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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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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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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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42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선배 방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선배님 예상 문제 혹시 안 뽑아 놨어요?"


선배라면 왠지 말없이 준비 해 놨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내심 기대를 가지고 물어 보았다.


"문제? 무슨 문제?"


치.. 아시면서 튕기긴..


"씨네스터 가입 테스트 문제요."


언능 주세요..

준비 하셨을 거라 믿어요. 홍홍..


"너 그거 진짜 하려고?"


...............

뭐야.. 준비 안해 논 사람처럼..


"네.. 해보고 싶어요."

"재미 없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너 운 좋게 테스트 통과해서 들어 간다고 해도 어차피 어려워서 적응 못해.."


............

진짜로 안 해 놨나 보네..


"이씨.. 그건 제가 알아서 할 문제구요. 그래서 지금 안 뽑아 놓으셨단 거에요?"

"어.. 뭐.."

"밤새 뭐했어요? 후배가 영화 공부 좀 재대로 해보려고 스터디에 가입 하려는데.. 선배가 돼서 그런 것도 안 도와주구.."

"너랑 술 마셨잖냐.. 니가 2차만 안 가자고 했어도 백 문제는 뽑아 놨겠네.."

".............."

"지금이라도 뽑아줘?"

"됐어요. 수업 있다면서요.."

"어.. 하긴.. 야 근데 잘 생각해라. 너 지금 그 스터디 들어가도 이해도 못한다. 차라리 1.2학년 애들끼리 모아서 하는 게 훨씬 나."

"신경 끄시고 드시던 거나 빨리 드세요.. 흥!!"





"아.. 고마워요 선배님.."


은혁 선배를 만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2편과..

씨네스터 테스트 예상 문제를 건네 받는다.


"고맙긴 뭘.. 거기 동그라미 쳐 논 부분들은 특히 열심히 외워. 거의 100% 나오는 것들이니까.."


빼곡히 50문제 정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노트..

아.. 이것만 외우면..

그래서 테스트만 통과하면..

나도 3.4학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브레인 집단이 될 수 있는거네.. 홍홍..


"아.. 정말 고마워요.식사 안 하셨죠? 제가 점심 쏠게요. "

"아 그래? 하하 그러자. 근데 점심도 봉구랑 먹는 거냐?"

"네.. 뭐 그렇죠. 혹시 싫으세요?"

"아.. 아냐.. 뭐 싫은 건 아니고.. 하하"


봉구 선배랑 은혁 선배..

엄청 나쁜 사이 같진 않은데..




"뭐야.. 또 빌붙었냐?"

"뭐 임마?"


.............

아.. 어째 이 두 사람은..

화목한 순간이 없는 걸까..


"그만하세요. 같이 먹으면 좋죠 뭐.."

"좋긴.. 개뿔.."


.............

아 봉구 선배.. 왜 이래요 진짜.. 힝..


"자.. 빨리 가요. 은혁 선배님도 봉구 선배님도.. 고고"


둘을 억지로 끌고 공주 식당으로 향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은혁 학생아냐?"

"오랜만이에요 이모.."


..............

역시 이 아줌마는 모르는 사람이 없네.


"잘 지냈어? 어휴.. 얼굴 보기 너무 힘드네.."

"하하.. 죄송해요. 이제 자주 올게요.."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은혁 선배가 준 예상 문제를 달달 외우는 나였다.





"씨네스터에 가입하고 싶다고?"


긴장되는 순간..

기태 선배를 비롯 4학년 선배 네 명과 3학년인 은혁 선배가 내 앞에 앉아있다.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건 합격했을 때나 할 얘기고.."


...............

이씨.. 쪽팔리게..


"야.. 그냥 대충 통과 시키자. 지연이 들어오면 이 칙칙한 스터디도 분위기 확 살고 좋겠구만.."


옆에서 경환 선배가 기태 선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조용해 임마.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그나저나 얘기는 대충 들었지?"

"네? 테스트요?"

"어.. 이거 통과 해야 스터디 회원 되는 거야. 총 25문제고 88점 이상 합격. 즉 4문제 틀리면 불합격이다. 오케이?"


그러면서 시험 문제를 내게 건낸다.


"네.."

"자.. 그럼 시작."

