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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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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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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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키토의 다이어트 - 1

DUMMY

그리고 그 시각, 성 안의 식당.

붉은 드레스의 여왕은, 자신의 옷 색깔과 완전히 같은 음식을 음미하고 있었다. 바로, 현과장의 김치를.


“맛있을까나?”


그런 그녀를 향해 나직이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 바로 채야였다.

채야는 천천히 여왕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녀의 걸음에 맞춰 하나 둘씩 켜지는 식탁 위의 촛불.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은 촛불의 불빛으로 환하게 바뀌었다.

붉게 타들어가다 못해, 점점 하얀 불꽃이 일렁이는 촛불들. 그 불꽅들은 길고 더 강렬하게 타들어 갔다.


“맛은 있습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여왕은 손에 들고 있던 김치를 내려두며 채야를 바라보았다. 두 여자의 눈빛 사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신경전. 입가에는 미소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들의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는 따스함은 너문 강력해 따가울 정도였다.


“성밖마을은 성 안과 다르다는 걸 모를까나?”

“성도, 성 밖도 전부 원더랜드입니다만.”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가득히 느껴지는 냉랭한 기운.

그녀들이 말을 이어갈수록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져만 갔다.

길고 하얗던 촛불의 불꽃도 이제는 분위기를 머금었는지, 차가운 푸른색으로 바뀌어갔다. 마치, 채야의 표정처럼.


“잊지 않았으면 좋을까나. 우린 성 안 생활이 이골이 나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두 언젠가는 돌아와야 합니다만.”

“그게 싫다고 말하는 거야.”


말을 마친 채야는 잠시 머뭇거렸다.

말을 끝낸 듯이 보였지만, 아직 그녀의 입 안에 남아있는 한 마디. 그녀는 그 말만큼은 차마 입 밖으로 내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뜸들이지 말고, 말하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럼 미안하지만, 끝까지 전부 토해 내 볼까나.”


채야의 눈빛에서 미안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따갑고 날카롭게 바뀌어가는 그녀의 시선. 그 시선만큼이나 점차 흘러나온 그녀의 목소리에서도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했다.


“더는 붉은색은 당신의 전유물이 아니야, 여왕.”


채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왕의 두 눈동자가 시뻘겋게 타들어갔다. 마치 지금 상황을 부정하는 것처럼.


“붉은색은 내 색이야! 그 누구도 못 빼앗아 가!”

“원더랜드는 네 것일지 모르지만, 붉은색은 아니랄까나, 여왕님.”

“여왕이라 부르지 마! 내 이름은 미우야, 미우!”


여왕은 화를 못 이겨, 식탁을 매우 세게 내려쳤다.

그녀의 분노를 마주한 채야는, 자신이 들고 있던 가슴속의 감정을 모두 내려놓았다. 점차 부드러워지는 그녀의 표정과 그녀의 눈빛.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는 심지어 안타까움 마저 녹아있었다.


“그러니까 왜 그 자릴 탐했을까나.”

“전부 원더랜드를 위했기 때문입니다만!”


당하고 단호한 여왕의 말에, 채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서서히 식당 밖으로 걸어 나가는 채야. 그녀는 나가기 전, 여왕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그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우린 그걸 옥심이라 부른다랄까나.”


***


평화롭다. 정말 평화롭다.

너무나 평화로워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재판이 끝난 지도 며칠이나 지났지만, 도통 연락을 주지 않는 법원.

수차례 찾아가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항간에는 김치 매니아인 흑백2인조가 보증 판사와 나류오도 변호사를 습격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소문과는 반대로 성밖마을을 잘만 돌아다니는 나류오도. 현과장의 눈에도 일거리를 찾아 여기 저기 기웃 대는 그를 몇 번이나 목격한 적이 있었다.


“지루하다! 지루해!”

“지루하면 나가서 밭을 갈아라냥. 키토님께 풍부한 채소를 대접해야 한다냥.”


