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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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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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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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2. 은행털이 - 3

DUMMY

“샅샅이 뒤져라! 가져다 놓은 금을 반드시 되찾아라!”


표국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진건이, 이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물밀 듯이 표국 안으로 들어오는 무장한 사내들. 그들은 살벌은 눈빛을 하며 표국 안의 정원 및 방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형님, 여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한껏 낮아지고 정중해진 진건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향한 사람은 바로, 그의 형 진자였다.


“아니, 이번엔 내가 직접 일을 맡겠다. 이건 양가 놈들에게 온정을 베푼 내 잘못이니까.”

“네, 형님.”


진자는 잔뜩 화난 얼굴로, 문주의 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피슝!! 피슝!!]


문주의 방 앞에 서자마자 진자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 매복이었다.


“극북 표국을 지키자!!!”


화살이 날아감과 동시에 함께 방 안에서 달려 나오는 표국의 사람들. 그중에는 당연히 양씨 부자도 자리 잡고 있었다.


“하하하!! 어떠냐, 도둑놈들아! 이게 극북 표국의 저력이다!”


모든 이들의 선봉에 서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양 공자. 그는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진건의 부하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이군, 양 공자.”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서는 건, 바로 진자. 분명 화살 공격을 받은 그였지만, 그에게는 작은 상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 선을 지키자고 합의 한 거 아니었나, 가 공자?”

“합의 했었지. 그런데 그쪽이 선을 넘었잖아.”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시치미를 떼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일까. 진자는 양 공자의 오묘한 표정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양공자의 양손. 분명 잘려 있어야 할 팔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네놈 팔은 내가 잘랐는데.”

“신화경의 경지를 넘은 대협이 도와주셨지. 이제는 네놈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우오오오오!!!”


우렁찬 기합과 함께, 양 공자는 진자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마치 태풍이 깃든 것만 같은 양 공자의 도끼질. 무척이나 빠르고 매서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게 전부일 뿐이었다.


[턱.]


바람을 가르는 도끼날을 그냥 맨손으로 잡아버리는 진자. 뒤에서 지켜보던 진건도, 도끼를 휘두르던 양 공자도 모두 그 모습에 마른 침을 삼켰다.


“네, 네놈이!”

“이번엔 한 쪽이 아닌 두 쪽 다 가져 가야겠군.”

“두 번 당할 거 같으냐!”


양 공자는 도끼를 던지고, 주변에 널브러진 거대한 창을 집어 진자를 찔렀다. 하지만, 진자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그의 손에 잡혀버린 창끝. 양 공자의 얼굴에 당황감이 차올랐다.


“이, 이 괴물놈!”

“어디 그 신화경의 대협인지 뭔지 하는 놈도 불러 봐라. 단 번에 죽여 줄 테니까.”

“흥! 네놈 따위는 나 혼자로 충분하다!”


양 공자는 창을 던진 뒤 주변의 다른 무기를 집으려 했다. 그런데,


[툭.]


소리도 없이. 그리고 기척도 없이 양 공자의 어깨에서 떨어지는 왼팔. 양 공자는 자신의 팔이 떨어졌음에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 주변에서 무기만 찾고 있었다.


“이번엔 다를 거다, 이 괴물 놈아!”


자신의 주변에서 길다란 검을 발견한 양 공자, 그는 이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을 집으려고 팔을 내밀었다. 바로, 그때,


[툭.]


바닥으로 떨어지는 양 공자의 오른팔. 그제야 그는 사태를 파악했다. 조금 전까지 붙어있었던 양 팔이, 이제는 정원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으아아아아아아!!”

“우리 집안의 돈에 손을 댄 대가다.”


진자는 절규하는 양 공자를 뒤로 한 채, 그대로 양 문주의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여기 있군.”


눈앞의 광경을 보더니 진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눈앞에는 있느 건 다름아닌 엄청난 양의 금괴. 전부 자신이 잃어버린 돈들이었다.


“가 공자!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인가!”


흡족한 표정을 짓는 그의 앞에, 이번엔 양 문주가 달려 나왔다.


“양 표주님, 가져가신 제 돈,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게 그대들의 돈이란 증거가 어디 있나! 이건 우리 돈이란 말일세! 서로 선을 넘지 않기로 약조를 해 두고 이런 경우가 도대체 어디 있나!”


양 문주는 마치 그를 나무라듯 소리를 질렀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었지만,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진짜 표정. 그의 시선은 양 문주가 아닌 오직 돈만을 향하고 있었다.


“가 공자! 지금 내 말을 안 듣는 건가?”

“이 돈이 제 돈이 아니면, 제가 이 양팔을 내어 드리지요.”

“좋아! 그래 그렇게 하지!”

“그럼 양 표주님은 뭘 거시겠습니까?”


진자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양 문주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미소가 이리도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까. 양 문주는 그의 미소 속 감춰진 살기에 그만, 뒷걸음질 치고야 말았다.


“뭐, 뭘 거냐니?”

“이 금이 제 금이면 양 표주님께서는 뭘 주실 거냐, 이 말입니다.”

“... 그래! 표국을 넘기지! 가 씨 집안에 이 표국을 전부 넘겨주지!”


그의 미소가 불안하긴 했지만, 양 문주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전부 금을 확인했지만, 현과장이 가지고 온 금괴에는 아무런 문양도,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우리는 금괴를 만들 때, 밖이 아닌 안에 표식을 넣어 두지요.”

“!!!!”


