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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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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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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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9. 마지막 찬스 - 1

DUMMY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신방 끝내고 나오시면 되겠습니다.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신혼 방.

귀여운 인형과 그들의 2세를 바라는 듯한 아기용품.

평범한 물건들부터, 이런저런 성향을 위한 특별(?)한 물건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모른척하지 마랄까나. 이런 응큼쟁이!”


설마, 어제 모두가 결혼식을 입에 담은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저, 저기요! 잠깐만요! 여기서 지금 그걸 하라는 건 아니죠? 그쵸?”


현과장은 밖으로 나가려는 성직자를 붙잡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형제 님,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자매 님과 결합해 주셨으면 합니다.”


에둘러서 말하는 성직자 양반.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현과장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신방이니, 결합이니, 전부 그 건 아니죠? 그쵸? 그런 거죠?”

“아! 진짜! 누구보다 밝히게 생겼으면서 순진한 척 오지네! 빨리 끝내요! 얼굴 보니 1분도 안 걸리게 생겼구먼.”


성직자는 현과장을 향해 불같은 화를 내뿜은 채, 그대로 몸을 돌려 신방을 나섰다.

이제는 둘만 남게 된 상황.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현과장과 채야의 주변을 맴돌았다.


“...아니지? 여기서 첫날 거사를 치르는 게.”


그는 마지막으로 채야에게 물어보았다. 분명 이 모든 것이 모구가 함께 꾸민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맞다랄까나. 여기서 합체 연습을 하는 거랄까나.”


현과장의 기대에 쇄기를 박아버리는 채야의 한 마디. 작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아니! 이런 건 진즉 말해 줘야지!”


현과장은 억울했다.

오해를 받은 것도 억울했고, 이렇게 강제로 신방을 차리는 것도 억울했다.

그리고 뭐? 1분? 달랑 1분짜리 지구력 없는 남자로 찍힌 것도 억울했다.


“이건 사릉가즌쟁의 오래된 전통이랄까나. 대성당 지하 신방에서 거사를 치르는 건.”

“아니, 그런 미친 전통이 어디...”


아니, 잠깐만. 대성당 지항[서 큰일을 치르는 게 전통이라고?

왜 이런 전통이 생긴 걸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럼 빨리 끝내고 올라갈까나.”


채야는 주섬주섬 검은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이윽고 현과장의 앞에 드러나는 그녀의 뽀얀 속살!

...일 리 없잖아. 드레스는 입는 것도 어렵지만, 벗는 것도 정말 어렵다고.

그녀는 드레스를 벗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쉽사리 벗겨지지 않는 그녀의 검은 드레스. 그녀는 속살은커녕, 발목조차 현과장에게 보일 수 없었다.


“현과장 좀 도와줘야 한다랄까나.”

“아니, 잠깐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현과장은 얼굴을 내미는 채야를 살며시 밀어둔 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방을 수놓은 수많은 장식들. 일반적인 러브호텔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진짜 알차게도 꾸며 놨네.”


방 안을 가득 채운 따스하고 포근한 색깔들. 현과장은 그 안에서 단 한 가지 색만을 찾고 있었다.


“현과장! 빨리 끝내고 나가야 한다랄까나! 붉은 동아줄 찾을 시간이 없다랄까나!”

“그러니까 지금 내가 열심히 찾고 있잖아! 채야도 빨리... 지금 뭐하는 거야?”


그제야 채야의 모습을 보게 된 현과장.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드레스를 벗지도 입지도 못한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린 채야. 현과장은 낮은 한숨과 함께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주변을 봐. 여긴 신방이야, 신혼 방.”


이어서, 천천히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는 현과장. 보통의 남성이라면, 벗기는 쪽을 택하겠지만, 현과장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다른 쪽에 신경을 쓸 여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신방이니까 빨리 끝내고 나가야 한다랄까나!”

“여기서 왜 거사를 치러야만 하는지 생각을 해보라고. 여기에 있는 거야, 이 방 안에.”


채야의 일을 마무리 지은 현과장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금 신방 안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그가 찾는 것은 오직 하나, 붉은 동아줄. 현과장은 신방의 장식들 중에 분명 붉은 동아줄이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정말 여기에 있을까나?”

“여기가 마지막 관문인 거야. 결혼의 마지막 관문.”


현과장의 생각은 이러했다.

붉은 동아줄은 저주를 잔뜩 머금은 거대한 응집체. 만진 사람이 멀쩡할 리 없다.

그렇다는 건, 붉은 동아줄을 만지면 무조건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망설임! 결혼을 망설일 때 만지는 물건들 중 하나인 거야!”


사랑하는 두 사람을 방 안에 가둬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뭐, 당연히, 물고 빨고 난리를 치겠지. 어쩌면 둘이 들어가서 셋이 되어 나올수도 있고. 하지만,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두 사람이 무사히 신방을 치를 수 있을까.


“사람이 잘 안 만질만한 물건을 찾아! 그게 아마 붉은 동아줄일 거야.”

“동아줄이 아니라 물건? 동아줄을 찾는 게 아닐까나?”

“아니. 아무리 찾아봐도 동아줄은 없잖아. 그렇다는 건 동아줄이 아니란 거지.”


오래간만에 뭉치게 된 명탐정 콤비. 채야의 눈빛이 반짝... 까지는 아니었지만 밝게 빛났다.