현과장의 말을 들은 어흥선생은, 자연스레 호미와 이런저런 농기구들을 한 아름 챙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요즘 키토님 사춘기인가 봐. 채소를 잘 안 먹더라고.”

“아니다냥, 키토님은 현과장의 김치는 정말 잘 드신다냥.”


말을 마친 어흥선생은, 거실 구석에 있는 키토의 해피 하우스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눈을 비비며 집 밖으로 나오는 키토. 그는 어흥선생과 현과장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정말 귀엽다냥.”

“속지 마, 어흥선생. 저 귀여움 밑에는 말랑말랑 똥뱃살이 있다고.”


똥뱃살이라는 말에, 살짝 자존심이 상한 키토. 그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 지더니 곧바로 현과장을 향해 맹돌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철푸덕!]


몇 걸음 뛰다가, 그대로 고꾸라지는 키토. 이거 숲 주인의 채면이 말이 아니다.


“넘어지는 것도 너무 귀엽다냥.”

“뚱뚱해져서 저런다니까.”


뚱뚱하다고? 지금 뚱뚱하다고? 키토의 눈빛이 매우 진지해졌다.

거대하고 방대한 원더랜드의 숲을 날렵함과 카리스마만으로 재패했던 키토. 그런데 뚱뚱하다고? 날렵하지 못 하다고? 키토의 자존심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생기고 말았다.

순간, 현과장의 코끝이 간질거렸다. 그러자,


“어, 지금 키토님 화내는 거야? 화를 내지 말고 증명을 해야지. 예전처럼 내 머리 위로 올라와 봐.”


자신의 머리 위를 툭툭 건드리는 현과장. 명백한 도발이었다. 감히 키토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현과장의 머리를 현과장이 건드리다니. 그런데, 현과장의 머리니까 현과장의 것이 맞지 않나. 그러나, 키토는 달랐나보다.

이런 의심이 무색하게, 눈빛까지 번쩍이며 다시금 맹돌진을 시작하는 키토. 그 작지만 육중한 몸이 공중 위호 펄쩍 뛰어올랐다. 그런데,


[툭!]


현과장의 허리도 못가 그대로 떨어지는 키토.

이 장면에 충격을 받은 것은 키토뿐만이 아니었다. 현과장과 어흥선생도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다른 의미였지만.


“이야 키토님 너무 귀엽다냥!”

“툭이래! 툭!”


박장대소 하며, 키토를 자신의 머리로 올리는 현과장. 그런데, 키토를 올리자마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아무리 애써서 들어보려고 했지만, 올라가지를 않는다.


“뭐하냥? 현과장.”

“어흥선생, 이거 심각한데.”


키토는 자신의 육중한 무게가 창피해 그만 양 팔로 두 눈을 가렸다. 그 깜찍한 모습에 더욱 행복해 하는 어흥선생. 그러나 이 행복감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 했다.


“어흥선생, 이리와 머리 좀 대봐.”

“난 튼튼하다냥. 이제 키토님은 내 머리 위에만 타면 된다냥.”


그래, 자신이 무거운 게 아니라 현과장이 부실한 거다.

키토는 얄미운 현과장을 앞발로 탁 치며, 어흥선새의 머리 위로 옮겨 탔다. 그런데, 결코 올라가지 않는 어흥선생의 고개. 어흥선생의 동공이 키토의 눈동자만큼이나 커졌다.


“무겁지?”

“아니다냥! 난지지 않는다냥!”


어흥선생은 온 힘을 대해 고개를 들어보려고 애썼다. 목 주변으로 울긋불긋 솟아오른 핏대. 당장이라도 빠질 것만 같은 두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술. 그는 젖 먹던 힘까지 총동원해 고개를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이건 키토에게도 어흥선생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럴 수는 없는 거다냥! 내가, 내가 밥을 안 먹어서 그렇다냥!”