"지연이 화이팅.."


선배들이 옆에서 응원을 해준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고자..

심호흡을 한번 하고..

천천히.. 건네 받은 문제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헉..

뭐.. 뭐야..

하나도 모르는 문제잖아?


침착하게 다시 훑어본다.

............

단 한 문제도..

예상 문제에서 본 게 없었다.

아..

뭐야 이거..




결국 단 한 문제도 못 풀고..

모두 찍어 버렸다.

............

아.. 선배님들 다 보고 계신데..

이게 웬 망신이야. 흑..


"너 재대로 푼 거냐? 다 찍는 거 같던데.."

"............."

"지.. 지연아.."


은혁 선배도 미안했는지.. 재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야.. 문제지 좀 줘 봐."


그러면서 내 문제지를 가져가 확인해 보는 경환 선배.


"뭐야.. 별로 어렵지도 않았구만."


................

도망치고 싶다.

나를 향해 비웃는 듯한 이 선배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죄..죄송해요."

"야.. 가서 공부 좀 더 하고 와. 어쩌자고 이 실력으로 여기 들어올 생각을 다했냐?"


냉정하게 말해 버리는 기태 선배..

하지만 그런 기태 선배에게 실망감이 들기 보단..

이런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싫었다.


"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하곤

성급히 가방을 챙겨 방을 뛰쳐 나왔다.

............





"괜찮아?"


나를 쫓아 나온 은혁 선배가 위로를 해준다.


"네.. 괜찮아요."

"이상하네. 왜 문제를 저렇게 냈지? 매번 내던 문제 있었는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제가 부족한 건데요 뭘.."

"그런 말 하면 내가 미안해지지. 내가 가서 형들한테 다시 얘기해 볼께.."

"아뇨.. 그러지 마세요. 시험 치면서 보니까.. 지금 제가 저기 들어 간다고 해도 못 따라갈 거 같아요."

"..............."

"신경써 주셔서 고마웠어요. 저 그만 가 볼게요."


그리곤 은혁 선배를 남겨 둔 채..

급하게 건물을 빠져나온다.





멍하니.. 잔디밭에 누워 한숨만 내쉬고 있다.

아.. 왜 괜히 씨네스터는 한다고 해서 이런 망신을 당한 거야..

처음부터 몰랐으면 이렇게 쪽팔린 일도 없었잖아.. 에휴..




* 어디냐? *


봉구 선배의 문자다.

..........

치사하게 문제도 안 뽑아주고..

괜시리 봉구 선배에게 불똥이 튄다.


* 몰라요. *

* 뭐? 밥 안 먹냐? *

* 오늘 심란해요. 저녁 생각 없어요 *

* 아 그래? 알았다 *


...........

너무 심했나?

아.. 몰라.

후배가 스터디 가입 좀 해 보겠다는데 남일 구경 하 듯 하는 선배..

꼴보기도 싫어.. 흥!!




"뭐하냐?"


...............

뭐야..

어떻게 알고 찾아왔데?


"자요."

"테스트는 어떻게 됐냐?"

"떨어졌어요."

"아.. 그래? 아쉽네.."

"이씨.."

"왜그래? 무섭게.."

"됐어요."

"............"

"저 그냥 계속 잘 거에요. 옆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으실 텐데 선배님은 선배님 볼 일 보러 가세요."

"아.. 나도 할 일 없어."

"............."




"야.. 할 거 없으면 일어나 봐."


한참을 말 없이 앉아있던 선배가..

갑자기 나를 보며 말을 건낸다


"귀찮아요."

"그러지 말고 일어나 봐."


그러더니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선배..


"이씨.. 귀찮게 왜 이래요.."

"따라와. 갈 데 있어."

"어디요?"

"도서관.."

"거긴 왜요?"

"책 좀 빌리게. 언능 와."

"선배님 책 빌리는데 제가 왜 가요.. 귀찮아요.."

"내 책 아냐. 니꺼 빌리는 거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봐."


그러더니 내 팔목을 잡고 날 도서관으로 끌고 간다.




"이건 왜 빌려요?"

"너 씨네스터 들어가고 싶다며.."


잉? 지금 나 씨네스터 가입하게 해주려고 도와주는 건가?


