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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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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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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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97. 마지막 희망 - 3

DUMMY

“뭐가 현명하지 않다는 거야?!”


그녀의 손바닥을 밀어내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친 현과장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사기를 꺾는 그 글자들을 무시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멀리 보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그의 눈앞에 다시금 글자들이 떠올랐다. 이번엔 더욱 그의 화를 돋우는 듯한 단어들로.


“꼭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것들이 저렇게 글자로 장난질이지! 이런 글자들을 보이지 말고 모습을 보이란 말이야! 싸가지 없는 놈!”


현과장은 글자를 향해 소리를 빼액 지른 뒤, 다시금 그녀의 손바닥을 밀어내려고 온 정신을 집중했다.

현과장의 몸에서 나온 따스하고 포근한 기운은 대지를 타고 원더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쓰러졌던 나무들이 소생하고, 메말랐던 바다에 물이 차올랐다. 마치 모든 것에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그 처음으로.


“절대로 원더랜드를 포기 할 수 없다!!!”


현과장은 더욱 박차를 가해, 그녀의 손바닥을 몰아냈다. 그런 바로 그때,


“어디 그럼 당사자 앞에서 말을 건네 보실까?”


그의 귓가에 들려온 묵직한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어흥선생이었던가? 아니면 갓패치? 우유나의 아버지 고만 마샤? 그 외의 여러 인물들이 현과장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의 기억 안에서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바닥에 온 집중을 퍼붓는 와중에도, 그는 머릿속 한편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이상하게도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난 현과장을 믿었어. 오리지널 보다 확실히 바르고 좋은 성품이라고 말이야.”


본인을 믿었다는 말에, 어렴풋이 누군가의 실루엣이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차가운 듯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보인 존재. 그에게 미소를 보여준 사람이 아닌 위대한 존재가.


“아, 아, 아, 아 님?”

“신의 이름을 너무 많이 부르는 건 아닌가?”


현과장은 당혹스러웠다. 비록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이었지만, 그녀와 다른, 그녀의 남편인 위대한 신이 이렇게 원더랜드에 모습을 보이다니. 설마 그녀가 원군으로 그를 부른 것일까. 현과장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 아니 왜 여기에...”

“눈앞에서 말 하라고 한 사람은 현과장이야. 난 그 응답에 답한 것뿐이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키보드 워리어를 향한 일침이었을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아.


“그건 그냥 글자로 장난치는...”

“지금 나와 대화할 여력이 있는 건가? 까딱 잘못하면 뭉개지기는커녕 원더랜드가 납작해질 지도 모르는데?”


이번에도 그의 말이 옳았다. 지금은 목소리에 집중을 할 때가 아니다. 현과장은 다시금 온 신경을 머리 위의 손바닥을 향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들려온 그의 묵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현과장의 귀에 닿자, 현과장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마구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리셋되게 내버려 두었어야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리셋이 가능한 원더랜드를 만든다고요?”


내 이야기에, 우유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지난 원더랜드 붕괴 때 몸을 잃고 영혼만 남게 된 그녀. 그녀의 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힘을 완벽하게 제어할 줄 모르는 지금의 나에게는 큰 무리로 다가왔다.


“시간을 되돌려서 구하는 건 계속 실패했잖아. 이렇게 내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벽한 방법을 찾는 거야, 어때?”


난 이런 내 생각이 기발하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내 몸부터 만들어 주고 그런 말을 하세요! 어떻게 작은 것도 못하면서 큰일부터 하려고 합니까? 현과장은?!”

“내가 만드려는 원더랜드는 시간이 멈춰진 원더랜드야. 데빌 위딘처럼 가상의 공간이라고. 일단 실제는 못 만드니까 가상부터 만들어야지.”


나는 이 선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과장은 신이에요! 가상의 현실이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우유나는 지금의 나를 다르게 보는 듯했다.


“현과장이 만들려는 세계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계산이 안 돼요. 가상의 공간이라고요? 시간이 멈춰진 세계라고요? 리셋이 가능하다고요? 분명 큰 문제가 될 거예요!”


난 그녀의 목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 생각은 확고했으니까.

가상의 원더랜드를 만든다.

그리고 수십, 수백, 아니 수억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더랜드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시간을 돌려 원더랜드를 구한다.

당연히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그냥 원더랜드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난 강원랜드의 사람이에요! 모르시겠어요? 원더랜드는 단절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일부만 구현하면 돼! 일부만! 원더랜드와 관련된 일부만! 그러면 되잖아!”


나는 막무가내였다. 가능하리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원더랜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제발 정신차리세요! 현과장! 지금의 당신은 신을 죽이고 그 능력을 가지게 된 신이라고요!”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이미 사라져서 흔적도 없는 원더랜드를 구할 방법을 찾을 거라고!”

“제발... 리셋으로 잊힐 영혼들도 생각을 해주세요. 당신은 지금 가상현실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냥 현실을 만드는 거라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슬프게 들려왔다. 그러나 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남들의 슬픔이나 생각 따위 내가 알바 아니니까.

