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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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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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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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5. 배신

DUMMY

주변을 잔뜩 경계하며 빠르게 걸어가는 남자, 장과. 거지굴 안에서 명문세가에 대한 견제를 격하게 주장했던 그 남자, 장 대협이었다. 무척이나 긴장한 듯한 그의 표정.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주변을 힐끗힐끗 살폈다.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이.

어느덧 그의 앞에 거대한 저택이 나타나고. 그는 저택의 커다란 대문을 보자마자, 빠르게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장과입니다! 곽 태사님 계십니까? 급한 이야기입니다.”


다급함과 긴장감이 잔뜩 느껴지는 장과의 목소리. 그가 문을 두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문이 스르르 열렸다.


“고, 고맙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간 장과는 곧장 안으로, 또 안으로 들어갔다. 어딜 가야 하는지 잘 알고 움직이는 듯한 그의 발걸음. 그 움직임으로 보아, 이곳에 발을 들인 게 한두 번은 아닌 듯이 느껴졌다.


“곽 태사님, 장과입니다.”


정원과 여러 건물들을 지나, 사랑채로 들어간 장과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급한 일이 아니면 얼굴을 비취지 말라고 했거늘. 내 목소리가 전달이 되지 않았나?”


사랑채 안쪽에서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에 기름이 잔뜩 낀 것만 같은 목소리. 그 음성에서 괴팍하고 꼬장꼬장한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통 일이 아닙니다, 태사 어르신. 증 승상이 살아있습니다.”

“증가 놈이?”


곽 태사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죽어서 광장에 매달아 놓은 인간이 살아서 돌아오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는 장과가 자신의 관심을 얻으려 거짓을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했다.


“헛소리를 지껄이려고 온 것이냐?!”

“아닙니다, 태사 어르신! 제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대화까지 나누었습니다. 신화경의 대협이 그의 주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가 살려줬다고 합니다!”

“헛소리하지 마라! 신화경을 넘어선 인간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은 난생처음 듣는다!”


곽 태사가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켜 장과의 앞으로 걸어왔다.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곽 태사의 얼굴. 그의 얼굴은 불신이 가득했지만, 그의 느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장과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거지굴에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거지굴에 있다고? 내가 직접 가 봐야겠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그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사랑채 안으로 들어오는 병사들. 곽 태사는 병사들을 향해 나직이 명령했다.


“지금 당장 거지굴로 간다. 힘 좀 쓰는 놈들 전부 집결시키도록!”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입니다, 대협. 그들 중에 저를 배신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입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승상께서 이곳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승상은 자신의 사람들을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얼굴에 갈등이 가득히 느껴졌다.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한 듯했다. 자신의 죽음이 단순히 명문세가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다려 보시면 알 겁니다.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곳 말입니까?”


내 말에 방주 노인이 마른 침을 삼켰다. 바로 그때였다.


“꺄아아악!!”


거지굴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내 예상보다 배신자가 빨리 나타났다.


“나가시죠.”


난 모두를 데리고 거지굴 밖으로 나왔다.

거지굴 밖에는 수 많은 병사들이 무력으로 거지굴의 사람들을 억류하고 있었다. 마치 인질처럼.


“역적을 숨겨주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거대한 눈사람 같은 몸매의 남자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왔다. 얼굴 가득 느껴지는 긴장감과 두려움. 분명 그는 뭔가를 무서워하고 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남자가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곽 태사, 오래간만입니다.”


죽음에서 어제 막 돌아온 증 승상. 아니나 다를까, 남자, 곽 태사라는 자의 두 눈동자라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즈, 증 승상!”

“내가 분명 말했습니다. 난 반드시 돌아온다고.”

“뭐, 뭣들 하느냐! 죽여! 죽이란 말이다!!”


이성을 잃은 곽 태사는, 병사들에게 명령해 증 승상을 해하려 했다. 칼을 뽑아 들고 순식간에 승상을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승상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난 반사 데미지에 나가떨어진 병사들까지 살려줄 만큼 마음씨가 좋진 않으니까.


[슝~!]


난 그대로 은화를 꺼내 병사들 앞으로 던졌다. 그러자, 은빛 불꽃을 뿜어내며 병사들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화려한 중식도. 무작정 달려오던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거기까지. 이미 한번 죽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역적모의를 꾸민 증거도 없었던 거로 아는데.”


비행 중식도가 가지고 온 효과는 생각보다 굉장했다. 병사들이 움직임을 멈춘 것에 그치지 않고, 슬슬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웬 놈이냐!”

“언젠가 알려 주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은데.”

“건방진 놈이 감히...!”


두려움만 가득했던 태사의 눈동자에, 작은 분노가 일렁였다. 이렇게 막 화가 치밀어 오는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지금 그의 상황과 무척 어울리는 말이 있다.

「네까짓 게 화를 내서 어쩔 건데.」


“화를 낸다고 달라질 거 같습니까?”