"이거 다 보면 합격 할 수 있는 거에요?"

"아니.."


............


"그럼 왜 보라는 거에요?"

"그냥.. 너 지식 좀 쌓으라고.."

"이씨.."

"합격하면 뭐하냐.. 어차피 형들하고 말도 안 통할 텐데.."


.............

그건 그렇네.

아까 보니까..

내가 같이 어울릴만한 수준이 아니던데..

아..

못 배운 자의 설움이란 게 이런 거구나. 흑..


"선배님은 말 통해요? 그 선배들이랑?"

"아니.."

"진짜요? 와.. 그 선배들이 수준이 그렇게 높아요?"

"별로 안 높아."

"근데요?"

"내가 너무 높아서 말이 안 통해. 에휴.. 공부들좀 하시지 원.."

".............."





"선배님.."

"어.."

"저 과외 좀 시켜줘요."


그래..

이 선배에게 직접 배우는 게 가장 빠른 길이야.


"뭔 과외?"

"영화 이론 과외."

"영화 이론 과외?"

"네.. 선배가 아는 영화에 대한 지식을 다 저한테 전수해 주세요."

"............."

"어때요?"

"너 그렇게 영화가 알고 싶냐?"

"네.. 미친 듯이 배우고 싶어요."


이런 적 처음이에요..

뭔가를 미치도록 공부해 보고 싶은 게..


"하하.. 뭐 니가 정 그렇다면야.."

"해주시는 거죠?"

"좋아. 근데 너 기말고사는 준비 안 하냐?"

"에이 뭐 어때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는데..영화 과외는 일주일 속성반으로 가요."

"응? 그건 뭐냐?"

"일주일 동안.. 하루 5시간씩 쉬지 않고 하는 거에요.."

"5시간?"


선배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 너무 많나?

..........

아냐.. 이 정도는 해야 돼.

시간도 겨우 일주일 뿐이잖아.

최대한 선배 비위 맞춰 가면서 미친 듯이 배워야지..


"네.. 저녁 먹고부터 잠자기 전까지.. 쭉.."

"어이.. 왜 이래.. 누구 죽일 일 있냐?"


치.. 어차피 해줄 거면서 튕기시긴..


"그 정도로 안 죽어요. 그리고 할 일도 없으시면서 뭘.."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5시간은 좀 무리지 않냐? 두 시간 정도면 몰라도.."


자꾸 튕기지 마세요.

어차피 심심해 하시는 거 다 안답니다.. 홍홍..


"아니에요. 두시간씩 해서 언제 다 배워요.. 5시간으로 해요 그냥.. 그리고 주말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하는 걸로 하고.."

"농담이지?"

"아뇨.. 진담이에요."

"............."





저녁을 먹고 선배집으로 향했다.


"야.. 나 과외 할 때 좀 엄하게 한다. 각오해야 돼."

"걱정 마세요. 지금 전 배움에 대한 열정에 목 말라서.. 그 어떤 시련도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뭐 시련까지야.. 하하.. 자 암튼 책 펴봐."

"네.."


그리고선 선배에게 과외를 받기 시작했다.





씨네스터 선배님들..

기다리고 계세요.

저 지연이가..

일주일 후에 다시 당당하게 시험 치러 갈 테니까요.

그 땐 오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아니라..

전문 지식으로 중무장한..

실력파 이지연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홍홍..




"틸딩이 뭐라고?"

"음.. 그게.. 아.. 뭐였지?"

"우씨.. 벌써 3번이나 얘기했잖아."

"아.. 잠깐 기억이 안 나는 거에요. 기다려봐요."


아.. 잘 할 수 있을까..







◐ 봉구의 일기 ◑




"선배님 예상 문제 혹시 안 뽑아놨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내게 예상 문제를 기대하던 지연이였다.


"문제? 무슨 문제?"

"씨네스터 가입 테스트요.."

"너 그거 진짜 하려고?"

"네.. 해보고 싶어요.."


지연아.. 선배가 냉정하게 얘기 해주는 건데..

너 지금 그 상태로 거기 들어가면..

선배들한테 놀림감 밖에 안된단다.


"재미 없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너 운 좋게 테스트 통과해서 들어간다고 해도 어차피 어려워서 적응 못해.."

