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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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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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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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6. 영업의 신

DUMMY

“뭐 돈이 없어?”


중년 남성은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를 싹 지운 뒤,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그러면 뭘 어쩔 건데. 장난질을 시작한 건 그쪽이 먼저잖아.


“이 놈들을 그냥...!”

“어이, 주인장. 당신 가서 이 마을에서 제일 힘 있는 사람 데리고 와.”


하. 지. 만.

무전취식도 올바른 행동이 아니니까. 난 이쯤 타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돈이 아닌, 타인의 주머니를 이용해서.


“뭐, 뭐?”

“그새 귀머거리가 된 거야? 가서 제일 권력 높은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음식값 두둑하게 받고 싶다면.”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서 화를 내면 삼류다. 가만히 있으면 이류. 웃으면 일류. 그리고 일류를 넘어선 진정한 영업사원이라면, 한발 더 나아가야지.


“아직도 거기 서서 뭐해? 안 데리고 올 거야? 돈 안 받을 거야?”


상대를 조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움직이지 않으면 손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확실하게 박아 놓아야 한다.

역시나, 내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객잔의 주인. 그는 종업원들에게 날 감시하도록 명령한 뒤, 빠르게 객잔을 나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객잔의 주인과 함께, 기품 넘치는 젊은 남자가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영화 속, 미소년들이나 입을 법한 나풀거리는 하늘색 도포. 비록 외모는 미소년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가 입은 옷만큼은 미소년, 아니 미공자 스타일이었다.


“양 공자, 저 두 놈입니다!”


객잔의 주인으로부터 깍듯한 대접을 받는 젊은 남성.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뭐 대단한 집안의 자제인 것은 분명했다.


“날 보자고 한 게 당신인가?”

“난 제일 힘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했을 뿐인데.”


젊은 공자는 날 바라보며 서서히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이런 인간은 처음이겠지. 이런 싸가지 없는 인간은. 난 바로 옆에서 매일 느끼고 있는데 말이야.


“왜 날 부른 거지?”

“밥값 좀 내달라고.”


내 당당함에 주변의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여희까지도.

여희야, 네가 날 그렇게 보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네 몸종도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몸종이 아니다! 미천한 양가 놈아! 난 증씨 가문의 둘째 딸 증여희! 세력싸움에 진 너희 가문과 차원이 다르단 말이다!”


여희가 발끈하며 나와 젊은 공자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희의 버르장머리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증씨 가문이란 사실에 놀란 것일까. 공자의 눈동자가 놀란 토끼 눈깔마냥 똥그래졌다.


“증씨라고? 얼마 전에 풍비박산이 난?”

“풍비박산이라니! 이제부터야! 이제부터!”


그녀는 더욱 성깔을 드러내며, 젊은 공자를 적대시했다. 더 놔두다간 큰 싸움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 내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밥값 계산이니, 이쯤에서 끼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어허, 이러다 싸움 나겠네. 난 밥값이 우선이라고.”

“누가 네 놈의 밥값을 계산하겠다고 했냐, 이런 거렁뱅이!”


젊은 남자의 시선이 다시금 나에게로 돌아왔다. 조금 전보다 확실히 독해진 그의 눈빛. 독하면 독할수록 좋았다. 적대감이 높을수록 마지막 반전은 강하게 다가오니까.


“누가 공짜로 한데? 착실하게 갚는다니까. 몸으로.”


순간, 공자의 표정이 굳었다. 왜 갑자기 그러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잘못 꺼냈나?


“몸으로? 말이야?”

“그래, 몸으로... 잠깐, 지금 이상한 생각한 건 아니지?”


순간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이 양가 놈! 설마 그쪽 취향이냐?! 사내의 등을 즐겨보는 그런 취향이냐는 말이다!


“자자! 집에 아픈 어르신 없어?”

“없다.”


어딘지 모르게 실망한 듯한 그의 표정. 이대로 엉뚱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갈 순 없었다.


“그럼 아픈 아이는?”

“없다!”


아... 이게 아닌데...

원래 집에 한두 명은 있잖아. 아픈 어르신이나, 아이. 잘 먹고 잘 살아서 평균 수명 이상으로 산 어르신이 있기 마련인데.


“아니, 그럼 뭐, 감기 걸린 가족이라든지. 몸살 난 가족이라든지. 뭐 그런 사람도 없어?”

“없다.”

“그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중에 그리운 사람은 없어?”

“없다.”


아니, 뭐 죄다 없다고 그래? 설마 없다라는 단어가, 사람 이름을 뜻한 건가? 이름이 없다일 수 있잖아. 양없다, 아니면 뭐, 김없다, 증없다, 감없다.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니야? 밥값 대신 고쳐주려고. 분명히 말했잖아. 몸으로 착실하게 갚겠다고.”


아니, 어떻게 이렇게 건강한 집안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런 그때,


“이것도 고칠 수 있는가?”


갑자기 도포를 걷더니 자신의 왼팔을 내민 젊은 공자. 분명 왼팔을 내민 그였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뭘 고쳐달라는 거야?”

“이거다, 이거.”

“설마... 없는 거야?”


그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의 모두가 숨죽이고 나와 젊은 공자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가타부타 말을 이어가며, 더 큰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었지만, 귀찮았다. 너무나 귀찮았다.


“밥값이나 잘 계산해 달라고.”


