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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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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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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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능력 가챠 - 2

DUMMY

“먹어보지도 않고 속단하는 건 금물이다냥.”


이런 나의 활활 타오르는 마음에 찬물을 쏟아 부은 건 다름 아닌 어흥선생이었다.


“인생은 언제나 생각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다냥. 명심해라냥.”


세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지만, 분명 이야기를 건 대상은 그들이 아니다. 바로 나였지. 정말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어흥선생? 지금 나에게서 등을 돌리겠다는 거야?


“분위기에 휩쓸려 놀이동산을 만들고, 수습이 안 되니까 단번에 없던 일로 만든 사람을 믿을 수 있냥?”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은 키토도 고개를 저었다. 케이크라는 소리에 헐레벌떡 달려온 모양이었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감애 취해 거대한 똥을 뿌린 것은 내 패착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여기 치질 먹정을 해 가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가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 아무리 그래도 난 전지전능한 작가님이시라고!


“전지적인 힘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유능한 건 아니다냥. 시대가 바뀌었다냥. 우린 절대자가 아닌 리더를 원한다냥.”


이 순간까지만 해도 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진심어린 조언을 나에게 건네 왔는지를.

그리고 이 시간 이후로부터 두근두근 쫄깃쫄깃 요리 배틀이 아닌,

작가와 캐릭터 간의 서로의 목숨을 건 생존권 싸움이 시작되리란 것을.


***


내 예상과는 달리, 완전히 묵살되어버린 요리 배틀.

그러나 내 생각이 꺾인 것만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린 이제 신과의 전쟁을 시작한다냥!”

“신? 갑자기 웬 신?”


현과장은 이 얼토당토하지 않는 소리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신과의 싸움이라니 가당키라도 하는 말이 아니다.


“신에게 이 원더랜드를 맡길 순 없다냥! 원더랜드는 자유와 평화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냥!”


자유? 평화? 이봐 어흥선생. 조금 전 현과장을 죽음의 경계까지 보내고, 얼마 전에는 재판관 보증까지 골로 보낸 사람은 내가 아니라, 어흥선생 당신이야. 난 정말 평화롭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었다고.


“난 대의와 명분을 모두에게 말한 거다냥! 완벽할 것 같은 영웅들도 시련은 있었다냥!”


어흔선생은 모두의 앞에서 고양이귀머리띠를 벗어서 내려놓았다. 그러자,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 그의 의상. 그를 감싸고 있던 고운 햐안 한복은 어느새 단정하고 멋진 흰색 정장이 되어 있었다.


“설마, 그게 비결이었어? 그 고양이귀머리띠가?”

“그렇다, 현과장. 이게 내 비밀이자 비결.”


그는 결연한 얼굴로 현과장과 채야, 그리고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살며시 쥔 그의 주먹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지는 싸움을 왜 시작하는 거야? 난 작가라고. 이 이야기에서 신이라니까.


“이제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머리띠를 벗었으니.”


잠깐, 머리띠 때문에 내 말이 들린 거였어? 내가 그런 설정도 넣어 둔 거야? 아니면 직접 그런 설정을 만든 거야? 난 그냥 나와 말이 통한다는 설정만 적어 둔 거 같은데.


“지금 신은 자신의 생각을 곱씹으면서 어디서 뭐가 빠졌는지 잘못 됐는지, 그런 자잘한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거다.”


어떻게 안 거야? 내 이야기 안 들린다면서? 지금 장난 하는 거야?


“또, 내가 장난 하는 거로 착각도 하겠지. 하지만 난 결코 장난을 치려고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진 않는다.”


그의 말에 공감을 하는 것일까. 채야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띠를 벗을 정도라면, 매우 진심이랄까나. 인정한다랄까나.”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어흥선생. 난... 뭐가 되었던 네 의견에 따르지.”


낮게 깔린 갓패치의 목소리. 그 역시 어흥선생의 말에 동참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렇고, 이런 건 주인공이 하는 일이야.

