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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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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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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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DUMMY

평화롭다.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고 따스하게 떨어지는 햇살. 코끝에는 싱그러운 풀 흙냄새가 가득히 느껴졌다.

그래, 너무나 평화롭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케이크니, 붕어빵이니 이런저런 난리를 쳤었던 집안이었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은 너무나 한가롭고 또 평화로웠다.


“현과장 이제 밥 시간이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마당에서 김장을 담그던 현과장은, 김치를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당도하자,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산해진미. 거하게 펼쳐진 밥상의 완성은 현과장의 김치였다.


“제정신이야? 왜 이렇게 늦었어?!”

“음식 준비도 안 하는 갓패치가 할 말이 아닌데. 김치 안 먹을 거야?”


현과장은 내려놓던 김치를 다시금 집어 올렸다. 그러자, 분노와 당혹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갓패치의 눈동자. 그의 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그저 밥상 위에 떠 있었다.


“젠장! 김치를 인질로 잡다니!”

“인질이 아니잖아. 김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핀잔을 주긴 했지만, 현과장은 그대로 김치를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밥상 위에 김치가 놓이자, 그제야 활짝 웃는 갓패치. 도대체 얼마나 김치를 좋아하는 거야. 그는 모든 반찬을 김치와 함께 먹고, 또 밥을 먹을 때도 김치를 곁들였다. 아니, 대한민국 사람도 이 정도로 김치를 흡입하지는 않는다고.


“천천히 먹으랄까나. 누가 안 뺏는다랄까나.”


급하게 먹는 갓패치가 조금 걱정이 된 것일까. 채야는, 그의 앞에 놓인 김치 접시를 밥상 중앙으로 살짝 당겼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내 김치야! 내 김치!”


마치 밥그릇을 빼앗긴 맹견마냥 이빨을 드러내며 분노하는 갓패치. 아무래도 이 인간은 식사 시간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미친개도 이런 미친개가 따로 없다. 광견병이 걸린 개도 이것보다는 얌전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재판은 언제야? 아직 3차가 남았잖아.”


현과장이 갓패치에게 향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그렇게 노려, 아니 바라보면 먹는 갓패치가 불편할 것만 같아서였다. 흔히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지 않는가. 음식에 환장하는 그를 위한 현과장의 작은 배려였다.

그런데, 주제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사람들. 음식에 미친 갓패치는 그렇다고 쳐도, 말이 제일 많은 어흥선생이 입을 꾹 닫았다. 마치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어흥선생이 내 변호사잖아. 뭐 소식 없어?”

“없다냥. 아무 것도 없다냥. 기다려라냥.”


현과장의 물음에, 어흥선생의 입에서 녹음된 mp3파일 마냥 대답이 술술술 나왔다. 너무나 의심스러운 어흥선생의 태도와 그의 대답. 하지만 현과장은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그 역시 갓패치에게 집중된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던진, 일종의 분위기 전환용 퍼포먼스였으니까.


“이제 커피와 붕어빵! 커피와 붕어빵을!!”


밥그릇을 싹싹 비운 갓패치는 절실하게 갈구하는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음식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고 까칠했던 갓패치. 음식만 들어가면 완전히 사람이 바뀌어 버린다. 하긴, 금화와 커피 중, 커피를 선택한 갓패치다. 그래, 인정하자. 이 인간에게 있어서 음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현과장은 부엌으로 들어가서 커피와 붕어빵을 내왔다. 단맛이 약한 라떼와 라떼의 약한 단맛을 충분히 보충해줄 슈크림 붕어빵. 바삭한 붕어빵 속 달콤한 슈크림이 부드러운 라떼와 만나 환상의 하모니를 연주해 나갔다.


“젠장! 너무 맛있어! 젠장!! 젠장!!”


갓패치는 절규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런 반응없이 현과장이 내온 커피와 붕어빵을 먹는 사람들. 이제 이 다이나믹 하고 엉망진창인 이 식사 시간이 일상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점심은 12시지?”


어느새 다 먹은 갓패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 7시 58분. 아직 4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나 제정신이야? 왜 이렇게 먹을 것 앞에선 정신을 못 차려!”


자각이 있긴 있는 것일까. 그는 자책하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것도 언제나 일어나는 일상이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나도 다 먹었으니, 오늘은 성밖마을에 좀 다녀 오겠다냥.”


하지만 어흥선생의 외출은 의외였다. 언제나 밭을 갈고 김치 준비를 도와줬던 그가 외출이라니. 그의 외출 선언을 들은 현과장도 덩달아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그럼 나도!”

“둘 다 나가면 김치는 누가 담가? 제정신이야?!”


현과장의 선언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갓패치.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밥상머리에 김치가 빠지는 일만은 막고 싶었다. 아니, 막아야 했다.


“김치는 여분이 있어. 오늘 저녁 몫까지.”

“그래? 그럼 뭐 괜찮겠지.”


김치가 있다는 말에 활짝 웃는 갓패치. 이 인간도 점점 자신의 카리스마를 잃어버리고 현과장의 손에 길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예전 키토가 그러했던 것처럼.


“갓패치, 예전 왕의 위엄이 없다냥. 체통을 지켜라냥!”

“그, 그래? 그런데 현과장은 김치를 만들어 주는데.”


갓패치는 난감한 것인지, 연신 얼굴을 긁었다. 그러자,


“가족끼리 무슨 체통이야. 그런 건 다른 사람 앞에서나 차려.”


미묘한 분위기를 넘기기 위해, 평소에 회사에서 썼던 동료애를 선보인 현과장. 그러나 그 효과는 굉장했다. 그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현과장 정말 우리가 가족이 맞냥?”