“어흥선생, 정신차려! 이건 어흥선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현과장은 키토를 들어, 자신의 품에 안았다. 확실히 느껴지는 무게감. 예전 사뿐하고 솜털 같았던 키토와는 확연히 달랐다.


“키토님, 몸매 체크 좀 해보자.”


현과장의 말에 부끄러운 듯 앞발로 얼굴을 가리는 키토. 무척이나 귀여운 그의 행동에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과장의 손길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키토님? 왜 이렇게 졌어?” 분명 내가 준 채소는 잘 안 먹었잖아.“


키토는 얼굴을 가린 채로, 그냥 고개만 흔들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 키토님, 식사 하실까나~”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에서 나오는 한 사람, 채야. 그녀의 손에는 진수성찬 같은 채소 음식이 한 가득이었다.


“채야, 이게 다 뭐...”

“나와 키토님의 아침이랄까나.”


현과장이 준 채소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 했다.

키토를 태운 고개가 올라가지 않을 만 했다.

현과장과 어흥선생이 보기에도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채야의 채소 음식들. 음식을 바라보는 키토의 눈빛에서 이성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럼 우리 먹을까나~”


채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과장의 손을 탈출한 키토, 그는 채야의 음식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늘의 그 어느 때보다 날렵한 키토의 움직임. 어흥선생과 현과장은 뭔가 엄청나게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냥.”


허겁지겁 채소 음식을 먹는 키토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연 어흥선생, 현과장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동물 전문가 그악팻취입니다.”


동물 전문가라면서 명함을 내민 이 사람, 뭔가 참 낯이 익는다.

기다란 얼굴에 창백한 피부. 허름한 정장. 꼭 현과장과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제정신이야?“라고 말할 것만 같은 입술. 코 밑의 두툼한 수염만 없다면 누가 봐도 그 사람이다. 그 사람.


“설마 갓패...”

“실례되는 말씀을. 난 갓패치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햔과장의 말을 딱 잘라 부정하는 그악팻취. 원더랜들에 갓패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던가. 어쨌든, 이런 저런 의심을 남긴 채, 동물 전문가 그악팻취의 숲 주인 솔루션이 시작되었다.


“영양실조입니다.”


그악팻취의 진단은 무척이나 빠르고 너무나 단순했다. 영양실조. 그런데 이렇게 육중한 몸을 보며 영양실조라니. 이 사람 돌팔이 아니야?


“이렇게 몸이 뚱뚱한데.”

“너무 안 먹어서 반대로 부은 것입니다.”


이번에도 단호하게 현과장의 말을 자르는 그악팻취. 돌팔이의 냄새가 솔솔 난다.


“그럼 더 먹일까요?”

“제정신입니까, 휴먼? 더 먹이는 게 아니라, 그걸 먹여야 합니다, 그걸.”


그악팻취의 눈빛이 달라졌다. 키토의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게 필요한 것일까. 온 집 안 사람들의 시선이 그악팻취에게 집중되었다. 어응선생도 채야도, 심지어 키토 역시.


“그임취! 그임취를 먹여야 합니다!”

“그임취? 그임취가 뭐죠?”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이며 어흥선생과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그악팻취의 말이 생소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심지어 키토역시 앞발로 얼굴을 긁적였다.

도대체 그임취가 뭐지?


“제정신입니까, 휴먼? 그임취를 몰라요? 그임취를?”


두 눈을 부라리며 현과장을 바라보는 그악팻취. 그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자꾸만 그 창백하고 얼굴 긴 그 인물이 계속 겹쳐보였다.


“분명 갓패,”

“노! 난 갓패치는 모릅니다! 모르는 컨셉이라고요.”


현과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컨셉? 지금 컨셉이라고 한 거 아닌가?


“지금 분명 컨셉이라고...”

“노! 그임취! 그임취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악팻취는 현과장의 말을 전면 부정하며,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그임취가 뭐야? 뭔데 이렇게 쌍심지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거지?

현과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악팻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딜 가면 그임취를 귀할 수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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