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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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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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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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 만년필? 정말? - 4

DUMMY

“제정신이야? 뭘 그렇게 쳐다봐? 부끄럽게.”


모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손사래를 치며 살짝 고개를 돌리는 갓패치. 그러나 여전히 세 사람과 한 마리의 시선은 갓패치를 향하고 있었다.


“어디냥? 어디에 있냥?”


우물에서 나온 어흥선생은 곧장 빠르게 갓패치의 앞으로 달려갔다. 채야와 현과장 역시 갓패치의 앞으로 다가온 것은 마찬가지. 이 세 사람의 눈빛에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 기자는 날 보더니 황급히 숲으로 도망가던데.”

“그런데 안 쫓아갔어?”


현과장이 어이없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여기 다들 모여 있잖아. 그럼 당연히 이리로 와야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갓패치. 그 뻔뻔하고 당당한 표정 때문에, 몰상식한 인간이 그가 아닌 현과장 자신이 된 듯이 느껴졌다.


“내가 이상한 건가?”

“현과장, 정신차려라냥! 그래, 그 기레기 놈 어디로 도망갔냥?”


어흥선생의 말에, 자신의 뒤편에 펼쳐진 숲을 가리키는 갓패치. 그러자, 어흥선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점점 멀어지는 어흥선생의 뒷모습. 이윽고 그 뒷모습은 그림자 조차 남기지 않고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잔뜩 화가 난 모양이군.”

“화가 난 건 채야라던데.”


현과장은 어흥선생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럼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면 화가 안 날까나?”

“점심? 내 점심? 제정신이야? 지금 내가 점심을 놓쳤다고?”


갓패치는 분개하더니 이내 절규했다. 점심을 놓치다니. 다른 것도 아니고 먹을 것을 놓치다니.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제정신이야? 여기서 뭐해? 빨리 돌아가서 밥 먹어야지!”

“어흥선생이 기레기 잡으러 갔잖아. 잡아오면 같이 돌아가서 먹어야지.”


현과장은 단호하게 갓패치의 말을 무시하고, 그저 어흥선생이 사라진 숲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현과장. 지금 이 사건 현과장 사건이잖아. 그렇게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는 거야?


“젠장! 내 밥! 안 되겠다!”


내 목소리가 들릴 리는 없지만, 자신의 밥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한 갓패치. 그는 현과장의 발밑에 차원문을 열어 함께 그 속으로 뛰어 들었다. 현과장의 머리 위에 앉아이던 키토는 덤이랄까.


“으아악! 난 왜?!!”

“제정신이야? 현과장 사건이잖아!”

“나도 함께 갈까나.”


차원문이 닫히기 전에 그 안으로 뛰어드는 채야. 그녀 역시 곽자에게 쌓인 게 많았던 터라 이번 기회에 전부 정산할 심산이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성밖마을에서 네 사람과 한 마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밖마을과 인접한 숲속에서 성인 남성의 우렁찬 비명이 들려왔다.


***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현과장과 일행들. 부드럽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채야와 그녀의 머리 위에 올라앉은 키토. 갓패치는 이미 지상 위였다. 이제 남은 건 현과장 뿐. 그럼, 현과장에게 무슨 능력이 있을까. 지금 그에게 있는 건, 죽지 않는 능력과 엄청난 불행과 행운. 그리고 커피&붕어빵뿐이다. 그렇다면 딱히 이 낙하 순간에 쓸 만한 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뭘 어떻게 해? 이게 고민할 일이야? 그냥 떨어져야지!


“으아아아악!! 현과장 살려!”

“제정신이야? 100m 정도에서는 안 죽는다고.”


갓패치는 호들갑 떠는 현과장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보통 100m 위에서 떨어지면 다들 죽지 않나?


[쿵!]


이윽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버리고 만 현과장. 현과장은 한동안 미동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갓패치는 아차 싶었다. 붕어빵이, 그의 식후 디저트 붕어빵이 지금 막 사라졌다.


“제정신이야? 내 붕어빵!”

“그러게 좀 낮은 곳에 차원문을 열었다면 좋았다랄까나.”

“그래, 우리 50m부터 시작하자.”


채야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일어나는 현과장. 다행히도 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살아있구나! 현과장이!”

“아니, 죽어가고 있거든. 나 좀 살려줘 봐. 붕어빵 먹고 싶으면.”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검은색 무언가를 꺼내 현과장의 입에 넣었다. 씹히는 식감은 그냥 보통의 콩이었지만, 맛은 조금 달랐다. 달콤하면서도 짭쪼름한. 그래, 콩자반과 비슷한 맛이었다.


“이게 뭐야?”

“제정신이야? 원두 몰라? 원두? 원더랜드의 콩? 체력을 미량 회복해주는 신비한 콩이잖아.”

“그냥 콩자반이구만.”


피식 웃으며 핀잔을 주는 현과장이었지만, 확실히 갓패치의 말대로 효과는 있었다. 간당간당하던 그의 목숨이 이제 조금은 살만해 졌다. 온몸을 감싸던 고통도 작게나마 사라진 듯이 느껴졌다.


“그냥 인고의 보약을 먹으면 완쾌할 텐데.”


키토를 향해 손을 내미는 현과장. 그 순간 갓패치가 재빠르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제정신이야?! 그거 먹으면 붕어빵이 사라진다고! 능력이 리셋된다고!“

“아이고 진짜! 그놈의 붕어빵! 혹시 알아? 토스트 만드는 능력을 배울지!”


토스트라는 말에, 순간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춰버린 갓패치. 그의 눈동자라 빠르게 굴러갔다.


“설마 맛을 떠올리는 거야?”

