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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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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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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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5

DUMMY

커피 때문일까. 늪 주인의 눈 모양이 반달 모양이 되었다.

큰 콧구멍에서 콧바람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그 가느다랗고 앏은 혀는, 쉴 새 없이 입술 위를 핥고 지나갔다. 마치 한 방울의 커피도 놓치기 싫은 것처럼.


-이게 내 집사라능!-


키토는 그런 늪 주인을 바라보며, 허리춤에 양 앞발을 올렸다. 자신감의 높이만큼이나 높게 솟은 콧대. 키토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현과장이 아닌, 현과장을 집사로 둔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드신 모양이네.”


현과장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비록 지금 단 한사람은 슬픔에 젖어 죽을 맛이겠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은 집에 돌아가면 마음껏 붕어빵을 먹을 테니까.


“그럼, 이제 돌아갈까?!”


손을 탈탈 턴 현과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숲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 그냥 돌아간다고? 지금 여기에 왜 온 건지 잊은 거야? 현과장 정말 잊은 거야?


“기다려라냥! 아직 하나 남았다냥!”


어흥선생의 외침에도 전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현과장. 그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제정신이야? 집에 가는 건 차원문 하나면 충분한데!”


갓퍄치가 단번에 앞질러 가, 현과장의 앞에 섰다. 아무래도 뭐가 하나 남았는지 전부 눈치 채고 있던 모양인 듯, 살며시 눈웃음을 치는 현과장. 그러나 그런 그의 얼굴과는 다르게, 그의 손과 발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받을 건 받아야지, 현과장.”


언제 울었다는 듯 눈물을 싹 감춘 갓패치는, 압박하듯 현과장을 향해 다가섰다. 그러자,


“난 할 거 다 했어! 붕어빵도 만들었지, 커피도 탔지! 그런데 내가 뭘 더 어쩌라는 거야?!”

“허물을 받아야 한다랄까나? 현과장이 직접.”


현과장의 머릿속에 단 한 단어가 각인이 되었다. 바로, ‘직접’.

거대한 뱀의 앞에 서서, 허물을 달라고 말하라고? 그것도 직접? 현과장은 미칠 노릇이었다. 모두 왜 그가 붕어빵을 만들고 커피를 탔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의 심오한 뜻을 말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키토의 친구 같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잠시 현과장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자.


‘또 저 앞에 서라고? 미쳤어? 내가 저 앞에 잠시라도 안 서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를 했는데! 괜히 주방에 갔겠어? 괜히 그랜절을 했겠어? 젠장 무섭다고! 무섭단 말이야!“


그랬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늪 주인과의 눈빛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이 모든 일을 ㄲ 몄던 현과장. 그러나 그의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도움이 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다시 늪 주인 앞에 서게 됐으니.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손과 발이 저절로 떨렸다. 키토는 귀엽기라도 하지, 늪 주인은 그냥 하얗고 거대한 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현과장이 할 말이 있다능!-


이런 현과장의 마음도 모르고, 그냥 콧대를 높이는 키토. 지금 그 순간만큼은 현과장의 편이 아무도 없었다.


-들음.-


듣겠다는 듯, 그 거대한 눈동자를 끔뻑이는 늪 주인. 그러자, 키토가 현과장에게 달려가 그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현과장의 속도 모른 채로.


[탁탁!]


이어서 그의 이마를 탁탁 내려치는 키토. 현과장은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키토가 물 말하는 건지, 무엇을 원하는 건지.


“저... 허물 좀...”

[탁탁탁!]


다시금 키토의 앞발이 빠르게 그의 이마를 강타했다. 꼭 우물쭈물 대는 그를 다그치는 듯한 키토의 몸짓. 이어서 그 앞발은, 마치 자신 있게 말하라는 듯, 살며시 이마를 쓰다듬었다.


“저, 허물 좀 주십시오.”


키토 덕분에 용기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하는 것이 상책이라 판단한 현과장. 그는 그대로 모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허물 안 좋음. 더 좋은 거 줌.-


그 거대한 얼굴을 현과장 곁으로 가지고 가, 넌지시 부비는 늪 주인. 현과장의 온몸에 소름끼치는 전율이 맴돌았다. 바로 그때,


[툭!]


늪 주인의 턱 밑에서 비늘이 하나 떨어졌다. 비늘 같지만, 뭔가 다르게 생긴 비늘. 그 비늘을 본 순간, 어흥선생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 역린이다냥! 이걸 왜 주냥?! 미쳤냥?”


