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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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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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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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김장전쟁 - 1

DUMMY

현과장은 재빠르게 집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거대한 장반 위에 수북하게 쌓인 호떡을 들고 기사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아무리 내가 호구라고 해도, 적군들에게 호떡을 구워줄 순 없는 법. 이건 내가 만들어 놓은 호떡이야. 따듯한 건 못 줘. 식은 거나 먹으라고.”


현과장은 호떡을 내려놓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분명 좋은 의미에서 호떡을 대접한 현과장이었지만, 기사들에게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현과장의 미소를 보면서 악마의 모습을 느낀 기사들. 그들은 이 작고 동그란 음식이 자신들의 마지막 음식이 될 거라 굳게 믿었다. 몇몇은 눈앞의 음식 안에 독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기사들은 호떡을 바라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자신에게 감동을 받은 거로 착각하고 만 현과장. 그는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기사들을 어르기 시작했다.


“아니, 뭐 이 정도로 울어?”


기사들의 입장에서 들으면 악마가 따로 없다.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이 정도로 우냐고? 이 정도로 우냐고? 기사들의 눈빛에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이 묻어났다.


“아니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


양손 가득 호의를 베풀었지만, 오히려 원망의 눈빛만 받게 된 현과장. 그들의 마음을 알 리 없는 현과장은 억울함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아니 내가 뭐 더 어떻게 해줘?”

“그래, 우린 패잔병이니까...”


기사들 사이어 퍼져나가는 절망적인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가 마음을 내고 싶을까. 현과장도 마찬가지였다. 호의는커녕 호구 짓조차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 기껏 생각해서 주니까. 안 줘. 때려 죽여도 안 줘!”


현과장의 말에 기사들의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이제는 독약이 아닌 맨손으로 때려죽일 거란 말인가.


“그래, 육체라도 보전하는 게 낫겠지.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구석의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과장 앞으로 걸어왔다. 단단히 각오한 듯한 그의 눈빛. 근느원망하듯 현과장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호떡을 하나 집어서 자리로 돌아갔다.


“어쭈? 먹어? 안 준다니까.”

“그 말이 맞아. 장례라도 치를 수 있는 게 해주는 게 낫겠지.”


대다수의 기사들이 나리에서 일어나 현과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얼굴 가득한 절망감. 눈빛에 가득한 원망. 기사들은 목숨을 포기한 채로 호떡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빌어먹을 세상! 거지같은 세상!”


기사들은 원망 가득한 분노를 터뜨리며 호떡을 한입 베어 물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이 끝나버리다니. 이내 그들은 하나 둘, 눈믈을 흘리기 시작했디. 서서히 호떡이 가지고 오는 죽음의 맛이 그들의 입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달콤함?

식었지만, 아니 차갑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쫀득함.

뭐지? 요즘 사약은 이렇게 맛있게 만드나?

기사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감정들을 싹 잊고 오직 호떡에만 몰두했다.


“뭐, 뭐야. 왜 맛있지?”

“설마, 원더랜드의 사약은 우리에게 안 통하는 게 아닐까?”

“그, 그런가?”


개소리도 참 풍년이다.

현과장은 어이없다는 듯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잘못된 정보가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버린 기사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 무척이나 당당했다.


“기분 좋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죽음이 아니라 호떡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호떡을 향해 무작정 손을 뻗는 기사들. 그들은 이미 호떡의 맛에 흠뻑 취한 상태였다.


“아니, 제정신이야? 패잔병들에게 호떡을 줘?”


마침 새우젓을 구해서 지금 막 도착한 갓패치. 그는 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광경에 그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긴, 먹을 호떡도 없는데 저렇게 막 퍼주면 갓패치가 좋아할 리 없잖아.


“텃밭 원상 복구로 호떡 한 개씩 정도는 괜찮잖아. 이 사람들 덕분에 김치찌개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인정. 그럼 인정이지.”


김치찌개란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쾌남속성의 말을 툭 내려놓더니 그래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갓패치. 그런데 그렇게 새우젓 통도 그대로 내려버렸다. 아니 새우젓 안 가져가? 새우젓은 가져가야지!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호떡은 이게 전부니까. 그렇게 알아.”


이제는 현과장도 텃밭에서 퇴장해야 할 차례. 그는 바닥에 놓인 큰 새우젓 통을 사뿐히 집어 들었다. 잠깐, 현과장이 이렇게 힘이 좋았던가? 이게... 맞나..?




- 「신의 창」이 도망쳤습니다. -

- 예상 밖의 일입니다. 현과장 뿐만 아니라, 세 주인들이 이렇게 강한 존재인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


하얗고도 하얀 순백의 공간.

아무 것도 없는 그 공간에 오로지 목소리만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 힘을 선보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원더랜드는 사라질 별이었으니까. -

- 이대로라면 너무 운명선에서 벗어납니다. 재설정이 필요합니다. -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간 여기저기에서 피어났다.

마치 몸 하나에 기생하는 여러 인격처럼.


-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

- 다른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원더랜드의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들이 운명을 받아들어야 합니다. -


수도 없이 생겨나는 목소리들.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지만,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토론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가득했다.


- 동의합니다. -

- 동의합니다. -

- 동의합니다. -

...


수 없이 쏟아지는 동의의 목소리. 그러나 단 한 목소리,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려오지 않았던 여리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자그맣게 피어났다.


