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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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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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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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 포상 - 1

DUMMY

시무룩한 갓패치의 목소리였지만, 현과장의 얼굴은 밝기 그지 없었다.


“그래, 무슨 능력을 줄 거야?”


현과장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이제야 드디어 능력다운 능력을 손에 놓는 것인가. 그의 가슴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무슨 능력을 원하는데?”


여전히 못마땅한 듯한 갓패치의 말투. 그러나 현과장은 상관없었다. 그의 기분이나 생각따윈 안중에 없었으니까.


“하늘을 나는 비행능력? 아니면 어흥선생이나 채야가 가진 괴력? 또 뭐가 있지?”

“차라리 멋진 외모를 달라고 하지?”


신난 듯 입을 놀리는 현과장을 향해, 갓패치가 비아냥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것도 좋은데! 외모가 곧 능력이잖아!”


그의 말에 적극 찬성하는 현과장. 그의 시선은 채야와 어흥선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채야 정도가 적당하겠군. 그래, 채야 정도면 딱이지.”

“제정신이야?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얼굴을 바꾸고 싶으면 성형외과에나 찾아가.”


하지만 그런 현과장의 소원을 가볍게 묵살하는 갓패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을 봐. 그런 게 가능하면 내 얼굴부터 고치지.”

“그럼 비행 능력을 줄 거야?”


갓패치는 이번에도 역시 서서히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날아다니는 거 봤어? 나도 못 나는데 그런 능력을 어떻게 나눠줘?”

“그럼 괴력은?”


괴력이란 말에, 넌지시 미소를 짓는 갓패치. 현과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았다.

그래, 고력이야 말로 용사에게 제일 필요한 능력. 마족이나 괴물을 상대할 때 이것 보다 도움이 되는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괴력을...”

“제정신이야? 그런 건 헬스장 가서 만들어. 운동을 해서 몸을 키우라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갓패치. 그러자, 현과장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럼 줄 수 있는 게 뭔데?”

“가진 거라곤 이 목소리뿐이지.”


갓패치는 잔난기 가득 담긴 목소리로 현과장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러자, 거실 가득 내려앉은 싸늘한 분위기. 개그 웹소설과 전혀 맞지 않은 그런 급 낮고 질 낮은 개그였다.


“갓패치, 그런 개그는 다른 곳 가서 해라냥. 여기는 그런 소리 내뱉는 곳이 아니다냥.”

“애드리브가 없으면 그냥 입을 안 열면 된다랄까나. 분위기 망치지 말고.”


무척이나 차가운 시선을 갓퍄치에게 보내는 어흥선생과 채야. 순간, 갓패치의 등줄기에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제정신이야? 사람이 실수도 하는 거지?”

“프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냥.”

“설마, 갓패치는 세미 프로일까나?”


간퍄치의 말에 마치 피 맛을 본 피라냐처럼 달려와 물어뜯는 두 사람. 덕분에 갓패치의 상태는 만신창이였다.

갓퍄치가 점점 무너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던 현과장. 그는 이 절호의 찬스를 그냥 이대로 넘길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재빠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능력을 줄 거야?!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하라니까!”


현과장은 갓패치가 정신이 나간 틈을 교묘히 노렸다.


“어? 어? 뭐라고?”

“무슨 능력을 줄 거냐고. 이제 남은 건 마법 밖에 없잖아. 그럼 줄 게 마법이야?”


현과장은 빠르게 몰아붙였다. 갓패치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기 전에.


“아, 마법. 그래 마법이 있지.”


현과장의 작전이 먹힌 것일까. 갓패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판타지의 꽃 마법. 여러 웹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주 능력을 다룬 마법. 마법만 몸에 익혀도 나름 주인공처럼 보일 수 있다! 현과장은 마음 석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마법은 호구와트가서 배우면 되지. 나중에 추천장 하나 써줄 게.”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로, 현과장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갓패치. 분명 그의 표정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입만큼은 평소의 갓패치였다.


“제정신이야? 내가 좋은 능력을 줄 리 없잖아. 여왕이 등장해서 이긴 게임에.”


분명 갓패치의 얼굴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듯이 느껴졌지만, 그의 입은 교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틈을 노리고 그를 공격한 현과장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갓패치, 정신이 나간 거야? 아니면 이게 제정신인 거야?”

“입만 산 거다냥.”

“지독하게 수련한 결과랄까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래서였을까, 그들은 넋 나간 갓패치를 향해 아무런 말을 건네지 않았었다.


“저 상태가 되면 말빨이 더 세진다랄까나..”

“더 건들다간 오히려 다친다냥.”


채야와 어흥선생은, 갓패치를 무시한 채, 탁자 위의 음식을 천천히 집어먹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말싸움이 오고갔지만, 사실 식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줄 건 주고 빨리 끝내자고. 이러다 우리 먹을 몫도 없어져.”

“그래, 줄 건 줘야지.”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는 하늘을 향해 원을 그렸다. 그러자, 현과장의 엉덩이 밑으로 점점 커지는 하얀색 원. 바로 차원문이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떨어져 보면 알아.”


안간힘을 쓰며 안 떨어지려고 발악하는 현과장을 그대로 밀어 넣어 버리는 갓패치. 그의 표정은 풀죽어 있었지만, 그의 입가만큼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렇게 차원문 안으로 떨어진 현과장. 그가 거실에서 사라지자, 갓퍄치는 현과장이 미쳐 가지고 가지 못한 김치통을 열어 다시금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꽤 좋은 선물을 준거 아니냥?”

