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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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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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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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68. 암살 시도

DUMMY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이번 암살은 저 부자들로 하는 수밖에.”

“진심이십니까, 황녀님?”


뜻밖의 결단에 살짝 놀란 듯한 충식. 그는 유연에게 한 번 더 되물었다.


“잘못 움직였다간 현과장 뿐만 아니라 저 부자까지 적으로 돌리고 말 것입니다.”


그의 말에 유연의 눈동자에 살짝이 망설임이 생겨버렸다. 그런 그때, 뭔가 떠오른 것일까, 그녀의 눈동자에 차오르는 작은 자신감. 그 자신감에 망설임 따위는 단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잘만하면 현과장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요.”

“타격이요?”

“여기서 그들이 죽게 된다면 누구 책임이겠어요? 내 책임? 아니죠, 현과장의 책임이죠. 안 그래요?”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뜨인 충식. 그녀의 말대로였다. 지금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상황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확신했다. 지금 불리한 상황을 자신의 편으로 완벽하게 돌릴 수 있으리라고.


“그럼 부자인 저들을 죽이고, 죄를 묻게 만들면 되겠군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병필태감.”

“무예만 익히시는 줄 알았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지혜도 기르셨군요, 황녀님. 아무런 계책도 못 내놓은 제가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충식은 유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그를 향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그를 격려하기 위한 손길이 아닌, 도움을 갈구하는 그런 손길이었다.


“부끄러움을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병필태감. 그런 마음을 느낄 시간이 있으시다면, 그럴 시간에 날 좀 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늙어서 그런지 가끔 이렇게 감성적으로 바뀝니다. 황녀님.”


충식은 고개를 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향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 이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부자가 머무는 장소를 급습하는 일뿐이었다.


“당장 사람을 풀어서 목표물의 위치를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요. 딱히 그럴 필요도 없는 거 같아요.”


유연은 충식의 말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TV를 바라보았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방송국에서 알려 주고 있으니까.”




“이제 마음에 드냐?”

“옥상보다는 괜찮네요.”


중경 한복판에 위치한 유명 호텔의 스위트 룸. 네오 무협랜드 정부의 배려로 우리는 여기에 묵게 되었다. TV를 틀어보니 나와 시스의 이야기로 온통 난리다.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지 몰랐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상황이 꼬여버린 것일까.


“이거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데.”

“본인의 얼굴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생각하지 못한 거 아닌가요?”

“내 얼굴?”


시스의 말에 난 그대로 거실에 있는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내 얼굴이 어때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뭐 아름다운 얼굴이긴 하지만, 개성이 전혀 없다. 게다가 계속 보면 점차 싫증이 나고 질리기까지 하는데. 이런 얼굴을 계산에 넣어야만 했을까?


“아무리 봐도 그냥 얼굴이잖아. 이런 걸 왜 계산에 넣어. 그런 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시간 낭비일 뿐이야.”

“시간 낭비라니! 본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잊었어요? 창조주께서 제일 아름다운 얼굴을 직접 골라서 만든 육체라고요!”


내 반응에 시스는 열을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이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 건가? 사실, 내가 내 얼굴을 감상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끔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도 못 한다. 나에게 있어서 예쁜 얼굴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내 외모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위한 신의 서비스일 뿐이다.


“나한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이런 외모를 주지 말고, 그냥 원더랜드를 구해주면 얼마나 좋아. 안 그래? 내가 이렇게 여러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고.”

“그건 그렇지만, 여기 사건들은 현과장이 직접 풀어야 하는 일입니다. 원인은 현과장의 못난 선택 때문이었으니까.”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랬다. 이 모든 건 내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기에 발생한 일. 내가 반드시 풀고 매듭지어야만 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암살이라도 하실 건가요?”

“암살은 무슨 암살! 일단 정보 수집이 우선이야. 현과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으니까.”


난 TV 전원을 끄며 거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쨍그랑!!]


갑자기 깨지는 거실의 유리창, 깨진 유리창 파편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 미모에 반한 사생팬이라도 고층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정체는,


[위웅!]


검은 소매의 양 끝으로 튀어나오는 광선검 칼날들. 그래, 이놈은 암살자다. 나와 시스를 죽이려는 암살자. 그런데, 왜 나와 시스를 노리는 것일까. 아무런 죄와 원한이 없는 우리를.


“뭐 때문에 온 건지 모르겠지만, 번지수 잘못 찾아왔어요.”


난 최대한 침착하게 그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말을 듣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검은 옷의 괴한. 그는 오히려 광선검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덤빌 생각인 거 같은데. 그러다 큰일 나니까 그냥 왔던 길로 되돌아가요.”


다시 한번 괴한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천천히 우리를 살피는 것 같았다. 나와 시스 중 누가 더 실력자인지 판단하려는 듯이.


“어머니는 방으로!”