말을 마친 진자는, 눈앞의 금괴를 들어, 그 중앙을 세로로 잘랐다. 그러자 잘린 단면 안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글자 ‘茄(가)’. 그 글자를 보는 순간, 양문주의 눈동자가 좌우로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가, 가 공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리고 저는 극북 표국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진자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양 문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느껴지는 살기. 양 문주는 어렴풋하게 눈치를 채고 있었다. 눈앞의 괴물이 곱게 떠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장난이었습니다. 설마 제 팔을 받으실 생각은 아니셨지요?”

“그, 그럼... 그렇지...”


아들의 양팔을 가져간 그였지만, 양 문주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이놈의 심기를 살짝만 건드려도 표국의 모두가 죽어나갈 테니까.


“미안합니다. 생각해 보니, 전 장난이 아니었군요.”

“응?”

[툭.]


양 문주의 짤막한 대답이 채 공중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땅으로 떨어지고 만 그의 머리통. 그 모습에 양 공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 이놈! 가진자!!!”

[툭.]


양 공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분노 가득 찬 외침이 표국을 뒤덮었지만, 떨어지고 만 건 그의 머리. 표국을 운영하던 실력자 두 사람이, 아무런 힘도 못 쓴 채 목숨을 잃고야 말았다.


“형님, 이제 어찌할까요?”

“금은 은행으로 옮기고. 여기는 네가 맡아라. 전부 죽이고 새살림 차려.”

“네, 형님.”


진건에게 명령을 내리자마자, 표국 밖으로 나서는 진자.

그리고 그의 등 뒤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억울함 가득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정말 우리 표국으로 안 돌아가요?”

“그래, 안 돌아가.”


뭐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걸까. 그냥 좀 잠자코 따라 올 것이지.


“그럼 마차에서 며칠 동안 먹고 자고 싸야 한단 말이에요?”

“생각보다 똑똑한데. 그런 것도 알고.”


마음속에 남아있던 짜증이 비아냥이라는 형태로 입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몰라! 나 돌아갈 거야! 돌아가서 따뜻하고 좋은 곳에서 잘 거라고!”


내 말투에 확 빈정이 상한 것일까. 그녀가 마차 안에서 내리겠다고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물론 적극적인 반항은 아니었다. 음식과 물품들이 없는 쪽에서 그냥 몸을 뒤흔드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그 표국은 이미 없을 걸.”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말똥히 나를 바라보는 여희. 아니,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 있지? 복수를 한다는 녀석이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 어떻게 복수를 이뤄?


“야, 넌 머리가 왜 이렇게 안 돌아가냐? 당연하잖아! 금을 찾으려고 은행 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겠지.”

“그래도 극북 표국이라면 알아주는 표국인데. 쉽게 당할 리가.”

“상대는 가씨 집안이야. 가만히 놔둘 리 없지.”


여희는 내 말에 수긍한 듯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씨 집안의 악랄함을 온몸으로 느꼈던 그녀였기에, 더욱 내 말에 동조하는 듯이 보였다.


“우리도 도망치는 거예요?”

“아니, 도망을 왜 쳐. 뭐가 무섭다고.”

“가씨 집안의 진자라는 놈은 명문 정파 출신의 악독한 놈이라고요!”


명문 정파? 명문 정파인데 악덕해?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명문이고 정파면, 약자의 앞에 서는 사람들 아닌가? 내가 잘못 알 고 있었나?


“명문 정파인데 악덕하다고?”

“네! 얼마나 악덕한데요! 특히 진자가 있었던 공동파가 제일 악덕해요!”


공동파가 악덕하다라... 그럼 또 어디어디 파벌이 악덕할까.


“명문 정파가 어떻게 되는데?”

“그것도 몰라요? 무당, 아미, 곤륜, 화산, 공동 그리고 소림!”


무협소설에 나오는 육대문파잖아. 그럼 개방은? 개방은 정파가 아닌 거야?


“개방은?”

“개방은 떨어져 나갔어요. 개방이라 개망했죠! 히힛!”


개방이라서 개망했다니. 어디서 저런 저급한 농담을 배워온 거야? 저건 우리 부장님도 안 해! 나도 당연히 안 하고!

...어쩌면 할지도. 조금은. 곱씹어보니까, 조금 재미있긴 하네.


“북방 설원에는 어떤 정파가 있어?”

“북방에는 없어요. 추운 북쪽으로 사파 무리를 몰아냈거든요.”

“그럼 이 땅에는 정파만 있다는 거네.”

“그렇죠.”


명문 정파가 악독해진 이유를 할 것만 같았다.

견제해야 할 사파가 없어진 지금, 그들이 명문 정파이자 사파의 역할까지 대신 하는 것이다. 정의의 영웅이자, 최악의 악당. 그러니 사람들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겠지.


“가씨 집안을 상대한다면 언젠간 만나겠군. 그 공동파인가 뭔가.”

“그렇죠. 아무래도.”


여희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지금 복수를 하려면 명문 정파와도 대립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아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걸 지금 나한테 해달라고 한 거였어?


“야! 복수가 간단한 게 아니잖아!”

“인생 쉬운 게 어디 있습니까. 말이나 잘 모세요. 워이~”


하! 말이라도 못 하면 밉지라도 않지. 말오 어쩜 요렇게 잘 할까 몰라!


“야, 너 이리 와봐.”

“싫은데요.”

“왜 싫어?”

“때릴 거잖아요.”


하! 눈치까지 빠르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그럼, 저기 뭐라도 먹을 거 하나 가져다 줘.”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날 철저하게 경계를 하더니, 이내 뭔가를 들고서 나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그녀에게 작은 해코지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하수다. 진정한 고수는 완전히 안심시킨 후 절망을 선사하는 법이지.


“고마워. 그런데, 이거 말고, 더 간단하게 먹을 건 없어?”

“만두로 드릴까요?”

“응.”


내 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여희. 지금이다. 완벽한 절망을 안길 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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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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