이렇게 주동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은 주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이끌어 가야 한다고. 이 글 제목이 뭐야? 바로 『현과장 인 원더랜드』야. 현과장 인 원더랜드라고! 제목에도 딱하니 현과장이 박혀있는데, 왜 어흥선생이 나서서 그러는 거야? 이봐 현과장, 지금 주인공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걸 못 느끼는 거야? 나만 지금 당신을 걱정하는 거야?


[폴짝!]


그때, 키토가 갑자기 현과장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그러더니, 살며시 그의 이마 위로 손을 내리는 키토. 아마도 키토에게도 내 목소리가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 좋아! 키토. 내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아, 키토님 케이크 먹고 싶은 거야? 그럼 우리 가서 만들까?”


현과장의 말에 키토는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단순히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주인공은 현과장과 이 이야기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케이크가 걱정되어서였던 거야?

그렇게 현과장과 키토는 부엌을 향해 흥겨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거실에 남은 세 사람의 눈빛도 멀어지는 둘을 행했다. 단호한 표정에 비해 엄청나게 떨리는 동공. 하긴, 세상 최고의 케이크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니까.


“어흔선생, 빨리빨리 진행하자고.”

“그래, 그래야겠군. 시간은 금이니.”

“결코 케이크 때문은 아니랄까나.”


채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시선이 채야를 향했다. 눈빛으로 수많은 꾸지람을 받게 된 채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제정신이야? 눈치 챙겨, 채야.”

“미안하다랄까나. 본심이 나와버렸다랄까나.”


갓패치의 경고에, 채야는 미안한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채야와 갓패치를 사이로 불쑥 몸을 밀어넣은 어흥선생. 그는 여전히 단호한 표정으로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싸울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건 신에 의해, 그리고 신이 원하는 일이니까.”


그는 두려움에 떨리는 자신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커피와 케이크. 갓패치, 그대는 이렇게 상성 좋은 두 스킬이 연속으로 나올 확률이 얼마라고 생각하나?”

“제정신이야? 거의 0이지.”


그의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어흥선생. 그 대답 덕분인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던 그의 손이 천천히 진정되어 갔다.


“0에 수렴하는 확률이 일어났다. 누구의 짓이라고 생각하는가? 현과장의 운? 아니다. 모든 건 신이 벌인 끔찍한 짓이다.”

“그렇게 끔찍하지는...”


갓패치는 인정하기 싫은 듯 고개를 살며시 꺾었지만, 어흥선생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내보이진 않았다.


“진정한 신이라면, 현과장에게 최고의 능력을 줬을 터. 이건 명백히 신의 직권 남용이다. 웹소설을 물로 보는 게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우리의 생존도 불투명해 진다!”


모두를 향해 울부짖듯 이야기를 마친 어흥선생은 갑자기 흰색 종이를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대신 난 내 색으로 내 마음을 표현한다!”


설마, 백지 시위? 이봐, 현과장 난 어느 나라의 권력자, 미스터 일레븐이 아니야. 난 그냥 작가라고, 작가.


“그럼 나도 검은 색을 들어야 할까나?”


채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검은색 종이를 찾자, 어흥선생은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아니다, 마녀. 그대도 흰 종이를 들어라. 내가 검은색 종이를 준비하지 못 했다.”

“그럼 난 그냥 들기만 하겠다랄까나.”


채야도, 어흥선생에게 종이를 받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다른 색도 아닌 흰색 종이를. 아니 하필이면 왜 흰색이야? 다른 색 많잖아. 가뜩이나 다른 나라에서 말이 많은 색인데.


“그럼 나도 그 종이를 들면 되는 거야?”


심지어 갓패치도 종이를 들어 이 시위에 가세했다.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내가 왜 이렇게 과민반응이냐고?

검색창에 검색만 해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아마 알 걸. 이 시위가 무슨 의미를 가진 시위인지.

