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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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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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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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DUMMY

“사람을 맡기신다고요?”


현과장은 의아해했다. 느닷없이 사람을 맡긴다니. 그녀는 도대체 누굴 왜 맡긴다는 것일까.


“현과장이 잘 아는 사람이에요.”

“제가요? 정말요?”


지은 죄가 있던 터라, 고분고분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던 현과장. 그런 그의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나와서 인사해요.”

“기록관입니다. 아니, 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인사를 건넨 기록관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목소리 안에서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친구는 주인을 잃었어요. 그러니까 잠시 현과장이 데리고 있어 줄 수 있나요?”

“제가요? 우유나를요?”


현과장은 당황함이 잔뜩 묻어있는 눈빛으로 기록관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이런 눈빛에 잔뜩 태클을 걸 그녀였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얌전했다. 대법관 그녀의 앞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정말 잠깐이면 될 거예요. 이 친구도 유의미한 결과를 거둬야 하니까. 그때까지만 좀 부탁해요.


유의미한 결과의 의미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현과장. 그는 그렇게 덥석 그녀의 부탁을 수락하고야 말았다.


“뭐 잠시뿐이라면...”

“정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현과장.”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대법관의 목소리가 현과장의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 퍼져 나갔다. 이런 결말을 말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미. 여러 생각이 현과장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휘몰아쳤다.


“아니야, 그냥 바람 쐬러 갔을 수도 있잖아. 코고는 소리에 깨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밖에서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멍!”


작은 희망을 걸어보았지만, 단번에 부셔버리는 루프. 이어서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근처에 없다. 멍!”

“정말 없는 거야, 루프 씨? 정말이야?”


현과장은 또 한 번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그 희망이 헛된 바람이었다는 걸 아는데 까지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주변에서 사라진 거 같다. 멍!”


루프의 말은 현과장의 마음에 불안감만 더욱 키워나갔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대법관이 말한 유의미한 결과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는 지독한 코골이 소리 속에서 그렇게 생각에 잠기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건 지 좀 말해 줬으면 좋겠는데.”


촉수에 꽁꽁 감싸인 우유나는, 애써 태연한 척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허세를 모를 리 없었던 기록관 우유나. 그녀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흐르다 못해 비웃음으로까지 변모하고 있었다.


“글쎄.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알 게 되지 않을까?”

“질문도 안 받아 줄 거면, 입은 왜 안 틀어막은 거야? 이럴 거면 입도 막던가!”


우유나는 살짝 신경질을 부리며 입을 놀렸다.

아무래도 현 상황에 익숙해진 모양인지, 변태 본능이 슬슬 기어 나오는 거 같은데...


“마음이 조금 편해졌나 보네. 여유를 부릴 줄 알고.”

“그런 그쪽은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한데. 사람 그렇게 무시하는 거 아니야. 어릴 때 부모님께 교육 못 받았어?”

“잘 알잖아. 내가 어떤 교육을 받았었는지.”


우유나는 아차 싶었다. 눈앞의 상대에게 패드립을 박는 건, 자신의 부모를 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 완전히 누워서 침 뱉는 일과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어쭈, 좀 치네.”


반사적으로 튀어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여유로운 척 가식 떨지 마. 다 보이니까.”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그녀를 무시하는 언변을 내뱉는 기록관 우유나. 여유로운 척이라니.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작은 희망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동일한 우유나라 할지라도, 서로를 완벽하게 아는 건 아닌 듯했다. 하긴, 완벽히 서로를 안다면, 그녀 역시 지금 눈앞의 이 인간이 무슨 짓을 꾸미는 지 모를 리 없었을 테니까.


“유리한 입장이라고 우쭐대지 마. 단번에 뒤집힐 수 있어.”

“희망사항이 아니고?”


우유나의 말에, 기록관 그녀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그 모습에 확신이 선 우유나. 그녀의 마음 속 희망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확신으로 돌아 선 순간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태의 정립. 자신과 상대가 어떠한 포지션인지 각인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래야 그녀의 특기인 「정신 지배」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게 무슨 능력이냐고? 흔한 말로 대체하자면, 가스라이팅. 물론 그 이상의 능력이긴 하지만.




“왜 둘이 사라진 걸까?”

“그건 나도 모른다. 멍!”

“어디로 간 걸까.”

“나도 모르겠다. 멍!”


아무리 작은 혼잣말이라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루프. 답답한 마음에 순간 그를 째려보긴 했지만, 너무나 순수한 그 얼굴에 실소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렇지. 루피 씨가 알면 바로 말해 줬겠지.”

“그렇게 인정해 줘서 고맙다. 멍!”

“아니, 왜 이렇게 시끄러운 겁니까? 난 아직 자고 싶습니다만.”


둘의 대화소리가 시끄러웠던 것일까. 눈을 비비며 일어난 여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현과장과 루프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자는 데 곁에서 그렇게 떠들면 안 되는 거 모릅니까? 아주 불쾌합니다만!”


앙칼진 목소리로 화를 낸 그녀는, 이내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김치찌개로 손을 뻗었다.


“잠깐만, 여왕. 그거 금방 데워줄 게.”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만. 그런 그렇고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진즉 만들지 않은 겁니까?”


