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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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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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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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8. 납치의 이유

DUMMY

고만의 시선이 점점 현과장의 밑으로 향했다. 가슴을 지나 배. 그리고...

잠깐! 잠깐! 이거 전체 관람가라고! 전체 관람가!


“그럴 수는 없다랄까나. 현과장의 물건은 정말 컴팩트하다랄까나.”


채야는 단호했다. 이미 예전에 현과장의 나체를 봤었던 그녀. 거짓은 없었다. 결코 거짓은 없었다. 물론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이는 있었지만.


“조용! 조용! 조용! 무슨 헛소리들을 지껄이고 있어! 심각한 상황에!”


엉뚱한 상황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깨달은 현과장은, 호통으로 모두의 주의를 환기 시켰다.

그의 호통 덕분인지, 다시금 진지해지는 가상현실 속 분위기.

현과장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다시금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과연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 현과장의 말을 무시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우유나를 납치 한 것이었을까.

데빌 위딘에 희생된 이들 대부분은 지식을 갈취당한 사람들. 그의 경험으로 볼 때 우유나는 지식을 빼앗기 위해 납치당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그러나, 그녀를 납치한 사람이 다름 아닌 미래의 그녀 자신. 동일한 지식을 왜 또 빼앗으려는 것일까. 어불성설이다. 어불성설.


“행동에 앞뒤가 맞지 않잖아, 기록관.”

“그건 당신만의 생각이지요, 현과장.”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현과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도 결연함이 느껴졌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는 이야기. 더는 시간이 없다. 여기서 무슨 조취라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제 마지막...”

“잠깐! 잠깐! 잠깐!”


황급히 그녀의 말을 끊는 현과장.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우유나를 구할 작전이 세워진 것도 아니었다.


“뭔가요, 현과장?”

“그러니까... 그러니까...”


현과장은 머리를 굴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그러던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기가 막힌 방법. 방법이라고 하는 것보다 꼬장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까나.


“이건 내 문제야. 내 문제.”

“무슨 말인가요? 현과장. 당신의 문제라니.”

“아직 내가 포기를 안 했는데 그렇게 다짜고짜 답을 말하려고 하는 건 반칙이지. 안 그래?”


어떤 천재들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했다.

우유나는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일수록 투지가 불타오르는 타입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현과장은 우유나를 둘러싼 문제에 직접 도전한다고 한다.

이건 하나의 도박이었다. 문제 풀이의 즐거움을 아는 그녀가, 현과장을 배려해 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어 보겠다고요? 현과장이?”

“당연하지.”

“천재인 우유나도 못 풀었는데?”

“우유나는 혼자였으니까. 난,”


천천히 손가락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겨냥한 현과장. 애니 그의 입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더랜드 지식의 50%를 가지고 있거든.”

“좋아요. 한 번 풀어보세요.”


그의 당당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와의 옛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흔쾌히 현과장에게 시간을 내주었다.


“단, 난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 있는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기록관이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현과장을 제외한 모든 이의 입에 마스크가 씌워졌다. 이젠 오롯이 혼자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상황. 뭐, 사실 상황이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처음부터 혼자 머리를 싸매면서 풀고 있었으니까.


현과장은 지난 대화와 행동들을 면밀히 분석해 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고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답을 만들지 못 하는 머릿속. 난감할 따름이었다.


“와... 이거 정말 어려운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 속마음뿐만 아니라 한숨도 같이 튀어나고야 말았다.


“포기인가요?”


그런 그를 보며 나직이 말을 걸어온 기록관 우유나. 그러자,


“어디서 입을 열어. 내 문제 앞에서.”


앙칼진 눈빛으로 그녀를 위협하는 현과장. 한바탕 스트레스를 쏟아는 그는 다시금 문제에 집중했다.

도대체 그녀는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이런저런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고 설켜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등장서부터 예견된 이야기.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닌, 대법관과의 만남도 이번 문제의 시험범위란 걸까. 현과장은 서둘러 대법관과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시간을 많이 줄 순 없어요.”

“아! 쫌! 내가 끼어들지 마랬지! 한참 풀고 있는데.”


기록관 그녀의 방해에, 또 한 번 화를 낸 현과장, 그는 다시금 생각에 잠기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대법관과의 만남. 그녀가 건넸던 이야기가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기록관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둬야 한다고 했던 대법관. 그렇다는 건 우유나가 유의마한 결과란 말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는 어떤 것일까.

돈? 명예? 아니면 자손?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다면 천재에게는 도대체 뭐가 유의미한 결과일까. 특히나 저런 변태 천재에게는.

고민과 고민이 부딪히던 찰나, 현과장은 머릿속에 말도 안 되는 답안이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했다.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미안하게도 더는 시간을 줄 수 없어요, 현과장.”


현과장을 향한 그녀의 담담한 미소.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인다. 저 미소가. 그리고 그녀의 앞으로의 선택이.


“있잖아. 내가 답을 하나 찾았는데. 이것만 아니었으면 좋겠거든.”


현과장의 나직한 목소리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 기록관 그녀. 그녀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뭔가요? 현과장.”

“유의미한 결과.”