“그럼 가족이 뭔데? 같은 집에 살고. 매 끼니 같이 먹고. 서로 도와주고. 그런 게 가족 아니야?”


현과장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꽤 큰 감명을 받은 것인지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전에도 가족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반응이 좋았던 기억은 없다. 순전히 기분 탓일까. 현과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그래?”

“가족이라고 말해 줘서 고맙다냥.”

“고마울 건 없는데. 내가 고맙지. 먹여주고 재워 주는데.”


이상하리만큼 훈훈한 분위기가 쌓이는 거실. 미안하지만 난 이런 분위기를 원한 적이 없다. 이 인간들 또 애드리브를 남발한다. 이봐, 내가 준비한 이야기는 밥 먹고 성밖마을로 가서 가챠 카지노에 가는 거였다고!


“우리 가챠 카지노에 가냥?”


아차, 입이 방정이지. 너무 머리에 열을 낸 게 화근이었다. 그러니까 제발 애드리브 좀 하지 마! 이야기가 꼬이잖아!“


“가챠 카지노? 그게 뭐야?”


가챠라는 말에 귀가 쫑긋 선 현과장. 관심을 보이는 건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래, 나도 가야할 때가 되었지. 과금해 버렸으니까.”


갓패치는 망설임 없이 차원문을 열었다. 그러자, 무작정 뛰어드는 현과장과 갓패치. 어흥선생은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차원문 안쪽으로 옮겼다. 유일하게 남은 채야는 그저 세 남자들이 한심하다는 듯 차원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


어찌 되었건, 내가 준비한 가챠 카지노에 오게 된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리고 현과장.

가챠 카지노로 향하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내 실수로 날려먹었다. 아, 요즘 정말 글이 힘들다. 정말 힘들다고.

그래도 이야기는 진행 되어야 하는 법. 가챠 카지노에 도착한 현과장은 호기심 많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먹다 남은 껌부터 갓패치가 사용한 금화까지 모든 것을 뽑을 수 있는 이곳은, 풍겨오는 느낌 조차 심상치 않았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숲속의 채야 집과 정반대의 분위기인 가챠 카지노.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뭔가 많이 복잡해 보였다.


“난 카지노가 아니라 다른 볼 일이 있다냥. 12시 전에 여기로 오겠다냥.”


어흥선생이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지만, 이미 두 사람은 카지노에 푹 빠진지 오래. 두 사람이 걱정된 어흥선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는 꼭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만의 여정을 펼치게 된 현과장과 갓패치. 갓패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카지노 안쪽의 거대한 기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갓패치 어디가?”

“제정신이야? 나만 따라 와! 여긴 내 놀이터니까.”


그러고 보니, 갓패치가 가챠로 재산을 탕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던 현과장. 순간, 현과장은 덜컥 겁이 났다. 자신도 가챠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탕진할 재산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채까지 끌어 쓰는 것이 아닐까. 강원도 정선에 있는 그 어른 놀이터의 단골들처럼.


“나, 난 그냥 구경만 할게.”


지레 겁먹고 한 발짝 발을 빼는 현과장. 하지만, 그런 그를 가만히 둘 갓패치가 아니었다.


“제정신이야? 가자고! 우린 가족이니까!”


갓패치는 현과장의 손을 이끌고, 억지로 카지노 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가챠 머신. 두려워하는 현과장과 다르게, 갓패치는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가챠 머신을 바라보았다.


“이게 바로 금화를 뽑을 수 있는 가챠 머신! 그 이름도 찬란한 『대박기원 인생한방 현생역전 두근두근 와쿠와쿠 가챠 천국mk108!』”

“대박 뭐? 천국108?”


너무나 긴 명칭과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 제대로 듣지 못 했던 현과장. 그러자, 갓패치가 다신 한번 두 눈을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


“『대박기원 인생한방 현생역전 두근두근 와쿠와쿠 가챠 천국mk108!』“


이름한번 정말 길다. 뭐, 덕분에 글자수가 늘어난 건 고마운 일.

아무튼, 현과장은 그 이름도 외우기 힘든 가챠 머신을 여전히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초보군, 현과장. 이런 가챠 머신에게 쫄다니.”

“나 안 쫄았거든! 나 완전 용감하거든!”


쫄았다는 말에, 살짝 발끈한 현과장. 그는 당당하게 걸어가 가챠 머신 위에 손을 얹었다.


“봤지? 나 안 쫄았다니까.”

“그래? 그럼 한번 돌려 볼까?”


씨익 웃으며 현과장을 향해 회색 코인을 내미는 갓패치.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금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담배를 배우지 않는 것이다.

도박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처음이 중요했다. 경험이 중요했다.

자신을 망치는 경험은, 손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의 이성은 욕망을 이기기 힘든 법이니까.


사회생활을 길게 한 현과장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의 주변에도 도박으로 그리고 주식으로 인생 거하게 말아 드신 분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하지 말걸“. 그래 처음부터 하면 안 되는 게 도박이다. 도박신고는 1336. 도박신고는 1336이다.


“난 괜찮아. 갓패치가 해.”

“역시 쫄보구만.”


현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차라리 쫄보 취급이 낫다. 인생을 망치는 것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으니.

하필이면 현과장이 손을 올리고 있던 그 자리가, 가차 버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이걸 모르고 있는 갓패치가 아니었다. 그는 진지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제정신이야?’를 빼고 말할 정도로.

현과장을 향해 씨익 웃더니, 가챠 머신에 회색 코인을 넣는 갓패치.

자신이 손에 가챠 머신이 작동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그는, 안심한 표정으로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가차 머신이 움직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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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2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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