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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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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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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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DUMMY

“그래도 둘을 처리할 수 있잖아요!”

“둘은 무리야! 무리! 신살은 아주 찰나의 순간만 발동한다고! 게다가 신이 둘이면 거의 쓸 수가 없어. 왜? 너 같으면 곁에서 동료가 죽어가고 있는데 가만히 있겠냐?”

“지금 원더랜드에 있는 건 음 님뿐이라니까요!”


어... 잠깐만. 그건 또 그렇네. 지금 모습을 보인 건 음, 그녀뿐이잖아. 그렇다는 건,


“어쩌면 승산이 있겠는데?”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녀를 물리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녀의 남편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지금이라면. 하지만, 그녀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신을 죽일 수 있는 내가 이 시간의 틈에서 나가야만 하는 상황. 그리고 이 틈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야! 난 못 해! 아니 안 해!”


난 내 자신을 증오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를 물리치겠다는 마음을 품고, 현과장의 몸을 쟁취하려 했던 나 자신을.


“그냥 좀 합시다! 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커! 그런 걸 왜 하나?! 그리고 내가 말했지. 내가 현과장 몸에 들어가면 현과장이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이건 현과장에게 득이 되는 일이 아니야!”


결코, 추천할 수 없었다. 나와 하나가 되는 그 선택을.

나에게 기대는 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왜 이해하질 못 하는 것일까. 매번 누군가가 튀어나와 자기의 일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일까? 혼자서는 코도 못 푸는 어린아이처럼? 쉽게 살다 쉽게 끝내고 싶다는 걸까? 하여튼 요즘 젊은 놈들이란.


“그럼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거예요?”

“누가 원하는 대로 한데? 그것들이 원하는 건 나와 현과장이 실에 묶여서...”


잠깐만. 왜 내 영혼을 현과장의 영혼과 묶으려고 하는 것일까.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아니다. 자아를 가진 현과장의 영혼을 마음대로 주무르기란 쉽지않다. 지금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대항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유추할 수 있잖아.

그럼, 왜?

그러고 보니, 현과장의 승급된 능력, 「신의 애착방패」가 내 목줄이 될 능력이라고 했잖아. 왜지? 그 능력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내 목줄이 된다고 한 것일까.


“현과장, 잠시만.”

“네?”


난 내 영혼을 현과장의 몸속으로 투영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어라? 왜 이러는 거야?”


들어갈 수가 없다. 그냥 그의 몸을 통과하려는 것인데 손톱만큼도 들어가지지 않는다. 난 그 순간 무서운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꾸민 모든 일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런 거였어?”

“왜요? 뭐가요?”


현과장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당연한 일이다. 현과장은 지금 내가 겪은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으니까.


“잘 들어, 현과장. 나랑 현과장의 영혼이 묶이는 그 순간, 우린 죽어.”

“주, 죽어요?”


그래 죽는다. 내가 육체를 갖게 되자마자.


“현과장이 승급시킨 그 능력은 모든 것을 현과장의 내부로 들이질 않아. 그 말인즉, 내부의 것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거야. 예를 들면,

“영혼이요?”


내 이야기를 듣던 현과장도 이제 슬슬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그들이 현과장과 날 한 몸 안에 넣으려한 진짜 이유를.


“내 몸 안에 넣어서 어쩔 건데요? 이 능력은 외부로부터의 모든 피해를 무효화 시킨다고요.”


맞는 말이었다. 상대가 신만 아니었으면.


“현과장, 바보야? 상대는 신이야, 신. 그 능력을 만든 신이라고. 잊었어? 현과장은 손바닥 밀치기로 피까지 쏟았잖아.”

“아...”


그제야 그도 기억이 난 듯했다. 그 자신이 코피까지 터뜨리며 그녀의 손바닥을 막아냈던 지난 순간을.


“그럼 어떡하죠?”


현과장의 착잡한 목소리가, 가슴속으로 떨어졌다.

