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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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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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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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2.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3

DUMMY

거대한 두 눈과 마주치게 된 현과장.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순백의 얼굴이었다. 그것도 뱀의 얼굴.


“아, 안녕하세요.”


그의 인사에 대답이라도 하듯, 눈꺼풀이 위아래로 왔다갔다했다.


“아... 생각보다 아름다우시네요.”


현과장의 말에 또다시 움직이는 눈꺼풀. 그리고 얼마간의 정적이 흘렀다. 현과장도 그리고 어흥선생도. 채야도 그리고 갓패치도. 키토도 그리고 늪 주인도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말 크시네요.”


현과장의 말에, 다시금 눈꺼풀을 깜빡이는 늪 주인. 현과장의 말에 동의하듯, 키토도 그의 머리 위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그 순간, 늪 주인의 입에서 빠르게 나왔다가 들어간 가느다란 혀. 마치 입맛을 다시는 듯한 그 모습에, 현과장을 제외한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방금 혀였냥?”

“어쩔까나! 어쩔까나!”

“젠장, 나 제정신이야? 여긴 왜 쫓아 온 거야!”


사실, 혀의 움직임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세 사람이 설레바발을 치는 것일 뿐. 그렇다면, 늪 주인의 생각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럼 이쯤에서 키토와 늪 주인의 텔레파시를 들어보자.


-나왔다능!-


키토가 늪 주인을 바라보며 깡총 뛰었다. 그러자,


-오래간만.-


눈꺼풀로 답하는 늪 주인. 늪 주인의 눈망울에서는 전혀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 이름 생겼다능! 키토라능!-

-귀여운 이름. 부럽부럽-


키토와 늪 주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늪 주인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랄까.


-지금 이 사람이 내 집사, 현과장이라능! 잘 부탁한다능!-

-현과장, 현과장. 이름 기억.-


키토를 향했던 눈동자가 이번엔 현과장의 얼굴을 향했다. 그러자, 돌처럼 굳어져버린 현과장.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본 것 마냥 그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현과장, 겁쟁이?-

-뒤에 세 사람에 비하면 겁쟁이이라능.“


키토는 몸을 돌려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키토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늪 주인의 머리. 순식간에 늪 주인의 시선을 마주한 세 사람은 잔뜩 긴장을 하며 늪 주인을 바라보았다.


-원더랜드의 네 사람? 한 사람 어디?-

-이제 세 사람이라능. 붉은색은 현과장이 가져갔다능.-

-그럼 세 사람 아님. 현과장 포함 네 사람.-


키토는 늪 주인의 말에 앞발로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그런 키토의 몸짓에 그저 고개만 기울이는 세 사람. 호전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잇던 세 사람은 지금의 행동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지 그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불행히도 키토와 늪 주인의 행동에 머리를 쓸 겨를조차 없던 현과장. 그는 그저 늪 주인의 콧잔등에 앉아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아무리 자신에게 물어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물컹한 감촉만이 엉덩이를 통해 전해져 올뿐.


-필요한 것 잇음?-

-허물이 필요하다능! 은화의 칼집을 만들어야한다능!-


키토의 텔레파시에, 순간 늪 주인의 눈빛이 변했다. 진지하고 신중해진 늪 주인의 눈동자. 그런 눈동자 앞에 앉아있는 현과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아니 죽고 싶었다. 차라리 빨리 죽고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눈빛이 변했다냥!”

“공격 준비일지도 모른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아니, 제정신아니야!!”


그런 늪 주인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세 사람. 그러나 정작 늪 주인은 세 사람을 향해 달려 들지 않았다. 그 진중한 눈망울은 그저 키토와 현과장을 바라만 볼뿐이었다.


-은화? 그 맹독 단검 은화?-

-그렇다능! 현과장이 어제 뽑았다능!-


키토가 현과장의 머리에서 내려와, 그의 허리춤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부엌칼, 아니 은화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키토님! 그러다 잘못 하면 몸에 독이 묻는다고!”


