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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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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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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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DUMMY

우유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려 가상현실에 자신만의 코딩을 풀어나갔다. 그런데,


“나 아직도 웃고 있는데.”


전혀 먹히지 않는 그녀의 코딩. 미소가 만개했던 우유나의 얼굴에 이제는 당혹감이 당차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난 모든 걸 계산해두는 편이야. 넌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유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는 기록관 그녀. 그러자, 우유나를 감싸고 있던 촉수들이 더욱 심하게 그녀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느껴지지 말아야 할 감각들이 점점 느껴지는 듯했다. 가상현실임에도 물구하고 말이다.


“아직 조금 더 손을 봐야겠는 걸.”

“설마, 감각 기능에 손을 댄 거야?”


그녀는 우유나의 질문에, 답 대신 빙긋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몰려온 불길한 느낌.

우유나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볼 때, ‘우유나의 방긋 미소‘는, 여러 의미를 내포했다. 꿍꿍이가 가득할 때 보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 간단히 말해서, 그녀가 저런 미소를 짓는다는 건, 감각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제어 기능들을 손봤다는 이야기다.


“내가 만든 가상현실은 그냥 연구실이야! 놀이터라고!”

“제대로 된 실험을 위해서는 정확한 설정이 필요한 법이야. 안 그래?“


정확한 설정. 설마 현실과 같은 물리설정과 감각설정을 말하는 걸까. 우유나는 겁이 덜컥 났다. 정확한 설정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가상현실과 일반 현실을 구분 짓기 위한 그녀만의 배려이자 마지막 보루. 이곳을 현실 도피자들의 낙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만 둬! 여긴 그런 곳이 아니야! 현실이 아니라고!”

“테스트 현실도 현실은 아니었어. 그렇지만 그냥 현실과 이어지더라고.”


절망적이었다. 정말 절망적이었다.

정신 지배도 실패. 게다가 자신이 만든 가상현실도 기록관에게 빼앗긴 상황. 최악도 이런 최악이 있을 수 없었다.

어려운 현실에 불타오르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상대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 일반적 천재라면 모를까. 자기 자신을 상대로 이런 패색이 짙은 상황을 역전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너, 너, 너, 너! 우유나!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런 그때, 갑자기 들려온 늙은 할배의 목소리. 별로 반갑지 않은 목소리에, 우유나는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빠?”

“이 놈이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지금 무슨 짓이야?!”


고만은 침대와 함께 촉수로 돌돌 묶인 우유나를 바라보며 날을 바짝 세웠다.


“무슨 짓이라니? 지금 보면 몰라? 나 잡혀 있잖아!”

“이게! 이게! 이게! 또 헛짓을 하네? 내가 잘 숨기라고 했잖아! 그 특이 취향!”

“특이 취향이 아니라니까!”


물론 그녀가 이런 취향이 있는 건 맞는데, 지금은 단연코 아니었다. 압박감이 조금 느껴졌을 때 남모를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니었다. 아무튼 아니었다.


“안 되겠다. 우선 나가자. 나가서 좀 혼이 나야지.”

“누구 마음대로 나간다는 건가요?”


고만이 우유나를 옭아맨 촉수들을 잡아 뜯으려고 한 바로 그때, 그런 고만까지 촉수로 칭칭 감아버리는 기록관 우유나. 그녀는 이레귤러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여긴 내 세계입니다. 우유나가 아닌.”

“뭐야, 당신도 변태야?”


고만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기록관 그녀. 그녀의 이성은 머리 속에서 아니라고 시도 때도 없이 외쳤지만, 본능이 지배한 그녀의 고개는 당연하게 앞뒤로 끄덕이고 있었다.


“참 끼리끼리 논다. 끼리끼리 놀아!”

“끼리끼리라니. 저 사람 나야, 나. 우유나라고.”


우유나의 말에 고만의 눈동자가 갑자기 휘둥그래졌다. 아니, 우유나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 너 나르시스트였니?”

“아빠!”


이렇게 부녀간의 엇나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겨우겨우 가상현실 안에 들어오게 된 현과장과 채야. 처음 느끼게 된 가상현실에 적잖은 당황을 한 채야였지만, 현과장은 그녀와는 180도 달랐다.


“이런 게 가상현실이랄까나...”

“아니, 또 여길 오네.”


현과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짜증. 하긴, 데빌 위딘 안에서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과장과 채야도 왔네요.”

“더 있는데, 몸에 맞는 기계가 없더라고.”

“몸에 맞는 기계가 없다니요?”


현과장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 기록관 우유나. 그녀는 그 대상이 귀여운 세 친구들이라는 사실은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뭐, 됐어요. 어차피 큰 상관은 없으니까.”

“큰 상관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일까나?”


그녀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처량한 눈빛을 발사하는 채야.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주변의 사람들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이.


“저 여자! 지금 날 흡수하려고 한다고요!”


위급한 상황에 나타난 채야와 현과장이 구세주처럼 느껴진 것일까.