“저긴 나도, 여왕도, 어흥선생도 못 가본 곳이랄까나.”


약간 샘이 난 것일까. 투정거리는 목소리를 내뱉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러자, 갓퍄치는 지금까지 멍청했던 표정을 풀고 정색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정신이야? 이기지 못할 게임을 이겼으니, 그 만큼의 대가는 줘야지. 난 양심 있는 양아치니까.”


***


그렇게 갓패치의 기습으로 인해 차원문 안으로 떨어지게 된 현과장.

그는 하염없이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바닥에 도착하게 된 현과장. 그의 몸이 바닥에 닿자, 바닥 위에 고요있던 찰랑거리는 액체가 그의 온몸에 튀었다.


“이, 이게 뭐야?”


자신에게 묻은 액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현과장. 이 정체모를 액체는, 마치 갓패치의 얼굴처럼 창백하고 키토의 묽은 인고의 보약처럼 찐득했다. 그러나, 그 기분 나쁜 겉모습이나 상태에 비해 아무런 냄새도 향기도 나지 않는 액체. 그는 약간 안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출구 따윈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방. 아니, 동굴이었다.

그 순간, 갓패치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현과장은, 이내 힘껏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지금 제정신이야? 갓패치?! 능력을 준다고 했으면서, 감히 날 골탕을 먹여?! 더는 김치 먹고 싶지 않은 거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건 자신의 메아리뿐. 방 안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우왁! 뭐야?!”


감자기 발밑으로 차오르기 시작한 액체들. 벽면을 타고 점차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발믙을 감쌌던 액체는 순식간에 현과장의 무릎 위로, 허리 위로,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차올랐다.

이제는 완전히 그 정체모를 액체에 둘러싸게 된 현과장. 그의 귀와 코. 그리고 입 안으로 그 찐득하고 창백한 액체가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막으려 해도 소용없었다. 입을 막으면 항문으로. 항문을 막으면 코와 귀로. 코와 귀를 막으면 다시 입으로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왔으니까.


그렇게 현과장은 서서히 그 정체 모를 액체에 잠식되어만 갔다.


***


“이쯤이면 됐겠군.”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던 갓패치는, 거실 천장을 향해 손을 들어 원을 그렸다. 그러자, 천장에서 툭 떨어지는 현과장. 분명 액체에 푹 절여졌던 그였지만,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그에게서는 그 어떤 액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일어나.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다.”

“죽을 뻔 했다니까! 정말 죽을 뻔 했다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갓패치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현과장. 그 모습을 보자, 갓패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딱 알맞게 절여졌네.”

“절여져? 내가 젓갈이야? 절여지게!”


다시금 갓패치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현과장. 그러자, 어흥선생이 살며시 다가와 그를 말렸다.


“현과장, 현과장은 지금 최고의 선물을 받은 거다냥.”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에, 현과장은 귀를 쫑긋 세웠다.

마법과 괴력, 그리고 외모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있다는 말인가? 더 강력크한 힘이? 설마 소환술?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마자, 현과장은 머리위로 손을 올리며 외쳤다.


“제발 미소녀로! 채야보나 예쁜 미인으로! 소! 환!”


그런 그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갓패치와 어흥선생. 현과장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엌에서 나온 채야도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정신이 아니랄까나.”

“제정신이 아니다냥.”


채야는 고개를 내젓더니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얼굴을 돌리는 건 어흥선생도 마찬가지. 그 역시 지금 막 돌아온 현과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제정신이야? 현과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소! 환!”


현과장은 당당했다. 그 모습에 갓패치 역시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렇게 한동안 현과장은 천장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다.

그러자, 그제야 자신이 뻘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현과장. 그는 주변에서 무신경하게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세 사람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아니, 이게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주던가!”


오히려 자신의 뻘짓을 주변의 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현과장. 역시, 사회생활의 기본은 남 탓. 누가 봐도 ‘그 협곡’의 키보드 워리어였다.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랄까나.”


채야는 현과장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빨래를 정리에만 매달렸다. 눈길을 주지 않은 것은 어흥선생도 마찬가지. 관심종자에겐 관심을 주지 말라는 옛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어흥선생이었다.


“아니, 나 좀 보시라고요, 다들! 나 방금 전까지 죽다 살아났다고!”

“제정신이야? 조금 전까지 하늘에서 미녀가 떨어지길 기도했잖아.”


갓패치의 날카로운 지적에, 살짝 뜨끔한 현과장. 그러나, 그렇다고 물러설 현과장이 아니다. 남 탓은 남 탓. 내 탓도 남 탓인 법이니까.


“그걸 진즉 말렸어야지! 쪽팔리게!”

“우리에게 그런 모습 보여주는 게 쪽팔리냥?”


현과장의 윽박에, 어흥선생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 가득한 서운함과 배신감. 순간, 현과장의 뇌에서 사고정지가 일어났다. 뭔가 잘못 말했나? 조금 전에 꺼낸 말에서 크게 실수한 부분이 있었나? 현과장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뭐, 우리는 남이라는 걸까나.”


채야의 목소리에서도 서운함이 가득 느껴졌다. 현과장의 등줄기에 땀이 한 방울 또르르 흘러갔다. 갓패치가 당했던 말빨의 피라냐 때를 고스란히 당하게 된 현과장.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점차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그만! 현과장이 정신을 차렸으니까. 시험해 봐야 해. 잘 먹혔는지.”


어흥선생과 채야를 말리며, 앞으로 나서는 갓패치. 그런데, 잘 먹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과장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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