“도대체 뭘 만질까. 결혼에 확신이 없을 때. 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까.”


현과장은 침대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침구류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거사 중에 제일 많이 만지게 되는 물건이니까.

그렇다면 벽지는 어떨까. 뭔가를 망설일 때 벼을 짚는 경우도 있지만, 거사 중에도 빈번히 만지게 된다.

그렇다면 천장은? 설마, 결혼을 망설인다고 천장을 만질까. 현과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참 많은 물건이 있다랄까나.”

“그렇지 많은 물건이 있긴 있지. 그러니까 미칠 거 같은 거고.”


주변을 둘러보던 채야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인형들 쪽으로 향했다. 핑크빛 옷을 입은 채로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귀여운 인형들. 채야는 자신도 모르게 인형을 덥석 손에 집었다.


“현과장! 이 인형 정말 귀엽다랄까나!”

“어허! 채야! 그렇게 함부로 손대면...”


순간 현과장은 채야를 바라보며 멈칫했다.

왜 귀여운 인형들을 놔뒀을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어흥선생과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라면, 다짜고짜 걸어와 만질 것이 분명했다. 충분히 붉은 동아줄일 확률이 있지만, 애꿎은 사람까지 말려들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순간 현과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풍경.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머릿속 풍경과 일치하는 곳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여기에 왜 아기용품이 있는 걸까.”


현과장의 눈동자 안으로 들어온 것들은 귀여운 인형들 곁에 놓인 수많은 아기용품들. 현과장은 침대 위에서 일어나 서서히 아기용품을 향해 다가갔다.


“2세를 위한 게 아닐까나?”


2세. 대다수의 모두에게는 정말 축복 가득한 존재이지만, 일부에게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친구가 그러더라고. 아이가 생겼다고 했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덜컥 겁이 났다고.”


아이용품 쪽으로 다가간 현과장은, 천천히 시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젖병과 물통. 장난감과 유모차. 신발과 옷가지 들이 현과장의 눈으로 들어왔다.바로 그때, 현과장의 시선을 멈추게 만드는 단 하나의 물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야 말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마치 현과장을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하얀 상자.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상자 안의 물건이 붉은 동아줄이란 사실이.


“그게 뭘까나?”

“내 곁에 꽉 붙어있어.”


채야를 자신의 뒤로 세운 현과장은, 천천히 정신을 집중했다. 이윽고 신방 안에 퍼지는 따스한 기운. 하지만, 그 기운도 그 하얀 상자를 감싸지는 못했다.


“자, 간다.”


심호흡을 한 현과장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나온 건 붉은색 베넷저고리. 마치 피를 머금은 듯 시뻘건 그 모습에서, 괴기함과 불안감이 한 번에 밀려들어왔다.


“아무래도 찾은 거 같은데.”


그 붉은 베넷저고리를 지긋이 바라보는 현과장.

이제 그들이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바로, 사릉가즌쟁 탈출.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붉은 베넷저고리를 들고 도망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붉은 베넷저고리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사릉가즌쟁 측에서, 무슨 짓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을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 하는 거겠지.”


하얀 상자의 뚜껑을 덮은 현과장은 이어서 채야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옷을 벗으면 될까나?”


아니 무슨 말만 하면 옷을 벗겠데. 이거 현과장보다 채야가 더 급한 거 아니야? 이 정도로 적극적인 걸 보면.


“아! 쫌! 그만! 이제 2페이즈 진행해야 한다고!”




발정 난 채야를 데리고 지하에서 올라온 현과장은, 곧바로 어흥선생과 일행들을 찾았다.


“재미 좀 봤냥?”


하지만 여전히 현과장에 대한 오해로 잔뜩 화가 나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오해르 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다른 팀이 지하로 들어가기 전에 작전을 진행해야 했으니까.


“모두 지금부터 헛소리하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이럴 때는 분위기를 단단히 다잡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

현과장은 모두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제정신이야? 첫날밤 이야기를 그냥 건너뛰겠다고? 스킵 하겠다고?”


더욱 진지한 얼굴로 현과장을 노려보는 갓패치. 이런 표정을 짓는 게 비단 그 혼자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같이 재미 좀 봅시다!”

“간접 경험도 중요한 경험이다냥!”


득달같이 달려와서 목소리로 여기저기 물어뜯는 사람들. 현과장은 정신이 혼미해져왔다. 도대체 이 사람들 원더랜드를 구할 생각은 있는 거야?


“시끄럽고! 지금 시간이 없다니까! 다른 팀이 지하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써야한다고!”

“제정신이야?! 우린 지금 들어야 하겠다고!


김치찌개만큼이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갓패치.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래? 좋아. 이번 일 다 끝나면 이야기 해줄 게.”


이럴 때는 회유가 상책. 현과장은 한발 물러서서 나직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얼굴빛이 완전히 밝아지는 사람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투지를 불태웠다. 심지어 키토와 리코 그리고 루프까지.

아니, 세 귀염둥이는 도대체 왜 좋아하는 거야?


“그럼 작전대로 진행 한다.”

“맡겨만 줘라냥!“


두눈에 잔뜩 기합이 들어간 어흥선생은, 현과장 앞에 붉은 가죽재킷을 내밀었다. 바로 피닉스의 가죽재킷. 순간, 현과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잔뜩 피어났다.


“젠장! 또 노래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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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6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2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20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3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4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5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5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3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8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1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3 4 11쪽
»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5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30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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