우유나는 큰 소리를 내며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이미 데빌 위딘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현과장은, 이 가상현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기록관 우유나가, 그냥 우유나를 납치한 이유를.


“어이, 기록관. 그 생각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무슨 생각을 말하는 거죠?”


현과장의 담담한 협박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녀. 그들을 중심으로 싸늘한 분위기가 파져나갔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어쩌면, 둘 다?”


그녀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직한 미소. 담담한 표정. 그리고 우수에 찬 눈빛.

현과장은 순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짓는 것일까. 저렇게 슬픈 눈동자를 하고 있으면서.


“기록관,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숨기는 건 없어요. 숨길 것도 없고요.”

“난 바보가 아니라고.”

“그렇죠. 현과장은 바보가 아니라 호구니까.”


억지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려는 기록관 그녀. 그러나, 이런 그녀의 생각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현과장이...


“그렇지. 난 바보가 아니라 호구지.”


아, 이 인간 여왕만큼이나 눈치가 없긴 하지. 다른 건 참 잘 눈치 채는데, 분위기는 정말이지 못 읽는 현과장. 꼰대 종특인가. 아니면 그냥 지 좋은 것만 골라 듣는 것일까. 정말이지 미스터리다 미스터리.


“아니, 지금 내 목숨이 걸려있는데, 그렇게 거기서 헛소리나 주고받으실 거예요?”


보다 못한 우유나가 급하게 그들 사이로 말을 섞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 가득 나타난 다급함. 그리고 간절함. 그녀는 그대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여긴 데빌 위딘은 아니잖아. 사람이 죽을 리가 없지.”


우유나의 위기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현과장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지금 저 여자가 이 가상현실을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고요!”

“그건 조금 위험하긴 하겠네.”


다시금 열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과장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마치 다른 생각이 있는 것처럼.


“나도 데빌 위딘을 경험해 봤잖아.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현과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지금까지의 목소리와 다르게 무척이나 단호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지금 저여자가 날 흡수하려고...”

“널 흡수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것부터 생각했어야지.”


순간 우유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래, 저 여자가 자신을 흡수해서 무슨 이득을 볼 것인가. 아니, 과연 이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나 있을까. 경험이나 생각 면에서 월등히 나은 상황인데.


“현과장. 그 이야기는 그만 하지요.”

“아, 그만 하자는 걸 보니, 내 생각이 맞은 모양인데.”


현과장의 입가에 핀 희미한 미소.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 어느 순간보다 진지하고 또 진중했다.


“지금 두 사람의 위치를 갓패치와 어흥선생이 찾고 있어.”


당연히 거짓말이다. 아직 그 두 사람은 잠에 취해 일어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는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진 것일까.


“그럼 곧 찾겠군요.”


현과장의 말 뒤에 숨겨진 의도를 눈치 챈 것일까. 그녀는 긴 말없이 짤막하게만 답을 했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어쩌면 찾았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꺼낼 수는 없잖아요. 현과장도 알면서.”

“그렇다랄까나. 함부로 장치를 제거하면 안 된다고 했다랄까나.”


채야가 입을 거들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도와줘야 하는 사람은 기록관이 아니라 현과장 쪽 아니었어, 채야?


“으이그! 채야! 난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니까!”

“난 아군 적군 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랄까나.”


그녀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말이었다.

자애로운 그녀가 입에 담을 법한 말이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진실은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실보다 우유나의 목숨이 먼저 아닐까?


“아, 됐어. 상관없어. 그래, 기록관! 과연 그럴 거 같아? 내 생각은 다른데?”

“뭐가 다르다는 거죠? 현과장?”


기록관의 얼굴에 드리운 작은 불안감. 그냥 찔려본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만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다.


“기록관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가 아니잖아. 신의 방패가 발현된 육체니까...”

“그만. 더 들을 필요도 없네요. 긴장한 내가 바보지.”


그러나 현과장의 말을 들은 그녀는 이내 같잖다는 듯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 역시 가상현실에서 강제로 제거되면 큰 데미지를 입는다는 말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아! 쫌! 잘 좀 해봐요! 현과장!”

“야! 누군 잘 안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 같아? 기다려봐! 내가 기록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 테니까!”


현과장은 우유나의 성화에, 호언장담을 하며 기록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 왜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일까.


“아니, 기록관. 얼굴은 왜 빨개? 우유나, 네 미래의 모습 왜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급하게 고개를 돌려 우유나를 바라봤지만, 우유나 역시 얼굴이 붉어진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기록관이 뭔가 저지른 걸까?


“역시 천재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훗훗! 역시 내 딸!”


이 상황의 이유를 아는 것일까. 자신을 감은 촉수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든 고만이었지만,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전 장인어른. 무슨 일인지 아세요?”

“아이고, 모르겠어? 본인이 본인 입으로 말했잖아.”

“무슨 말을요?”


고만의 말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현과장. 그러자 고만은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어 준다며? 입을 떠억. 과연 어떻게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까? 뭘 보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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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5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2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2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4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5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8 5 12쪽
»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1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2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30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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