"이씨.. 그건 제가 알아서 할 문제구요. 그래서 지금 안 뽑아 놓으셨단 거에요?"


...............

뭐야.. 이 뾰루퉁한 표정은?

몇 번 좀 도와주다 보니까..

이젠 아주 나의 도움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네?


"어.. 뭐.."

"밤새 뭐했어요? 후배가 영화 공부 좀 재대로 해보려고 스터디에 가입 하려는데.. 선배가 돼서 그런 것도 안 도와주고.."


.................

같이 새벽 늦게까지 술 마시던 거 잊었냐?


"너랑 술 마셨잖냐. 니가 2차만 안 가자고 했어도 백 문제는 뽑아 놨겠네.."

".............."

"지금이라도 뽑아줘?"

"됐어요. 수업 있다면서요.."

"어.. 하긴.. 야 근데 잘 생각해라. 너 지금 그 스터디 들어가도 이해도 못한다. 차라리 1.2학년 애들끼리 모아서 하는게 훨씬 나.."

"신경 끄시고 드시던 거나 빨리 드세요.. 흥!!"


단단히 삐졌군..

쩝..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다.

흠.. 오늘도 설마 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선배님~"


멀리에서 지연이가 손을 흔들며...

헛..

우씨.. 또야?

은혁이와 함께 오던 지연이였다.


"뭐야.. 또 빌붙었냐?"

"뭐 임마?"


짜식이 눈치 없게..

왜 자꾸 다정한 우리 사이에 껴 들고 난리야 대체..


"그만하세요. 같이 먹으면 좋죠 뭐.."


전혀 안 좋단다 지연아.. 흑..


"좋긴.. 개뿔.."


앗차..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이 튀어나와 버린다.

에휴.. 저 은혁이 놈 앞에만 있으면 입이 왜 이리 거칠어지는지..


"자.. 빨리 가요. 은혁 선배님도 봉구 선배님도.. 고고"





"그거 뭐냐?"


밥을 먹으면서도..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지연이였다.


"아.. 이거 은혁 선배님이 뽑아준 문제에요."


이 녀석.. 진짜로 뽑아줬네.

치사하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

아.. 나도 뽑아줄걸..

지연이 설마..

이런 걸로 나보다 은혁이를 더 좋아라 쫓아 다니는 건 아니겠지?

괜시리 신경이 쓰이는 나였다.


"전함포템킨은 꼭 나오니까.. 무조건 외워. 알았지?"


은혁이가 다정스러운 말투로 지연이에게 조언을 해준다.


..............


"네.. 고마워요 선배님.."


....................


"그런 거 아직도 내냐? 안 나올 거 같은데.."

"선배님은 식사나 하세요. 흥!!"


헐.. 지연아.. 왜 이래..

이 선배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니잖니..

너 가서 고생 할까 봐..

그리고 망신 당할까 봐 이렇게 안 도와주는 건데..

왜 몰라주는 거니.. 흑..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온다.


"선배님은 수업 있다면서요? 가보세요."


..............

아.. 오늘 따라 오후 수업을 듣기가 싫어진다.

지연이랑 은혁이..

저 둘만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예상 문제들 함께 공부하면서..

괜히 애틋한 감정이라도 피어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으... 안되는데..


머리 속이 복잡해진 채로..

그들과 헤어져야 했다.





흠.. 안돼..

지연이가 저렇게 합격하게 둘 순 없어.

뭐 나야.. 지연이 합격해도..

같이 스터디 다니면 그만인 거지만..

지연이는 스터디 내에서 적응도 못하고 매번 무시에 구박을 당할텐데...

나보고 그 꼴을 보라고?

절대 안돼지!


결정적으로..

저 은혁이 놈 눈빛이 예사롭질 않아..

아무리 인형이나 끌어 안고 자는..

현실 속 여자에는 무관심한 놈 이라지만..

남녀 사이란 게 모르는 거지.

그래..

아예 끈을 잘라 놔야 돼.


기태형에게 전화를 건다.


* 어이 봉구.. 너 어쩐 일이냐? *

* 아 그냥 안부 전화죠 뭐.. 잘 지내세요?"

