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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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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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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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4. 암살

DUMMY

“장난 좀 그만 쳤으면 좋겠습니다만!”


앳돼 보이는 소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정면을 노려보았다. 붉은 드레스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어린 소녀. 그녀의 순수한 눈동자가 짜증으로 물들어갔다.

그러자, 그런 그녀를 보며 호탕하게 웃는 어흥선생. 우리가 아는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얀 한복 대신에 흰색 정장을,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고양이머리띠가 없다는 정도랄까.


“미우, 그대는 장난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하군.”


어흥선생은 고개를 치켜세우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널찍한 방 안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넘어서 성 안 전역에 퍼지는 그의 목소리. 굵직하고 묵직한 그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그의 목소리에, 당황한 미우는 다짜고짜 달려가 어흥선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퍽!]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어흥선생. 오히려 아픔을 느낀 사람은 바로 미우였다.


“정말이지! 제정신입니까?! 미친 거 아닙니까?”

“그 말투는 갓패치의 말투군. 미우, 그대 너무 갓패치와 닮아가는 거 아닌가? 나, 어흥선생 심히 걱정이 되는군.”

“귀여움중독자보단 미친놈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그렇군. 으하하하하!”


또 한 번 그의 힘찬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런 바로 그때,


“미친 거 아니랄까나?!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걸까나?!”


문을 열고 드렁오는 검은 드레스의 미녀. 바로 채야였다.


“오! 마녀도 우리와 함께 하실 텐가?”

“이 시간에 회의실에서 지금 뭘 하는 걸까나?! 미우는 안 자고 뭘 하는 걸까나?”


어흥선생을 바라보고 윽박을 지른 그녀였지만, 미우를 향해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줬다.


“마녀, 온도 차가 심한 거 아니가?”

“하나도 안 심하다랄까나! 이 시간에 어린 미우를 이렇게 감금한 당신이 심하다랄까나! 미친 로리콘 고양이!”


채야는, 눈빛으로 갖은 욕을 퍼붓더니, 미우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저 하나도 안 어립니다만. 이렇게 보여도 20은 넘었습니다만.”


뽀로통한 표정으로 자신을 안은 채야를 째려보는 미우. 하지만 채야는 아랑곳없이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어흥선생을 견제했다.

“말이 심하군, 마녀. 난 그냥 장난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있었을 뿐인데.”


어흥선생의 말에, 미우가 발끈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게 장난입니까?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놀래 키는 것이 장난입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무척이나 무서웠던 것일까. 미우는 억울하고 무서웠던 감정 그대로 지닌 채 채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윽고 미우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래, 이 인간도 정상은 아니다.


“미우, 그대도 꽤 하는 군.”

“무슨 말 일까나?”


미우를 다독이던 채야가 그 큰 눈을 끔뻑였다. 그러자,


“그것 보다 장난! 장난이 우선! 미우, 내가 그대를 놀래 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작전을 세웠는지 아는가?”


어흥선생은 화제를 바꾸며, 급하게 손가락으로 미우를 가리켰다.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 미우의 관심은 어흥선생이 아닌, 오직 포근한 미우의 품 안이었다.


“무려 한 달이다! 한 달! 미우 그대의 동선 체크, 컨디션 체크, 일정 체크, 그리고 공포에 적합한 장소 물색 등등! 무려 한 달을 준비한 결과다!”


그러나, 미우가 듣던 말던, 자신의 이야기를 공들여 서술하는 어흥선생.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런 건 자랑이 아니랄까나. 그런 걸 미련한 짓이라곤 한다랄까나.”


미우 대신 채야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섞여 나오는 한숨. 그녀의 눈빛은 눈앞의 남성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은 내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해줬으면 좋겠군, 마녀.”

“할 말이 더 남아있더라도 듣고 싶지 않다랄까나.”


어흥선생의 말을 가뿐히 무스하려고 했지만, 어흥선생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달 동안. 상대를 파악하고, 상대를 연구하고, 상대에 맞는 작전을 수립하는 것. 이게 장난의 기본이다. 그냥 무턱대고 놀래 키는 건 그건 단순한 폭력이다, 미우.”


그의 말에 미동도 없던 미우가, 채야에게서 멀어져 천천히 어흥선생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조금 전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진중한 그녀의 눈빛. 그 눈빛을 마주한 어흥선생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무언가를 잃었다면, 나 또한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 일방적인 이득은 비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미우.”


***


“아니, 제정신이야? 왜 고개만 그렇게 끄덕여?”


현과장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기울이는 키토. 도대체 어느 틈에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키토의 눈에도 어느새 선글라스가 착용되어 있었다.


“앗, 미안하다냥! 잠깐 옛날 생각이 났다냥.”

“미안하면 값을 지불해야지.”


미안하다는 그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현과장. 그는 당당히 손가락으로 어흥선생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자,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 상세히 고하여라!”


현과장의 이런 모습이 멋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키토는 그를 따라 앞발을 어흥선생을 향해 내밀었다.


“에휴, 바보가 늘었다랄까나.”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채야.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뒷일은 어흥선생에게 맡긴다.”


심지어 모든 일의 주범, 갓패치도 차원문을 열고 도망쳐버리고.

이제 거실에 남은 것은 현과장과 어흥선생, 그리고 귀엽고 토실한 키토뿐이었다.


“자 대답을 해 보실까, 어흥선생!”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겁박하는 현과장. 키토 역시 그를 따라서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보여줬다. 뭐, 내가 보기엔 그냥 귀여운 얼굴이었지만.


“죽음의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받게 된다냥.”

“오! 그러면 능력이 계속 생기는 거야?”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냥. 새로운 능력으로 갱신 되는 거다냥. 지금 현과장이 받은 능력은 아마도 밤 동물의 눈. 하지만 다음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능력으로 바뀌어 있을 거다냥.”


