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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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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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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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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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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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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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9. 담판

DUMMY

“성과 마을에 떨어진 안드로이드들은 전부 회수했어요.”

“회수? 처리가 아니라?”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굳이 고장 난 기체들을 회수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지난 습격 때는 고공에서 떨어져서 그런지, 대부분 박살이 나서 회수해도 재활용이 불가능했지만, 이번엔 꽤 낮은 곳에서 떨어졌잖아요. 뭔가 재활용 가능한 부분이 있으면 써야죠.“


우유나의 설명에, 현과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작은 힘이라도 아쉬운 이때, 적이 가진 물자로 아군을 보호한다면 일석이조인 셈. 그녀를 뜯어말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OS가 조금 문제가 있다냥. 그것만 해결 되면 될 거 같다냥.”


밥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어흥선생이 무척이나 진지한 목소리를 입밖으로 꺼내 놓았다. 그 덕분에 덩달아 진지해진 현과장. 현과장의 눈동자에 근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 그렇게 심각한 거야?”

“심각하다냥. 무척이나 심각하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우유나와 밀크나. 그녀들의 반응을 본 현과장은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다.


“도대체 무슨 문제...”

“OS가 형편없다냥! 원더랜드 연구실 막내의 조카가 만들어도 그것보단 잘 만들 거다냥!”


어흥선생의 말을 들은 현과장은 순간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아니, 문제가 그거였어? 적군 안드로이드의 OS가 엉망진창인 거?


“...그게 그렇게 문제야?”

“당연하죠! 제대로 된 OS라면 그냥 코드 몇 줄 뜯어 고치면 되는데, 이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잖아요.”


단단히 신경질이 난 우유나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레에 밀크나가 한 목소리 거들었다.


“안드로이드의 기술력은 우리 걸 완전 복제했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물이 이래서야. 이 정도는 하늘을 향해 쓴 대공포 포탄이 아까울 정도라니까요.”

“그렇게 형편없어?”


우유나와 밀크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이 기체들의 OS는 단순히 영혼을 담기 위한 OS였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어느 무리들이 떠올랐다. 데빌 위딘 안에 갇혀 있었던 그 영혼들. 실체 없이 데이터 쪼가리로만 존재했던 그 영혼들이.


“영혼이란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아직 데빌 위딘 안에 우호적인 영혼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어떨까?”

“영혼? 그런 게 있을 리 없다냥.”


어흥선생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니, 있잖아. 어흥선생과 나만 아는.”


더욱 단호하게 말을 건네는 현과장.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의 데빌 위딘. 이제 여기 오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이 가상 현실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만들어진 공간이 가져다주는 분위기는, 원더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의 편안함이었다.


“미냥 씨~ 미냥 씨~ 계십니까~”


나는 서둘러 그녀를 찾았다.

공허한 하얀 공간에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 그러나, 아무리 소리 높여 불러도 작은 반응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아, 아, 장내, 장내 미냥 씨를 찾습니다. 어흥선생이 가진 머리띠의 주인. 미냥 씨를 찾습니다~”


머리띠를 언급해 보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은아야~ 은아는 없니? 은아야~”


은아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주변 어디로부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굳이 보이지 않아도 누구인지는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은아를 부르는 데 누가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은아가 아니면 누가...


“여긴 산 사람이 올만한 곳이 아니야. 돌아가.”


은아를 기대하는 내 앞에 평범한 남성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붉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핑크색 맨투맨 티를 입은.


“설마, 당신...?!”

“그래, 난 당신이야, 현과장.”


난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내가 손수 새긴 영혼 중에는 나 자신의 영혼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찌 된 일일까.


“그렇게 놀라지 마. 난 은아의 기억을 베이스로 미냥 님이 만든 영혼이야. 반쪽짜리 현과장인 거지.”


미냥이 은아를 위해 내 복사본을 만들었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과거 사라진 현과장의 기억을 복구했다는 말인 걸까. 나는 순간 혼란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이게 영혼을 만든 거야, 아니면 복사한 거야, 그것도 아니면... 뭐야?”

“그냥 짝퉁 현과장이 낫지 않을까? 반만 닮은 짝퉁 현과장.”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짝퉁이라. 진짜가 아닌, 완벽히 다른 존재도 아닌 반만 닮은 존재. 그래 짝퉁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대놓고 짝퉁이라 부르는 건 좀...”

“상관없어. 나에겐 진짜 현과장이 절대 얻을 수 없는 게 있으니까.”


진짜인 내가 가질 수 없는 거라고? 도대체 그게 뭐야?


“그게 뭔데?!”

“와이프.”


순간 녀석의 눈동자에서 우월감을 감지했다. 아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짝퉁도 반려자가 있는데 난 뭐야?! 난 왜 아직 혼자인 거냐고!


“여기 분명 가상현실 맞지?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프지? 크게 맞은 거 같지도 않은데.”


가슴이 아려왔다. 아니, 원더랜드를 목숨 걸고 지키면 뭐하나! 와이프도 없는데!


“자, 그럼 돌아가 줬으면 해. 이제 여기에 당신이 있을 자리는 없어.”


나와 똑 닮았지만 훨씬 좋은 조건인 녀석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떠나려 했다.


“잠깐!”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보낼 수는 없잖아. 난 이를 악 물고 그를 불러 세웠다.


