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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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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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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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7. 현과장의 꿍꿍이

DUMMY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현과장은, 밀려오는 분노에 내 작은 꿍꿍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더는 여희가 까불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내 작은 계략을.

그렇게 다시 의식의 밖으로 나온 나는, 그대로 여희를 찾았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그녀의 콧대를 꺾어 놓을 작정이었다.

이미 마을 안으로 돌아간 그녀와 사람들. 객잔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희, 잠깐! 잠깐!”


나는 당장 그녀를 멈춰 세웠다. 온몸에 차오르는 자신감. 이번만큼은 정말 자신이 있었다. 이 필살기만큼은.


“이리 와봐!”

“무슨 일인데요?”

“그냥 와봐!”


난 좀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녀에게 빼앗겨버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냥 그녀가 얄미웠다. 호떡을, 그것도 스페셜 호떡을 먹고도 아무렇지 않은 그녀가.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그런데,


[와락!]


아니, 이 몸뚱이는 왜 이유도 없이 끌어안는 거야?


“저... 이런 모습을 모두에게 보이는 건... 좀...”

“내가 그러는 거 아니야. 다른 놈이 그러는 거라고.”

“네?”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겠지. 말을 하는 이와 몸을 움직이는 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지금부터요? 여기서요?”


그녀의 갑작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더니 점차 시선을 밑으로 내리는 여희.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리고 좀 놔라! 이제!”

“제가 안 붙잡고 있는데...”

“너 말고, 다른 놈.”


눈치를 주자 그제야 품에 안고 있던 그녀를 놓아주는 현과장. 정말 멍청한 건지, 본능에 충실한 건지. 당최 모르겠네. 이런 행동은 원더랜드를 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


“자, 이번에야말로 네 입에서 맛있다는 말을 나오게 만들겠어!”

“저는 가리는 거 없이 다 좋아해요.”


기가 막혔다. 뭐? 다 좋아한다고? 그러는 녀석이 호떡을 마다해? 그렇다는 건 호떡이 세상 제일 맛이 없다는 거잖아! 모두가 미쳐 환장하는 현과장표 호떡이!!


“말이 안 통하는군.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제가요? 언제요?”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 놓던 내 귀에는 닿지 않았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현과장의 자존심이 억지로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 아무러면 어때, 여희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마음을 굳힌 나는 이어서 『무한의 주방』을 꺼내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회심의 요리는 바로, 김치찌개! 그것도 그냥 김치찌개가 아닌, 바로바로 스페셜 김치찌개 되시겠다!

오직 그녀만을 위해 밥을 짓고, 쌀뜨물을 모아 육수를 만들었다. 스페셜 양념장까지 만들었다. 잘 익은 김치까지 정성스레 준비했다. 결코, 이번만큼은 그녀의 눈동자를 똥그랗게 만들어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금 무슨 요리를 하시는 거예요?”

“조용! 이 음식은 세상 그 어느 음식보다 성스러운 음식이라고!”


내 호령이 그녀는 놀라서 눈동자를 꿈뻑였다. 그래, 내가 그녀 앞에서 이렇게 뜨겁게 반응하는 게 처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난 아직 현과장의 김치찌개를 맛본 적이 없다. 스페셜은 고사하고 일반 김치찌개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만들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자기 허탈감이 밀려왔다. 아니, 내가 왜 저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대접을 하고 있는 거냐고. 까부는 거 따위는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잖아. 냉정했어야 했다. 절대 냉정했어야 했다. 그녀의 비정상적인 식성에 말려서 이런 실추를 보이다니. 나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음...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요!”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호떡을 먹고 보였던 그런 뜨뜨미지근한 반응이 아닌, 정말 기대감에 찬 확실한 반응이. 그런데, 이걸 어쩌지. 나도... 먹고 싶은데.


“안돼! 싫어! 안 줄 거야! 이건 내가 먹을 거라고!”

“아니, 사람이 왜 그래요? 나 준다면서요!”

“준다는 말은 안 했다! 안 했다고!!”


나도 완성되어가는 김치찌개를 보며 이성을 잃어갔다. 그것도 너무나 빠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만들고 있던 김치찌개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칼칼한 느낌. 입술이 살짝 미끌거리고 조금 화끈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난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내 시야에 잡힌 한 그림자. 찌개 냄비를 들고 바닥까지 삭삭 핥아먹고 있는 여희였다.


“너 지금... 무슨...”


나는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냄비를 손에 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김치찌개에 빠져버린 그녀. 호떡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상태였다.


“아니... 이게...”


바로 그때, 내 시야에 보이는 또 다른 광기의 흔적. 그건 바로 내 손이었다. 붉게 물든 손가락 그리고 그 손가락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밥풀과 고춧가루. 머리 위의 달빛 때문에, 더욱 괴기스럽게 보였다. 현과장의 김치찌개, 정말 무서운 음식이다. 이건 당분간은 봉인하도록 해야겠다.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다. 세계, 아니 온 우주를 파괴할 음식이다. 세상에 이런 음식을 먹고 지냈다니. 지난 원더랜드의 사람들은 얼마나 미친 사람들이었던 거야?