* 나야 잘 지내지. 넌 어때? *

* 저도 잘 지냅니다. 하하.. 그나저나 씨네스터는 잘 돌아가요? *

* 뭐 그럭저럭.. 넌 근데 진짜로 안 나올거냐? *

* 조만간 갈게요. 요즘은 좀 바뻐서요. *

* 아.. 그래? 하하.. 언능 와라. 너라도 좀 있어야 토론이 재밌어지지. 이건 뭐 맨날 똑같은 놈들이라.. *

* 네.. 알았어요. 아.. 근데.. *

* 어 왜? *

* 별건 아닌데요.. 요즘 씨네스터 가입 테스트 문제가 너무 쉽다고 소문이 좀 도네요. *

* 어 뭔 소리냐? *

* 그냥 우연히 들은건데.. 테스트 문제가 맨날 똑같다고.. 애들 사이에 얘기가 좀 나오는 거 같아요.. *

* 진짜? 누가 그런 헛 소문을 퍼뜨리고 다녀? *

* 헛소문은 아니죠 뭐.. 맨날 똑같이 내시더만.. *

* 아.. 그거야.. 흠.. 그래? 아.. 알았다. 안 그래도 좀 있다 누구 한명 테스트 받으러 온다는데.. 문제 좀 바꿔야겠구만.. *

* 그래요.. 씨네스터 체면이 있지. 아무나 받으면 안되잖아요. 난이도 좀 높여봐요. *

* 하하.. 그래 알았다. *

* 네.. 그럼 수고 하세요. 전 수업 들어가야 해서요. 아 참.. 제가 이런 말 했단 거는 비밀로 좀 해주시구요. *

* 오냐.. 알았다. *


전화를 끊는다..

훗..





수업을 마치고.. 어김없이 도장에 다녀왔다.

이젠 익숙해졌는지..

두려움도 많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매 순간 재영이를 때려눕히는 상상을 하며

힘겹지만.. 이를 악물고 훈련을 받고 있는 나였다.




그녀와 밥을 먹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


* 어디냐? *

* 몰라요. *


.................

뭐야.. 이건..


* 뭐? 밥 안 먹냐? *

* 오늘 심란해요. 저녁 생각 없어요 *


잉?

밥을 거절해?

엄청 심각한 일인가본데?

웬만하면 끼니를 거르지 않던 그녀였었다.


* 아 그래? 알았다 *


...........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뭔 일 있나?





"뭐하냐?"


잔디밭에 누워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그녀..

이젠 딱히 고생도 안하고 찾는다.

갈 곳이 이 잔디밭 뿐이라는 게 불쌍할 뿐이다.


"자요."

"테스트는 어떻게 됐냐?"

"떨어졌어요."


..............

이것 때문에 심각해 있었군..

근데 어째 표정이 엄청 낙심한 거 같네.

에휴.. 맘 아퍼라..


"아.. 그래? 아쉽네.."

"이씨.."

"왜그래? 무섭게.."

"됐어요."


그냥 붙게 놔둘걸 그랬나?

..............

아니지.

이건 절대 지연이를 위한 게 아냐..

지연이를 위한 건 이런 게 아니라..

당당히 그들 속에서 어울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거야.

그래..

그게 진정 위하는 거지. 아무렴..


"저 그냥 계속 잘 거에요. 옆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으실 텐데 선배님은 선배님 볼 일 보러 가세요.."

"아.. 나도 할 일 없어."


그리곤 그녀 옆에 가방을 내려 놓고 앉아 버린다.





잠시 앉아..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줘야 하나 고민을 해본다.

일단 어떻게든..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 까다로운 씨네스터 형님들을 상대하려면

웬만한 지식 가지곤 어림도 없다.

지금 지연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영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들이고..

그걸 위해선.. 먼저 기초적인 이론들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불현듯..

환수형이 내게 추천해 주었던 영화 기초 이론에 관한 책이 떠올랐고..

그녀에게 그걸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왜 빌려요?"

"너 씨네스터 들어가고 싶다며.."

"이거 다 보면 합격할 수 있는 거에요?"


암튼 욕심은.. 으이그..


"아니.."

"그럼 왜 보라는 거에요?"

"그냥.. 너 지식 좀 쌓으라고.."

"이씨.."