난 군말 없이 그의 없어진 왼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점차 모여드는 청량하고 맑은 빛. 여희를 살렸을 때, 죽은 이들을 살렸을 때와 다른, 푸른빛이 한곳에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점차 형상을 갖추어갔다. 실제 팔과 같은 형상을.


“어... 어..!!”


공자는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의 눈가에 흐르는 기쁨의 눈물. 그는 없었던, 아니 없어야 했던 자신의 왼팔을 만지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자, 밥값만 내 줘. 여희야, 가자.”


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났다.

객잔을 떠나기 위해서? 아니다. 물론 다른 곳을 떠나긴 할 거지만, 지금 내가 노른 건 그게 아니었다. 내가 노린 건 다름 아닌,


“대, 대협! 어딜 가시는 겁니까!!”


젊은 공자의 리액션. 이런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겪은 그가 날 그냥 보낼 리 없잖아.


“어딜 가긴, 밥을 먹었으니 이제 가야지.”

“아이고! 밥만 드시고 가시다니요! 술도, 고기도 드셔야죠!”


객잔 주인까지 합세해 날 붙잡았다. 전부 내 계획대로였다. 내가 꾸민 계획대로.



난 날 쟁탈하겠다는 사람들을 피해, 양 공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아니, 어디서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날 찾아왔다.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중에는 무좀 때문에 온 사람, 여드름 때문에 온 사람, 심지어 못생긴 얼굴 때문에 온 사람도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성형외가 의사야? 왜 나한테 와서 얼굴을 고쳐달라고 하는 거야?


“다 왔습니다. 여기가 제 집입니다!”


나와 여희 그리고 양 공자를 태운 마차가 드디어 멈춰 섰다.

마을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양 공자의 저택. 객잔 주인이 다름 사람이 아닌 양 공자를 데리고 온 게 납득이 되었다.


“들어가시죠!”


그의 안내를 받아서 입장하게 된 양 공자의 집. 잘 가꿔진 정원과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우리 집도 이 정도는 가꾸고 있었다고!”


지기 싫어하는 여희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입을 놀렸다. 아마도 그녀의 집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대협, 성함을 아직 여쭙지 못 했습니다.”


난 순간 망설였다. 본명인 ‘지인’을 입에 담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 이름을 말해야 하는 걸까.


“현... 현과장. 다들 그렇게 불렀으니까.”


결국 난, 내 이름대신 그 이름을 선택했다. 모두가 불러줬던 그 이름. 모두에게 남아있는 그 이름을.


“이름이 현과장이야? 참 특이하기도 하네.”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여희. 아니, 이건 또 왜 시비를 거는 거야. 먹을 것도 잔뜩 먹었겠다, 이제 좀 살만한 거야, 뭐야?


“여희야, 오냐오냐하니까 또 기어올라.”


난 정말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뭘 기어올라요. 난 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자신의 처지를 완벽하게 망각한 채, 또 이런 말 저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여희. 하, 어쩔 수 없다,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는 수밖에.


“너, 이리 와.”


담담한 내 목소리에,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몸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이리 안 와?”


조금 강하게 말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는 듯했다. 몸이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훈육이 좀... 심하신 거 같습니다, 대협.”


양 공자가 그녀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 거야?


“아니, 지금 난 아무것도,”

“다 왔습니다, 현 대협. 여기가 진평 양가를 이끄는 제 아버지가 계신 곳입니다.”


훈육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착한 문주의 방. 방이라고 하기보다 거대한 건물에 가까웠다.


“제가 문주 양월소입니다.”


나와 여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주가 버선발로 나와 마중했다. 그의 아들, 양 공자의 팔을 고쳤다는 사실이 금세 그의 귓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주시다니...”


감격한 양 문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긴, 작은 상처도 아닌, 없는 팔을 만들어 줬는데 감격할 만도 하지.


“저는 유감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게 아니라, 팔을 만드는데 이 능력을 써야 했다니. 매번 쓸 수 있는 기술도 아닌데.”


나는 일부러 거짓을 이야기했다.

하루에도 몇 번, 아니 몇 천 번 써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명이 가볍게 느껴지진 않을까. 죽음이 우습게 느껴지진 않을까.

그렇게 둘 순 없었다. 능력을 이용할 땐 이용하지만, 결코 이 세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 신, 아니 창조주의 능력을 지녔지만, 난 결코 창조주는 아니니까.


“그런 기술을 제 아들을 위해...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현 대협!”


양 문주와 양 공자는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그런데, 저택의 규모에 비해, 마을이 참... 작군요.”

“이게 전부 정풍 가씨 놈들 때문입니다.”


양 문주의 목소리로부터 울분이 느껴졌다.

정풍 가씨? 여희가 가슴을 찌른 그 남자의 가문을 말하는 건가?


“정풍 가씨가 저희 보다 북쪽에 마을을 건설하는 바람에, 상권이 전부 그쪽으로 옮겨갔습니다. 토착 가문도 아닌 수도의 가문인 주제에!”


권력가문의 토착세력 죽이기인가?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든, 꼬리를 말고 도망치든, 난 관심조차 없다. 나에 있어서 유일한 관심은 바로 차원문. 난 무조건 차원문을 타고 넘어갈 거다. 내가 있어야할 곳으로.


“그래요! 가씨 놈들을 몰아냅시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희가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섰다. 진짜, 참교육을 가야하나. 가씨 말고, 여희 말이야, 여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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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9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20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5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5 3 12쪽
» 306. 영업의 신 23.12.20 12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2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1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10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2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5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5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9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5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3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4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4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4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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