가만히 놔두면, 그녀의 공격으로 현과장과 원더랜드가 사라질 게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의 몸에 들어가 힘을 보태준다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아니, 의구심만 들 뿐이었다.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나와 현과장을 더욱 절망에 몰아넣고 있었다. 나 역시 신인데 왜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적은 것일까. 내가 아직 활용 못하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난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봤다. 그런 그때,


“잠깐만... 어쩌면... 어쩌면 말이야...”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상황을 타계할 기가 막힌 생각이.


“현과장, 현과장이 원하는 대로 현과장의 몸 안에 들어갈게.”

“어떻게요? 실타래를 풀면 원더랜드가 붕괴되는데.”


그래, 실타래를 풀면 원더랜드의 붕괴가 시작된다. 그런 두고 볼 수가 없지. 그러니,


“실타래는 가만히 놔둘 거야. 다른 방법을 쓸 거니까.”

“다른 방법이요?‘


난 머릿속에서 떠오른 한 가지 방법을 그대로 현과장에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영혼융화.”


영혼융화. 두 영혼을 한 영혼으로 만드는 기술. 필멸자들은 쓸 수 없는 능력이지만, 신을 죽이고 그의 능력을 빼앗은 나라면 가능했다.


“우리의 영혼은 하나가 될 거야. 두 영혼이 하나의 육체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진짜 영혼이 하나가 된다고.”

“그건 내가 잡아먹힌다는 말 아닌가요?”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노린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노리는 건 그쪽이 아니거든.”

“그럼요?”

“융화되자마자 전력으로 그녀를 죽이고 능력을 빼앗을 거야. 그리고 나서 현과장의 영혼과 내 영혼을 다시 분리할 거고.”

“그게 가능해요?”


현과장의 목소리에서 작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난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그녀는 영혼을 묶고 분리시키는 능력을 지닌 거 같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직접 현과장 앞에 나타나 날 받아들이라는 주문을 했겠어? 우린 그 점을 노린다.”


완벽한 작전이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작전. 작전 시간이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전에 너무나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데... 꼭 죽여야...”


신을 죽여야 한다는 점. 지금까지 파리 한 마리 제대로 죽여본적 없는 현과장이 과연 신을 죽일 수 있을까. 영혼융화가 진행된 뒤에, 이런 그의 의식이 내 행보를 막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현과장, 원더랜드를 지키고 싶어?”

“그야 당연하죠.”

“그럼 받아들여. 신을 죽여야 원더랜드를 지킬 수 있어. 그리고, 신은 죽지 않아. 잠시 힘을 잃고 사라지는 것뿐이지. 봐, 난 아 님을 죽이고 그 능력을 얻었지만, 실제로 그는 살아있잖아.”


난 그의 마음 차분하게 진정시켰다. 지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방법 외에는 다룬 방법이 없으니까.


“그럼 진행할까, 영혼융화.”




살갗으로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맞닿아 있는 것도 없는데 뭔가가 세계 누르고 있는 듯했다.


“포기하세요, 현과장. 어차피 당신은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안 돼요.”


머리 위에서 아름답고 황홀한 목소리가 쏟아져 내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슨 헛소리인지. 그냥 날 죽여서 능력을 되찾아갈 생각이잖아.”

“......”


대답이 없다. 하긴, 속마음을 들켰는데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 명색이 ‘신’인데.


“짝퉁이 아니라 오리지널이군.”

“말이 너무 심하시네. 짝퉁이라니. 현과장은 현과장. 나는 나. 모두가 오리지널이야, 오리지널.”


난 아직도 원더랜드 상공이 머물러 있는 그녀 손을 살포시 쳐 가뿐이 날려버렸다.


“한번 죽은 놈이 참으로 가증스럽군요.”

“죽었기는. 이렇게 영혼은 살아 있는데. 그리고 둘이 덤비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니까. 아! 사람이 아니라 신이지.”


