인 현과장. 그러자, 갓패치가 불쑥 고개를 현과장 앞으로 내밀었다.


“2등은 필살의 만년필. 7가지 색이 있는데. 그중 한 가지만 안 나오면 돼. 현과장, 너무 걱정하지 마.”

“갓패치, 이상한 플래그 세우지마!”


마치 그 한 가지 색만 나오기를 바라는 듯 포근한 미소를 짓는 갓패치.

한 가지만 안 나오면 된다는 말이, 현과장은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그는 이내 기묘한 불안에 휩싸였다. 이게 설마 초불행일까? 그러나 불행이라고 하기엔 뭔가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현과장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구슬을 부셨다.

그러자, 구슬 안에서 떨어지는 은빛의 만년필. 그 만년필을 보는 순간, 또 한 번 갓패치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은색이지? 분명 무지개 빛 7색이잖아. 그런데 왜 은색이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이거 좋은 거임?”


그래, 이런 상황에서 이 말이 안 나오면 정상이 아니지.

전 세계 가챠겜 유저를 농락하는 한 마디. “저 이거 뽑았는데 이거 좋은 거임?”

통칭 ‘비틱’ 비틱이란 말의 유래는 검색해보면 잘 알 수 있으니 여기서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하고 넘어가겠다.. 죽어라, 비틱쟁이들.


“지금 장난쳐? 제정신이야? 이건 히든이라고! 금화 뽑을 확률보다 더 낮은 거라고!”


현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빛의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전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저 표정. 아리송한 저 표정이,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를 일으켰다. 이봐, 현과장 비틱질에도 정도가 있어. 지금 그 정도면 맞아 죽어도 싸다고.


“나쁘지 않네.”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에 슬며시 살기가 맴돌았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현과장은 원래부터 깐족 대마왕. 비틱질이란 행위에 그 누구보다 최적화 되어있는, 한마디로 살아있는 재수덩어리란 소리다.


“이거 봐라~ 너희는 이거 없지~”


심지어 대놓고 놀린다.

순간, 인내심의 마지막 줄기가 끊어져 버린 사람들. 그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현과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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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만년필? 정말? - 4 23.05.07 30 3 12쪽
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1 3 11쪽
65 65. 만년필? 정말? - 2 23.05.05 31 3 11쪽
64 64. 만년필? 정말? - 1 23.05.04 34 3 12쪽
63 63.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3 23.05.03 36 3 12쪽
»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31 3 11쪽
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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