그때의 나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더랜드가 리셋되면서 사라진 수억, 수조 아니, 수경의 영혼들. 그냥 가상의 공간이라면 이런 영혼들이 생기고 사라질 리 없었다.

그래, 난 가상현실을 만든 게 아니었다. 가상현실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었을 뿐.

시간을 단절해 나만의 원더랜드를 만든 거였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이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느끼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어쩌면 신이 되었다는 우월감이 날 집어 삼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시간을 돌려 원더랜드를 구하는 편이 훨씬 리스크가 적었을 것이다.

그럼 적어도 이유 없이 사라져야 하는 영혼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니까.

육체를 잃고 그냥 둥둥 떠다니는 영혼이 되니, 이제야 이런 게 보인다. 이런걸 아이러니하다고 말하던가? 얼떨결에 신이 된 인간의 당연한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다 잃고 나서야 깨우치다니.


어쩌면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라진 영혼들에게 사죄를 하기 위해서.




“현과장, 집중해. 지금 저 목소리는 현과장의 적이 아니야. 단순한 목소리일 뿐이지.”


난 그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시간의 틈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미 적잖은 정신적 데미지를 얻어버린 현과장.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서 무너지면 두 번은 기회가 오지 않아. 현과장도 사라지고, 원더랜드도 사라진다고.”

“...도대체 왜 신들은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그의 목소리에서 억울함이 가득 느껴졌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

내가 신의 힘으로 원더랜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내가 사라지는 영혼들에게 관심이이 있었더라면,

내가 원더랜드 안의 사람들을 단순한 연기자가 아닌 진정한 주민으로 인정했더라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원더랜드는 원더랜드로 살아남았을 것이다.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을 것이고 또 발전했을 것이다.

신의 지나친 개입. 모든 것은 신의 개입 때문이다. 나라는 신. 그리고 세상을 지휘하는 두 신, 아와 음.


“...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욕심이 과했어. 몸을 잃는 것도 모자라 이젠 현과장의 원더랜드까지 잃게 생겼네.”

“...미안하다고요?”


현과장의 목소리는 꽤나 놀란 듯 했다. 그런데, 왜 놀라는 거지?


“신이 미안하다는 말도 해요? 진심을 담아?”

“당연히 하지. 미안한 건 미안한 일이니까. 왜 그렇게 놀라?”


시간의 틈에 있기 때문에 마음껏 움직일 수는 없는 그였지만, 그냥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 것 같았다.


“나쁜 신인 줄 알았는데, 사과도 하고. 오래살고 볼일이네.”

“어허! 난 현과장의 오리지널이야. 신이기 이전에 현과장이라고.”


그를 향해 나도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와 버렸다. 현과장이 자신의 식구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내 식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육체를 얻으면 나 대신 저 신들을 물리쳐 줄 수 있어요?”


내가 옛 추억을 떠올리려던 바로 그때였다. 현과장이 웃을 수 없는 살벌한 농담을 건넨 순간이.


“농담이 조금 과한데.”


당연히 난 그가 상처입지 않게, 나름 배려하며 거절의 의사를 보냈다. 하지만,


“아니요. 정말 가능하냐고요. 저 두 신을 몰아내는 게.”

“......”


나는 아무런 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어렵다고 말한다면, 그는 이 자리에서 무너질 것이고.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날 받아들일 것이다. 자신을 두 눈에 불을 켜고 없애려 했던 못나고 잔인한 나를.


“조금만 더 힘을 내봐! 현과장이 가진 힘은 신들의 힘과 필적한다고!”

“하지만 신은 아니잖아요. 언제까지 버티란 말이에요?”


그의 음성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싶은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원더랜드의 모든 이가 현과장만 바라보고 있어! 힘을 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현과장의 이야기, 현과장의 삶이다. 현과장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다른 이가 그의 자리를 대신 할 순 없다. 비록 그가 현과장의 오리지널, 나일지라도.


“그래도 내 몸에 들어오면, 저 신들을 몰아낼 수는 있잖아요! 맞죠?”

“......”


아, 진짜! 집요하네! 누가 영업팀 에이스 아니랄까봐. 왜 저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거야! 지금 영업하는 거야? 현과장이 현과장에게?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아니, 그냥 쫌 너님이 하세요!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현과장 당신 이야기라고!”

“아니, 당신도 현과장인데, 그냥 좀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하! 이 인간, 한 마디를 안 진다. 역시, 현과장 쉽게 볼 인물은 아니다.

...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왜 이렇게 자화자찬으로 느껴지지?


“좋은 게 좋은 거라니. 말이 참 이상하네. 그건 절대 좋은 게 아니야, 현과장. 당신 자체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난 조금 세게 나갔다. 그릇된 선택을 하려 하는 현과장을 그대로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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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4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0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3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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