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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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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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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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돌파

DUMMY

번뜩이는 궤적에 흩날리듯 쓰러져가는 적들 사이를 누비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깡통 때리는 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앞에 서있던 놈들과 뒤에 있던 놈들의 재질(?)이 달랐다.


생긴 건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임프라 불리는 어린아이 형상의 괴물 같은 놈들이었는데...


“아니 이 녀석들 겉보기에 생긴 건 말랑말랑하게 생겼는데 왜 이렇게 단단한 거야!”


오히려 베르보다 소라 쪽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몽둥이는 박살내면 그만이었으니까.


콰직!


소라는 이제는 몽둥이에 완전히 익숙해진 듯이 보였다. 그리고 오히려 금속성의 반응이 그녀의 마음의 짐을 덜어준 듯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이처럼 생기고 피가 튀는 것보다는 고철을 부수는 게 낫지.


입만 살아있는 ‘왼팔의 사신’ 페이로드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사신은 깡통 따위를 죽이지 않는다.]


핑계가 좋구먼.


“어쩔 수 없어! 진형을 바꾸자. 소라가 뚫고 베르가 방어를 맡아!”


연장자의 위엄인가. 티그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뒤 쪽이 위험하지 않겠어요?”


“내 한 몸은 어떻게 지켜볼게.”


사실 소라든 나든 문제는 똑같았다. 방어계인데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소라나, 공방일체라고 우기는 왼팔의 사신을 데리고 다니는 나도.


둘 다 문제는 공격 시에 방어의 허점이 너무 크고 방어 시에는 공격 전환이 어렵다는 거였다.


이러면 방어계니 전투계니 하는 거 별로 의미 없는 거 아냐?


잡생각을 하는 사이에 소라는 열심히 몽둥이를 휘두르며 길을 뚫었고 나는 페이를 적절히 사용해서 소라를 보호하고 있었다.


“... 길이 보여?”


“... 아니.”


문제는 적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악마가 많다고?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이 정도면 단차가 아니라 균열 아니야? 뭔가 이상한데?”


“... 설마 그래도 선배님들이 구해주러 오시겠지.”


소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마도 머콘과 고립되었던 그때를 기억하는 거겠지.


“바넘의 예지가 이런 종류의 위험은 감지하더라고. 조금 늦어서 문제지만.”


“... 그래.”


위안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소라의 대답이 들렸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으면 무슨 엘리트나 보스 같은 것도 있는 거 아닐까?”


“... 플래그 세우지 마.”


“아니 플래그 세우려던 게 아니라 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다행히도 이 악마들의 패턴 자체는 허술한 측면이 있어서 대화를 하면서 전투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으음...”


티그의 신음에 돌아보니 티그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어? 괜찮아요?”


“...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사이를 뚫고 기다란 무기가 기습했어.”


소라는 베르를 노려봤다.


아니 이건 플래그 탓이 아니라니까? 조금 더 미리 생각했으면 대비를 했을 거 아니냐고.


“똑같은 놈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패턴화 되는 게 문제군요. 그런다고 긴장하면서 계속 상대하기에는 정신력이 너무 소모되는 것 같고...”


베르가 소라의 상태를 흘끗 살펴봤다.


소라는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스트루프가 길어져서 좋을 게 없는데...”


그나마 저번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간 헤드셋이 아니었으면 좀 더 상태가 불안정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너희가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은 너를 보험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갑자기 페이가 말했다.


“... 무슨 말을 하려고 또...”


티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 잠깐 돌아봤다가 페이랑 대화 중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다시 전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세가 불안정했다. 그나마 공격은 아예 신경 안 쓰고 막기만 하니까 다행이지만...


[저번에 ‘그’ 베르가 나왔다고 해서 이번에도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냐는 거지.]


“...”


그건 자신도 해본 고민이었다. 사실 헤드셋과 노래로 불러내 본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그 뒤로 ‘Animal side’ 음원이 1위를 찍다 보니 아무리 피해도 조금은 노래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 불안감을 들춰서 어쩌자고?


