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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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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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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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6. 습격 그리고

DUMMY

“3, 2, 1, 강하!”


원더랜드의 하늘 위를 수놓은 수십 개의 비행정에서 새까만 무언가가 계속해서 낙하하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안드로이드. 다리안이 만든 그 로봇들이었다. 그중 제일 눈이 띠는 안드로이드는 온갖 무기로 중무장을 한 영웅왕. 하늘을 활강하는 그의 모습에서 강인한 자신감과 기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신의 대리인! 신의 가르침도 모르는 우매한 놈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영웅왕은 같이 활강하는 주변의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그들의 마음을 고양시킬 길고 긴 연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곳의 생물들 중 죄 없는 생물은 없다! 신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한다!”

“......”


영웅왕은 쉴 새 없이 떠들어 댔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안드로이드들. 할 말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무시하는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안드로이드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뒤에는 신의 망치 다리안님이.... 그런데 너희들 듣고있냐?”

“......”


여전히 말이 없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야! 상관이 이야기하잖아! 그렇다! 아니다! 네! 아니요! 무슨 대꾸라도 해야지!”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는 영웅왕이었지만, 안드로이드들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때,


“전방 100m 부근에서 열원 감지.”


갑자기 입을 연 한 안드로이드. 그는 안드로이드들의 선봉에 서서 활강하고 있던 안드로이드였다.


“열원? 전원 방어 준비!”

“미약한 전자기파 감지. 전자기파의 증폭 감지.”

“전자기파? 그게 뭔데? 어쨌든 전원 방어 태세! 충격에 대비해라!”

막 방어를 마친 영웅왕은 안드로이드가 전한 그 말의 뜻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안드로이드들은 영웅왕의 지시에 맞춰 방어 행동을 취했다. 방패를 앞으로 내밀기도 했으며, 방어막을 펼친 안드로이드들도 속속 보였다.


“전자기파의 정체 전자기 펄스로 확인. 회피 불가능.”

“전자기 펄스? 그게 뭔데, 이...”




연구실 한편에서 마법의 거울로 원더랜드 상공을 모니터링 하고 있던 세 사람, 우유나와 밀크나 그리고 어흥선생. 그들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안드로이드들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더랜드 상공의 안드로이드들은 이걸로 정리 된 거 같네요.”

“저쪽에 큰 발전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냥.”


우유나의 이야기를 듣던 어흥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려놓았다.


“모두 수고했다냥. 덕분에 이번은 잘 넘겼다냥.”

“모든 게 현과장 덕분이죠. 이런 걸 처음 생각해 낸 건 현과장이니까. 지난 안드로이드 침공 때 못 봤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걸요.”


어흥선생의 칭찬에, 밀크나는 겸손하게 반응했다. 모든 것이 현과장의 덕이라 말하면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일 처음 EMP로 안드로이드들을 물리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현과장이었으니까.


“맞는 말이다냥. 우린 현과장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냥.”


착잡함이 가득 담겨있는 어흥선생의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서 자신을 향한 원망이 느껴지는 듯 했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은 자책할 시간도 없는 거 같으니까.”


그런 그를 향해, 격려나 위로는커녕 사실을 던져버린 밀크나. 아니, 너 T발 C야? 왜 그렇게 감수성이 없어?


“밀크나의 말이 맞다냥.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냥. 다음 공격을 대비해 새로운 전자기 펄스 폭탄은 고안해야 한다냥.”


그녀의 말에 어흥선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니, 너희들 감정이 없니? 그게 그렇게 단번에 털고 일어날 일이야? 지금은 고뇌와 고민, 공감, 그리고 세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야 한다고! 아, 진짜! 이래서 T는 안 된다니까! 마치 그냥 로봇 같잖아. 살아 있는 로봇. 뭐, 밀크나는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저쪽이 마법을 이용해 안드로이드들을 강화하면 지금의 폭탄은 무용지물이 될 거다냥. 방법을 찾아야 한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우유나와 밀크나는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동자에 타오르는 의지.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EMP폭탄 개발에 열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전멸입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안드레아.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장난감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까요, 안드레아. 그건 그냥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뿐이에요.”


안드레아의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미 모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하고 또 담담했다.


“그럼 말씀하신 예정대로 일을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 담겨있던 침착함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직 분노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예상 밖의 선택이 있었습니다. 현과장은 그대들의 편에 서지 않을 거예요.”

“신의 방패가요? 그럼 저희에게 승산이 있을 리가...”


안드레아의 얼굴에 당혹함이 밀려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렸고. 얼굴은 창백해져만 갔다.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안드레아. 차선책이 없는 건 아니니까.”


목소리는 이내 안심하라는 듯, 안드레아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 안에 담겨있던 분노가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결코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있는 힘껏 억누르고 있을 뿐.


“제가 음 님의 뜻을 모르고 설레발을 쳤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안드레아는 더욱 밑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자신의 잘못을 깊게 반성하는 것처럼.


