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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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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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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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93. 몰아치는 전쟁 - 2

DUMMY

[슈슉! 슈슉!]


짙은 어둠 사이로 수많은 채찍이 날아왔다. 타겟은 당연하게 현과장. 목에 밧줄이 묶여서 어찌 할 수 없었던 현과장은 날아오는 채찍질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인 그대는 절대 알 수 없겠지요. 이런 게 바로 협공이란 겁니다, 현과장!”


안드레아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안개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날아오는 채찍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면, 날아오는 채찍에서 더 이상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하세요! 이렇게 때려서 몸뚱이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있겠어요?!”


마치 누군가를 다그치는 듯한 날카로운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안개를 뜷고 들려왔다. 하지만, 대꾸는커녕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는 콘다. 심지어 날카롭게 날아오던 채찍질도 더는 현과장을 향하지 않았다.


“콘다! 이럴 거예요!”

“......”


직접 콘다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는 콘다. 이어서 무척이나 당황한 것만 같은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어둠속을 뚫고 현과장의 귓가에 들려왔다.


“정신 좀 차려 봐요, 콘다! 정신을 차리라고요!”


비록 안개에 가려져 앞이 보이진 않아지만, 현과장은 지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쪽에 누워있는 아담과 같은 상황이다. 단사 데미지에 신나게 얻어맞은 상황.


“내가 말했잖아. 그러다 다친다고.”


비록 적이었지만, 현과장은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거 뭐 상대가 되어야 싸움을 하지. 때리지도 않았는데 그냥 혼자 나가떨어져 버리는데 무슨 싸움이야 싸움이긴. 그냥 상대가 불쌍할 뿐이지.


“그냥 돌아가. 돌아갈 수 있을 때.”


현과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충고였다. 하지만,


“건방 떨지 마! 아직 내가 남아있으니까!”


그의 말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안드레아. 그녀는 현과장의 진심어린 충고가, 동네 불량배의 허세 가득한 패기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카운터를 칠 수 있다면, 그럼 사방에서 밀려오는 독기는 어떨까?”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현과장은 짙은 안개로부터 무거운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털썩]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져버린 안개. 굳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안개가 사라진 원인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현과장은 느슨해져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은 밧줄을 풀어내더니, 그대로 안드레아와 콘다가 쓰러져 있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온몽이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콘다와 얼굴이 붉게 생기 된 채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안드레아. 전투불능이 된 그들을 보고 있자니, 미안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아니, 상대를 알아보고 싸워야지. 그냥 무턱대로 덤벼들어? 너희 뭐 좀 돼?”


아무리 적이지만 답답할 노릇이었다.

현과장은 쓰러진 그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미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순수한 행동이었지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마는데...




“다리안! 큰일이야! 지금 세 명이나 잡혔다고!”


원더랜드의 먼 상공에서 자신의 동료들을 지켜보고 있던 켄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곧바로 다리안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나타난 거대 전함. 켄지는 전함이 보이자 쏜살같이 전함 안으로 향했다.


“세 명이나 잡혀? 그게 무슨 말인가?”

“현과장에게 세 명이나 잡혔다고!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어!”


거대 함선의 함교에 도착한 켄지는, 곧바로 기기들을 조작해 한 화면을 띄웠다. 화면속, 세 사람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현과장. 그 모습을 본 다리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저 자가 현과장이라고?”

“무지막지한 인간이라고! 분명 모두를 죽일 작정일 거야!”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지! 함포 준비!”

“함포?”


다리안은 분노 가득한 눈빛을 그대로 함포에 실어 현과장을 조준했다. 그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켄지. 그는 서둘러 다리안을 말리려고 했다.


“다리안, 그러니까 함포는 아직...”

“발사!”

“아니! 잠깐!”


켄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발사해버린 함포. 거대한 레이져 빔이 그대로 현과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콰콰콰쾅!!]


함선 전방으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 순간 거대 함선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읔! 이게 현과장의 위력인가!”

“아니 그낭 무턱대고 쏘면 어떻게 해! 작전을 세워야지! 작전을!”

“무슨 작전! 동료가 저렇게 죽어있는데 복수를 해야지!”

“아니 이 영감탱이가! 아직 안 죽었다고! 아직!!”


다리안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아직 안 죽었다고? 진짜?


“아, 아직 안 죽었다고? 정말?”

“그래 이 미친 영감탱이야! 빨리 구조 팀이나 보내라고!”




한편, 라니와 주먹을 맞대고 있던 어흥선생은 슬슬 지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대의 공격 패턴, 생각 방식, 너무나 지친다. 너무 지루해서 지친다.”


라니가 자신의 얼굴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단 한 차례 공격도 성공 못했기 때문에. 어흥선생은 지루함에 못 이겨 하품까지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자,


“지금 날 무시 해? 날 가지고 장난을 쳐?”


더욱 빠르게 어흥선생의 품으로 날아오는 라니.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모든 것은 어흥선생의 손바닥 위였다.