난 일부러 신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신이라는 존재는 온 우주에 단 둘 뿐이어야만 하는 존재.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필멸자가 갑자기 신 행세를 한다고? 얼마나 아니꼬울까. 나 같으면 피가 거꾸로 솟구쳐 분노를 토해 낼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어디서 좀 배웠나요? 도발의 정석. 뭐 그런 거.”


그러나 상대는 어디까지나 신. 이런 저급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틈을 보여야 파고 들어서 그녀를 끝장내는데. 이거 생각보다 장기전으로 갈 지도 모르겠는데.


“실타래를 풀어서 서로에게 묶었을 텐데. 왜 원더랜드가 그대로 일까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의구심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영혼융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한데.

그건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 그녀는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일까. 단번에 죽이려고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도대체 왜지? 도대체 뭘 기다리는... 설마?


“설마, 자신이 없어? 신이란 존재가 자신이 없는 거야?”

“자신이 없긴 무슨!”


도발에도 끄떡없던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흔들리며 귓속으로 들어왔다. 그렇다는 건, 그녀 혼자서는 날 어쩔 수 없다는 말이잖아. 이거 완전히 공격타이밍인데?!

“그럼 갑니다. 한번 막아 보시던가.”


난 은화를 꺼내, 구름 넘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러자,


[쨍그랑!]


마치 유리가 깨지듯 산산히 깨지는 그녀의 거대한 얼굴. 깨진 부스러기 들이 별동별이 되어 원더랜드 전역에 흐르듯이 떨어졌다.


“미안하지만, 당신 능력도 가져갈 게. 지금 그래야 할 거 같거든.”

“미안? 모든 질서를 어지럽힌 네놈이 미안?”


그녀의 거대한 손이 내 머리 위로 덮쳐왔다.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 때리면 뭘 하지. 나에게 전혀 닿지가 않는데.


“신의 애착방패. 이거 꽤 좋은데?”

“네놈! 현과장!”


그녀의 분노 가득한 음성이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래 이럴 때 한 마디 날려야지. 더욱 빡치게.


“현과장? 어떤 현과장? 원더랜드를 만든 현과장? 원더랜드에 사는 현과장? 어느 쪽~”

“네 이 자식!!”


내 예상 대로 그녀는 더욱 거세게 공격을 이어갔다. 거대한 손이 내뿜는 압력에 땅과 바다가 깨져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의 애착방패」 덕분에 원더랜드의 생명체들은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 점뿐일까.


“능력 강화 고마워. 이런 강력한 공세에도 능력 덕분에 아무도 안 죽었네.”


난 최대한 비아냥거리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열 좀 받지.


“인정할 수 없어! 인정할 수 없어!!”


분노에 이성을 잃은 그녀는 주먹으로 원더랜드를 내려치려 했다. 아무리 신의 애착방패가 대단한 능력이라고 해도, 연속적으로 떨어지는 신의 분노는 감당하기 힘든 법.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이제는 작별을 고할 시간이었다.


“미안한데, 이제 좀 가세요. 다시 태어나라고.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그녀를 향해 날아가는 작고 고운 불사조. 그 불사조는 이내 그녀의 몸에 부딪치더니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난, 행여나 원더랜드에 불똥이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원문을 열어 외딴곳에 그녀를 보내 버릴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다. 내 육신을, 내 원더랜드를 빼앗은 그녀의 최후를


【축하합니다! 산 『음』을 물리치고 신의 능력, 「조립과 분해」를 손에 넣으셨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메시지다. 그래 신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고. 어디 한 번 볼까.


【『아』를 물리치고 얻은 능력 「창조」와 결합해, 새로운 능력 「알현」을 얻으셨습니다.】


잠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알현? 알현은 또 뭐야?


【「알현」 발동. 지금 바로 이동합니다.】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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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313. 설원에서 23.12.23 20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2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3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5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9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3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4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4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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