"합격하면 뭐하냐.. 어차피 형들하고 말도 안통할텐데.."


좀 냉정한 말이긴 한데..

사실이야.

너 거기 가면 엄청 비참해져.

예전에 4학년 형준이 형도..

실력 딸려서 결국 자진 탈퇴 했거든.

거기가 그런 곳이야..

실력 없으면 철저히 무시 당하는..


"선배님은 말 통해요? 그 선배들이랑?"

"아니.."

"진짜요? 와.. 그 선배들이 수준이 그렇게 높아요?"

"별루 안 높아.."

"근데요?"

"내가 너무 높아서 말이 안 통해. 에휴.. 공부들 좀 하시지 원.."


농담 한 번 던져본다.

뭐.. 그렇다고 나보다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선배님.."

"어.."

"저 과외 좀 시켜줘요.."


잉?


"뭔 과외?"

"영화 이론 과외.."


헐.. 진짜?


"영화 이론 과외?"

"네.. 선배가 아는 영화에 대한 지식을 다 저한테 전수해주세요.."


..............

뭐야..

얘 정말 엄청난 열정이네.


"어때요?"


나야 당연히 땡큐지.

지연이를 개인 과외 하다니.. 흑.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 뒤에서.. 흐흐흣..


"너 그렇게 영화가 알고 싶냐?"

"네.. 미친 듯이 배우고 싶어요."

"하하.. 뭐 니가 정 그렇다면야.."


표정 관리 하느라 애를 먹는다.


"해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말이라고 하니..


"좋아.. 근데 너 기말고사는 준비 안 하냐?"


앗 차.. 이거 괜한 말 한 건가?

설마 기말고사 때문에 안한다곤 안하겠지?


"에이 뭐 어때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는데..영화 과외는 일주일 속성반으로 가요.."


훗.. 역시..

그나저나.. 속성반은 또 뭐야?


"응? 그건 뭐냐?"

"일주일 동안 하루 5시간씩.. 쉬지 않고 하는 거에요.."

"5시간?"


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네.. 저녁 먹고부터 잠자기 전까지.. 쭉.."

"어이.. 왜 이래.. 누구 죽일 일 있냐?"


걱정마렴.

너만 괜찮다면 밤새라도 해 줄 수 있단다.


"그 정도로 안 죽어요. 그리고 할 일도 없으시면서 뭘.."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5시간은 좀 무리지 않냐? 두시간 정도면 몰라도.."


어차피 밀어 붙일 거란 걸 알기에.. 계속 튕긴다.

후훗..


"아니에요. 두시간씩 해서 언제 다 배워요.. 5시간으로 해요 그냥.. 그리고 주말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하는 걸로 하고.."


오호.. 주말은 하루 종일이야?

이얏호~~


"농담이지?"

"아뇨.. 진담이에요.."


고마워 지연아.. 흑..





"야.. 나 과외 할 때 좀 엄하게 한다. 각오해야 돼."


지금 내 옆에 바짝.. 그녀가 앉아있다.

평소에도 늘 옆에 앉아있긴 했지만..

이렇게 바싹 붙어있는 건 처음인 거 같았다..

후아..

향기로운 그녀의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해 온다.

아.. 이렇게 심취하면 안되는데..

이래서 재대로 가르쳐 줄 수나 있으려나

에고..


"걱정 마세요. 지금 전 배움에 대한 열정에 목 말라서.. 그 어떤 시련도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뭐 시련까지야.. 하하.. 자 암튼 책 펴봐."

"네.."


정신이 혼미해진 채로..

그녀에게 과외를 시작한다.




..............

뭐야..

이거 쉽지 않겠는데?

제법 똑똑한 줄 알았는데..

뭐 이리 암기력이 딸려?

아니 어째서 1분 전에 얘기한 것도 까먹는단 말이냐..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걸 뭐라고 한다고?"

"네? 아.. 그게.. 어.."

"우씨.. 방금 얘기 했잖아. 롱테이크라고.. 롱테이크.."

"..............."

"그럼..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에 배경이 빠른 속도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을 뭐라고 한다고?"

"픽스?"

".................."

"아니에요?"

"어.. 패닝이야.."


힘이 빠져 버린다.

아.. 지연아..

