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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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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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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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돌아온 일상

DUMMY

어흥선생은 물끄러미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빛을 슬금슬금 피하는 현과장. 갓패치에게 모른다고 말을 했지만, 현과장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케이크를 만드는 능력이 지금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꼭, 케이크여만 해? 커피만 마시면 안 될까?”


그는 온몸에 남아있는 용기를 짜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제정신이야? 커피와 함께 케. 이. 크. 가져와.”


단호하게 케이크를 집착하는 갓패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전설급 능력을 얻은 뒤, 케이크 능력을 다시 뽑으려고 얼마나 많이 죽음의 문턱을 방문했던가. 그가 「시간의 생명」으로 인해 죽음을 느낀 시간만 수만 시간은 족히 넘었다.


“저기, 갓패치. 내가 내일은 꼭 그 능력 뽑아 놓을 테니까,”

“케! 이! 크!”


무슨 말을 꺼내도, 무조건 케이크만을 고집하는 갓패치. 그는 마치 장난감 가게 앞에서 생떼를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다냥. 현과장, 또 죽어야겠다냥.”


어흥선생은 자세를 잡으며 현과장을 응시했다. 그러자,


“안 죽어도 된다랄까나. 인고의 보약만 있으면.”


현과장에게 다가오더니, 무지개빛 알약을 건네는 채야. 그녀가 건네는 건 키토의 똥, 인고의 보약이었다.


“또 똥을 먹으라고?”

“키토님 응가는 보약이랄까나. 그리고 현과장 인고의 보약으로는 죽지 않는다랄까나. 오히려 피곤이 풀린다랄까나.”


채야의 말이 맞긴 했다. 이미 다량의 인고의 보약을 뒤집어쓰고, 또 섭취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내성이 생긴 현과장. 그에게 있어서 이 저주의 구슬은 청심환보다 더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키토의 똥을 먹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법. 현과장인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하필 다른 것도 아닌 똥이라니. 차라리 어흥선생의 스트레이트 펀치가 백만 배는 낫다고 생각한 현과장.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고의 보약을 다시 채야에게 내밀었다.


“아니야, 그냥 한 대 맞고 말지 뭐.”

“아니다냥. 인고의 보약을 먹는 편이 좋을 것 같다냥.”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은근슬쩍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번엔 어흥선생이 적극적으로 인고의 보약을 추천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똥을 먹으라니! 똥을 먹으라니! 안 먹어 본 사람이 호기심에 먹어 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수차례 섭취했던 현과장. 몸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그리고 머리가 인고의 보약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제정신이야? 노닥거릴 시간에 빨리 가서 케이크 안 가져와? 커피 안 가져와?”


바로 그때, 두 눈을 부릅뜨고 현과장에게 다가오는 갓패치. 그의 분노가 눈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온몸을 지배하는 듯이 느껴졌다.


“기다려라냥! 금방 가지고 온다냥!”


황급히 대답한 어흥선생은, 다짜고짜 현과장의 입에, 채야가 들고 있던 인고의 보약을 뺏어서 집어넣었다.

현과장의 입안에 향긋한 풀내음이,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굳이 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이런 향긋한 알약이 응가란 것을.

이윽고 향긋한 풀내음이 자라질 즈음, 현과장의 몸에는 점차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극약이지만, 현과장에게는 이름 그대로 인고의 보약. 세포 하나하나에 힘이 깃들고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이번엔 무슨 능력이야?”


내심 기대라도 하는 것일까. 갓패치의 목소리가 약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과장의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하긴, 수많은 능력 중에 케이크를 만드는 능력을 또 뽑는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난 몰라. 난 몰라.”


모른다고 말했지만, 현과장은 확신했다. 케이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예전처럼 몸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무슨 능력이 뽑혔는지 모르지만, 단언할 수 있었다. 케이크 만드는 능력은 아니라는 걸.


“기다려. 내가 찾아 줄 테니까!”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갓패치는 능력의 종류가 적힌 두꺼운 책자를 집어 들었다. 책과 현과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갓패치. 한참이나 책을 뒤지던 갓패치는 미묘한 표정으로 현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애매한데...”


이미 그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진지 오래. 이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작은 안도감이 그의 표정에서 나타났다.


“너무 애매한데...”

“뭔데 그러냥?”

“무슨 능력일까나? 무슨 능력일까나~?”


갓패치의 갑작스레 표정 변화에 궁금증이 발동한 어흥선생과 채야. 행여나 좋은 능력이 뽑혔는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마지못해 입을 여는 갓패치. 그의 목소리에서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번엔... 붕어빵인데?”


***


붕어빵.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 나아가 미국에서도 사랑을 받는 국민 간식이자 디저트.

팥 앙금이 들어있는 기본형부터, 달달한 초콜릿과 슈크림, 그리고 피자. 나아가 아이스크림까지.

여러 방면에서 변신이 가능한 엄청난 음식이었다.

문제는, 붕어빵이라는 친구가 커피와 미친 듯한 궁합을 보이지는 않다는 점이랄까.


“그래도 먹어 봐. 케이크 보다 높은 등급인 SSS급 능력이라니까.”


현과장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붕어빵을 내밀었다.