김치찌개를 몰랐던 지난날들이 억울한 모양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앙칼지게 바뀌었다.


“그거야, 김치가 익기 전에 다들 먹어버리니까...”

“현과장! 핑계는 나쁜 버릇...입니다만... 피잉계능 느아쁘은...”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뿜다가 말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는 여왕. 멀리서 두 사람의 만담을 지켜보고 있던 갓패치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여왕의 곁으로 달려왔다.


“아니, 그렇게 맛있다고?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아마도 맛있어서 기절한 것으로 착각을 한 것 같은 갓패치. 그는 다짜고짜 탁자 위에 남은 모든 김치찌개를 자신의 입 안으로 쏟아 넣기 시작했다.


“역시 맛있어! 마시... 이따...고...”


그리고는 여왕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쓰러지는 갓패치. 그의 숨소리가 쌔근쌔근 들려왔다.


“아니, 갓패치? 갓패치는 왜 그러는 거야?”

“김치찌개가 원인인 모양이다. 멍!”


루프는 코를 킁킁거리며 갓패치의 입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김치찌개 냄새밖에 나지 않는다. 멍!”


너무나 당당하게 입을 여는 루프. 단순한 말이었지만, 현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루프 씨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수면제라는 거잖아.”


자신의 영향권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 빠진 여왕과 갓패치. 현과장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방패에도 약점은 있다는 건가...”

“이런 약점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멍! 본인이 아니라면, 멍!”


루프의 말이 맞았다. 이런 약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는 건,


“그렇다는 건, 기록관 우유나는 알고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잖아. 나랑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기록관 그녀가 준비했다는 말. 상황을 풀이하자면, 그녀가 우유나를 납치했다는 이야기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현과장의 가슴속에만 있던 불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젠장 최악이네. 루프 씨, 예상가는 곳 없어?”

“모르겠다, 멍... 기록관은 나와 다르게 여기저기로 잘만 다니는 인싸라서... 멍...”


잠깐만, 루프 아싸였어? 아...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싸에게 인싸의 행방을 묻다니. 밀덕에게 패션 잡지 가격을 묻는 격이었다.


“괜찮아, 루프 씨. 이제 루프 씨에겐 우리가 있잖아.”

“그래서 더 걱정이다, 멍. 유유상종이라고 했다, 멍. 현과장 주변인들도 전부 아싸다, 멍.”


위로를 했는데 뼈를 때려버리는 루프. 현과장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나는 듯했다.


“잠깐만... 기록관도 어차피 우유나였잖아. 그럼 인싸일 리 없는데?”

“오옹? 그런가? 멍?”




“나보다 오랜 시간 살아있었으면, 친구도 많이 있겠네?”

“무슨 헛소리야. 너도 네 성격 잘 알잖아.”


기록관 그녀는, 우유나의 말을 매몰차게 부정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그래, 이 여자는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혼자가 편하잖아. 육체가 있던 없던.”

“그렇긴 하지.”


우유나는 이런 그녀의 반응에 확신이 들었다. 자신과 그녀는 같지만 다른 존재. 동일한 인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쌍둥이에 가까웠다.

그녀의 상태 확인이 끝났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정신 지배」를 펼칠 차례. 그 첫 단계로 우유나는 그녀 자신을 기록관 보다 모든 면에서 능력이 낮은 인물이라고 각인 시켜야만 했다.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보이기 위해.


“가끔은 주변 사람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어. 그렇잖아.”

“그렇긴 하지. 전혀 말 걸어 주지 않을 때.”


우유나의 말에, 역시나 부정적으로 답하는 기록관 그녀. 실패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유나의 계획은 차근차근 실행 중이었다.


“설마, 타인의 도움을 받았던 건 아니겠지?”

“아, 예전 건달을 만들 때...”

“로봇을 만들 때 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너 연구 놨니?”


아니나 다를까. 기록관 그녀는 우유나의 말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마치 이해할 수 없다는 그녀의 표정. 외골수 천재의 전형적인 반응이자 모습이었다.


“그럼 혼자 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이지! 그 정도는 당연히 혼자 해야지! 뭐가 널 그렇게 약하게 만든 거야?”

“그게 아니지. 넌 오래 살아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너처럼 오래 살지 않았다고.”


살며시 나오는 상대에 대한 부정. 이제 그녀의 작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난 지식의 양적인 측면으로는 너와 다를 게 없어. 헛소리 그만 해.”

“우린 둘 다 계산이란 프로세스에 시간이라는 조건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 난 시간이 없었고. 넌 시간이 있었고. 내 말이 틀려?”


기록관은 섣불리 고개를 젓 지 않았다. 얼핏 들어서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얼핏 들어서는. 문제는 깊게 따지고 보면 허점투성이라는 사실.


“머리를 좀 쓰네? 일부러 말도 길게 하고. 그런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난 너라고, 너.”

“무슨 말이야?”


우유나는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조곤조곤 반박을 시작한 기록관 그녀. 그녀의 말이 시작되자 우유나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꽃피기 시작했다.


“당연한 헛소리잖아. 로봇 하나 설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10분? 고작 그 10분도 없었던 거야?”

“10분... 이라고? 고작 10분으로 가능한 거야?”


10분이라는 말에 우유나의 동공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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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5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2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4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2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9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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