선배 힘들다.. 흑..


"깜빡했어요."

"뭔 놈의 깜빡을 하루 종일 하냐?"

"이씨.. 선배님이 이상하게 가르쳐주니까 그렇잖아요. 좀 재대로.. 잘 외워지게 가르쳐줘 봐요."

".............."





"롱테이크가 뭐?"


그녀를 데려다 주는 길에도 영화 과외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기법"

"그런 롱테이크에서 편집을 대신해 사용되는 기법들이 뭐뭐 있다고?"

"패닝.트레킹.크레이닝. 그리고.. 아...뭐였지? 음...아.. 맞다. 주밍"

"오케이 좋아.. 그럼 트레킹은 뭐다?"

"촬영시 이동 수단을 사용해 카메라를 움직이며 촬영하는 것.."

"오.. 제법이네."

"뭐 이 정도 가지고.. 훗.. 더 내봐요."

"야.. 잠깐 쉬었다가 하자. 하하.. 내가 다 힘들다.."

"그래요.. 근데 내일은 뭐 배워요?"

"어.. 우선 촬영 기법들 좀 더 알아보고.. 시간 남으면 영화 용어들 해보자.."

"오케이."

"그나저나 재밌냐?"

"뭐가요?"

"영화 배우는 거.."

"재밌으니까 이러고 있죠. 저 이게 적성인가 봐요."

"하하.. 그래?"

"네.. 영화를 위해 태어났나 봐요 저.."

"............."




"야.. 근데 과외비는 안주냐?"

"뭔 과외비요?"

"뭔 과외비냐니.. 그럼 공짜로 배울라고?"

"에이.. 왜 이래요 우리 사이에.."

"그런게 어딨어.. 이런 일 일수록 더 확실해야지."

"에휴.. 알았어요 알았어. 얼마?"

"하루당 만원씩 해서.. 끝나면 술 한 잔 거하게 쏘면 되겠네.."

"오.. 그거면 돼요?"

"아.. 너무 싼가? 그럼 2만원씩.."

"만원 콜. 좋아요. 내일부턴 좀 더 확실하게 가르쳐 줘봐요."

"오늘도 잘 가르쳤구만 무슨.."

"별루요. 제가 중간중간 헤맨 거 보면.. 선배님 실력이 좋았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우씨.. 그건.. 니 머리가 나쁘.."

"뭐에요?"

"아.. 아냐. 하하.."

"이씨.."





"선배님.."

"어.."

"선배님은 씨네스터 진짜 안 할 거에요?"

"어? 그건 왜?"

"저 어차피 조만간 합격할 건데.. 같이 다녀요 우리.. 혼자 다니면 심심해요."

"하하.. 일단 붙고나 얘기해라."

"치.. 딱 보면 몰라요? 다음 주면 바로 붙겠구만. 암튼 할 거에요 말 거에요?"

"글쎄다. 좀 귀찮은데.."

"저도 있는데?"

"근데?"

"이씨.."

"하하 알았어. 너 붙으면 생각해 볼께.."

"생각은 무슨.. 저 붙으면 선배님도 무조건 다녀요. 알았어요?"

"................"

"다 선배님 위한 거에요. 왜 그 아까운 지식들 썩히고 그래요. 안 쓸거면 나나 주던가.."

"하하.. 썩히긴 무슨.. 안 그래도 지금 너한테 다 주고 있잖냐.."

"하긴 뭐.. 홍홍.."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에 배경이 빠른 속도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을 뭐라고?"

"트래킹?"

"그새 까먹은 거냐?"

"아.. 크레이밍이죠 참.."

"패닝인데.."

".............."






잠결에 벨소리가 들려 전화를 받는다..


* 자요? *

* 어.. *

* 그럼 잠깐 좀 깨봐요. *

* ............. *

* 아까 배운 것 중에 잘 이해 안되는 게 있는데.. 심도의 환영 부분 좀 다시 설명해줘요.*

* 지금? *

* 네.. 간단하게만 해주면 돼요. 피곤하실텐데 언능 알려주고 주무세요 *

* 하~아~암.. 그러니까 그게.. *

* 졸려요? *

* 아.. 아냐.. 근데 지금 몇 시냐? *

* 4시요. *

* ..............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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