현과장의 말에, 또 한 번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말.”

“그게... 왜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게 아니라, 시간이 얼마 없는 거 아니야? 아니지? 그치?”


현과장은 그녀에게 대답을 종용했다. 그가 듣고 싶은 대답은 한 가지. 시간이 정말 넉넉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입은 결코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 시간 끝났어요.”


현과장의 발밑에서 촉수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 아직 안 끝났어. 내 풀이 중이잖아.”


현과장을 향하던 징그러운 움직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어? 뭐야? 왜...”


우유나를 비롯한 모두의 입에서 제거가 된 마스크. 고만 부녀를 묶고 있던 촉수들도 사라지고 없었다.


“어떻게 한 거죠? 현과장?”

“난 데빌 위딘에 있었으니까. 거기서 살아남았고.”


데빌 위딘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녀는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던 것일까.




“그러니까, 기록관이 죽어간다는 거였냥?”

“죽어가는 게 아니라, 육체가 사라져 간다고. 주인인 미래의 현과장이 자리를 비우게 됐으니까.”


김치찌개를 퍼주던 현과장은, 이미 과거의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고 어쩌겠어. 그게 운명이라는데.”

“제정신이야? 운명 따윈 맞서 싸워야지!”


김치찌개를 흡입하듯 입 속으로 넣어버린 갓패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필터에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냥 무시하랄까나. 지금 갓패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랄까나.”

“제정신이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채야의 말대로 역시나 기억을 못하는 갓패치. 그의 정신은 오직 김치찌개만 향하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제발 한 그릇만 더 줘!”

“그건 안 됩니다만! 모두 정량만 먹어야 합니다만!”


자신도 모르게 김치찌개를 향해 슬슬 앞으로 걸어 나오는 갓패치. 그런 그를 가만히 보고 있을 여왕이 아니었다. 말보다 빠른 그녀의 손놀림. 그녀의 손은 순식간에 그의 텅 빈 그릇을 낚아챘다.


“제정신이야? 왜 네가 내 그릇을 가져가는데?! 왜 현과장이 아니라 여왕인 건데?!”

“기다려야 합니다만. 내가 다 먹을 때까지.”

“좋아! 이번엔 내가 양보하지. 빨리 먹어!”


줄 놈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상황. 현과장은 나무나 어이가 없던 나머지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운 여왕과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갓패치. 그들의 다음 일정은 정해져 있었다.


“다 먹었습니다만. 이제 리필 가능 합니다만!”

“좋았어! 현과장 리필!”


둘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릇을 내미는 두 사람. 현과장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리필은 불가능 합니다만. 헛소리들 하고 있네. 저리 안 가!”

“먹는 거 가지고 쩨쩨하게 그러는 거 아닙니다만!”

“제정신이야? 내 김치찌개라고! 내 김치찌개!”


둘은, 속된 말로, 지랄 발광을 떨었지만, 현과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만 입이야? 우유나 생각도 해야지.”


따끔한 한 마디를 건넨 현과장. 이내 그는 남은 김치찌개를 정성스럽게 포장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


기록관은 마음을 가다듬고 편안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그래도 다행이네요. 사라지기 전에 현과장의 김치찌개는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두워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기록관이었지만, 현과장은 전혀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요. 육체가 사라지면 나도 얼마나 이 안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다고 이 선택은 아니잖아.”

“그래! 맞아! 내 몸을 빼앗으려는 건 아니잖아!”


현 상황을 이해한 것일까. 우유나는 성난 목소리로 기록관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유나, 데빌 위딘은 그런 곳이 아니야. 여기에는 그런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우유나. 여기가 데빌 위딘 안이라고? 그럴 리 없었다. 분명 자신의 비밀 코드가 먹혔으니까.


“아니, 여긴 내 가상현실이에요. 내가 제일 잘 안다고요.”

“아니, 이젠 데빌 위딘이야. 내가 제어권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도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정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모두의 시선이 열쇠를 쥐고 있는 그녀를 향했다.


“지금은... 데빌 위딘이에요. 그 안의 기술력이 필요했으니까.”


기록관은 현과장의 말에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그녀의 이 발언은 단순히 현과장의 편을 들어준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술력? 무슨 기술력? 이런 가상현실에 무슨 기술력이 있다는 거야?”


고만의 물음에, 기록관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망설임과 선택은 이미 끝났으니까.


“영혼을 통한 지식의 전수요.”


현과장은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 ‘지식전수’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짓인지는. 여기의 모두가 다 알 필요는 없었으니까.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요. 없습니다. 이게 최선이라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요.”


허가라면, 대법관의 허가를 말하는 것일까. 하긴, 여기서 그녀가 허락을 맡을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녀의 주인인 내가 자리를 비운 이 시점에서.

당장이라도 현과장과 원더랜드에 관여를 하고 싶지만, 내가 받은 명령은 관찰이 전부. 결코 개입할 수 없다. 이제 모든 건 현과장의 손에 달렸다. 그녀를 살리는 일도, 그리고 죽이는 일도.

미안하지만, 부탁해. 그녀가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게 도와줘, 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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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3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5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2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4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8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8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2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9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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