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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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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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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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DUMMY

현과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긴, 결혼도 그가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이긴 했지만, 현재의 걱정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가요?”

“능력을 하나 떨어뜨려 놔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하고 만 현과장. 그러자, 노파는 고개를 기울이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바람기를 말하는 거면, 그건 그냥 마음에서 지우면 되는 거예요.”

“제 얼굴로 바람을 피게 생겼어요?”

“바람 피는 얼굴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녀의 말대로 바람을 피는 얼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결혼도 안 한, 아니, 40년 모태쏠로에게 바람둥이라는 건 좀...


“이상하네. 바람둥이라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어머나, 특이하시기도 하셔라.”


그렇게 정체 모를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현과장. 변호사를 찾아도 촉박할 시간이었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시키는 것처럼.


“벤치로 가서 앉을까요?”

“아, 네... 뭐 편하실 대로...”


현과장은 벤치로 안내하는 그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졸졸졸 그녀의 뒤를 따르던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불길한 느낌. 그는 당장 걸음을 멈추고 노파와 거리를 두었다.


“왜 그러시죠?”

“설마 도를 아십니까, 입니까?”

“그런 건 아니에요.”

“전 불자입니다. 교회 안 가요.”

“종교 권유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호구인상 때문에 이런저런 권유란 권유는 다 당해본 현과장. 이런 그의 반응은 살면서 터득한 지혜이자, 결과물이었다.


“... 뭔가 사연이 많은 거 같군요.”

“많죠. 아주 많죠. 제가 그런 분들이 많은 곳 출신이라서.”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현과장을 향해 살며시 명함을 내밀었다.


【사릉가즌쟁 인벤 대법관 하나민.】


잠깐, 대법관이라고? 현과장은 그녀가 넘긴 명함을 보고 또 봤다. 갑자기 이렇게 자신의 앞에 구세주가 나타날 줄이야. 그의 마음속에 한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정말 대법관이세요?”

“그럼 아닐까요?”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녀. 그녀에게 향했던 불신이 확신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저, 몇 가지 자문을 받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해 보세요.”


그렇게 그녀에게 자신의 사정을 몽땅 이야기하게 된 현과장. 행여나 그녀가 오해하지 않도록, 원더랜드나 시간의 루프, 그리고 신의 방패 같은 단어는 완전히 배제한 채, 완전히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니까, 능력을 다른 곳에 옮겨야 한다는 말인 거죠?”

“네. 그것도 내일까지.”


현과장의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 하지만 그 시간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 그 생각을 옮겨줄 대상은 지금 어디있나요?”

“그게... 지금 너무 아파서 격리가 되어있는 상태라...”


현과장은 에둘러 원더랜드의 상태를 전달했다. 그러자,


“지금 현과장 씨가 겪고 있는 건, 분리나 헤어짐이 아닌 증여나 상속 문제인 거 같은데.”

“네? 증여나 상속이라고요?”


현과장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그녀. 그녀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하지만 우선 떼어 놓지 않으면 줄 수도 없는데.”

“그럼 떼어 놓은 다음에는 어떻게 보관 할 건가요? 능력은 물건이 아니랍니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능력을 떼어 놓은 다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보관을 해야 할까. 차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현과장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우선 능력을 넘겨줄 대상과 한 자리에 있는 것이 중요하겠죠.”

“우선은 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자리에 있게 된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능력을 옮겨줘야 하는 것일까. 진정한 문제는 그 부분이었다.


“그럼 한 자리에 있게 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과장 씨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능력이라는 건 큰 축볼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니까,”


현과장은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단 한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축복을 떨쳐 내는 것에, 저주만한 게 없지요.”


현과장은 저주를 언급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예전 강원핸드에서의 축복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들러붙은 저주를 떼 내기위해 축복을 받아야만 했던 현과장.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이 그 반대인 모양이었다.


“그럼 큰 축복에는 큰 저주가 필요하겠네요.”

“뭐 그렇겠지요.”

“예를 들자면...”


현과장의 질문에, 그녀는 멀찍이 보이는 대성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저주도 그중 하나겠네요.”


순간 현과장의 가슴속에 작은 확신이 꿈틀거렸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그녀가 향한 시선이 다른 곳도 아닌 대성당이었으니까.


“붉은 동아줄이 내뿜는 저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뭐, 그럴 수 있겠네요.”


긍정적인 대담에, 더욱 확신에 찬 현과장. 원더랜드를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는 오직 붉은 동아줄만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시간만 허비했다니. 지난 뻘짓들 덕분에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조언은 무슨.”


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배웅하려고 같이 일어선 현과장. 그런데,


“그럼 원더랜드를 잘 부탁해요, 현과장.”

“맡겨만 주세... 네?”


그의 귓가에 들린 단어, 원더랜드. 분명 그녀에게는 원더랜드의 ‘원’자도 꺼내지 않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현과장은 당황한 얼굴이 되어 황급히 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에 그녀가 내밀었던 명함은 이미 나뭇잎으로 바뀐 지 오래. 도대체 그는 누굴 만났던 것일까.


“설마 미래의 현과장이 힌트를?”