그의 권유에 마지못해 붕어빵을 집어드는 갓패치. 그는 붕어빵 옆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며 살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상성이... 젠장! 궁합이!!”

갓패치는 절규했다. 지금 맛이 문제가 아니다. 능력으로 만든 음식들이 맛이 없을 리 없었다. 문제는 그가 외치는 상성. 케이크에 비해 붕어빵은, 커피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꽤 어울린다냥. 맛있다냥!”


이런 갓패치의 절구에도 불구하고, 어흥선생은 입 안 가득 미소를 머금고 커피와 붕어빵을 입 안에 넣고 있었다. 그런 그를 마치 야만인 보듯 바라보는 갓패치. 그의 눈썹과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제정신이야? 음식에는 궁합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맛있는 게 다가 아니야!”


갓패치는 자신의 음식관을 세차게 울부짖었다.

그런데 말이야, 커피 때문에 자신의 금화를 날린 사람이 지금의 갓패치와 동일인물이 맞는 거지? 그때는 상성 같은 거 안 따졌잖아.


“맞다냥! 커피 때는 궁합 같은 거 안 따졌다냥!”

“제정신이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 시간과 생태에 따라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젠장! 젠장!!!”


갓패치는 울부짖으며 손에 들고 있던 붕어빵의 머리 부분을 세차게 뜯어 먹었다.

바삭한 식감이 끝나기 무섭게, 입 안 가득 퍼지는 팥의 달콤한 풍미. 그리고 살포시 혀끝을 감싸고 도는 부드러운 앙금. 한입 베어 문 갓패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젠장 왜 이렇게 맛있는 거냐고!


“맛있어서 더 짜증나! 젠장!! 젠장!!!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짜증과 환희가 뒤죽박죽 섞인 절규를 포효한 갓패치는, 붕어빵 앞에서 사이좋게 먹고 있던 세 사람을 모두 밀치더니, 그 혼자만이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갓패치, 붕어빵 싫어한 거 아니었냥?”

“싫어하는 거 억지로 먹으면 안 좋다랄까나.”


그런 그를 살며시 끌어내려는 채야와 어흥선생. 두 사람이 갓패치의 양 팔을 잡았지만, 갓패치는 괴력을 발휘해 어흥선생과 채야를 단번에 물리쳤다.


“여, 역시 갓패치다냥. 음식 앞에선 당해 낼 수 없다냥.”

“욕심쟁이랄까나! 이기적이랄까나!”


그들의 비난에도 갓패치는 아랑곳없이 붕어빵만을 탐닉했다. 양손 가득히 쥔 붕어빵. 그리고 발가락으로 쥔 커피잔. 붕어빵이 입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발가락이 쥔 커피잔이 그의 입으로 향했다. 양손과 양발이 자유자재라는 표현이 딱 맞는 모습이었다.


“저 정도로 진심이면, 할 말이 없긴 하지.”


그 모습을 지켜본 현과장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지 너무나 먹을 것에 진심인 갓패치. 옷을 파는 것보다도 더. 여왕과의 내기보다도 더. 그는 먹을 것에 진심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먹는 데 살이 안 찌다니.”

“특이 채질이다냥. 갓패치는 특이한 사람이니다냥.”

“특이한 게 아니라, 괴팍한 거겠지.”


대놓고 현과장이 험담을 늘어놓아도, 작은 줒빛 조차도 주지 않는 갓패치.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꺼낼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상성 타령, 궁합 탓을 주장하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붕어빵과 커피에 흠뻑 빠진 갓패치.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가는 듯 했다.


***


한편, 성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여왕은, 신하들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시간의 생명」이 없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말 꼬리를 붙이는 것도 잊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바라보는 여왕.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설마, 쿠리두입니까? 쿠리두가 「시간의 생명」을 가져간 겁니까?”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왕님.“


여왕의 말에 제일 여왕의 근처에 서 있던 남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시간의 생명」이 있는 밀실에 들이닥쳤을 때 이미 쿠리두는 죽어있던 상태였습니다.”


쿠리두가 죽었다는 말에, 살짝 표정이 풀리는 여왕. 모두가 눈치를 못 채게,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쿠리두가 능력을 고정하기 위해 죽음의 문턱에 다가갔다가 그대로 죽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만.”

“그렇다면 그가 죽은 자리에 「시간의 생명」 남아있어야 정상입니다.”


다른 신하의 말에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을 잃은 능력은 다른 주인을 찾아가기 마련. 죽은 쿠리두 주변에 능력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은, 능력에 다른 주인이 생겼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 변태 암살자가 죽은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만. 능력의 위치를 잊어버린 것은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멀리서 들려온 걱정스러운 목소리. 문 근처에 서 있던 신하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여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갓패치님이 가지고 가셨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왕님.”


그러나,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여왕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만. 갓패치는 그 능력을 받을 수 없습니다만. 그건 신의 모사꾼이 아닌 신의 아이를 위해 만든 능력이니까.”


여왕의 말에 신하들은 모두 안심하는 듯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갓패치가 내기에서 이기는 일도, 그리고 다시 이 왕좌에 앉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만.”


여왕의 담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자신감 앞에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신하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인생이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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