매번 바뀐다는 그의 이야기에. 현과장은 약간 풀죽은 듯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그를 따라 고개를 숙이는 키토. 하는 행동이 완전 현과장mk2다.


“그런데 키토님. 언제까지 날 따라할 거야? 엉? 이 장난꾸러기!”


그런 키토를 들고, 그의 배에 뺨을 부비는 현과장. 키토는 부끄러운 듯 앞발로 얼굴을 가리기에 바빴다.


“부럽다냥. 키토님과 그렇게 사이가 좋다니.”


어흥선생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렸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는 현과장. 하지만 그는 이내 어흥선생을 향해 키토를 내밀었다.


“키토님의 마음이 어떤지 한번 볼까?”


키토를 지긋이 바라보는 어흥선생. 선글라스 뒤로 키토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황금색 눈동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키토 역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 키토. 수줍어서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닌, 철저한 외면이었다.


“어흥선생, 죄가 많나보네. 동물은 그런 거 다 안다고 하잖아.”

“내가 성 안에서 조금 놀았다냥.”

“그럼 개과천선 해야지.”


착잡한 듯 고개를 숙인 어흥선생을 향해. 현과장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를 토닥였다. 그러자, 앞발을 내밀어, 어흥선생의 어깨를 토닥이는 키토. 말로 위로하는 현과장과 행동으로 달래는 키토. 이 순간만큼은 현과장과 키토가 보여주는 호흡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키토님, 우리 베스트 프렌드인듯.”


현과장의 말에 키토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자, 어흥선생은 묘한 질투심에 사로 잡혔다. 아니, 이렇게 사이가 좋다니.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다. 격하게 끼고 싶다. 지금 당장 끼고 싶다.


“나도 끼워달라냥!”


그의 말에, 현과장과 키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어흥선생에게 내미는 현과장. 어흥선생은 말없이 그 색안경을 받아 들었다.


“웰컴 투 미드나잇 클럽.”

“오케바리냥. 레츠고 바리냥.”


현과장과 키토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똥폼을 잡는 어흥선생.

이내 그들은 뭔가에 홀린 듯 무(無)음악 댄스를 마구마구 춰대기 시작했다.

귀여운 친구(키토) 옆에 바보친구(현과장). 그리고 그 옆에 변태 친구(어흥선생)

이렇게 원더랜드 전역을 휩쓸 미드나잇 클럽이 결성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날을 가리켜 「한밤중의 뻘짓」이라고 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렇게 결성을 마친 두 사람과 한 마리는 한바탕 춤사위를 흔들어 재낀 다음에서야 거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말이다냥, 현과장.”


거실을 정돈하던 어흥선생이, 나직이 현과장을 불렀다. 그러자,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현과장. 역시나 키토도 현과장을 따라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정말 화 안 나냥? 우리가 속였는데도.”

“당연히 화나지. 화 안 난다고 하면 그게 사람이야? 미친놈이지.”


어흥선생의 물음에, 현과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화난다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밝은 그의 표정. 당최 어흥선생은 그런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활짝 웃냥?”

“생각해봐. 나한테 그런 능력을 주려고 얼마나 머리를 썼다는 거야? 나 같으면 그냥 강제로 보냈을 텐데.”


현과장은 몸을 돌려 다시금 거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현과장의 이야기. 그는 주변을 청소해가며, 또한 그의 이야기도 서서히 이어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준비를 한 거야. 변장? 내기? 이거 그냥 즉흥적으로 나온 게 아니잖아.”


그래, 이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분명 키토의 다이어트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뒤엎고 자신들이 준비한 작전을 펼쳤던 원더랜드의 세 사람, 채야와 어흥선생 그리고 갓패치. 이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이 상황을 준비해 온 것이 분명했다.


“언제부터 준비한 거야?”


현과장의 물음에, 어흥선생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연 어흥선생. 그 대답을 들은 현과장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현과장이 붉은색을 선택했을 때부터다냥. 갓패치가 꾸몄다냥.”


현과장은 말없이 그저 청소를 이어갔다. 키토도 현과장을 도와 주변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더 어지르기 시작했다. 응? 더 어지른다고?


“예이! 다시 한 번 흔들어 재껴! 웰컴 투 미드나잇 클럽!”


갑작스레 온 몸을 춤을 추기 시작하는 현과장과 키토. 한참동안 온몸을 흔들던 둘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흥선생를 바라보았다.


“어흥선생, 왜 안 즐겨?”

[폴짝! / 탁탁탁!!]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흥선생의 머리 위로 올라타, 그의 머리를 탁탁탁 내려치는 키토. 그들은 지금 이 상황에 진심이었다.


“또, 또 추냥?”

“이 밤을 즐겨! 오케이 브로?”

“알겠다냥. 브로냥.”


현과장의 꼬임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춤 대열에 합류하게 된 어흥선생. 그렇게 셋은 다시 한 번 춤판을 벌리려고 했다. 그런데,


“미친 거 아니랄까나?!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걸까나?!”


그 순간, 거실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여자, 채야.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양인지, 표독한 표정과 함께 그들 앞에 당도했다.

거실을 가득 메운 분노에, 그만 폐점하게 된 내린 미드나잇 클럽. 하지만 미드나잇 클럽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 한 발짝 후퇴를 하는 것일 뿐.

어쩌면 두 발짝, 아니 열 발짝일 수도.

그건 그렇고 현과장, 누가 죽이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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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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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능력 가챠 - 2 23.04.27 36 3 12쪽
56 56. 능력 가챠 - 1 23.04.26 33 3 12쪽
55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23.04.25 34 3 12쪽
» 54. 암살 23.04.24 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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