세 사람은 이러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결연한 표정으로 백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니, 내가 도대체 얼마나 잘못한 걸까.

뭘 그렇게 잘못 했기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명색이 글을 만드는 작가인데. 이야기를 이어주는 작가인데!


“우리는 신의 폭정에 반대한다.”


이봐 폭정이 아니라니까! 너희는 옆 나라 사람들처럼 고분고분했던 게 아니라, 무작정 너희 마음대로 했잖아! 내가 만든 이야기 싹 다 무시했잖아! 정말이지, 백지를 들고 싶은 건 너희가 아니라 바로 나라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어. 먹고들 해. 무슨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엌으로 들어간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따끈한 케이크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온 현과장. 능력은 정말 능력인 모양이었다. 심지어 이미 키토는 한 조각 거하게 먹고 나온 모양인지, 홀쭉했던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었다.


“현과장, 그대는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나?”


어흥선생의 사뭇 진지한 눈빛에, 현과장은 뭔가 깨달은 듯 두 눈을 번뜩였다.


“커피도 내올까?”

“부탁하지, 현과장.”


그렇게 부엌으로 다시 돌아간 현과장, 키토도 그와 발걸음을 같이했다.

그런데 커피였어? 나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만 잘 하더니, 결국 내가 준 능력에 행복해 하잖아. 난 지금만 보고 이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게 아니란 말이야!


모두 그렇게 말하긴 해.

왜 이렇게 진행하냐. 캐릭터들의 기분을 이해하냐.

하지만, 난 그 상황만 보고 이야기를 진행하진 않아. 그 순간 이후 닥쳐올 미래까지 계산하고 예상해서 써 내려간다고.

그래, 말 나온 김에 나도 한 마디 하자!

너희 말이야. 내가 준비한 내용 싹 다 무시하고 너희 애드리브로만 감히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머리가 아팠는지 알아? 가뜩이나 탈모 기운도 있는데 자꾸 너희 이럴 거야? 너희 같은 풍성충들이 나같이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의 기분을 아냐고!


내가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거실에 둘러앉은 네 사람 그리고 한 마리는 케이크와 커피에 열중이었다.

아, 외롭다.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이 어디 없을까.

가만히 놔두다간 하염없이 덧 날 텐데.

이거 노래가사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진짜... 맛있군.”


묵직한 감탄이 어흥선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 거 같다랄까나.”


채야의 입에서도 패배의 감탄이 뛰쳐나왔다. 심지어 갓패치는 케이크와 커피에 열중하다 못해 완전 자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

아무래도 그들의 가슴 속에 불탔던 백지의 시위는, 그대로 불타 재가 되어버린 듯이 보였다.


“어쩌면 두근두근 쫄깃쫄깃 요리 배틀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몰랐겠군.”


결연했던 그의 얼굴에, 작은 후회가 일렁였다. 이어서 벗어 놓았던 고양이귀머리띠를 다시금 착용하는 어흥선생. 흰 정장이 순백의 한복으로 점차 변모해갔다.


“미안하다냥. 내가 생각이 짧았다냥.”


‘내가’가 아니라 ‘우리가’겠지. 어흥선생.


“정정한다냥. 우리가 생각이 짧았다냥.”

“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억울하다는 듯 어흥선생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현과장. 그 순간, 날카로운 채야와 갓패치의 눈빛이 현과장의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용서해 줘라냥. 미안하다냥.”


어흥선생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뭐 어쩔 수 있겠어. 넘어 가야지. 그럼,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이제 다음 이야기다냥! 모두 준비해라냥!”


갑작스럽게 표정이 바뀐 어흥선생이 무서운 것일까. 그를 바라보던 세 사람과 한 마리는 살그머니 그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싱글벙글 웃고만 있는 어흥선생. 내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퍼졌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신나게 시작해 볼까.

아, 잠깐만. 내가 잊은 말이 있는데.

나, 뒤끝 작살난다. 기억해 둬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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