펄쩍 뛰며 키토를 자신의 머리 위로 올리는 현과장. 하지만 키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내려가 단검을 툭툭 건드렸다.


-진짜 은화. 실물 처음.-

-은빛 불꽃이 부아아악 난다능! 멋있지만 위험하다능!-


은빛 불꽃이란 말에 늪 주인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늪 주인의 혀가 마치 채찍처럼 연신 움직였다.


-나도 은빛 불꽃! 부럽부럽!-

[쾅!쾅!]


무척이나 흥분한 모양인지, 늪 주인의 하얀 꼬리가 땅을 세차게 걷어찼다. 그 덕분에 긴장감에 완전히 휩싸인 세 사람. 그들은 오직 늪 주인이 먼저 다가오는 것만을 기다렸다.


-쟤네들 뭐함?-


잔뜩 긴장한 세 사람이 눈에 띈 것일까. 늪 주인의 꼬기라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앉았다.


-늪 주인 흥분을 처음 본 모양이라능! 이래서 도시에 사는 것들은 안 된다능!-


순식간에 어흥선생의 머리위로 날아오른 키토는, 그대로 앞발로 어흥선생의 이마를 내려쳤다. 단지 어흥선생 뿐만이 아니었다. 갓패치, 그리고 채야의 이마도 돌아가며 살며시 내려쳤다.


“키토님 왜 그럴까나?”


채야의 말에, 살며시 그녀의 어깨로 내려와 얼굴을 부비는 키토. 그는 그대로 곧장 늪 주인의 얼굴로 올라가 그 거대한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아무래도 우리가 큰 착각을 한 모양이다냥.”

“제정신이야? 아니, 우린 제정신 아니야!”


긴장감을 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오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가만히 키토를 바라보던 채야도, 이냐 땅으로 내려와 늪 주인을 바라보았다.


-난 한바탕 가능. 싸움 완전 좋음.-

-그러다가 붕어빵 날아간다능! 현과장 배추 붕어빵 완전 맛있다능!-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현과장을 앞에 두고, 온몸으로 신나게 붕어빵을 표현하는 키토. 연신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늪 주인의 눈동자에도 흥미와 호기심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나도 붕어빵.-

-늪 주인 너무 크다능! 한 개로 배 안 찬다능!-

-그럼 특대로. 특대는 배 참.-


특대 사이즈라고? 아니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키토는 순간 이 기발하고 기똥찬 아이디어에 온 정신이 매료 되었다. 짱 크면 짱 맛있다. 짱짱 크면 짱짱 맛있다! 이런 단순한 생각을 왜 하지 못 했던 것일까.


키토는 곧장 현과장의 허벅지 위에 올라가 그의 중요 부위를 툭 건드렸다. 순간 현과장에게 찾아온 남자만이 아는 그 고통. 그는 소중이와 아랫배를 붙잡고 그대로 얼굴을 늪 주인의 콧잔등 위로 처박았다.


-늪 주인, 현과장 내려달라능! 우리 붕어빵 만들어야 한다능!-

-붕어빵에 들어가는 알. 혹시 그 알?-

-그건 아니라능! 절대 아니라능!-


도대체 왜 키토가 현과장의 그 부위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대로 바닥에 내려오게 된 현과장. 키토는 그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나뭇가지로 엄청나게 큰 붕어빵을 바닥에 그렸다.


“키토님! 거긴 치면 안 되지!”


하지만 키토의 그림이 보일 리 없던 현과장. 그는 여전히 웅크린 채로 고개조차 못 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현과장, 아무래도 붕어빵을 만들어야 할 거 같다냥.”

“제정신이야? 이 상황에 붕어빵? 내 소중이가 지금 죽었는지 모르는데 붕어빵?”

“제정신이라면 만들어야 할 걸.”


현과장 앞으로 다가온 어흥선생. 갓패치도 그를 따라 현과장 앞에 섰다. 그들이 바라본 것은 바닥에 그려진 붕어빵이 아니었다. 바로, 그 붕어빵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늪 주인이었지.


