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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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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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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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7. 그들의 꿍꿍이

DUMMY

“너 진짜!!”

“복수에요! 복수! 정풍 가씨는 우리 집안을 몰락시킨 세 가문 중 하나라고요!”


뒷골이 땡겨왔지만, 복수라는 말에 일단 참기로 했다. 그녀의 복수를 성공시켜 줘야 차원문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디까지 내가 해줄 복수는 여희의 복수뿐. 양씨 가문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이유는 없다.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난 양씨 가문을 위해, 정풍인지 정품인지 하는 가문과 싸울 의사가 없음을 돌리고 돌려서 그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가씨 가문은 이 땅의 암적인 존재! 싹을 잘라야 합니다!”


여희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눈에 불을 켜고, 무조건 전쟁을 외치고 있다. 지금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먼데.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잠깐, 나 좀 보자.”


난 여희의 손을 이끌고 문주의 방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아니, 내가 왜 나와 상관이 없는 일까지 해야 하는 거야?”

“같이 복수하기로 했잖아요!”


그래, 여희의 말이 맞긴 맞다. 그녀의 복수를 이루어 주고 차원문의 위치를 얻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네 복수지. 저 사람들 복수는 아니잖아. 단돈 몇 푼으로 팔까지 고쳐줬으면 됐지, 왜 저 사람들의 복수까지 해야 하는데?”

“이참에 양씨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잖아요. 어차피 가씨 가문은 무너뜨릴 가문인데.”


아니,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내가 얻는 게 뭔데? 힘만 들고, 시간만 축낼 뿐이잖아.


“다시 말하지만, 난 네 복수만 할 거야. 그 이외의 것은 절대 안 할 거라고.”

“내 복수만 하세요. 그 외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진짜, 한 마디를 안 진다, 한 마디를 안 져. 당장이라고 확 끌어안아 훈육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양씨 부자(父子)가 보면 남녀 간의 애정행각이라 오해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해. 하지만 알아 둬. 난 저 사람들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거야. 알았어?!”

“그런 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고요. 걱정은 소매 속에 넣어두셔~”


나를 바라보며 찡긋 웃는 게 더욱 꼴 보기 싫다. 빨리 차원문 위치를 받고 불러오기를 하든지 해야지.

여희와의 이야기를 마친 나는, 되도록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여희와 함께 양씨 부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야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무언가 바라는 것만 같은 양 문주의 눈빛.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아들놈의 팔을 고쳐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


“아, 뭐... 예...”

“현 대협은 가씨 가문을 무찌를 겁니다!”


눈치 없는, 아니 눈치를 밥 말아먹은 여희는 빵긋 웃으며 양씨 부자를 바라보았다. 이걸 갈아먹을 수도 없고. 아이고 미치겠네, 진짜!


“야! 너!”

“차! 원! 문!”


내 모든 분노를 잠재우는 단어, 차. 원. 문.

그래, 참자 참아. 원더랜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 네, 그러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양 문주는 무릎까지 꿇으며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가슴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그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건 절대 아닌데.


“생명을 좌지우지하시는 것으로 보아, 현 대협께서는 신화경의 경지이신 게 틀림없으시지요?”


난 양 문주의 질문에,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난 신화경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그냥 무척 세다고만 대답해야 하나?


“현 대협은 신화경을 뛰어넘는 경지에 있습니다!”

“신화경을 뛰어넘는다고요? 그런 경지가 있습니까?”


문주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경지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그냥... 창조주에게 능력을 받았을 뿐이라고.


“여러분, 신화경의 경지라고 알려진 화산파의 경 장문이 기로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잘린 팔을 만들어 줬다는 소문은요? 없지요? 하지만 여기 현과장 대협은 있으십니다!”


나는 그녀의 말빨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아니,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거야? 듣는 사람 부담스럽게.

여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양 공자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럼, 웬만한 비무 대회에선 그냥 압승하실 수 있으시겠군요.”


비무 대회? 그게 뭐지? 비무라면... 싸움 대회인 건가?


“현 대협께서 비무 대회에 나가 주시기만 한다면, 양씨 가문의 크나큰 영광이겠습니다.”


언제는 북수를 해달라고 했던 인간들이, 이제는 비무 대회에 나가달라고? 난 그의 이야기와 태도에 한가지 확신했다. 이들에게 복수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가씨 가문을 향한 한 맺힌 복수가 아닌, 그저 날 이용해 세력을 넓히고 싶을 뿐이다. 여느 권력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내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눈치 없는 여희가 알아차릴 정도로.


“그래도 대협 정도라면...”

“대협께서는 가씨 가문을 향한 복수도 정말 어렵게 승낙하셨습니다. 양 문주님, 양 공자님, 선을 지켜주세요.”


양 공자가 다시 한번, 나에게 권유 아닌 강요를 하려하자, 여희가 한발 앞서서 그들을 막았다. 부드러운 말 속에 은은한 협박을 가미해서.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못내 아쉬워하는 듯한 양 문주였지만, 그들이 아쉬워하든, 안타까워하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들의 감정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니까.

씁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들을 뒤로한 채, 나와 여희는 그대로 문주의 방을 나왔다. 여전히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하지만 단 한 번의 눈빛도 주지 않은 우리는, 문 앞 하인의 안내를 받아 서서히 문주의 방으로부터 멀어졌다.




“잘린 손을 재생시키다니. 정말 대단한 자가 분명하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버지.”