[그것만 믿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절망을 맛볼 셈이냐?]


이번만큼은 이 재수 없는 페이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는 헤드셋 오른쪽 패널을 검을 쥔 오른 손등으로 두 번 눌렀다.


깔리는 드럼 & 베이스 비트와 함께 시작되는 Animal side. 베르의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변신하지 않는다.


갑자기 막막해졌다. 이제 어쩌지? 이대로 고립되어 버리면?


“괜찮아?”


티그가 베르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챘다.


“... 보험이 다 팔리고 없네요.”


“...!”


티그는 잠시 무슨 말인가 했지만 금방 알아차렸다.


“변신이 안 되는 거군.”


“... 그런 거 같네요.”


그 말을 헤드셋으로 들으면서 정신없이 싸우던 소라도 당황했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 일단 버텨볼까?”


티그의 목소리 텐션이 내려갔다.


그런데 사실 지금 베르는 뭔가 이상했다.


전장 한가운데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귓가에 흐르는 ‘Animal side’를 듣고 있었다. 왼팔에는 검은 기운이 솟구쳐 흐르고 수많은 적에 맞선다.


“... 그야말로 중2병이군.”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이 그렇게 듣기 싫어했던 중2병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너도 좀 쓸만해졌군.]


갑작스레 페이가 말했다.


[내가 쓸 수 있는 힘의 범위가 커졌다.]


뭐? 갑자기 왜? 노래를 들어서?


[상대방에 최적화하는 이 페이님의 능력을 보여주지.]


왼팔에서 솟아올랐던 날카로운 발톱과도 같았던 기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 갈래의 철퇴 형태로.


[휘둘러라. 박살 낼 것이다.]


오. 뭔가 멋있다.


[이 멍청아. 너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왼팔을 휘두르라고. 네가 직접 움직였을 때 파괴력이 훨씬 크니까.]


아. 그래.


베르는 흑염철퇴(?)를 휘두르며 길을 뚫기 시작했다.


“... 그게 뭐야?”


흑염철퇴에 맞자마자 박살 나고 날아가 버리는 적들을 보고, 베르는 지쳐있던 소라를 뒤로 숨기고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제 쇼타임이다!”


적들을 때려 부수며 전진하는 베르의 뒤를 달리며 소라는 중얼거렸다.


“변신... 한 건가?”


-----------------------------------


“‘주’의 추종자가 우리 쪽을 습격했다고?”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고... ‘그’ 베르가 말한 것을 들어봤을 때는 적어도 ‘주’와 연관된 세력이 개입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 백야랑 그쪽은 목적이 달라서 손을 잡을 일이 없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바넘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베르에게도 고의든 아니든 ‘주’의 목자 쪽에서 접근을 한 상황이라...”


“사실 우리는 그쪽이랑 충돌할 일은 별로 없는데... 그쪽에서 우리를 공격했다면 뭔가 우리에 대해서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거겠지...?”


바넘은 답답했다.


“대체 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닌데 여기서 몇 명 늘었다고 그걸 견제한다고?”


“... 그것도 이상하죠.”


사실 설단과 바넘이 가장 동료가 많던 시기에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노래로 키코드를 뽑는 방식이 그들 마음에 안 든 걸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위험 감수하고 현실계로 뛰어올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바넘의 비서가 바넘과 설단에게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알렸다.


바넘과 설단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설단이 여기를 와 있는 것까지 알고 있다면 각성자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들어오라고 하세요.”


설단은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웃는 인상의 남자였다. 하지만 바넘과 설단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너... 저번에 사무실에 온 그 녀석이군.”


설단은 사무실 CCTV를 돌려봤었다.


상대방은 어깨를 으쓱 하고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아. 오늘은 싸우기 위해서 온 거 아닙니다. 오해도 좀 풀어야 되어서 말이죠.”