비늘을 보더니, 노발대발하며 늪 주인에게 다가간 어흥선생. 화를 내는 듯한 그의 몸동작이었지만, 표정은 완전 딴판이었다. 어흥선생의 얼굴을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능!-

-마지막 진화할 때가 되었음. 역린 필요 없음.-


키토는 깜짝 놀랐다. 마지막 진화라니. 늪 주인이 진정한 늪 주인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말인 걸까. 키토의 눈동자라 더욱 똥그래졌다.

이윽고 긴 잠에 빠지는 늪 주인. 완전히 움직임이 멈춘 그를 보더니, 현과장은 패닉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무, 무슨 일이야?”

“지금 늪 주인님이 역린을 줬다냥! 이건 큰일이다냥! 늪 주인의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거다냥!”


그런데 역린이라는 게, 뱀에게도 있는 것일까. 용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모했다.

늪 주인을 향해, 엄청난 동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뱀, 늑대, 호랑이 등등의 숲의 포식자. 그리고 악어 하마 같은 늪지대의 포식자가. 현과장은 소름끼치는 그 눈빛들에 그만, 늪 주인에게서 등을 지고 그 포식자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늪 주인을 노리고 온 거다냥!”

“아니, 하필이면 이럴 때?”

“제정신이야? 이럴 때니까 온 거지! 자기가 늪 주인이 되려고!”


급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어흥선생과 갓패치는 늪 주인을 에워싸며 주변의 포식자들을 경계했다.


“숲 친구들, 한 발작만 더 움직이면 다 구워버릴 거랄까나.”


채야는 공중으로 올라가 눈에 보이는 모든 동물을 향해 하얀 불꽃을 내보였다.


이런 모습을 본 키토는 싶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늪 주인의 뒤통수를 치고, 늪 주인을 잡아먹는다면, 아마도 더욱 강력한 숲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마지막 진화라는 걸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 함께해온 친구를 이렇게 배신을 한다고? 아무리 이곳이 원더랜드이고,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생태계라고 한다 해도, 그건 너무한 것은 아닐까. 키토는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깊은 갈등에 휩싸였다.


“키토님, 정신 차려. 키토님은 고기 못 먹잖아.”


그 순간, 키토의 가슴을 꿰뚫는 현과장의 한 마디. 덕분에 키토의 정신이 맑아졌다. 그래, 키토는 채식주의 포식자. 오직 채식만으로 이렇게 몸을 키우고 능력을 만들어낸 승리자 중의 승리자. 이런 자신이 육식을 탐했다니, 기회와 욕심에 눈이 멀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지키겠다능!-


키토 역시 땅으로 내려와 포식자들의 앞에 섰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엉덩이를 씰룩이는 키토. 그 모습에 숲 쪽에 서있던 동물들의 대부분이 등을 보이며 줄행랑치기에 바빴다.


“숲 주인은 숲 주인이긴 하네. 동물들이 제정신을 차린 것을 보니.”


키토의 활약에 은은한 미소를 짓는 갓패치.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그 숫자가 줄어들 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늪의 포식자들. 그 중 몇 마리는 늪 주인 곁으로 다가오다가, 어흥선생의 주먹에 맞고 나가떨어져 있었다.


“우리를 믿고 역린을 떨어뜨린 거다냥! 지켜 줘야 한다냥!”

“우리라기보다, 키토님이 아닐까나?”


채야의 말에, 키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랜 친구를 향한 믿음. 이제 키토에게 남은 건 그 믿음을 지켜 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타워 디펜스, 아니, 늪 주인 디펜스.

현과장과 그 일행의 눈빛에 다부진 각오가 번뜩였다. 그런데 그때,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만?”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어렴풋하게 붉은색 드레스가 보이는 듯 했다.


“제정신이야? 아니, 쟤는 누가 불렀어?!”


갓패치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현과장 쪽으로 다가오는 목소리의 주인. 그녀는 현과장 앞에 서더니, 당당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붕어빵과 커피를 먹으러 왔습니다만.”


그 다부진 목소리 때문에 나신도 모르게 한숨이 저절로 나온 현과장.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붕어빵과 커피를 찾는다고? 음식에 진심인 갓패치도 분위기 정도는 읽는다고! 도대체 이 여자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저기 여왕님, 주변이 안 보여요?”

“난 동물들 세계는 관심없습니다만.”