“갖지 못 하면 부셔버리면 되니까.”


목소리 안에서 작은 희열이 느껴졌다. 안드레가 말을 건네기 전까지.


“하지만, 이미 능력이 강화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건가요?”


그 희열은 이내 분노가 되어 안드레아에게 돌아왔다. 음성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느껴지는 증오와 분노. 신의 분노를 마주하게 된 그녀는 온몸이 떨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대답해 봐요. 그게 문제인가요?”

“아, 아닙니다!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녀는 연신 머리를 땅에 처박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사죄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목소리.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안드레아가 수백 번 고개를 땅에 박아, 단단한 바닥에 금이 갔을 때였다.


“언제나 숙고를 하고 단어들을 입에 올리세요.”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더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사라지고 한 참이 지나서야 몸을 일으킨 안드레아.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그녀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진정한 공포를 느꼈던 그녀. 그녀는 신의 말을 거하고 반기를 든 현과장이란 존재가 무척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는 무슨 깡으로 신에게 대적하는 것일까.




“신의 말을 거역했다고? 제정신이야?”


다짜고짜 현과장에게 잔소리부터 날리는 갓패치.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만 있을 현과장이 아니다. 소파에서 일어난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갓패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잔소리 할 거면, 오늘 저녁은 그냥 김치찌개야. 그렇게 알아.”


그런 갓패치를 저녁 식사 메뉴로 응수하는 현과장. 순간, 갓패치의 얼굴에 갈등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현과장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본능에 충실해 입을 열어버리는 순간, 저녁밥은 날아간다. 그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스페셜 김치찌개가.


“제정신이야? 먹는 걸로 협박을 해?”

“협박이 아니라 사실. 어디 한 번 입을 털어봐.”


현과장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느낌이 싸늘했다. 단순히 저녁 메뉴에서 멈출 것만 같지 않았다.


“그래도 떠들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럼 디저트도 없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차선책까지 준비해 놓은 현과장. 갓패치의 예감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제정신이야! 그래! 제정신이야! 난... 난... 그 스페셜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젠장!”


본능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던 갓패치는, 그만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버린 그의 정신시계. 그가 정신을 좀먹으면서 손에 넣게 된 건 상처뿐인 영광, 아니, 스페셜 김치찌개뿐이었다.


“더는 입에 담지 않을 테니까, 스페셜 김치찌개나 만들어줘.”


갓패치는 자포자기한 듯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현과장이 그런 결정을 하는 것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믿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신의 명령을 거역하다니. 도무지 자신으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현과장 나 하나만 물어도 돼?”


현과장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갓패치가 아니다. 그는 현과장이 무슨 반응을 보이든 안 보이든,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질문을 꺼내 놓았다.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거야?”

“가족이니까.”


현과장의 대답은 간단하고 또 명료했다.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가족’이란 단어를 본능적으로 입에 담은 듯이 느껴졌다.


“우리가 무슨 가족이야? 그냥 아는 사람들일 뿐이지.”

“가족이 따로 있어? 한 집에서 밥 먹고, 수다 떨고, 걱정하는 게 가족인 거지.”


현과장의 대답에, 갓패치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현과장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기에, 현과장의 대답은 갓패치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현과장은 나와 참 잘 맞아.”

“내가 잘 맞는 게 아니라, 내 음식들이 잘 맞는 거겠지.”


이번에도 정곡이 찔린 갓패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럼 저녁 준비나 해야겠네. 뉴스 보니까 원더랜드 연구소에서 큰 업적하나 세웠던데. 그거 어흥선생이지?”

“그렇지. 어흥선생과 그 공대 여자들이지.”

“그럼 스페셜로 가야겠네. 갓패치가 먹는게 조금은 아쉽지만.”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현과장. 바로 그때, 누워있던 갓패치가 덥썩 현과장의 발목을 잡았다.


“잠깐.”

“아이씨! 깜짝아! 좀비야? 괴물이야? 왜 발목을 잡아?!”


화들짝 놀란 현과장은 얼굴을 구길 대로 구기며 갓패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르게 무척이나 진지한 갓패치의 표정. 심각한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갓패치이기에, 현과장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러는 거야?”


현과장의 눈빛이 갓패치의 얼굴을 비추자, 갓패치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난 현과장이 무슨 선택을 해도 현과장의 말을 따를 거야.”

“그럼 내 선택인데, 갓패치가 잔소리 한다고 해서 내가 들을...”

“그 선택이 원더랜드를 종말로 이끈다 하더라도.”


순간, 현과장은 대답하기를 멈췄다. 너무나도 진지한, 아니 죽음마저 감내한 듯이 보이는 갓패치의 표정 때문에. 앞으로 갓패치가 이런 모습을 보일 리 없을 거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갓패치의 이야기를 들은 현과장은 아무런 말없이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모두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현과장. 갓패치도 이미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현과장은 말없이 저녁을 준비했다. 이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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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5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9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3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4 3 12쪽
»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4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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