어흥선생은 너무나 쉽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더니, 그녀의 복부에 묵직한 발차기를 날렸다.


“크헉!”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현과장의 주변에서 그의 가호를 받은 존재이긴 하지만 이토록 강할 줄이야. 그녀는 점점 어흥선생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다.


“혀, 현과장만 없었으면...”

“현과장? 무슨 착각을 하는 건가, 라니. 현과장이 없으면 그대가 날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자존심이 무척 상한 것일까. 어흥선생은 굳어진 표정으로 라니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현과장은 지금의 우리들 중 제일 강력하다. 하지만.”


라니에게 도착한 어흥선생은 그녀의 단검을 빼앗았다. 그러더니,


[푸욱!]


스스로 자신의 심장에 단검을 꼽아버리는 어흥선생. 그러나 어흥선생의 표정에서는 티끌만큼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 지금 심장에...”

“심장에 뭐? 심장에 단검이 꼽힌 걸 처음 보나?”


라니는 할 말을 잊었다. 심장에 단검이 박힌 걸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심장에 칼이 박힌 상태로 말을 하는 인간은 처음 봤기 때문에.

어흥선생의 새하얀 정장이 점차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그걸 본 라니의 얼굴이 점차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단순히 신의 능력 하나만 가지고 원더랜드에 칼을 겨누었단 건가? 내가 적을 너무 과대평가 한 모양이군.”


어흥선생은 몸에 박힌 단검을 뽑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돌아가라. 가서 다시는 원더랜드 근처에 오지 마라.”


그녀에게 단검을 건네준 어흥선생. 아량을 베푸는 듯한 그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다.


”내 마음 같아선 그대를 여기서 짓뭉개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면 집안의 한 식구가 슬퍼할 테니까.”


정신적으로 완전히 굴복당한 라니는, 아무런 말없이 단검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그때.


“라니... 그걸로... 충분... 해?”


라니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걸걸하게 바뀌었지만 분명 친숙한 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피, 피터?!”




“그나저나 이 인간들을 어쩌지?”


현과장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적들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냥 두고 가자니, 이대로 두면 정말 죽을 것만 같고.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구해주자니, 이들이 저지른 일들이 너무나 괘씸하고.

인도주의적 손길이냐, 아니면 원더랜드의 복수냐.

현과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멀뚱히 서서 바닥에 누워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때였다.


“적에게 인정을 베푸는 건가요?”


황폐해진 숲속에서 들여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오싹한 한기가 현과장의 주변으로 몰려왔다.


“역시나... 였네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도, 현과장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누가 자신의 이 자리에 온 건지. 그리고 누가 이들의 배후에 있는 건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봤는데. 참 아쉽네요.”


점점 가깝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밀어 넣었다.


“잔뜩 긴장했네요.”

“그렇죠. 음 님과의 마지막이 그리 썩 좋게 끝난 건 아니었으니까.”


긴장감이 머리끝까지 솟구쳤지만, 현과장은 되도록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 기회예요. 내 제안을 따르세요.”


과연 제안인걸까. 아니면 명령인걸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겨오는 위압감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제안 맞으신 거죠?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데.”

“글쎄요. 어쩌면 아닐지도.”


이윽고 현과장의 앞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녀의 실루엣. 달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완벽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원더랜드의 적. 현과장은 정신을 바짝차렸다.


“돌아가 주세요. 여긴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뿐입니다.”

“그 평화를 위해 현과장이 내 제안을 받아야 하는 거 모르겠어요? 원더랜드이 존재가 얼마나 큰 시스템적 오류를 만들고 있는지 아는 건가요?”

“모릅니다!”


현과장은 당차게 대답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가 뭘 알까. 세상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인프라와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지를.


“지금의 원더랜드는 있어서는 안 될 별이에요. 이제 그만 놔주세요.”

“싫습니다.”


현과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현과장에게 있어서 이건 생존의 문제. 거절이 아닌 대답이 우스운 거였다.


“어쩔 수 없군요.”


그녀는 누워있는 신의 능력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세 사람. 동공은 아직도 풀려있었지만, 그들을 뒤덮고 있던 상처는 말끔히 나아있었다.


“가세요. 가서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자, 잠깐! 어딜 가요?! 저 사람들 어딜 가요?!”


다급하게 세 사람을 잡으려 달려갔지만, 그들은 이미 하늘로 두둥실 떠올라버린 상태. 현과장이 할 수 있는 건 현재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난 비행 능력을 안 배우고 뭐했어?! 아이고! 아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수밖에.

이윽고 하늘 위로 사라져버린 세 사람. 현과장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있는 힘껏 달렸다. 그런데,


“어딜 가는 거죠? 현과장?”


어느새 나타나 현과장의 앞을 막아선 그녀, 음. 싸늘한 긴장감이 현과장의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현과장의 상대는 나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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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9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4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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