여왕은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그런 당당함에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 그 순간, 그녀의 신발이 현과장의 두 눈에 들어왔다. 이런저런 상처에 많이 닳아진 그녀의 구두.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붉은 드레스 끝자락도 여기저기 흙투성이였다. 아니, 얼마나 붕어빵과 커피에 진심이면 숲 속을 헤매면서까지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일까. 집념하나는 갓패치보다 한 수 위였다.


“저기요, 여왕님 저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요. 여기 곧 끝나니까.”

“못 기다리겠습니다만. 하루종일 찾아 헤맸습니다만.


여왕은 단호했다. 단 한순간도 못 참겠는 모양인지, 얼굴 가득히 피어있는 심술보. 완전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여기 지켜야 한다고요!”

“맞다냥! 여기 지켜야 한다냥!”


현과장과 어흥선생의 말에, 여왕은 그들 뒤에 있는 늪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살며시 늪 주인을 만지는 여왕. 그녀의 고개가 점점 끄덕여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변태, 아니 진화중입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의 도움은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만.”


이어서 그녀는, 당당하게 걸어가 현과장의 앞에 섰다. 그러더니,


“지금 보이는 위협이 전부가 아닙니다만.”


무시하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는 여왕. 그러자 채야가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하늘을 지키고 있다랄까나. 우린 바보가 아니랄까나.”


채야의 야무진 발언에도 불구하고,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여왕. 그녀는 늪 주인의 몸 밑을 조용히 손으로 가리켰다.


“위를 지켜도, 주변을 지켜도 소용없습니다만. 문제는 위와 주변이 아닌, 바로 아래니까.”


순간 모두의 시선이 늪 주인의 몸 밑을 향했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보이는 정말 작은 움직임. 바로 개미와 곤충들이었다.


“거대한 포식자들만 늪 주인을 노리는 건 아닙니다만. 모두가 다 노립니다만.”


곤충들을 본 키토는 단번에 달려가 벌레들을 짓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줄지 않는 벌레들의 숫자. 오히려 점차 그 숫자는 늘어가고만 있었다.


“젠장, 제정신이야?! 저렇게 작은 벌레들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불로 태워볼까나?”

“그러다간 늪 주인까지 타는 수가 있다냥!”


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며 우왕좌왕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처럼. 그러나 단 한 사람, 현과장은 달랐다.


“여왕님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만.”


이미 여왕의 마음을 읽고 있었던 현과장. 아니다 다를까, 여왕은 현과장에게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제안을 걸어왔다.


“성 안의 디저트 요리사가 되면 도와주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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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2 23.05.11 20 3 11쪽
70 70.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1 23.05.10 28 3 12쪽
69 69. 도움의 대가는... 붕어빵 중독? 23.05.09 27 3 12쪽
68 68. 도움의 손길, 그 정체는? 23.05.08 27 3 12쪽
67 67. 만년필? 정말? - 4 23.05.07 28 3 12쪽
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1 3 11쪽
65 65. 만년필? 정말? - 2 23.05.05 31 3 11쪽
64 64. 만년필? 정말? - 1 23.05.04 33 3 12쪽
63 63.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3 23.05.03 34 3 12쪽
62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29 3 11쪽
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5 3 12쪽
60 60. 돌아온 일상 23.04.30 28 3 11쪽
59 59. 갑자기 전설급 능력이?! 23.04.29 30 3 11쪽
58 58. 원수는 동굴 안에서 23.04.28 33 3 11쪽
57 57. 능력 가챠 - 2 23.04.27 35 3 12쪽
56 56. 능력 가챠 - 1 23.04.26 33 3 12쪽
55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23.04.25 33 3 12쪽
54 54. 암살 23.04.24 29 3 12쪽
53 53. 포상 - 3 23.04.23 29 3 12쪽
52 52. 포상 - 2 23.04.22 27 3 12쪽
51 51. 포상 - 1 23.04.21 27 3 12쪽
50 50. 코스프레 대회, 그리고... 23.04.20 26 3 12쪽
49 49. 코스프레 대회 - 3 23.04.19 32 3 11쪽
48 48. 코스프레 대회 - 2 23.04.18 28 3 12쪽
47 47. 코스프레 대회 - 1 23.04.17 33 3 12쪽
46 46. 키토의 다이어트 - 2 ... 아니잖아?! 23.04.16 35 3 12쪽
45 45. 키토의 다이어트 - 1 23.04.15 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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