바넘이 가장 의외라고 느끼는 점은 상대방이 멀쩡한 ‘현실계 인간’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바넘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 목자로군.”


그의 웃는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바넘은 눈치가 빠르시군요. 저는 ‘주’님을 모시는 존재입니다.”


“... 그래서 베르가 ‘주’의 추종자가 우리를 습겼했다는 말을 한 거였군.”


변화가 없던 그의 표정에 미미한 변화가 스쳐 지나갔다.


“... 밀고자가 거기였군요.”


“밀고자가 아니라 신고자겠지.”


설단의 말을 자르고 바넘이 나섰다.


“그래서 용건은?”


“일단 오해를 좀 풀어야 해서요.”


상대방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설단을 향해서 물었다.


“저희 쪽에 들어온 첩보로는 설단님이 하시는 일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렸거든요.”


“어떤...?”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던 부분인데 상대 쪽에서 찾아왔으니 고마울 뿐이었다.


“어린 남녀 각성자들을 데리고 성매매를 하신다고...”


설단은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미친...”


어이가 없었던 설단이 말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 따위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멀쩡하게 연예기획사를 하고 있는데.”


물론 연예계에 나름 뒷소문이 도는 연예기획사들은 있겠지만 적어도 어라우절은 그런 방식으로 세워진 회사가 아니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각성계에서 현실계의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아서 말이죠.”


그 말을 듣던 바넘이 문득 말했다.


“너. 사도급이구나.”


“애초에 제가 스스로 목자라고 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오래 산 분들은 역시 다르긴 하네요.”


상대방은 부정하지 않았다.


“사도급이면... 거의 스트루프 된 거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요?”


설단이 바넘에게 물었지만 답은 앞에 있는 남자가 했다.


“그렇죠. 이제는 주의 땅으로 넘어간 목자랍니다.”


애매했다.


‘주’를 따르는 무리는 ‘목자’ 일 때는 현실계에서 각성계를 드나드는 각성자 같은 인간이었지만 일단 그들이 ‘주의 땅’이라 부르는 각성계에서 오래 머무르다 보면 스트루프가 진행되어 결국 넘어가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바넘도 꽤나 오랜 기간 각성자로 살았기에 그들을 ‘사도’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마주친 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다만 ‘주’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그들은 각성계로 넘어갔지만 마치 백야처럼 자신들의 형태를 현실계와 다르지 않게 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꽤나 자유롭게 현실계를 드나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 사도급이면 네가 직접 와서 조사한 건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주님의 사도는 바쁩니다. 남의 뒤꽁무니를 쫓을 시간이 없어요. 지금처럼 주님의 심부름을 하기에도 바쁘니까요.”


“그럼 누가 대체 그 따위 엉터리 조사를 한 거야?”


주의 사도라는 그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말했다.


“아마도 백야와 그을음이 했겠죠. 저는 그들의 정보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여 그에 맞게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리고는 작게 덧붙였다.


“그리고 누가 그걸 주께 고자질해 바쳤지만요.”


바넘이 나섰다.


“애초에 우리가 각성계를 잘 모르듯이 너희가 알 수 있는 현실계에도 한계가 있다. 시간이 동일한 것도 아니니까.”


“뭐. 그래도 한 때 당신들 동료였던 백야가 그 정도면 정확하지 않을까 했죠.”


이제야 백야가 왜 날뛰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점집 할 때도 불만이던 놈이 성매매라도 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질색이겠지.


“잠깐. 그러면 백야는 ‘주’의 밑으로 간 건가?”


그러고 보면 백야는 각성계 인물치고든 드물게 형태를 유지하고 다니는 일이 많았다.


“아쉽게도 그는 주의 어린양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백야가 ‘주’의 세력과 손잡고 설단 쪽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백야는 ‘주’를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인간이기에 우리가 그를 존중할 뿐이죠.”


그 말에 설단이 굳었다.


자신은 그 존재감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였는데 백야는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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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 그래비티 23.03.23 124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8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7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5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9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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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8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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