난 시스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일부러 사용했다. 정체는 모르지만, 혹시 네오 무협랜드의 정부에서 만든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말에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는 시스. 바로 그때였다.


[타다닷!]


빠르게 달려와 광선검으로 시스의 목을 노리는 괴한. 난 가까스로 시스의 앞에 벽을 만들어 괴한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서걱!]


아무렇지 않게 벽을 베며 다시금 시스의 목숨을 노리는 괴한. 벽을 재생성 시키는 것보다, 괴한의 움직임이 빨랐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덥석! 휙!]


난 순식간에 날아가 괴한의 목덜미를 잡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이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 모든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절대 돌아가지 않았다.

던진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내 눈앞에 등장한 괴한은, 다시금 시스를 노렸다. 괴한의 목숨을 빼앗으면 그만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상하게 목숨을 갈취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든다. 그게 선인이든 악인이든 상관이 없이.


“그러다가 나 정말 화 낸다! 그만해!”


난 다시 한번 괴한을 창밖으로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올라와 끊임없이 시스를 노렸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괴한을 멈춰 세울 결단을.


[으드득!]


난 우선 그의 팔을 노렸다. 더는 칼을 집을 수 움직일 수 없게 팔목을 잡아 그대로 으깨버렸다. 하지만 약간의 비명도 없이 다시 시스에게 달려드는 괴한. 그는 여전히 양손에 광선검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정말이지! 그만하라고!”


난 부탁하듯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시스에게 향했다. 더는 방법이 없었다. 그의 목숨을 거두는 것뿐.

난 그의 앞을 막고, 그의 목을 힘껏 움켜쥐었다. 이대로 꺾어버리면 모든 상황이 끝난다. 내 힘으로 스위트 룸을 원상복구 시키고 괴한의 시체를 가루로 만들어 공중에 뿌려버리면 완전히 끝난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중요한 그 순간, 나에게 망설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망설임은 결국,


[슝! 퍽!]


시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내가 잠시 흔들리는 그 틈을 노려 광선검을 던진 괴한. 그의 광선검은 정확히 시스의 심장에 명중하고 말았다. 시스의 몸이 광선검에 의해 점차 타들어 갔다. 짧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잿가루로 변하고 만 시스. 모든 것은 내 불찰이었다.


[타다닷!]


내가 망연자실한 사이, 괴한은 내 손을 뿌리치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시스를 지키지도 못한 것도 모자라, 범인까지 놓치고 말았다. 이런 내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인조인간 시스의 완전 소멸이 확인되었습니다.】

“재생성.”


잿가루가 되어 날리던 시스의 조각들이 다시 내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람의 형태로 바뀌더니, 광선검을 맞기 전 모습으로 재생성이 되어 나타난 시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았잖아요.”

“아무리 내가 만든 생명체지만, 죽음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트라우마가 조금 있거든.”


난 내가 만든 세계에서, 내 손으로 죽인 현과장들과 그의 친구들이 계속 생각났다. 내 잘못된 판단 때문에 희생된 죄 없는 사람들. 원더랜드를 구한다는 명목 아래 희생된 그 사람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겨내라는 멍청한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힘내세요.”

“그게 그 말 아닌가?”

“엄연히 다르죠. 저는 격려를 한 겁니다. 헛소리가 아니라, 격려를.”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내가 한낱 덤프 파일로 만든 그 영혼들도 나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을까. 그녀의 미소를 보니 더욱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만 같았다.




어두운 공원 구석에서 검은색 옷을 갈아입던 유연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성공입니다! 성공이에요!”

【수고했습니다! 황녀님!】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충식의 목소리. 그녀가 전한 소식을 들은 충식도 조금 흥분한 모양인지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피살 소식이 뜰 거예요. 그럼 네오 무협랜드 정계도 술렁일 거고요. 그때가 움직이기 좋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황녀님.】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복귀해서 나누기로 해요.”


옷을 다 갈아입은 유연은, 빠르게 핸드폰을 끊고 공원의 한복판으로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호텔 건물. 바로 자신이 습격한 부자 모자(母子)가 있는 그 건물이었다. 그녀는 서서히 호텔에서 멀어지며 슬쩍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호텔을 바라보던 그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녀의 얼굴에 피어나는 당혹감. 그녀는 도무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없다. 자신이 스위트 룸으로 침입한 흔적이 호텔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빠르더라도 유리창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하루에서 이틀은 걸릴 텐데, 지금 저 멀리 보이는 호텔에는 유리창이 깨진 흔적은커녕, 금이 간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 애가?”


그녀는 자신을 죽음의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그 소년을 떠올렸다. 물건을 만들어 내던 그 소년. 설마 그 아이가 원상복구 시킨 걸까?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뒤로 한 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아이고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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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4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20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3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6 3 11쪽
» 368. 암살 시도 24.02.12 13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1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5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20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3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6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8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3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8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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