“아니야, 아직 붕어빵만으로 충분해.”


이미 머릿속에서 한 바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게 분명한 갓패치. 그의 결론은 아직 붕어빵이 더 낫다였다.


“정말 대단한 먹성이야. 정말이지.”


현과장은 혀를 차며 그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숲 속에서 맹속력으로 달리는 거대한 그림자. 그 그림자는 맹렬하게 무언가의 뒤를 쫓고 있었다.


“우와! 어흥선생이다! 겁나 빠르네!”

“저건 겁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달리기. 진짜 스피드는 훨씬 빠르지.”


어느새 정신을 차린 갓패치가 현과장의 옆에서 서서 같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괜스레 자신감이 넘치는 갓패치의 목소리. 아니, 달리는 건 어흥선생인데, 왜 갓패치가 이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걸까.


“고양이가 미쳐 날뛴다랄까나.”


가만히 어흥선생을 바라보던 채야가 조용히 입을 거들었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숲속을 누비는 거대한 고양이. 현과장은 그의 이름이 괜히 어흥선생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겁을 왜 주는 거야?”

“분풀이를 한다는 거랄까나. 먹이를 잡아먹기 전에 장난을 치는 거랄까나. 나도 잘 모르겠다랄까나.”


채야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긴 한데, 어흥선생은 고양이과 동물이 아닌 사람이잖아. 그냥 고양이 흉내를 내는 사람이잖아.


“분명 어흥선생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인데...”


현과장이 어흥선생의 정제성에 약간의 의문을 가지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어흥선생이 방향을 바꿔 현과장과 그 일행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을 지으면서.


“도망이다냥!”

“도망?”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도망이라니. 어흥선생이 무슨 이유로 도망을 친다는 것일까. 자신이 아는 한 세상 제일 강한 한방을 가진 사람인데. 이렇게 혼비백산한 얼굴로 뛰어 온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흥선생, 무슨 일이야?”

“그렇게 있을 시간 없다냥! 저 기레기 녀석 완전히 미쳤다냥!”


어흥선생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곽자가 두 눈에 광기를 머금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단순히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듯한 그의 모습일 뿐. 현과장은 그렇게 위협적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미친 거 같은데.”

“현과장 그걸 보는 게 아니다냥! 뒤를 봐라냥! 그 인간 뒤를!”


현과장을 재빠르게 스쳐지나가며 한마디를 내뱉는 어흥선생. 그의 말에 현과장은 곽자가 아닌 그 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하늘하늘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파도가 넘실거리며 일렁이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따스한 봄날의 아지랑이인 것일까. 그런 그때, 같은 곳을 바라보던 채야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미쳤다랄까나! 감히 숲에 불을 질렀다랄까나!”


굳어졋던 그녀의 얼굴은 점차 표덕스럽게 변해갔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현과장은, 멀리 떨어진 어흥선생을 향해 당당하게 소리쳤다.


“이게 화가 난 거지! 이게 화가 난 얼굴이지!”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도망쳐라냥!”


현과장이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사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은빛의 불꽃들. 그렇게 가만히 있기에는 그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너무나 강렬했다. 마치 온몸이 잡아컥힐 정도로.


“같이 가!”


그제야 현과장도 어흥선생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버럭 화를 냈지만 불길을 피해 도망가는 건 채야도 마찬가지. 지금 모인 네 사람과 한 마리 중, 불길을 잡을 수 있는 존재는 단 한명도 없었다.


“갓패치! 뭘 좀 어떻게 해봐!”

“제정신이야? 나도 저 불길에 닿으면 구워진다고!”

“아니, 차원문! 차원문!”


차원문을 외치는 다급한 현과장의 목소리에, 무작정 바닥에 차원문을 여는 갓패치. 행선지가 어딘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네 사람과 한 마리는 선책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닥치고 그 안으로 몸을 던져 넣는 수밖에.

그렇게 차원문 안으로 뛰어드는 현과장과 그 일행. 그들이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차원문 위로 거대한 은빛의 불길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차원문을 건넌 현과장과 그 일행들. 그런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왕좌와 그 위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바로 여왕이었다.


“아니, 지금 어디로 온 걸까나? 갓패치! 지금 제정신인 걸까나?!”


채야가 표독스러운 얼굴 그대로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요즘 여러분들의 성 내 출입이 잦은 것 같습니다만. 분명 다시는 성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거로 기억을 합니다만.”


갓패치 대신 입을 연 여왕. 무뚝둑한 그녀의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나보이는 눈빛이었다.


“실례다냥. 실수였다냥. 그냥 떠나겠다냥.”


그러나, 이런 그녀와 다르게 현과장을 제외한 세 사람의 표정은 완전 똥 씹은 표정이었다. 마치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와! 정말 여왕님이시네. 여왕님! 나 집에 좀 보내줘요!”


역시나 현과장. 주변의 분위기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꼰대답다.

이왕 여왕을 만나게 된 그는, 다짜고짜 자신의 목표를 여왕을 향해 털어놓았다.

그러나, 인생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는 법. 여왕이 현과장을 향해 내놓을 답은 뻔했다.


“그대를 집으로 보내줄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렇다냥. 현과장. 단계를 지켜야 한다냥.”


현과장이란 말에, 순간 여왕의 눈빛이 달라졌다.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살아있다고? 순간 알현실 바닥에 스멀스멀 사무치는 냉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

“이게 여왕의 능력이다냥. 엄청난 냉기.”


엄청난 냉기라고? 순간 현과장의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갔다. 냉기라면 숲을 잡아먹고 있는 불길을 어떻게 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는 단번에 달려가 여왕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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