***


“아니, 여기서 어떻게 붕어빵을 만들어?!”


땅에 그려진 거대한 붕어빵을 바라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는 현과장. 그런 그의 곁으로 어흥선생과 채야가 살며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건 현과장의 몫이다냥. 우린 모른다냥.”

“몰?루.”


마치 약을 올리듯 깐죽거리고 그대로 도망쳐버린 채야와 어흥선생. 업보 청산이었다. 평소에 자주 깐족대던 업보 말이다.


“키토님, 그냥 한 300개 만들면 안 돼?”


현과장의 정중한 부탁에, 더욱 정중하게 고개를 젓는 키토.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거대한 붕어빵이라니. 그것도 늪지대 위에서. 심지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젠장 만들 긴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제정신이야? 만든다고? 이 거대한 붕어빵을?”


말과는 다르게 두 눈을 번쩍이며 현과장을 바라보는 갓패치. 갓패치나, 키토나, 늪 주인이나 전부 거대 붕어빵을 노리는 건 똑같았다.


“갓패치, 채야 집 부엌 차원문 좀 열어줘.”

“제정신이야? 그거면 충분해?”


갓패치의 걱정에, 살짝이 고개를 끄덕이는 현과장. 이윽고 차원문이 열리고, 현과장은 부엌 안으로 재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되어버린 현과장의 붕어빵 요리 교실.

붕어빵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첫 번째, 혼합 반죽을 틀에 넣고.

두 번째, 갖은 내용물을 반죽틀 위에 올리고.

세 번째, 다시 반죽을 내용물 위에 살짝 뒤엎는 다음.

마지막으로, 노릇하게 굽는다. 끝.

단 1분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붕어빵 완성! 여러분, 맛있고 거대한 붕어빵 만들기. 결코 어렵지 않아요~!


현과장은 갓패치의 차원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거대한 붕어빵을 들고 늪지대로 건너왔다. 얼핏 보기에도 엄청난 크기의 붕어빵. 그 길이가 어흥선생의 키를 넘고도 머리가 하나 더 들어갈 정도였다.


“제정신이야? 이걸 만든 현과장은 도덕책.”

“도덕책? 그게 무슨 소리야?”


‘그들’만의 언어를 알 리 없는 현과장은, 갓패치의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아무런 말 없이 살며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갓패치. 그가 꺼낸 이야기의 뜻은 잘 모르겠지만, 그의 행동만큼은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순식간에 현과장의 앞으로 다가온 늪 주인의 얼굴. 늪 주인의 거대한 눈동자는 오직 그가 가자고 온 붕어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늪 주인의 혓바닥이 점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붕어빵을 낚아챌 것처럼.


“자, 잠깐! 아직 못 먹습니다요!”


허물 때문일까. 현과장은 그런 늪 주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치사함. 허물 당장 줌.-

-잠깐만! 현과장 그렇게 속물 아니라능! 이유가 있을 거라능!-


살짝 기분이 상한 늪 주인을 향해 뛰어간 키토는, 그대로 늪 주인의 몸에 앞발을 올렸다. 그러자, 낼름거리는 혓바닥을 천천히 진정시킨 늪 주인.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 좀 뜨거우니까. 뱀은 정온 동물이 아니니, 온도를 잘 맞춰야지.”


현과장은 거대한 나뭇잎을 가지고 와, 연신 붕어빵을 향해 부채질 했다. 이런 섬세한 마음가짐에 작은 감동을 받은 늪 주인. 키토가 현과장과 함께인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현과장. 스윗남.-

-내 집사라능! 이게 내 집사라능!-


키토는 늪 주인을 보더니, 현과장이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도대체 왜 키토가 자랑스러워하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부분은 넘어가자.

이윽고 알맞게 식은 붕어빵. 현과장은 젓가락으로 붕어빵을 쑤셔 온도를 재더니, 그대로 늪 주인 앞에 진상했다.


“드시옵소서! 늪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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