“한 달 만에 돌아와서 뭐? 호떡? 호떡이 뭐냐?”

“그, 달콤하고 쫀득하면서... 아무튼 엄청난 물건입니다, 형님!”


진자는 넋이 나간 채로 호떡을 설명하는 진건의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데리고 오라는 현과장은 데리고 오질 않고, 호떡 타령이라니. 어쩌다가 제일 멀쩡했던 자신의 동생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자는?”

“그게...”


대답을 마저 듣지 않아도, 진건이 실패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얼빠진 모습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못 끌고 온 거냐.”

“그, 그래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성과라는 말에 진자는 헛웃음을 쳤다. 성과라니 무엇이 성과라는 것일까. 이렇게 정신머리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게 성과라는 걸까. 점차 진자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오냐오냐 해주니까, 네가 완전히 미친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형님! 정말 성과가 있습니다!”


진자는 진건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곧장 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점점 공중에 떠오르는 진건의 몸뚱이. 진건의 얼굴에 당혹감이 급속히 밀려왔다.


“혀, 형님!”

“팔 한쪽으로 용서하마!”


점점 진건의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급기야, 고통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내지르는 진건. 하지만 진자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반항하면 고통만 늘어날 뿐이다, 진건.”

“그, 그자가! 직접... 오기로 했습니다!!”

“...뭐?”


진건의 팔에서 힘이 빠지기 바로 직전, 바닥으로 털썩 떨어진 진건의 몸뚱이. 아무 표정이 없었던 진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

“그자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말했습니다. 본인이 결판을 짓기 위해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오호라,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라... 돈도 받지 않고?”

“네, 형님.”


그의 대답을 들은 진자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진건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렸다.


“그런 소식은 제일 먼저 전해야 하는 거란다. 호떡인지 뭔지 보다도 먼저.”

“며, 명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이내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 풍경에 관심이 있던 게 아니었다. 단지 차오르는 기쁨과 미소를 진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런 흐트러진 모습이 자신의 위엄을 깎아 먹는다고 생각했기에.


“진건아.”

“네, 형님.”

“성대하게 맞이하자꾸나. 내 앞길을 밝혀줄 등불 같은 존재니까.”


아무리 숨겨도 목소리에 숨은 감정까지는 숨기기 힘든 법. 진건은 진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이번 일에 기대하고 신경을 쏟고 있는지를.




“제발 한 번만요! 제발! 제발!”

“안돼! 절대 안 된다고!”


정말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진다. 여희가 이런 모습을 보인지 무려 한 달이나 지났다. 문제의 발단은 나와 현과장의 객기였다. 객기로 김치찌개를 그녀에게 대접한 게 문제였다.


“왜! 왜 안 되는데! 한 달 전에는 달란 말 안 해도 줬잖아요!”

“그건 네가 호떡을 이상하게 평가했으니까 그런 거고. 이건 다르단 말이야! 김치찌개는 달라!”


그래, 김치찌개는 다르다. 내가 몸의 주인인 현과장과 분열이 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내가 참지 못한다. 현과장의 스페셜 김치찌개를.


“만들어줘! 만들어달란 말이야!!”


객잔이 떠나가라 외치는 여희.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만들어 봤자, 김치찌개를 먹어치우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나일 테니까.

나는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방 밖으로 나왔다. 몸의 주인만 아니었다면 당장 원더랜드로 떠났겠지만, 호구 그 자체인 현과장 때문에 많은 것들이 틀어진 상황. 그 덕분에 나도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부, 부마님 성녀님을 저렇게 내버려둬도...”

“괜찮습니다. 음식 투정하는 거니까. 금방 가라앉을 겁니다. 금방 지칠 거예요.”


난 염려하는 객잔 주인을 살짝 다독인 뒤에, 곧장 객잔 밖으로 나왔다. 객잔 밖은 공사 일에 집중하는 마을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부마님 나오셨습니까?”

“부마님!”

“부마님 기침하셨습니까?”


나를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는 마을 사람들. 난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전한 뒤,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참 많이 진전되어 있었다. 내가 계획한 이동 객잔 프로젝트가.


이동 객잔.

말만 들으면 움직이는 객잔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좀 다르다. 내가 설계한 것은 바로 움직이는 객잔이 아닌 움직이는 마을.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춰진 최고의 이동 숙박 시설이다.

하루하루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이들에게 일자리라는 작은 제안을 내밀어 보았다. 다행인지 아니면 당연한 건지. 모두들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난 덕분에 값싼 노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 노동력을 힘으로 이동 객잔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지나간 한 달. 드디어 오늘 객잔의 시운전의 날이 다가오게 된 것이었다.


“정말 움직일까요?”

“움직일 거라 믿습니다.”


나는 작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이 몸의 주인인 현과장. 난 그에게 뭔가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지난 창조주를 만나고 난 그 순간부터.


“잠시만요, 명상 좀.”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현과장을 만나는 일. 그렇게 난 눈을 감고 그가 있는 마음속 방으로 정신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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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8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1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5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6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9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1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4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7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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