마음속에서는 나오려는 그 말을 겨우 참으며, 순화하고 또 순화한 단어들을 풀어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순화하더라도 말의 의미가 퇴색할 리는 없는 법. 그를 무시하고 있던 내 마음이, 고스란히 태사의 귓가로 전달되었다.


“죽여! 죽여! 죽이란 말이야!!”


광기 어린 그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벌건 대낮에 다시금 시작된 칼부림. 아무도 다치지 않고, 쉽게 넘어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계획을 변경해야지.

난, 달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미 모든 어그로가 나에게 끌려있는 상황. 남은 건, 그들이 적당히 칼질하길 바랄 뿐이다. 내가 아닌 그들을 위해.


“으아아아악!!!”

“크허어어어억!!”

“쿨럭!!”


병사들의 비명과 핏물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곽 태사의 얼굴에 피었던 분노도 이제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도 느낀 것이다. 눈앞의 상대가 그냥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 그만! 오늘은 이만 물러간다!”


태사는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온몸이 잘린 채 죽어가는 자신의 병사들을 그 자리에 남겨둔 채로.

난 그 죽어가는 병사들을 살려줄 마음은 전혀 없었다. 살려줄 이유도 없었다. 거지굴 사람들을 억압하고 나에게 칼을 들이민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가 있을까. 아니,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저들 쪽으로 시선이 움직이는 걸까. 적군인 저 인간들 쪽으로.


“하나만 묻자. 너희 살려 주면 어떻게 할래?”

“으... 으...”


대답이 없다. 하긴, 그들의 입장에서는 살아날 거라 믿는 놈이 이상한 거겠지. 마음에는 없지만, 손이 마음대로 그들을 향해 『소생』을 뿜어냈다. 그 아름답고 영롱한 빛깔이 아무 의미 없는 이들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생』을 받은 병사들은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지 모른 눈치였다. 상처하나 없이 말끔해진 자신들의 몸을 보며, 어리둥절한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시는 거지굴에 얼씬도 하지 마라. 만약 한 번 더 이곳에 얼쩡거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넣어준 생명, 다시 빼앗아 갈 테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내 협박 아닌 공갈이 먹힌 것일까. 병사들은 겁에 질린 채로 거지굴을 떠났다.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거지굴에 왔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아무래도 증 승상을 거지굴에 맡기는 건 위험할 듯했다.


“승상, 아무래도 거지굴에 숨어계시는 건 이제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부인과 따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지요.”


그렇게 난 그를 데리고 거지굴을 떠났다. 거지굴에 남은 사람들이 걱정이긴 했지만, 아마 거지굴 사람들도 새로운 거처를 찾기 위해 자리를 떠날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또 곽 태사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사흘 동안 말을 달려 이제 막 황궁으로 돌아온 정충식. 그는 쉴 새도 없이 바로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그가 머무는 중앙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병필태감, 일주일이나 어딜 갔었던 건가?”

“황제 폐하, 송구하옵니다.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그곳이라는 말에 황제는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정충식이 말하는 그곳이 설마, 소문의 움직이는 성인 것일까. 정충식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초롱하게 빛났다.


“그곳이라면, 그 성 말인가?”

“네, 폐하. 그곳은 사실 성이 아닌, 객잔이옵니다.”

“오호라, 객잔. 객잔이 움직인다는 말인가?”


성이 아니라는 말에, 황제는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래, 음식은 맛이 있었는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폐하.”

“나도 한번 가보고 싶군.”


황제는 자신이 가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짓는 정충식. 그에게는 아직 건네지 않은 엄청난 소식이 남아있었다.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폐하. 이동 객잔은 중경을 향해 오고 있사옵니다.”

“중경을? 여기로 온다는 건가?”

“자세한 건 알지 못하옵니다만, 이곳에 오는 건 틀림이 없사옵니다.”


중경으로 온다는 말은, 황제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런데 말이옵니다, 폐하.”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정충식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지고 매우 낮아졌다. 그는 마치 사방을 경계하듯, 살짝 주변을 살폈다.


“뭐 할 말이 남아있나, 병필태감?”

“증 승상의 일이옵니다만...”


증 승상의 이름이 언급되자, 황제는 침울해진 마음을 어찌할 줄 몰랐다. 자신이 힘이 없었기에 끝내 지키지 못했던 충신, 증 승상. 단지 그의 목숨뿐만 아니라, 그의 가문도 지키지 못했다.


“과인의 무능이 충신을 죽음으로 내몰았소. 충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식솔들도.”

“상심하시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증 승상의 가족들이 살아있습니다. 지금 이동 객잔에 있습니다.”

“이동 객잔에? 그게 사실인가?”


정충식의 말에, 황제의 목소리가 약간은 밝아졌다. 마음에 남은 짐이 살짝 줄어든 것처럼.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그의 얼굴에 살짝 퍼지는 미소. 그 은은한 미소는, 이어지는 정충식의 이야기를 듣고서 더욱 활짝 퍼졌다.


“폐하, 증씨 가문을 구해줬던 이가 황제 폐하의 근심까지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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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5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 335. 배신 24.01.10 17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9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1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4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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