현과장은 신이 된 미래의 자신을 의심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버렸다. 만약 그가 이런 방법을 알았다면 이미 달려와 전달했을 테니까. 자신 만큼이나 원더랜드를 생각하는 그가 이런 배배 꼬인 방식으로 탁할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일까.


“아니지. 누가 말해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방법이 생긴 게 중요한 거지!”


깊게 생각햐 보려고 했지만, 이내 마음을 내려놓는 현과장. 그의 생각이 옳았다. 지금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닌, 오직 원더랜드에 온 신경을 쏟아 부울 때였으니까.




“제정신이야? 그게 사실이라고?”

“이번 자문을 통해 얻어낸 사실이야. 분리가 아닌 증여 쪽으로 봐야한다고.”


집에 도착한 현과장은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모두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닌 갓패치. 그의 눈에 사라졌던 총기가 다시금 피어나는 듯했다.


“그럼, 붉은 동아줄만 있으면 다 된다는 거냥?”


현과장의 말에, 희망을 갖게 된 건, 비단 갓패치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색이 점점 밝아지는 어흥선생. 그도 역시 희망이란 단어를 믿게 된 거 같았다.


“그건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동아줄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거지.”


현과장은 모두를 향해 단호하게 외쳤다.

마지막 희망에 심기일전하게 된 모두들. 정말 그들에게 남은 건 단 한 방뿐이었다.


“그럼 지금 당장 찾으러 갈까나?”

“아니. 아직 아니야, 채야.”


붉은 동아줄만 있으면 되는 상황임에도, 현과장은 서둘러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바로 내일이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생각인 거예요?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고요!”

“나도 알아. 그런데 지금 날아가서 못 찾으면? 우린 확실하게 찾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현과장은 우유나를 바라보며 그녀를 침착하게 타일렀다.

그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만 할 따. 섣불리 움직여 모든 것을 날리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린 내일 결혼식을 진행한다.”


비장감이 가득한 현과장의 말투.

그런데, 결혼식과 붉은 동아줄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현과장, 결혼이 하고 싶은 거냥? 식을 올리고 싶은 거냥?”

“그런 건 나중에 느긋하게 해도 된다랄까나. 나 어디 도망 안 간다랄까나.”


현과장의 의도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두 사람. 심지어 채야는 얼굴마저 붉히며, 화장실이 급한 듯 몸을 뒤틀었다.


“제정신이냥?! 둘 다 미쳤다랄까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들을 향해 불같은 포효를 내지르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조금의 장난도 결코 보이지 않았다.


“말했잖아!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라고! 우린 정말 심각하다고!”

“그렇죠. 결혼은... 심각한 장난인 거죠.”


현과장의 말을 또 이상하게 받아들인 인물이 생겼다.


“아니, 우유나!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원더랜드의 미래! 우리의 터젼!“

“제정신이야? 그런 중요한 것들과 현과장의 결혼을 동일 시 한다고?”


이상하게도 말을 하면 할수록 오해만 느는 상황. 이번엔 갓패치 마저 오해를 하게 되어버렸다.

잠깐 설마, 일부러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내일 있을 거사를 앞두고, 높게 쌓인 긴장감을 전부 풀어내기 위해서?

현과장은 이제야 그들의 깊은 뜻을 헤아리며, 두 눈동자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 내 결혼이 더 중요...”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장난이어야 할 상황인데, 모두의 시선이 날카롭다. 심지어 리코와 키토까지.


“현과장! 그거 이기적인 거라능!”

“현과장, 실망.”

“지금은 짝짓기보다 원더랜드다, 멍!”


아니, 이거 장난 아니었어? 진심으로 결혼이 우선이엇다고 믿은 거야? 모두?


“장난 아니었어? 모두 장난 친 거 아니었냐고?!”

“현과장, 우린 항상 심각했다냥.”


어흥선생의 말을 끝으로 서먹해진 거실 분위기.

모두들 그렇게 현과장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완벽한 연기를 보이며.




그렇게 찾아온 마지막 날.

아직도 어색함을 풀지 못한 채, 현과장과 그 일행들은 사릉가즌쟁의 대성당으로 향했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최우선의 행동은 바로, 붉은 동아줄이 숨겨진 장소를 찾는 일. 대성당 주변으로 거대한 저주가 꿈틀거리는 것으로 봐서, 붉은 동아줄은 대성당의 어딘가에 있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신랑, 신부님은 이 쪽으로.”


붉은 턱시도 차림의 현과장과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야는, 성직자의 안내를 받아 대성당의 한 편에 마련된 방으로 이동하게 된 현과장과 채야. 미안함 가득한 현과장은 채야의 얼굴조차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짐승이랄까나.”


나직이 현과장의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채야의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는 부끄러움과 원망이 동시에 섞여있었다.


“짐승? 나 짐승 아니야!”

“흥! 과연 그럴까나?”


또 하나의 오해가 생겨버린 상황, 도대체 왜 모두 자신을 오해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현과장. 영영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궁금증이었지만, 몇 걸음 걷지 않아 그 대답이 눈앞에 나타나 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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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5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2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4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5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8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2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3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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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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