“왜? 또 뭐가 남았는데?”

“... 한 가지 묻지. 넌 집에서 뭘 담당하지?”

“담당? 담당할 게 있어? 그냥 서로서로 맞춰가면서 사는 거지.”


녀석은 내 질문을 그냥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그래, 이건 찬스였다.


“그 말은 거의 안 한다는 말이잖아.”

“이봐요, 진짜 현과장. 나 바쁜 몸이야. 사회생활에 정말 지쳐 있는 몸이라고.”


도대체 은아 아버지는 은아에게 어떤 모습을 보인 거야? 이거 완전 초창기 꼰대 현과장이잖아!


“야! 너 그렇게 살다가 모두에게 버림받아! 도대체 어떤 기억으로 만들어진 거야?!”

“아! 몰라! 시끄럽고! 난 말 전했으니까 갈 거야.”


슬슬 은아와 은아 엄마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은아는 왜 하필이면 저런 꼰대력 가득한 기억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만든 걸까. 저게 진짜 그녀 아버지, 현과장의 모습이었을까?


“그냥 가지 말고! 미냥 부르라니까! 미냥!”

“아니 미냥 님을 왜 부르라는 거야? 그냥 가라고! 가!”


녀석은 내 짜증에 짜증으로 답했다. 이거 완전 거울보고 소리 지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잖아.


“지금 원더랜드가 위험하니까! 빨리 미냥 불러! 빨리!”

“미냥 님은 지금 바쁘다고!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다고!”


녀석은 내 말을 듣기는커녕 끝까지 버티며 똥고집을 피워 댔다.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지. 난 녀석 보다 더욱 더더욱 집요하게 들이 댔다.


“아! 빨리!”

“싫다고! 싫어! 안 불러! 못 불러!”


하지만 녀석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이 카드는 미냥이 거절할 경우 꺼낼 패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을 넘지 못하면 미냥을 만나는 것 조차 힘드니까.


“정말 그렇게 나오면 어흥선생 부른다! 어흥선생 불러서 강제로 너희 세계로 들어갈 거야! 나 한다면 하는 거 알지!! 응?!!”


난 흡사 야쿠자 영화의 야쿠자처럼 녀석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무척 비열한 행동이긴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난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그만! 내가 나왔으니까, 그쯤하세요.”


그때였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 때가.


“미냥 님 저 정도의 인물은 제가 알아서...”

“돌아가세요, 현과장, 아니 은아 아버지. 그리고 쉬는 날에 불러서 미안해요.”


녀석은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춰버리고 말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미냥과의 독대. 지금 난 무조건 그녀를 설득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이곳에 다시 온 거니까.


“그래요, 원더랜드가 위험하다고요?”

“힘이 좀 되어 줬으면 합니다.”


잘막하게 대답한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그녀의 표정. 이런 그녀의 반응은 날 점점 초조하게 끔 만들었다.


“여기 계신 영혼분들이 안드로이드에 탑승해서 싸워 주시길 바랍니다.”

“거부합니다.”


내 부탁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대답을 내놓았다. 단호하다 못해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들이 가득한 세계에 나타나는 건 도리에 어긋납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난 차마 그녀에게 말하지 못 했다. 그녀가 말하는 존재하는 이들이 가득한 세계, 즉 원더랜드도 신들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현과장이 만든 가상현실에 불과하다는 말을.


“원더랜드를 지키는 일인데도요?”

“......”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의 정의감과 원칙이 가슴속에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쐐기를 박는 한 마디만 던지면 될 거 같은데...


“우린 원칙적으로...”

“그 원칙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데, 원칙을 고집할 건가요?”


그녀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담담하기만 했던 그녀의 얼굴에 감정의 요동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 난 그렇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거 같네. 직접 나서야지.”


의장석에 앉아있던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애당초 기계에게 전투를 맡긴다는 생각 자체가 글러먹은 거야. 이런 생각을 기획한 사람이 우리의 리더라니.”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맹렬하게 파고드는 콘다. 그의 눈동자에는 야망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말조심해라, 콘다. 그대는 이런 생각조차 꺼낼 수 없는 인물이니까.”


야망에 눈이 멀어 선을 넘어버린 콘다를 향해, 아담은 묵직한 한마디를 날렸다.


“맞아. 콘다도 아담처럼 두뇌파는 아니잖아. 육체파지.”


아담의 말을 조용히 거드는 켄지. 그들을 바라보며 이을 빠드득 가는 콘다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우리끼리 싸우는 건 무의미해요. 싸울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원더랜드예요.”


안드레아가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밀을 들어먹을 인간들이 아니다. 신의 능력은 그들을 강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들의 자존심 또한 강하게 만들었으니까.


“버러지 같은 놈들 전부 덤벼! 둘 다 정리해서 관짝에 넣어 줄 테니까!”

“네 채찍만큼이나 혀가 길군, 콘다. 네놈 면상에 구멍을 내 줘야 입을 다물 텐가?”


극으로 치닫는 아담과 콘다의 관계. 그들은 당장이라도 덤벼 들것처럼 자신의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그런 그때,


“신의 능력자들이란 것들이 말싸움이나 하고 있고. 한심하군요.”


의회 쥐어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신, 음이었다.


“으, 음 님!”


안드레아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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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9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 289. 담판 23.12.09 13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4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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