“이건 다른 운명일지 몰라요. 지금을 잘못이라 단정하기 보다는 새로운 운명이라 인정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그 여린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치, 말을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 우리에게는 운명을 거스를 능력이 없어요! 이건 새로운 운명일지 모른다고요! -

-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립니다. 데빌 위딘은 원더랜드를 제거하는데 동의합니다. -


여린 목소리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한 채, 결론을 내려버리는 다른 목소리들. 시끌시끌했던 공간에 침묵이 내려와 앉았다.

모든 목소리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느껴지는 작은 기운. 다들 자리를 비웠지만, 누군가가 아직 이 공간에 남아있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우리에게는요.”


여리고 쓸쓸한 목소리가 공간 위로 나직이 떨어졌다.

그 어디에도 듣는 이는 없었지만.




이런저런 사건이 지나고 맞이하게 된 다음 날.

집 밖으로 나온 현과장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 때문에 흐리멍텅한 그의 눈을 껌뻑거렸다. 잠이 덜 깬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게... 뭐야?”


채야의 집 옆에 세워진 작은 막사.

그 막사 안에서 나온 기사들이 시키지도 않은 밭갈이를 하고 있었다.

밭은 그렇다고 쳐, 막사는 언제 지은 거야?


“나오셨습니까! 신의 방패!”

“아니, 무슨 시키지도 않은 짓을...”


현과장의 말에 기사들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더니,


“그, 어제 그... 있잖습니까...”


슬그머니 자신들의 목적을 입에 올려는 기사들. 하지만 눈치라는 게 있던 그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못하고, 그냥 말을 빙빙 돌리기만 했다.


“뭐? 뭐?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그 어제... 주셨던 거...”


주셨던 거라면... 설마, 호떡?“


“호떡?”

“네! 그 호떡! 그거 좀 더 주실 수 있을까요?”


호떡이라는 말에, 기사들 모두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긴 마약빵도 이긴 호떡인데 중독된 게 당연한 일일지도.


“그거야 일만 잘 해주면...”

“안 됩니다! 저런 놈들에게 호떡이라니요!”


손쉽게 허락하려던 찰나, 갑자기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 바로 어제 훈련받았던 그 군인들이었다.


“아니, 당신들은 또 왜 왔어?”

“호떡, 아니! 훈련받으러 왔습니다!”


이 인간들도 호떡이야? 김치찌개 맛을 보면 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겠네. 아니 먹을 거에 이렇게 약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아니, 그냥 먹을 거 때문에 이렇게 오는 건 좀...”

“그냥 먹을 거라니요! 그냥 먹을 거라니요!”


군인들은 호떡을 그냥 물건 취급한 현과장을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 거야? 이러다가 목숨까지 걸겠네.


“우리는 목숨도 걸 수 있습니다! 호떡을 위해서라면!”


정말 목숨까지 걸잖아. 도대체 무슨 호떡을 만든 거야 현과장. 저주가 서려있었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이 정도까지는.


“일이 왜 자꾸 꼬이는 거 같지?”


현과장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도대체 왜 하루건너 하루 이런 일들이 터지는 걸까. 그는 원더랜드를 구한 이후로 기가 막힌 일들이 더욱 자주 일어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저희도 목숨 걸 수 있습니다! 아니 어제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군인들의 반응을 본 기사들도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것도 아니고. 뭘 목숨을 걸 수 있어, 목숨을 걸기는.


“그렇다냥! 우린 모두 호떡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어야 한다냥!”


큰 외침과 함께, 갑자기 현과장의 뒤에서 튀어나온 어흥선생.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호떡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냥! 우린... 우린... 우린!!!”


어흥선생은 모두를 바라보며 두 눈을 번뜩였다. 보통 미친 게 아닌 것이 느껴지는 그의 눈동자. 그와 함께 지냈던 현과장도 살짝 물러설 정도였다.


“일하고 얻어먹는다!!”


그의 외침에 슬쩍슬쩍 눈치를 보는 군인과 기사들. 정말 일을 하면 얻어먹을 수 있는 걸까. 어흥선생의 광기가 서서히 그들에게로 번져가는 분위기였다.


“저, 정말입니까?”

“어르신, 정말이죠?”


반신반의하는 듯한 기사들과 군인들. 하지만, 어흥선생의 입은 결코 거짓이라 대답하지 않았다.


“현과장은 모두의 현과장이다냥! 일만 하면 우리에게 호떡을 줄 거다냥!”


어흥선생은 이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현과장이 꾸몄다는 듯이.


“아니, 이걸 이렇게 나한테 넘긴다고?”

“빨리 대답해라냥! 오늘 할 김치가 4000포기다냥!”

“사, 사천 포기? 그렇게 많이?”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어제의 일들. 분명 군인들에게 배추를 쪼개기를 시키긴 했는데, 그게 그렇게 많았다고?


“그럴 리 없잖아! 내 기억엔 500통 정도인데!”

“모르겠다냥! 자고 일어나니까 4000통이 되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자리를 박차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침없는 그의 발걸음. 이내 그는 문제의 배추가 잠들어 있을 부엌의 문을 세차게 열어 재꼈다.


“아니, 이게 왜 이런 거야?”


발 딛을 틈도 없이 부엌에 가득 찬 배추들. 이럴 수는 없었다. 그런 바로 그때,


[툭.]


현과장의 발밑으로 떨어지는 자그마한 배추 한 동. 현과장의 등줄기로 땀이 한 방울 주르륵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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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5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5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2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5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8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2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9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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