눈앞에 현과장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그들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졌다. 아쉬워했던 표정은 온 데 간 데 없고, 얼굴을 가득 채우는 싸늘함. 그들의 지금 모습은 속물 장사치. 돈에 미친 그들과 완전히 판박이였다.


“가씨 놈들을 몰아내면 어찌하실 겁니까, 아버지?”

“그럼 남쪽으로 가면 되지. 우리도 세를 넓혀야 하지 않겠냐?”

“그건 그렇지만, 현과장이 움직여 줄까요? 비무 대회조차 우리의 뜻대로 안 되는데.”


양 문주의 이야기를 듣던 양 공자는 불안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곁에 있는 계집이 아무래도 중요한 인물인 거 같구나.”

“증씨 계집이요?”

“그래, 그 계집. 말을 안 들으면 계집을 이용하면 되지 안 그러냐?”


양 문주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일까. 양 공자의 얼굴에도 똑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비열하고 불길한 미소가.




시간이 늦어진 관계로, 우린 양씨 문중의 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편히 쉬십시오.”


짤막한 인사만 남기고 밖으로 나간 양씨 문중의 하인. 살갑지 않은 그들의 태도가 이상하게도 마음에 걸렸다. 왜 주인의 손님들에게 불편한 내색을 보일까. 양씨 문중의 하인들에게 뭔가 큰 비밀이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역시 소문대로 양씨 문중의 하인들은 싸가지가 없네. 손님들에게 저런 태도라니.”


여희는 이미 이 상황을 여러 번 귀에 접했던 모양일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난 아니다. 그냥 넘어 갈 수 없었다.


“그러는 너는. 넌 뭐 싸가지 있냐?”


내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건, 바로 눈앞의 요 발칙한 계집. 난 사정없이 그녀를 곽 껴안았다. 그런데,


“뭐해요? 숨 막히니까 놔줘요.”


이미 면역이 된 것일까. 그녀는 이젠 몸을 떨지 않고, 너무나 담담하게 날 바라보았다. 마치 변태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어... 어...”

“숨 막히다니까요.”

“어...”


그녀의 감정 없는 목소리에, 난 그대로 꽉 끌어 앉고 있던 그녀를 그대로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왜 반응이 없어. 조금 전에는 눈빛 만으로 쫄더니.


“야, 너 왜... 어제랑 다르냐?”

“다르긴 뭐가 다르다고.”


여희의 입가에서 나오는 깐족거리는 목소리. 순간, 화가 머리 위까지 솟구쳤다. 그래 다르긴 뭐가 달라.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한데.


“아휴! 내가 말을 말지!”


복창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난, 그대로 침대, 아니 침상으로 향했다. 깔끔하고 향긋한 향기까지 나는 침상. 그녀 때문에 흐트러진 정신을 침상에 누워 조금 정리해보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가, 같이 누워야 하나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같이 누워야 하냐고?


“여희여희야, 그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니?”

“침상이 하나뿐인데...”

“응?”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사람이 둘인데 침상이 하나인데 말이 되는 걸까. 그럴 리 없다. 난 단연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 방을 둘러보니, 침상이 하나다. 잔이며 베개며 의자까지 다 쌍으로 있는데, 침상만 달랑 하나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어?”


밀려오는 당혹함을 뒤로 한 채, 난 그냥 여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혹스러운 건 그녀도 마찬가지일까. 내 눈동자에 비친 그녀의 얼굴도 꽤 많이 상기되어 있었다.


“아이고 난 모르겠다. 난 그냥 잘란다!”


방을 바꿔 달란 말을 하기에는, 조금 염치가 없는 상황. 그냥 난 그대로 누워버렸다. 여희가 무슨 생각을 하던 간에.


“그, 그냥 잔다고요? 나는요?”

“넌 네가 알아서 주무세요. 여긴 내가 찜했으니까.”


남자니까 여자에게 침상을 양보한다? 나에게 그런 건 없다. 특히나 이런 싸가지 없는 꼬맹이에게는 더더욱이.

그런데 이 녀석,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옷을 벗더니, 그대로 내 곁에 누워버리는 여희. 녀석의 눈동자에서 단단히 각오서린 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우리가 부부라고 생각하고 이 방을 내준 모양인데, 그럼 부부처럼 행동해야죠.”


아, 이 당돌한 꼬맹이를 어쩐다. 이거 내가 미성년자라 봐주고 있는 걸 자꾸 이용해 먹으려고 하네.


“야.”

“왜요?”

“씻고 와.”

“......”


녀석은 말이 없어졌다.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사실, 씻고 오라고 한 뜻은 다름이 아니었다. 므흣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자는 의미가 아닌, 단순히 씻고 자라는 의미. 온종일 뛰어다니고 밥도 먹었으면 씻고 자는 게 맞는 거잖아.


“뭐해? 빨리 씻어.”

“그, 그래도...”

“밖에 나가서 목욕탕이나 뭐 세면실이나 그런 거 찾아서 깨끗이 씻고 와. 구석구석까지.”


마지막 구석구석이라는 말에, 여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나 당황한 듯한 녀석의 얼굴. 이렇게 통쾌할 수가! 포옹이 안 통해서 마음속 한편으로 어찌해야 할까 심란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방법도 있네. 종종 이용해 먹어야지.


“...네.”


녀석은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얼굴이 붉어진 채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여희가 나갔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바로 그냥 잠을 청하는 것.

녀석이 씻고 오면, 잠든 날 보고 알아서 잘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는 법.

그렇게 맞이한 아침은 나에게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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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4 3 11쪽
»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0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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